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스판덱스 세계 1위 효성티앤씨, 중국 시장 겨냥 조현준의 친환경 승부수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 취임 이후 5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씩 뛰었다. ‘효성의 삼총사(효성티앤씨·첨단소재·화학)’를 앞세운 조현준 회장의 선구안이 빛났다. 특히 효성티앤씨는 세계 1위 스판덱스 업체로 올라서며 효성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승부수, 스판덱스 국내 3위→세계 1위 도약 2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섬유의 반도체’라 불리는 고부가가치 섬유 스판덱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판덱스는 원래 길이의 5~7배 늘어나고,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좋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수영복, 속옷, 스타킹에 이어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청바지 데님류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시기에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일상복이지만 운동복처럼 편한 스타일의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룩’이 유행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또 신축성이 뛰어나고 편안한 착용감이 강점인 레깅스가 유행하면서 다시 한번 각광을 받았다. 효성은 2021년 매출 21조2804억원, 영업이익 2조77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42.3%, 410.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8조5960억원에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기록했다. 효성티앤씨의 영업이익이 효성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넘게 차지했다. 1990년대 초반 스판덱스의 개발 당시에만 해도 효성은 국내 스판덱스 시장 3위에 불과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한국의 섬유업체들은 값싼 인건비와 대량생산을 앞세운 중국 공세에 밀려 크게 휘청거렸다. 가격 경쟁에서 처진 국내 업체들은 스판덱스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독자적 기술력과 공격적인 투자로 승부수를 띄웠고, 결국 2010년부터 생산능력과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효성은 사양 사업으로 치부받던 섬유산업에서 ‘황금알’을 낳으며 외형 확대에 속도를 더했다. 2016년 효성그룹의 매출은 12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순위 32위였다. 2017년 조현준 회장이 취임한 뒤 고성장세를 보였고, 5년 만에 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효성그룹은 재계 순위 20위권에 안착했다. 효성티앤씨의 경쟁사는 중국 업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점유율을 32%로 추정하고 있다. 화펑은 20% 수준이다. 효성 관계자는 “과거에는 효성티앤씨의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기도 했지만 경쟁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점유율이 줄었다. 화펑의 경우는 20% 초반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화펑이 효성티앤씨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증권사 등 업계에 따르면 화펑이 3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효성티앤씨는 23%에 머물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세계 의류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점유율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최근 중국 닝샤 닝동공업단지에 연간 3만6000t 생산규모의 스판덱스 공장 설비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내수 시장을 잡지 않고는 매출 급증은 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에서 애슬레저 룩 같은 운동복 판매가 늘어나야 스판덱스 전체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 타깃, 리젠 같은 친환경 섬유 확대 과제 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친환경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은 친환경 가치소비 경향을 보이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이전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고 유연하게 습득해야 한다”며 고객의 움직임을 주목해왔다.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친환경 소재 사용 움직임을 내다보며 선제적 투자를 해왔다. 3대 대표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 나이론, 스판덱스의 친환경 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리젠’이라는 브랜드로 공급하며 패션 시장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2007년 전 세계 최초로 친환경 나이론 섬유를 개발했고,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폴리에스터 섬유를 선보였다. 같은 해 세계 최초로 글로벌 리사이클 표준 인증(GRS)을 획득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섬유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100% 재생해 만드는 재활용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을 런칭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친환경·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에 따르면 전 세계 재활용 섬유 수요 규모는 2018년 53억3200만 달러(약 7조1000억원)에서 2026년 80억200만 달러(10조6000억원)로 연평균 5.2%씩 증가할 전망이다. 친환경 섬유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삼는 글로벌 패션기업이 늘고 있다.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H&M은 2030년까지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든 소재를 100%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디다스와 노스페이스 등은 효성티앤씨의 대표적인 파트너사다. 이런 추세 속에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리젠과 같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합성섬유 제품 매출액은 2018년 106억2300만원에서 2020년 315억1500만원으로 2년 새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1년에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리젠의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두 배 증가한 1만2000t이다. 이는 500ML짜리 폐페트병 8억5700만개 분량이다. 효성티앤씨 구미공장은 하루 370t의 원사를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리젠 제품의 비중은 10% 수준까지 증가했다. 효성 관계자는 “폴리에스터 리젠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한 결과, 일반 섬유에 비해 약 60%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에스터 리젠을 1t 생산할 때 감축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1.84t인데 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약 3만5000개를 덜 쓰는 효과와도 같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8.2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