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급증했다. 지난달까지 5000명 안팎이던 게 2만5800명으로 5배가 됐다. 보름 전 올린 ‘사인하고 있는 이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라는 게시물에는 댓글이 폭주했다. 그런데 댓글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어였다.
이른바 ‘아스나위 효과’다. 안산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PSM 마카사르 소속인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22)와 ‘1+1년’(1년 옵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이를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 관심이 안산으로 쏟아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세계 4위(2억7600만명) 국가다.
아스나위는 신태용(51)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애제자다. 아스나위는 두 팀 모두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뛴다. 2019년에는 자국의 영플레이어상도 수상했다. 아스나위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8만6000명으로, K리그 팔로워(11만3000명)보다 많다. 3일부터 안산 숙소에서 자가격리한 아스나위는 17일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팀에 합류했다.
아스나위의 국내 에이전트인 윤중호 TLS 대표는 “코로나19로 인도네시아 리그가 지난해 봄부터 중단됐다. 급여를 주지 못하는 팀도 있다. 아스나위는 수준 높은 한국 무대 도전을 원했다. 자국에서 받은 연봉이 1억 원대였는데, 한국 행을 위해 연봉도 낮췄다. K리그2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마침 안산도 전남 드래곤즈로 떠난 김태현의 대체선수를 찾았다. 김길식 안산 감독이 신태용 감독과 통화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신태용 감독은 “키 1m73㎝(몸무게 70kg)에 다부진 체격이다. 고요한(FC서울)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를 겸하며 집요하게 맨 마킹 하는 스타일이다. 최효진(전남)처럼 투지도 넘친다.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 생각해 김길식 감독에게 추천했다. 한국에서 경험을 쌓으면 인도네시아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 연고지(안산)가 다문화 도시라서 적응도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에는 인도네시아인 1000여 명이 거주한다. 무슬림을 위한 마트와 음식점도 있다. 인도네시아인 축제 때는 전국에서 5000여명이 몰렸다. 유관중 경기가 시작되면 티켓파워도 기대할 수 있다. K리그 중계권 해외 판매대행사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노크하는 중이다. 2019년 콩푸엉(베트남)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뛸 당시 인천 경기 인터넷 중계에는 18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K리그 팀의 경우 기본 3명 외에 아시아 쿼터로 1명, 동남아시아 쿼터로 1명 등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동남아 쿼터는 지난해 신설됐다. 아스나위는 K리그 역대 네 번째 동남아 선수(혼혈 제외)다. 1985년 득점왕에도 오른 피아퐁(태국)이 최초다. 베트남 출신 쯔엉은 2016년부터 2년간 인천과 강원FC에서 6경기 출전에, 콩푸엉은 2019년 인천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산은 두아르테, 까뇨뚜(이상 브라질), 산티아고(아르헨티나), 이와세 고(일본) 등이 뛰는 다국적 군단이다. 영어가 서툰 아스나위를 위해 안산시 다문화센터를 통해 통역 자원봉사자도 구했다. 안산은 27일 2021시즌 개막전에서 김천 상무와 맞붙는다. 김길식 감독은 “(아스나위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만큼, 충분한 준비 시간을 거쳐 차차 기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스나위는 “격리 기간에 실내 자전거 등으로 홈 트레이닝을 했다.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나와 우리 팀에 관심을 가져줘 행복하고 감사하다. 고향과 한국의 기온 차가 크지만, 하루빨리 적응해 안산이 1부로 승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신태용 감독을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