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미안하다, 사과한다" 잔칫날 웃지 못한 NC
NC는 잔칫날에도 밝게 웃지 못했다.플레이오프(PO)는 정규 시즌 2위 팀과 준PO를 통과한 팀의 맞대결이다.2위 NC는 주인 자격으로 손님 LG를 마산에서 맞았다. 20일 마산 종합운동장 내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PO 미디어데이는 프로야구의 잔칫날이다. 하지만 '호스트' 격인 NC는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김경문 NC 감독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따금 가벼운 질문에 미소 짓기도 했지만 대체로 분위기는 무거웠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PO를 통과한 양상문 LG 감독의 여유 있는 모습과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김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에 착석한 후 "다사다난한 한 해가 아닌가 싶다. (KBO 리그) 막내에서 두 번째 구단인 NC가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회하는 길은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더 신경 쓰고, 이번 포스트시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NC는 지난 7월 투수 이태양이 승부 조작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재판에 넘어갔다. 투수 이재학도 같은 혐의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선발과 불펜을 오간 스윙맨 이민호는 이혼에서 비롯된 가정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까지 터지면서 악재가 몰아쳤다.NC의 '사과'는 계속됐다. 김 감독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테임즈에 대한 질문에 "그 부분도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이 선수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테임즈를 엔트리에서 제외해) 없이 하고 싶지만 잔치인 만큼 1차전은 조영훈 선수가 그 자리를 맡는다. 2차전부터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2년 연속 40홈런을 때려 낸 테임즈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그는 음주 단속에 적발돼 지난달 30일 KBO 징계위원회로부터 잔여 8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 정지, 벌금 500만원을 처분받았다. 포스트시즌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이번 PO 1차전에 적용된다.NC는 하루 전 이재학을 PO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재학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NC 토종 에이스. 지난 7월 이후 승부 조작 혐의에 발목이 잡혔고, 경찰의 수사 발표가 나오지 않아 팬들의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당초 NC는 이재학을 자체 청백전에 기용하며 PO 엔트리에 합류시키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19일 결정을 뒤집었다. 전날 MBC 프로그램 PD수첩이 "프로야구 선수 14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자칭 브로커를 앞세워 보도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김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보도가 나가고 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게 맞다"며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이럴 때일수록 더 뭉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테임즈도 사과했다. 미디어데이 행사가 모두 끝난 뒤 통역을 대동하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내 작은 실수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미국과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난 자부심이 강하다. 많은 어린이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죄송스럽다"고 말했다.테임즈는 사과하면서 고개를 세 번 숙였다. NC는 이날 김 감독의 첫 발언부터 테임즈의 사과까지 "미안하다"는 말로 미디어데이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PO 1차전을 앞둔 팀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창원=배중현 기자
2016.10.20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