생활/문화
“나 20대, 이태원에서 놀아” 북적이는 홍대·신촌 벗어나 새 명소로
개그맨 유세윤이 속한 UV의 '이태원 프리덤'의 뮤직 비디오 중 한 장면. 최근 이태원 풍속도를 잘 표현한 가사로 인기다. '요즘 심심할 땐 뭐해(중략)/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신촌은 뭔가 부족해/음악이 있어 또 사람도 있어/세계가 있어(중략)이태원 프리덤 젊은이 가득한 세상.' 개그맨 유세윤이 활동하고 있는 그룹 UV의 노래 '이태원프리덤'의 가사 일부다. 노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터로 뜨고 있는 이태원을 예찬하고 있다. 20대들 이태원으로 실제로 이태원이 달라졌다. 밤이 아니어도 주말이 아니어도 칵테일과 크림 스파게티 맛을 잊지 못하는 20대가 이태원에 몰려들고 있다. 금요일 밤과 주말에는 클럽문화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혼잡하다. 외국인들의 아지트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특구로 변신하고 있는 것. 지난 3일 오후 5시30분, 평일 오후임에도 6호선 이태원역 근처의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는 식사 메뉴를 정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남녀 커플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6시가 되자 한 식당에는 줄이 길게 생겼다. 휴일인 어린이날에는 청춘들로 이태원이 붐볐다.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입구에는 한껏 멋을 낸 여자들이 모여 있었다. 오래전부터 미군의 아지트로 불리는 레스토랑 '게코스'의 한송이 팀장은 "작년부터 한국인 손님이 꾸준히 증가해 요즘은 외국인과의 비율이 5대 5 정도"라며 "3월말부터는 20대 후반 여자 비율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국음식과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해밀턴 호텔 뒷골목. 낮에도 브런치를 먹기 위해 몰려든 20대로 이태원이 북적거린다. 야외 테라스석이 가장 인기다. 브런치 식당·클럽 북적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맛집. 1년 사이에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생겨난 유럽식 맛집에는 현지 음식을 맛보기 위한 여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아침 겸 점심을 뜻하는 브런치가 인기다. 그래서 어느 가게든 유럽식 브런치 메뉴가 꼭 있으며 주말에는 문을 일찍 열기도 한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테라스 자리를 찾는 손님을 위해 내부 인테리어도 바꾸고, 테라스가 없는 곳은 자리를 개조해 만들거나 아예 통유리로 창가 자리를 환하게 만들어 놨다. 한 식당 주인은 "젊은 손님을 잡기 위해 특이한 메뉴를 개발하고 현지 요리사도 고용하는 등 식당끼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태원 클럽도 주말에는 붐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외국인들도 만날 수 있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주 금요일 홍대클럽만 가다가 이태원으로 발길을 틀었다는 김수진(26)씨는 "신촌과 홍대는 대학가라서 대학생들만 북적이고 특별한 것도 없다. 강남은 비싸다. 하지만 이태원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외국에 온 듯해 좀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태원이 새로운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뜨는 이유는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라는 '이태원 프리덤'의 가사가 잘 설명하고 있다. 1년째 '이태원 죽돌이’라는 직장인 김진석(25)씨는 이태원을 한국에서도 이방인이 될 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변을 신경쓰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다. 마치 서울 속 다른 나라라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늘 틀에 박힌 듯 한 음주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과 외국인 공포증 극복, 강남과 강북에서도 올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와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 등도 이태원이 뜨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권오용·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
2011.05.09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