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은 좀 어떠냐'는 질문에 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K리그 개막이 연기된 지 어느덧 3주가 넘었고 그 기간 동안 다른 종목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 소식이 이어졌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 중인 건, 기약 없는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K리그1·2 22개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때문에 동계 전지훈련 일정이 꼬인 팀도 있고,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었지만 미뤄진 일정 때문에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할 수 있는 게 훈련 뿐이다보니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다. 특히 고향을 떠나 멀리 타국에 나와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창 시즌을 치르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된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중도 이탈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K리그엔 특별히 이탈자가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휴가를 떠났던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도 무사히 복귀했고, 훈련에 참가하면서도 큰 불안감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중심에 있었던 대구 FC와 포항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던 무렵, 신천지교회 '슈퍼 전파자'로 인해 폭발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확산자가 늘어나면서 가장 먼저 개막전 경기 일정이 취소됐던 팀이 대구와 포항이다. 그러나 K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데얀(39)을 비롯해 세징야(31) 에드가(33) 등 한국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은 대구나, 관계자 말대로 지진을 먼저 겪어본 포항 모두 별다른 문제 없이 외국인 선수들과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는 마스크를 잘 끼고 방역 잘하면 괜찮지만, 지진의 경우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라며 "오히려 지진 때 외국인 선수들이 더 불안해했다. 지금은 괜찮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 말대로 각자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1588 라인'으로 불리는 일류첸코(30) 팔로셰비치(27) 등 포항에서 2년째를 맞이하는 선수들은 물론, FC안양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팔라시오스(27)나 K리그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브랜던 오닐(26)까지 모두 큰 동요 없이 시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올 시즌 포항의 핵심이 되어줘야 할 선수들이다. 한 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긴다면 시즌 구상에 차질이 올 수도 있었다. "포항 지진을 겪어봤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해 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고 웃으며 설명한 포항 관계자는 "가장 위험한 건 선수들에게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괜찮다'고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뉴스 등을 보내주며 '괜찮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선수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 때문에 포항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구단이 먼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항은 외국인 선수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통역을 통해 코로나19에 관한 뉴스와 확진자 소식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선수단 내에서 외부인과 접촉 없이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 가능성은 더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프로축구리그도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멈춰섰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유럽축구 5대리그가 모두 중단됐고 리그 일정을 강행한 브라질이나 호주, 멕시코 등도 선수들과 구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한 풀 꺾이기 전까지는, 세계 어느 축구장을 둘러봐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개막 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떠나는 건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건 선수들도 뉴스를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분위기도 형성되어가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외국인 선수인 호물로(25) 역시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확산을 통제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확산되지 않도록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국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