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제 3강 체제…이동욱 '담담', 류중일 '행복', 손혁 '여유'
사실상 NC 1강 체제가 무너졌다. KBO리그 선두 경쟁이 LG·키움을 포함한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올 시즌 KBO리그는 NC의 초반 독주가 뚜렷했다. 개막 4연승을 달린 NC는 시즌 첫 12경기에서 11승을 쓸어 담았다. 팀의 65번째 경기였던 7월 24일 수원 KT전 승리로 2위와의 승차를 6.5경기까지 벌렸다. 당시 승률이 0.698(44승 2무 19패)에 이르렀다. NC의 상승세는 8월 들어 꺾였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던 선발 로테이션이 삐걱거렸다. 시즌 초 NC는 드류 루친스키-마이크 라이트-구창모로 이어지는 3선발이 탄탄했다. 7월까지 세 선수가 합작한 승리가 무려 25승. SK(24승)나 한화(19승)의 팀 전체 승리보다 많았다. 특히 개막 후 9승무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한 구창모가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7월 27일 전완근 염증으로 구창모가 1군에서 이탈하자 선발진이 통째로 흔들렸다. 부진에 빠진 4선발 이재학마저 지난달 16일 2군으로 내려갔다. NC의 8월 월간 선발 평균자책점은 5.98로 리그 9위. 최하위 한화(5.73)보다 기록이 더 나빴다. 그 여파로 NC는 8월 한 달 동안 11승 12패에 머물렀다. 개막 후 처음으로 월간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9월 첫 5경기에서도 1승1무3패에 그친 NC는 2위 그룹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이동욱 NC 감독은 조급하지 않다. 1·2위 맞대결로 관심이 쏠린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도 "정규시즌 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즌은 길고 남은 경기가 아직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리하지 않는다. 공백이 생긴 자리는 2군에서 대체 자원을 올려 채우고, 포수 양의지의 출전 시간도 김형준·김태군을 기용해 철저하게 관리한다. 1강 체제를 흔든 구단은 LG다. 7월까지 리그 5위였던 LG는 6위 KT에 2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었다. 하지만 8월에만 무려 16승(1무 8패)을 추가해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8월 12일 이후 21경기 승률이 무려 0.789(15승2무4패)다. 최근엔 시즌 두 번째 7연승을 질주하며 정점을 찍었다.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LG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강력하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굳건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임찬규와 이민호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특히 임찬규는 시즌 19번의 등판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KBO리그 평균자책점 8위로,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불펜은 7월 10일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부상 복귀한 뒤 한결 탄탄해졌다. 고우석은 8월 이후 등판한 12경기 평균자책점이 0.66(13⅔이닝 1자책점)에 불과하다. 야수진은 차고 넘친다. 중견수 이천웅이 7월 중순 손목 골절상을 당한 뒤 홍창기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홍창기는 시즌 출루율이 0.418로 1번 타자 역할에 충실하다. 3루수 김민성이 잔 부상을 당한 사이, 군에서 전역한 양석환이 지난달 28일 1군에 등록됐다. 류중일 LG 감독은 "야수진이 완전체가 된다면 내겐 행복한 고민"이라며 웃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최근 아귀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팀은 LG다. 전력이 탄탄하다. 전역 후 팀에 복귀한 양석환의 가세가 크다. 무엇보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불펜이 버텨준다. 고우석이 돌아왔다는 게 결정적"이라고 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라인업을 잘 바꾸지 않는다. 6일까지 101경기를 소화하면서 라인업 72개를 사용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다. 그만큼 주전과 비주전 선수를 뚜렷하게 구분한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류 감독은) 구단과 소통을 잘하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감독의 개입이 경기 중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키움은 꾸준히 2위를 유지했다. 8월을 2위로 시작해, 한 달 동안 17승(9패)을 추가했다. 선발 로테이션이 매끄럽게 돌아갔다. 월간 선발 평균자책점이 3.60으로 리그 1위. 월간 팀 타율도 3위에 오를 정도로 투타 밸런스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9월 출발이 좋지 않다. 첫 6경기에서 2승 4패에 머물렀다. 지난 5일 고척 KT전을 패하며 결국 LG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페이스가 꺾인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3선발 최원태, 4선발 이승호가 어깨 부상 후 재활 훈련 중이다. 김재웅과 조영건·김태훈 등 구위가 좋은 불펜 투수를 '대체' 선발로 활용 중이지만, 임시방편에 가깝다. 시즌 내내 '임시' 선발 체제가 운영되니 불펜에 계속 부하가 걸린다. 타선도 부상에 신음한다. 4번 타자 박병호가 손등 미세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9번 타순에서 4할대 출루율을 기록했던 박준태는 발목, 외야수 임병욱은 햄스트링 부상 중이다. 이밖에 불펜 필승조 안우진(허리), 1군 백업 외야수 박정음(발목)도 1군에 빠져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오픈 마인드로 선수를 대한다. 질타보다 칭찬을 더 많이 한다. 권위적인 모습보다 수평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운영한다.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하는 선수들의 '바주카포 세리머니'도 손혁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손혁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가 있다. 잘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기 위원은 "경기력이 떨어지는 SK·한화와의 잔여 경기 많다는 건 키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9.08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