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발상의 전환으로 팬심을 잡는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프로' 스포츠의 자세
만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촉하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팬을 즐겁게 하고, 팬을 만족시켜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언제나 팬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팬들과 만남이 불발된 프로스포츠가 색다른 방식으로 다가갈 방법을 찾고 있는 이유다. 서울 이랜드 FC는 지난 21일 색다른 공지를 올렸다. 창단 후 지난 5년간 빠짐없이 진행해왔던 시즌 출정식 '퍼스트 터치'에 관한 공지였다. 최근 신천지 교회 슈퍼 전파자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출정식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서울 이랜드가 택한 방법은 온라인이었다. 그라운드가 아닌 1인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선수단과 팬 간 직접적인 만남 없이 온라인으로 출정식을 진행하겠다는 신선한 역발상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정용 감독과 김민균, 김동권, 이상민이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시즌 포부와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치어리더들도 가세해 응원가를 부르는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1시간 30여 분의 방송 시간을 알차게 채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젊은 팬들 사이에서 호응도가 높았다. 이들은 26일로 예정됐던 K리그 미디어데이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자 "서울 이랜드를 본받아라, 온라인으로라도 미디어데이를 진행하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SNS나 구단 자체 방송 등을 통해 팬들과 다양한 접촉 루트를 만들어가던 구단들은 코로나19를 기회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지훈련 기간 동안 팬들의 방문을 막아야 했던 구단들은 SNS를 통해 선수들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 온라인으로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왔다. 출정식 행사를 취소한 전북 현대도 구단 SNS를 통해 신입 및 신인 선수 TMI 인터뷰 영상 등을 공개하며 소통에 힘쓰는 모습이다. 포항 스틸러스 역시 지난 시즌 많은 호평을 받았던 구단 유튜브 채널을 '포항항TV'로 개편하고, 기존 채널을 서브 채널로 변경하는 등 온라인을 통한 팬들과 스킨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개막이 연기되면서 갈증에 시달리는 축구팬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진행 중이던 행사가 모두 중단되어버린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26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결과를 개표 중계 방송으로 변경했다. 반장선거 이벤트에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이번 개표 중계 방송에도 많은 팬들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한편 이번 반장선거에선 수원삼성의 마스코트인 '아길레온'이 총 17,576표를 얻어 반장에 선출됐다. 이어서 대구의 '리카'가 총 16,086표, 인천의 '유티'가 4,693표를 받아 2, 3위를 차지해 부반장 자리에 올랐다. 무관중 경기로 리그를 진행하는 종목들도 온라인을 활로로 삼고 있다. 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KB스타즈와 부산 BNK 썸은 '편파중계'를 대안으로 내놨다. KB는 26일 BNK와 홈 경기부터 편파중계를 시작, 치어리더 팀과 함께 응원전을 진행하기로 했고 BNK 역시 구단 공식 방송국을 개국, KB전에서 편파중계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대면 이벤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듣고, 팬들에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프로스포츠의 또다른 발전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2.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