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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까바르 여기는 자카르타]이곳은 교통지옥, '20분 동안 1km'는 일상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을 나서면 손님을 태운 택시 수십 대가 뒤엉켜 경적만 울려대는 택시 승강장이 기다린다. 교통 정리를 담당하는 인원이 10여 명이나 있지만 소용없다. 10km 떨어진 시내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눈앞에 놓인 상황을 보면 선뜻 차에 올라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운이 좋아 빈 택시를 골라잡으면 본격적인 고생길이 열린다. 문을 열자마자 "소리, 자카르타 트래픽 배드(Sorry, Jakarta Traffic Bad)"라고 택시 기사 네노(36)씨가 인사를 건넨다.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철이 없는 이곳에선 도로만이 유일한 이동 루트기 때문이다. 자바섬에 위치한 자카르타는 한국보다 조금 넓은 땅에 인도네시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1억5000만 명이 살고 있다.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높은 편이다. 약 10km 떨어진 숙소까지 도착하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시내는 더 아비규환이다. 한낮에 3~4차로가 가득 차지만, 퇴근 시간대가 다가오는 오후 4~5시가 되면 도로는 아예 주차장으로 변한다. 1km를 이동하는 데 최대 19분까지 걸린 적이 있다. 여기에 한번 길을 잘못 들면 하염없이 직진한 뒤 유턴해야 하는 도로 설계도 한몫했다. 밤에는 그나마 이동이 수월한 편이다. 또 다른 택시 기사 데디(29)씨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차량 2부제를 시행 중이라 이 정도 교통 체증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웃었다. 실제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대회 조직위원회에 "경기장에서 숙소까지 3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조직위원회가 올해 초 교통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유료 도로에서조차 1시간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막히는데 '얄미운 택시'라도 만나면 같은 거리를 돌고 돌아가야 한다. 자카르타 공항을 오간 첫날과 둘째 날이 그랬다. 처음 택시를 탔을 땐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21만 루피아(약 1만6000원)를 지불했는데, 이튿날 공항 취재 이후 숙소로 복귀할 땐 약 12만 루피아(약 9000원)가 나왔다. 사흘째 또 한 번 13만 루피아(약 1만원)를 내면서 처음엔 같은 길을 멀리 돌아갔거나 바가지요금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내에서도 택시 요금은 제각각이다. 같은 장소를 가도 어떤 루트를 택하냐에 따라 최고 3~4배까지 요금 차이가 난다. 다행인 것은 자카르타의 택시 요금이 무척 저렴하다는 점이다. 30분 이상의 먼 거리를 달려도 한국 돈으로 1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정말 급할 땐 일명 오토바이 택시 '고젝(Go Jek)'을 이용하면 된다. 한국으로 치면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이곳에선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실어 나른다. 자카르타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약 1300만 대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아시안게임 기간 자카르타 34개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기로 했다. 최악의 교통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길이 막혀도 옆 운전자에게 욕하거나 차에서 내려 싸우는 경우는 드물다. 공항만 벗어나면 경적 소리를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아시안게임 관계자 모하마드 하디(23)씨는 "좁은 땅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사는 방법은 먼저 참고 배려하는 것"이라면서 "인도네시아인들은 다투는 것을 싫어한다. 싸움이 나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자카르타=피주영 기자
2018.08.1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