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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부엉이' 넘은 '청송' 임찬규 "폭발적이진 않지만…노송 김용수처럼" [IS 인터뷰]

LG 트윈스 임찬규(33)가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그는 "김용수 선배처럼 야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임찬규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개인 통산 222번째(현재 224경기) 선발 등판했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활약한 '부엉이' 정삼흠(221경기)을 넘고 LG 구단(MBC 청룡 시절 포함) 역대 개인 최다 선발 등판 기록을 세웠다. 임찬규는 "한 시즌에 15~20승(2023년 최다 14승)을 올리거나 폭발적인 시즌을 보낸 적이 없지만 꾸준하게 한 팀에서 던졌다는 방증"이라면서 기뻐했다. 그가 '엘린이(LG 트윈스+어린이 팬)' 출신이어서 더 의미 있는 기록이다. 임찬규는 2011년 LG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했다. 그해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21년 17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87을 올렸지만 고작 1승(8패)에 머물렀고, 염경엽 감독이 처음 부임한 2023년에는 불펜 투수로 시작해 선발진에 재진입했다. 임찬규는 "최근 10년 동안 선발진에 함께 했던 투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그 자리를 항상 지켜온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라며 "이처럼 많이 선발 등판한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 임찬규의 통산 성적은 342경기에서 83승 81패 8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39다. 팬들은 그런 임찬규를 향해 '청송'이라는 별명을 새롭게 붙여줬다. 개인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사실상 '잔류'를 정해놓고 협상에 임하는 등 15년 동안 LG 마운드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는 "LG 선발진에 늘 임찬규가 있었다고 (팬들의 머릿속에) 기억남았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임찬규는 '노송' 김용수를 향해 전진한다. 1985년 MBC 청룡에 입단해 2000년 LG에서 은퇴한 김용수는 구단 개인 역대 최다 126승 기록을 갖고 있다. LG 소속으로는 99승을 올렸다. 임찬규가 지금처럼 활약한다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기록이다. 이에 앞서 김용수가 갖고 있는 구단 역대 개인 최다 탈삼진(1145, 임찬규 1078개) 경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임찬규는 "김용수 선배님 별명이 노송이지 않나. 선배님처럼 (LG에서 오래) 야구를 하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임찬규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노린다. 국내 투수 중에 KT 위즈 소형준(2.72)에 이어 두 번째로 평균자책점(2.90)이 낮다. 개인 첫 150이닝 투구도 유력하다. 다만 5월 27일 한화 이글스전을 끝으로 8경기째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8월 말(27일)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을 거쳐 올해 4월 중순(16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개인 10연승을 거둔 적도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8월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개인 통산 225번째 선발 등판한다. 임찬규는 "서울에서 태어나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보던 아이가 LG에 입단했다. 처음부터 FA 계약까지 단지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운명적이지 않나"라면서 "은퇴 후에도 LG와 인연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바랐다. 이형석 기자 2025.08.01 12:25
프로야구

'7승 ERA 1.99' 개인 타이틀 없는 토종 넘버원 "상 욕심 전혀 없어요" [IS 인터뷰]

'느리지만 강한' LG 트윈스 임찬규(33)가 KBO리그 국내 선발 투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임찬규는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임찬규는 올 시즌 9경기에 등판, 7승 1패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 중이다. 15일 기준으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8승)에 이어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7승)와 함께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2위)과 투구 이닝(3위·58⅔이닝)은 국내 투수 중 가장 낮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7회로 공동 2위이자 국내 투수 중 가장 많다. 프로 15년 차 임찬규의 데뷔 후 가장 좋은 페이스다. 3월 2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올렸고, 지난달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역대 10번째 한 이닝 3구 삼진 3개의 진기록을 작성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개인 타이틀을 넘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개인 최고 순위는 2023년 다승 공동 3위(14승·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20승)였다. 임찬규에게 개인 첫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묻자 "지금까지 타이틀이 없었다면 그냥 평생 갖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물론 타이틀을 획득하면 좋다. 누가 영광의 순간을 거부하겠는가"라면서도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전혀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내 야구 인생의 모토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올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3년보다 지난해 조금 더 발전을 이뤘다. 또 2024년보다 올해 조금 더 발전해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속도나 화려함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의 야구 인생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2011년 LG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해 첫해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지만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11승을 올린 뒤 이듬해 3승에 그쳤고, 2020년 10승을 달성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로 스피드가 떨어져도, 제구력과 영리한 운영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유형이다. 그가 추구하는 선수로서 목표 역시 타이틀을 획득보단 꾸준함과 성장 등 투구 유형과 똑 닮았다. 그는 "내년 이맘때 2025년을 돌아보며 '올해 내가 더 성장했구나'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임찬규는 현재 82승 79패를 기록, LG 투수 역대 다승 4위에 올라왔다. 임찬규가 18승을 더 추가하면, LG 유니폼을 입고 순수 100승을 올린 첫 번째 선수가 된다. 앞서 김용수(통산 126승) 정삼흠(106승)이 100승을 넘겼지만, 전신 MBC 청룡 시절 성적이 포함돼 있다. 역시나 임찬규는 "100승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왔구나' 정도로 여긴다"라며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 여기까지 온 게 기분이 좋은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석 기자 2025.05.16 13:43
메이저리그

'LG와 눈물의 작별 한 달 만에' 켈리 신시내티 빅리그 전격 콜업···6년 만의 복귀 앞둬

지난달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케이시 켈리(35)가 빅리그 로스터에 전격 포함됐다. 6년 만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운드 복귀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신시내티는 25일(한국시간) "켈리를 26인 로스터에 등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시내티는 켈리의 자리를 만들고자 우완 투수 앨런 부세니츠를 양도지명(DFA) 처리했다. 신시내티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에서 아버지 팻 켈리와 함께했던 켈리는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가장 최근 빅리그 등판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이던 2018년 9월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5이닝 6피안타 2실점)이 마지막이었다. 켈리는 불과 한 달 여 전까지 LG 소속이었다.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이기도 했다.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73승)이자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공동 4위(밴헤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LG 국내 선수를 모두 합쳐도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어 네 번째로 승리가 많다. 2022년 16승을 기록, LG 선수로는 신윤호 이후 21년 만의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20년 5월 10일부터 KBO리그 역대 최다인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이 부문 종전 1위였던 KIA 타이거즈 양현종의 47경기를 돌파한 후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포스트시즌(PS) 통산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굉장히 강했다. 역대 투수 중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준PO)-PO-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최초이자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다. 지난해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는 선발승을 챙겨 LG의 29년 만의 '우승의 한'을 풀어줬다. 그는 "가장 특별한 경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떠올렸다. 켈리는 올 시즌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다소 부진했다. 특히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4.7㎞/h에서 올해 142.5㎞/h로 크게 감소했다. 6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3.18로 좋았지만,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원하는 모습에 못 미쳤다. 결국 지난달 20일 고별전을 끝으로 LG를 떠났다. 일주일 동안 한국에 남았으나, 그를 원하는 다른 구단은 없었다. 켈리는 마지막까지 LG 선수들과 함께 뜨거운 정을 나눴다. 그러면서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하고 있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켈리는 아버지 팻 켈리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시내티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 합류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부자의 동행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켈리는 두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신시내티는 최근 헌터 그린과 앤드루 애보트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자 켈리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켈리의 빅리그 통산 성적은 26경기(선발 12경기)서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6이다. 이형석 기자 2024.08.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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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름 전 결정 뒤집었나" 켈리와 방출 결정까지 비하인드

LG 트윈스는 결국 케이시 켈리와 작별을 선택했다. 보름 전만 하더라도 2024시즌까지 동행을 계획했지만 며칠 사이 급격하게 교체 기류로 바뀌었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눈물의 고별전'을 치렀다.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선 경기였다. LG는 20일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자마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의 계약(총액 44만 달러·6억원)을 발표했다. LG가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린 시점은 5월 말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당시 "둘 중 한 명은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LG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승에 도전하는데, 5월 25일 기준으로 엔스와 켈리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5.43과 5.72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21~2위였으니 고민할 만했다. 차명석 LG 단장이 5월 말 외국인 투수 교체 점검 차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차명석 단장이 5월 말 출국했을 때 좋은 후보가 한 명 나왔다. 엄청나게 고민했다"면서 "켈리가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이 지난 후 좋아졌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동시에 또 (6년째 동행하는 만큼)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교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켈리와 엔스가 구단의 적극적인 움직임 이후 반전의 모습을 보인 부분도 교체를 주저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전반기 종료 후에도 차명석 단장과 올해 종료 때까지 켈리와 함께하자고 합의했다"고 털어놓았다. 켈리가 마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더그아웃 안팎에서 팀에 끼치는 영향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또한 구속과 회전력 회복도 기대했다. 그런데 일주일만의 등판이던 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고,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염 감독은 "전반기보다 세부 데이터가 더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하며 "이때 에르난데스가 시장에 나왔다. 그래서 차명석 단장이 급하게 출국했고 계약했다. 모든 게 급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켈리와 1년 6개월밖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인성, 야구에 대한 생각, 팀에 대한 헌신, 동료들과 관계 등 모든 것을 아울렀을 때 내가 본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했다.켈리는 구단 역대 외국인 통산 최다승(73승, 종전 헨리 소사 40승) 기록이 있다. LG 국내 선수를 모두 합쳐도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어 네 번째로 승리가 많다. 니퍼트(102승) 리오스(90승) 소사(77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공동 4위(밴헤켄)다. 2020년 5월 10일부터 KBO리그 역대 최다인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특히 포스트시즌(PS) 통산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강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준PO)-PO-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유일한 선수다. 지난해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는 선발승을 기록, LG가 29년 만의 '우승의 한'을 푸는 데 크게 공헌했다. 또한 2021년 아내가 미국에서 둘째(아들)를 낳을 때 출산 휴가를 포기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었던 9월 말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6년간 그와 함께한 LG 동료들은 최선을 다해 '에이스'를 예우했다. 20일 작별 행사 때 오지환과 박해민, 홍창기 등은 눈물을 글썽였다. 주장 김현수는 허리를 90도 숙여 켈리에게 인사했다. 염경엽 감독은 "교체 결정 후 이틀 동안 구단이 열심히 고별 행사를 준비했다. 구단도 선수도 최대한 예우했다"면서 "짧은 시간에 엄청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켈리를 잘 보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4.07.22 05:53
프로야구

"밴 헤켄이 2등, 내가 본 외국인 선수 중 켈리가 최고" 떠나보낸 염경엽도 인정[IS 잠실]

"(1998년 제도 도입 후) 내가 본 외국인 선수 중 최고였다."작별을 택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도 케이시 켈리의 인성과 태도를 최고로 인정했다. 염경엽 감독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앞서 "켈리는 (고별 행사를 통해) 잘 보내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눈물의 고별전'을 치렀다.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선 경기였다. LG는 케리를 대신해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의 계약(총액 44만 달러·6억원)을 발표했다.염 감독은 "켈리와 1년 6개월밖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인성, 야구에 대한 생각, 팀에 대한 헌신, 동료들과 관계 등 모든 것을 아울렀을 때 내가 본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했다. 구단 역대 외국인 통산 최다승(73승, 종전 헨리 소사 40승) 기록이 있다. LG 국내 선수를 모두 합쳐도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어 네 번째로 승리가 많다. 니퍼트(102승) 리오스(90승) 소사(77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공동 4위(밴헤켄)다. 2020년 5월 10일부터 KBO리그 역대 최다인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특히 포스트시즌(PS) 통산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강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준PO)-PO-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유일한 선수다. 지난해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는 선발승을 기록, LG가 29년 만의 '우승의 한'을 푸는 데 크게 공헌했다. 염 감독의 평가처럼 켈리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에 대한 충성도가 컸다. 2021년 아내가 미국에서 둘째(아들)를 낳을 때 출산 휴가를 포기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었던 9월 말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6년간 그와 함께한 LG 동료들은 최선을 다해 '에이스'를 예우했다. 20일 작별 행사 때 오지환과 박해민, 홍창기 등은 눈물을 글썽였다. 주장 김현수는 허리를 90도 숙여 켈리에게 인사했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 이전에 내가 최고로 생각한 외국인은 히어로즈에 오랫동안 함께한 밴 헤켄이었다"며 "켈리가 1등, 헤켄이 2등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켈리와 동행, 교체 시점에 관한 비하인드 이야기도 공개했다. 염경엽 감독은 "사실 차명석 단장이 5월 말 미국으로 출국했을 때 괜찮은 후보가 한 명 나왔다. 그러나 구단과의 인연, 향후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 교체를 포기했다"면서 "전반기를 마친 후에도 켈리와 계속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구속과 회전수가 더 떨어져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4.07.21 15:03
프로야구

굿바이 켈리, LG와 함께한 2069일···모두가 울었다

케이시 켈리(35)와 선수단, 그리고 팬들도 모두 울었다. LG와 함께한 2069일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별이 확정된 뒤 치른 고별전이었다. 그러나 LG가 6-0으로 앞선 3회 초 수비 때 우천으로 중단된 경기는 끝내 재개되지 못했다. 1시간이 넘는 중단에도 간절히 경기 재개를 바라던 켈리는 더그아웃 뒤편 복도에서 섀도우 피칭으로 등판 의지를 불태웠으나 LG에서의 마지막 투구는 아쉽게 마무리됐다. 켈리는 2018년 11월 21일 LG와 계약했다. 이후 5차례 재계약을 거쳐 지난 20일까지 LG와 총 2069일을 함께 했다. 역대 LG 외국인 선수 중 가자 오랜 기간 활약했다. 켈리가 LG와 KBO리그에 남긴 유산은 많다. 켈리는 구단 역대 외국인 통산 최다승(73승) 기록을 갖고 있다. 종전 헨리 소사가 LG 시절 거둔 40승을 훌쩍 넘겼다. 켈리는 니퍼트(102승) 리오스(90승) 소사(77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공동 4위(밴헤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LG 국내 선수를 모두 합쳐도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어 네 번째로 승리가 많다. 2022년 16승을 기록, LG 선수로는 신윤호 이후 21년 만의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20년 5월 10일부터 KBO리그 역대 최다인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이 부문 종전 1위였던 KIA 타이거즈 양현종의 47경기를 돌파한 후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포스트시즌(PS) 통산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08로 굉장히 강했다. 역대 투수 중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준PO)-PO-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최초이자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다. 지난해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는 선발승을 챙겨 LG의 29년 만의 '우승의 한'을 풀어줬다. 그는 "가장 특별한 경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떠올렸다. 켈리는 올 시즌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다소 부진했다. 특히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4.7㎞/h에서 올해 142.5㎞/h로 크게 감소했다. 6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3.18로 좋았지만, 우승에 도전하는 LG가 원하는 모습에 못 미쳤다. 우승을 놓고 다투는 KIA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6.30으로 안 좋았다. LG는 켈리와 작별을 결정한 후 지난 예우 차원에서 20일 두산전 선발 등판에 관한 선택권을 줬다. 켈리는 아내와 상의한 뒤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하겠다"며 등판을 결정했다. 그만큼 한국 사랑이 남달랐다. 한국 야구와 문화를 존중했다. 왼쪽 귀 뒤에 한글로 '켈리'라고 문신을 새겼다. 또한 워크에식도 뛰어났다. 아내가 미국에서 둘째(아들)를 낳을 때 출산 휴가를 포기했다. 9월 말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때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6년 간 동고동락하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기에 동료들도 작별을 아쉬워했다. 이날 고별 행사 때 오지환과 박해민, 홍창기 등이 눈물을 글썽였고 주장 김현수는 꽃다발을 전달하며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며 예우했다. 그는 "팀을 위해 많이 희생한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도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LG와는 작별하나 켈리의 야구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하고 있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4.07.21 09:36
야구

꿈꾸는 KIA, 왼손이 든든해

‘왼손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 야구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속설이다. 그만큼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가 긴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위권(9위)에 머물렀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왼손 투수 트로이카를 앞세워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17년 최우수선수(MVP) 양현종(34),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20)와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미국)이 그 주인공이다.KIA는 해태 시절부터 왼손 투수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윤석민 등 간판 투수 대부분이 우완이었다. 창단 이후 39년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한 번이라도 기록한 왼손 투수는 딱 3명이다. 신동수가 두 번(1991, 92년), 김정수가 한 번(93년) 10승을 넘겼다. 나머지 한 명이 양현종이다. 2007년 데뷔한 양현종은 무려 9차례나 10승 이상을 따냈다. 2014년부터는 7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면서 기록을 이어갔다.양현종은 지난해 미국으로 떠났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겠다는 일념으로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연봉 손해까지 감수했지만, 그의 도전은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12경기에 나와 3패에 그치면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어렵게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양현종은 일찌감치 KIA 복귀를 결정했다. 계약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지만, 결국 4년 총액 103억원(계약금 30억원, 연봉 25억원, 옵션 48억원)에 사인했다.양현종은 미국 진출 직전인 2020시즌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1위(2.29)에 오른 2019년과는 대조적이었다. 볼넷이 급격하게 증가(9이닝당 1.61개→3.34개)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양현종의 구위나 구속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미국에서 뛸 때도 평균 구속은 90마일(약 145㎞)이었다. 신임 김종국 KIA 감독은 “양현종이 합류하면서 국내 투수진이 안정됐다”고 밝혔다.양현종이 없는 사이 KIA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5년 이순철(외야수) 이후 무려 3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1차 지명 신인 이의리였다. 이의리는 지난해 1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발목 부상으로 시즌 후반엔 등판 횟수가 적었지만, 기록은 화려했다. 9이닝당 삼진(8.84개·10위), 피안타율(0.204·1위),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607·6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100이닝 이상 선발투수 기준)이었다.이의리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힘 있는 포심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조합이 위력적이다. 팔 스윙이 빨라 타자가 대처하기 힘들고, 회전수(최고 초당 2380회)도 높아 좀처럼 강한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을 갖췄다.요즘 서울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의리는 “발목은 이제 전혀 문제가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풀시즌을 소화하는 것이다. 이의리는 “안 다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현재 선발 보직이) 제 자리가 아닌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이의리는 양현종의 후계자로 꼽히지만, 정작 두 선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입단한 새내기 이의리는 아직 양현종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의리는 “모든 면에서 아직 배울 게 많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첫 시즌을 보낸 신인인데 현종 선배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며 “나란히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했다. 후배 투수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걸 좋아하는 양현종과의 만남이 이의리에겐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 마운드에 오른 모든 순간이 재밌었다”며 올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KIA의 마지막 왼손 비밀병기는 올 시즌 첫선을 보이는 외국인 투수 놀린이다. KIA는 그동안 외국인 왼손투수로 재미를 본 적이 없다. 2017년 팻 딘이 올린 9승이 최고기록이다. 그런데 놀린은 구단 좌완 외인 사상 첫 10승에 도전한다. 놀린은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10경기(5선발)에 나와 2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했다. 연봉은 90만 달러지만 이적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외국인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을 꽉 채웠다.권윤민 전력기획팀장은 “투수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계약한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는 불펜 경력이 많았다. 이에 비해 놀린은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한 데다 이닝 이터(많은 이닝 동안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 돋보였다. 제구력이 뛰어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권 팀장은 또 “퀵모션 속도를 조절하거나 팔 각도를 올리고 내리는 등 마운드 위에서 영리한 모습에 주목했다”며 “평균 구속이 시속 140㎞대 중반인데 MLB에선 빠른 편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 끝이 지저분해 많은 땅볼 유도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KIA는 지난해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이 8위(5.04)에 그쳤다. 올 시즌엔 왼손 투수 트리오와 우완 윌리엄스, 언더핸드 임기영이 선발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왼손 투수를 징검다리처럼 활용하면 좌-우-좌-우-좌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KBO리그에 기록될 좌완듀오는?한국인 중 왼손잡이 비율은 약 5% 정도다. 왼손 투수의 비율은 20% 정도다. 그러다 보니 리그를 뒤흔든 왼손 투수는 많았지만, 좌완 듀오를 보유한 팀은 많지 않았다. 2021시즌까지 두 명의 왼손 투수가 한 팀에서 동시에 10승 이상을 거둔 사례는 16차례뿐이다. 좌완 10승 트리오는 단 한 번도 없었다.프로 원년인 1982년엔 삼성의 왼손 투수 권영호와 이선희가 나란히 15승을 거두며 30승을 합작했다. 왼손 투수가 많았던 삼성은 이후에도 성준-김일융(1986년), 김태한-성준(1993년), 차우찬-장원삼(2010·13년) 등을 배출했다.1990년대 가장 인상적인 좌완 콤비는 1995년 LG 트윈스의 이상훈과 김기범이다. 그해 이상훈은 30경기에서 20승 5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이후 국내 투수 20승은 2017년 양현종이 나올 때까지 22년이나 걸렸다. 이상훈, 정삼흠에 이어 LG 3선발이었던 김기범은 26경기에서 13승 7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10승 투수는 한 명이지만 '레전드 좌완' 3명이 함께 뛴 팀도 있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다. 그해 입단한 신인 류현진은 18승을 거두며 MVP와 신인왕을 싹쓸이했다. 마무리 구대성은 개인 최다인 37세이브를 챙겼다. 당시 만 41세였던 송진우는 그해 8승(8패)을 추가하며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좌완 원투펀치는 2015년 넥센에서 뛴 앤디 밴헤켄(미국)과 라이언 피어밴드(미국)였다. 밴헤켄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절묘한 포크볼을 앞세워 20승을 거뒀다. 피어밴드 역시 위력적인 공은 아니지만, 좋은 제구력 덕분에 13승을 올렸다.가장 꾸준했던 사우스포 조합은 두산 베어스 장원준-유희관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 선수는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이 기간 두산은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 나가 두 번 우승했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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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LG 신바람 야구, '응답하라 1994'

2016년 프로야구 가을 축제의 주인공은 LG 트윈스다. 아직까진 그렇다. 그들에게는 스토리가 있다. 또한 두 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극적인 결말을 보여 줬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넥센을 5-4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거두며 NC가 기다리고 있는 PO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 2위 NC의 전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NC는 LG가 2년 전 준PO에서 3승1패로 누른 팀이기도 하다. 승리가 이어지면서 올해 서울 LG 팬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론 짙은 향수도 자아낸다. 많은 팬들은 1990년 LG 전성기 때의 '신바람 야구'가 돌아왔다고 느낀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준PO 미디어데이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치르며 형성된 상승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팀이 기세를 타고 있다는 뜻. 이 기세는 준PO에서도 이어졌다. 젊은 선수들은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듯 했다. 감독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은 넥센은 기세가 이어지다가 끊기곤 했다. 준PO 최종전이 된 17일 4차전을 앞두고 여러 LG 선수들 입에선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베테랑도 그랬다. 외야수 박용택과 투수 이동현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다. 박용택은 "정규 시즌 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다.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 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동현도 "기세 면에선 2002년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거듭되면서 선수단은 더 단단해졌다. 몇 년 전까진 선·후배 사이에 벽이 느껴지던 팀이었다. WC 1차전에서 유격수 오지환이 실책 두 개를 저질렀다. LG는 2-4로 졌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준PO에선 공수에서 펄펄 날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첫 경기 실수에 주눅 들지 않았다. 오지환은 시리즈가 끝나고 "실책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경기를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즐기며 했다" 며 "경기를 즐기려고 하니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포수 유강남은 준PO 2차전까지 선발로 출장한 두 경기에서 팀이 모두 패했다. 의기소침해질 수 있었다. 선발포수 자리를 나누고 있는 선배 정상호가 강조했던 말이 도움이 됐다. 바로 ' 평정심'이다. 유강남은 시리즈 분수령이 된 준PO 3차전에서 데이비드 허프와 환상적인 호흡을 이뤘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까지 때려 냈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94년에 이동현은 11살 꼬마였다. 하지만 당시 LG가 어떤 팀이었는지는 알고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감정이입 했다. 이동현은 "1994년엔 신인 3총사와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며 " 올가을엔 1994년과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생각이 ' 설레발' 로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94년 LG는 1루수 서용빈, 유격수 유지현, 외야수 김재현이 맹활약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간판타자 김상훈을 내주고 해태에서 영입한 한대화는 고비마다 타점을 만들며 '해결사' 로 명성을 날렸다. 마운드에선 베테랑 김용수· 정삼흠·김태원과 2년차 에이스 이상훈, 신인 인현배가 조화를 이뤘다. '자율 야구' 로 명명된 이광환 감독의 리더십은 주목을 받았고, 신구 조화 속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에 성공했다. 올해 LG는 정규 시즌 5할 승률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양상문 감독은 뚝심 있게 리빌딩 정책을 밀어붙이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얻었다. 매 경기 호쾌한 타격을 보여 준 건 아니지만, 실책과 부진을 만회하는 '반전 용사'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LG 팬들은 분명 '신바람'이 났다. PO 진출을 확정한 뒤 LG 선수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바람 나는 가을 야구는 계속됩니다". 안희수 기자 2016.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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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에게 PS란?' LG 레전드 김동수가 말한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중요성은 포스트시즌에 더 커진다. 잘못 낸 사인 하나에 경기 흐름이 달라지기 일쑤다. 평소 투수들과 무리 없이 호흡을 맞추던 포수도 지나치게 긴장하고 집중하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정규 시즌보다 투구 인터벌이 길어진다는 건 그 방증이다. LG에는 그 어려운 일을 신인 때 해낸 포수 출신 레전드가 한 명 있다. 심지어 그해 팀의 한국시리즈 전 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다. 김동수(48) 2군 감독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15년 만에 친정팀 LG로 돌아왔다. MBC 청룡을 인수한 뒤 LG의 한국시리즈 2회(1990·1994년) 우승 때 주전 포수였다. 특히 1990년에는 정규 시즌 최종 OB전에서 끝내기 솔로홈런을 터트려 LG의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한 주인공이었다. 신인 포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스크를 썼고,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1994년에는 이상훈(18승)·김태원(16승)· 정삼흠(15승)·김용수(30세이브) 등 쟁쟁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을 다시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이 마스크를 썼던 두 번의 한국시리즈서 LG는 모두 4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정작 김 감독은 그때 일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벌써 26년 전이다. 두 번 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4전 전승으로 우승하고 기뻐했던 기억만 난다" 며 "지금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 아닌가. TV에서 가끔 자료 화면이 나오면 '아, 그때 저랬구나' 하고 추억에 잠긴다"고 했다. 마흔한 살까지 선수로 뛰었지만, 벌써 지도자로 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LG 1군이 잠실구장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 김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에 있다. 유망주 선수들을 이끌며 미야자키 교육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그래도 LG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챙겨 본다. "포수 유강남이 홈런 치는 장면을 보고 여기서도 박수를 쳤다"고 했다. 유강남은 26년 전 김 감독처럼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를 처음 밟았다. 포수들은 이럴 때 어떤 마음일까. 김 감독은 "일단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을 많이 뛰어 봤지만, 페넌트레이스와는 많은 게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긴장 때문에 사인을 생각과 다르게 낼 수도 있고, 블로킹이나 2루 송구도 생각처럼 잘 안 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결국은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김 감독은 " 유강남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해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며 "일단 경기의 호흡을 제대로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계속 하다 보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얼마나 평상심을 잘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경험의 중요성은 유강남과 번갈아 가며 마스크를 썼던 정상호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제는 베테랑 포수인 정상호를 신인 때부터 봤다. "2001년 12월 삼성에서 SK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정상호는 신인 선수였다. 그때는 어린 포수였지만, 지금 경기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이어 가거나 끊을 수 있고,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와 대화하거나 볼 배합 하는 것도 이전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실수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김 감독도 그런 경험이 있다. "벤치에서 사인을 냈는데 그걸 내가 투수에게 잘못 전달했다. 안타를 맞았다. 이때 주자를 홈에서 태그 아웃시켰는데도, 더그아웃에 돌아오니 '왜 그랬느냐'고 혼났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그런 실수나 결정적인 한 방은 아무래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남들에게도 낙인이 찍힌다. 그래서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은 선수에게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의 플레이 하나로 오랫동안 비난받거나, 반대로 찬사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포수의 긴장감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높아진다고 한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가 다르고, 플레이오프는 한국시리즈와 또 다를 것이다. 어차피 긴장을 안 할 수는 없다" 며 "투수들이 어떤 공을 원하는지만 파악해도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포수가 생각할 것은 오직 하나라고 했다. "팀에 도움이 되려는 생각 하나만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다" "어떻게든 살아 나가려고 해야 하고,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포수뿐 아니라 모든 포지션에 다 해당되는 얘기다. 배영은 기자 2016.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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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우승은 '역사'와 함께 했다

2016년 두산에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두산은 지난 22일 잠실 kt전에서 9-2로 승리하면서 2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올 시즌 90번째 승리였다. 아홉수도 없었다. 9연승으로 단숨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른 9개 구단이 전승을 해도 따라올 수 없는 위치로 올라섰다.역사와 함께 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은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더불어 단일 리그 최초로 90승을 올린 팀으로 기록됐다.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난 덕을 봤지만, 지난해 삼성은 같은 경기수에서 88승을 했다. 올해 두산은 아직 6경기를 더 남겨뒀다.심지어 우승을 확정하던 경기에서 선발 장원준이 시즌 15승 고지를 밟았다. 이미 더스틴 니퍼트(21승), 마이클 보우덴(17승), 유희관(15승)이 15승에 안착했던 두산이다. 역대 최초로 한 시즌 15승 투수 4명을 배출한 팀이 됐다.이전까지는 1982년 삼성(권영호·황규봉·이선희 각각 15승), 1994년 LG(이상훈 18승·김태원 16승·정삼흠 15승), 2000년 현대(김수경·임선동·정민태 각각 18승)가 15승 투수 3명씩을 배출한 게 최다였다. 1~4선발이 모두 15승을 이룬 팀은 두산밖에 없었다. 또 니퍼트와 보우덴이 합작한 38승은 2007년 두산이 보유했던 역대 외국인 투수 듀오 최다승(다니엘 리오스 22승·맷 랜들 12승)도 뛰어넘은 기록이었다.한국시리즈 우승 확률도 높아졌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정규시즌은 3위로 마쳤다. 올해는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첫 통합 우승까지 꿈꾼다. 그동안 단일 리그 체제에서 정규 시즌에 우승한 팀은 총 25번의 한국시리즈에서 21번 우승했다. 확률은 84%였다.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바로 지난해, 다른 어느 팀도 아닌 두산이 나머지 16%의 확률 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올해 두산의 전력은 막강하다. 확실히 우승에 가까워졌다.일찌감치 1위를 결정해 장점도 많아졌다.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주전 선수들이 휴식 시간을 번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두산은 경찰야구단에서 전역한 홍상삼과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이용찬, 이원석이 팀에 합류하면서 큰 동력을 얻었다. 다만 1군 경기는 선수들 전체의 경기력이나 경기의 긴장도 자체가 2군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먼저 돌아온 홍상삼이 성공적으로 두산 불펜에 힘을 보태면서 검증을 마쳤다. 이용찬과 이원석도 남은 경기에서 승패에 관계 없이 더 마음 편히 경기 감각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이제 두산은 완벽했던 시즌의 완벽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2000년 현대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승(91승) 기록 경신에 2승만을 남겨뒀다. 당시 현대는 133경기 체제에서 91승 2무 40패(승률 0.695)를 달성했다. 두산은 경기수가 11경기 더 늘어나면서 그 기록을 갈아 치울 기회를 잡았다. 27~28일 한화와의 대전 2연전과 29일 넥센과의 잠실 홈경기가 D-데이가 될 수 있다. 배영은 기자 2016.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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