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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개와 감정선… ‘서울의 봄’·‘고려 거란 전쟁’의 성공방정식 [줌인]

기존의 역사물과 다르다. 흥행 속도 뿐 아니라 극의 전개까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과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기존의 역사물과 다른 신선함으로 MZ 세대를 끌어들이며 최근 연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반란을 소재로 했고 ‘고려 거란 전쟁’은 고려가 거란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뒀던 여요전쟁이 배경이다. ‘서울의 봄’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개봉 27일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10일 방송한 10회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17일 방송된 12회도 9.6%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흔히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데다 전개과정 역시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의 봄’과 ‘고려 거란 전쟁’이 MZ세대의 흥미를 돋운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철저한 고증 바탕으로 인물 감정선 살렸다‘고려 거란 전쟁’의 연출을 맡은 전우성 PD는 철저한 고증을 위해 고려사에 정통한 학자들에게 의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와 호흡을 맞추며 전장의 디테일과 구성을 충실히 담았다. 여기에 의복, 전쟁 무기, 전투 전략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재현해내며 고려사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이게 다가 아니다. ‘고려 거란 전쟁’은 실감나는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전투 장면만이 아닌 병사들의 절박한 감정선을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방송 초기 한 고양이가 절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이 꽤 오래 소개됐는데, 고양이 관련 밈이 쏟아지는 SNS 공간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동물 밈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를 받는 MZ 세대의 니즈를 잘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12.12 군사반란을 다루면서도 그 사건 속에 있던 인물들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전두광(황정민)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 것도, 이태신(정우성)을 보고 눈물이 나는 것도 모두 영화가 캐릭터를 충실히 그려낸 덕이라는 평가다.◇빠른 전개와 강력한 대립 구조방대한 역사를 담는 대하 사극은 50~100회가 기본이며 KBS1 ‘태조 왕건’은 200회가 방송됐다. 반면 ‘고려 거란 전쟁’은 32부작으로 제작한다. 스케일은 키우고 전개는 빠르게 진행해 대하 사극도 유연하게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5회 만에 왕이 죽고 새 왕이 즉위하면서 전쟁도 발발하는 등 속도감 있는 전개는 생동감을 더했다.또한 ‘고려 거란 전쟁’은 여요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을 비롯해 인물들의 대립 관계를 짜임새 있게 그려냈다. 하루아침에 왕위에 올라 재상들에게 무시당하는 현종(김동준)은 자신을 허수아비 황제로 전락시키려는 강조(이원종)와 정치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거란과의 전쟁을 둘러싼 강감찬(최수종)과 강조의 일촉즉발 신경전도 이목을 사로잡았다.‘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 9시간을 약 140분의 러닝타임에 압축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긴박하게 보여주면서도 인물들의 개성, 관계성은 놓치지 않으며 “긴 러닝타임을 순삭한다”는 평을 받았다.‘서울의 봄’은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과 서울을 지키려는 진압군의 팽팽한 대립을 그렸다. 특히 권력을 탐하며 이태신을 견제하는 전두광과 서울에 먼저 부대를 진입시키기 위한 양 측의 분초를 다투는 전략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배우들의 호연‘고려 거란 전쟁’은 최수종의 10년만 사극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왕 전문 배우’로 사랑받아온 최수종은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승리에 미친 광기를 가진 강감찬 역을 맡아 사극 대가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점차 현명한 황제로 거듭나는 현종 역의 김동준, 단순한 반역자라고 보기 어려운 강조 역의 이원종, 냉혹한 전쟁터에 던져진 장군 양규 역의 지승현 등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서울의 봄’은 반란군을 이끄는 전두광 역의 황정민, 진압군의 중심에 서 있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을 비롯해 조연들의 호연이 관객의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이마 주름까지 짜증난다”는 평을 받은 황정민의 호연에 화를 참지 못한 관객이 극장에 설치된 전두광 포스터에 주먹을 날려 구멍이 뚫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무대인사를 도는 중 반란군을 연기한 배우들이 관객에게 감사 인사와 사과를 동시에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며 “‘고려 거란 전쟁’ 속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전쟁은 공격을 버텨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게 삶의 비전을 성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우리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재미있게 보여준 게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루지만, 그 순간 많은 인물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긴박하게 그려낸다.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이 10년,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내포한 메시지가 통한 부분이 있다. 그걸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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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로잡은 ‘서울의 봄’ 천만 초읽기 [줌인] ①

“우리 오빠 몸에서 나가. 이 사악한 귀신아.” 배우 황정민의 MZ팬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남긴 후기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MZ세대의 ‘서울의 봄’ 관람 후기 중 하나다. 12.12 군사반란을 실제로 겪지 않은 MZ세대가 영화의 인기를 전면에서 견인하고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아수라’ 김성수 감독이 7년만에 황정민, 정우성과 다시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개봉 20일만인 11일 누적관객수 700만명을 넘을 만큼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오는 16일 800만명을 넘어서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천만 고지에 오를 전망이다.군사반란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 반란군을 진압하려 애썼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 등 출연배우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이들을 비롯한 ‘서울의 봄’ 측은 영화가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했지만, 12.12 44년을 맞은 올해 12월 12일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그저 여느 때처럼 무대인사를 진행할 뿐이다. 700만명을 넘어선 11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정해인, 박훈 등이 무대인사를 진행했고, 12일에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13일에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서울의 봄’ 측의 이런 영화만을 위한 묵묵한 진심이 당시를 경험하지 못했던 MZ세대들을 사로잡았다. 실제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 관객 중 20대가 25.1%, 30대가 29.8%로 2030세대가 전체 54.9%를 차지할 만큼 많이 관람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서울의 봄’은 특이하게 개봉 초반에는 여성 관객들이 전체 관객의 절반이 안될 정도로 남성 관객들이 많이 봤는데 점차 여성 관객이 늘어서 50%가 넘었다”면서 “MZ세대와 여성 관객이 입소문으로 뜨겁게 반응한 게 영화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가 이처럼 뜨겁게 반응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호연이다. 개봉 전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민머리가 관심을 모았다면 개봉 후에는 “황정민의 호연이 고통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황정민을 좋아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까지 좋아할 수 없는 팬들의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자연스레 “우리 오빠 몸에서 나가. 이 사악한 귀신아”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신 역의 정우성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 ‘서울의 봄’이 정우성 첫 천만영화가 될 것이라는 데 응원의 목소리가 많다. 이 같은 MZ세대 관객의 반응은 무대인사를 하는 배우들과의 티키타카로 더욱 화제를 사고 있다. 황정민은 무대인사마다 “일단 죄송하다”며 다짜고짜 머리를 숙여 웃음을 자아냈다.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과장 임학주 역의 이재윤, 국방부 장관 오국상 역의 김의성, 전두광의 비서실장 문일평 역의 박훈 등 영화 속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도 “여러모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MZ세대는 영화를 스크린 밖으로 끌고 왔다. ‘서울의 봄’에 대한 과몰입이 챌린지와 밈으로 이어졌다. 처음은 ‘심박수 챌린지’였다. 한 누리꾼이 ‘서울의 봄’을 보고 높아진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찍어 SNS에 올린 게 화제를 모으며 챌린지가 됐다. 욕을 하면서 영화를 보자는 ‘욕어롱’(욕+싱어롱) 상영회를 열어달라는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극장에 붙어있는 ‘서울의 봄’ 속 전두광 포스터가 관객의 주먹질에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 된 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서울의 봄’ 인기는 MZ세대들이 잘 몰랐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도 됐다. ‘서울의 봄’과 같은 시기를 그린 2005년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회자되고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26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 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6월 항쟁을 그린 ‘1987’ 등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을 계보로 만들어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난 뒤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실제 역사와 인물 등을 공부하고 다시 한번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를 즐기면서 역사도 배우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서울의 봄’ 인기는 영화 완성도가 빼어난 덕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흥행이 잘되는 이유는 언제나 매우 단순하다”며 “영화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의 봄’은 연출, 연기, 시나리오 등등이 좋고 기획과 소재가 지금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짚었다.‘서울의 봄’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디테일한 자막은 12.12 군사반란을 자세히 모르는 MZ세대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MZ세대에겐 빠른 전개와 높은 몰입감, 그리고 잘 몰랐던 시대를 알려주는 신선함이 작용했고, 그 시절을 버터낸 기성세대에겐 공감과 분노를 유발한 게 흥행의 요인이 됐다.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12.12 군사반란은 교과서에 두루뭉술하게 서술된 터라 MZ세대가 자세히 모르는 사건이기에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재미있고 긴박감 있게 잘 만들어졌다. 난관과 반전이 계속되는, 뒤의 사건을 예측할 수 없는 ‘서울의 봄’이 빠른 호흡을 즐기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MZ세대가 ‘서울의 봄’을 통해 나라, 정치 등이 개인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역사 인식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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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군 대갈통 다 뭉갤 것” 이태신의 명대사는 실제일까? ‘서울의 봄’ 진실 혹은 허구 ②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너희놈들 거기 그대로 있거라. 내가 전차를 몰고 가서 싹 깔아 죽일테니.”영화 ‘서울의 봄’ 대사냐고? 아니다.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난 고 장태완 장군이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있을 당시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에게 전화로 한 말이다.누적 관객 수 700만을 돌파, 겨울철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서울의 봄’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연일 화제다. 특히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이 하나회 멤버들에게 “야 이 새끼들아. 너희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탱크를 몰고 가서 네놈들 대갈통을 다 뭉개줄테니”라고 하는 게 명대사로 꼽히며 회자가 많이 됐는데, 이 장면은 실제에 가까웠던 셈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을 다룬다. 실제 약 9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141분의 러닝타임에 꽤 디테일 넘치게 담았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가 곧 스포’라는 말도 나올 정도지만 모든 내용이 다 실화인 것은 아니다. ‘서울의 봄’ 시나리오 초고는 전두환, 노태우, 최규하 등이 실명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영화 속에선 전두광, 노태건, 최한규 등 실존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지 않은 점만 봐도 그렇다. 영화 속 이야기 줄기는 실제 사건을 따라간다. 12.12 군사반란은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을 반란군이 납치하면서 시작됐는데, 영화 역시 이를 기폭제로 본다. 또 총성 소리를 들은 당시 국방부장관이 잠옷 바람으로 택시를 타고 도망쳤던 일, 반란군이 어떻게든 사태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최전방 군대까지 동원했던 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체포될 뻔했다가 무사히 풀려난 것 등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이 ‘서울의 봄’에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또 영화에서 전두광은 이태신을 비롯한 수도 방위를 책임진 군 고위 간부들을 요정으로 초대하는 척 한 뒤 그 사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납치하며 반란을 도모하는 것으로 묘사하는데, 이 역시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이태신의 모티브가 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수기에서 동료 장군 한 명과 서울 연희동의 한 고급 술집에 초대받아 술을 몇 잔 기울이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신군부에 의해 불법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수도경비사령부로 급히 달려갔다고 회고했다.이태신이 전두환 등 반란군이 있는 광화문 일대를 대포로 폭격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당시 포격도 고려했지만, 민간인들의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을 장태완 사령관이 받아들여 없었던 일이 됐다. 영화 속에서처럼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무산된 건 아니다. 영화 말미 전두광이 승리를 자축하며 ‘방랑시인 김삿갓’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실제 일어났던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을 성공으로 장식한 신군부 세력은 이듬해인 1980년 1월 23일 ‘위로 파티’라는 이름의 축하연을 열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실제 자신의 애창곡이었던 ‘방랑시인 김삿갓’을 불렀다. 다만 영화에서 이태신이 서울로 진입하려는 최전방 부대의 탱크를 행주대교에서 홀로 막은 것이나 반란군과 진압군이 광화문 앞에서 대치한 장면들은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이다. 이태신이 바리게이트를 직접 넘어가 전두광에게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극적 효과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다.‘서울의 봄’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각색 과정을 거쳐 영화적으로 가공된 것”이라며 “큰 틀에서 등장인물 이름이 실제와 다르며 일부 극적인 장면도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영화 속 전두광은 이야기했고, 실제 12.12 역시 반란군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들은 영원히 ‘군사반란’을 일으킨 주동자들로 역사에 남게 됐다. 1996년 진행된 재판에서 반란군을 지휘하며 대통령이란 지위에까지 올랐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반란수괴, 반란모의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 불법진퇴, 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 내란수괴, 내란모의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형을 받았다. 이 재판의 법정에서 증언을 한 장태완 사령관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바라보며 “한때는 함께 국방에 열심을 다하던 입장이었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모르겠소”라는 말을 남겼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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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실화+연출+연기 삼박자로 극장의 봄 만들다 [줌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이 얼어붙었던 극장의 봄을 만들 조짐이다. 27일 오후 1시 17분 기준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었다. 개봉 4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6일째 200만명을 넘어선 것. ‘서울의 봄’은 개봉 첫 주말까지 189만 2703명을 동원하며 11월 개봉 영화 각종 기록을 세웠다. 올여름 514만명을 동원한 영화 ‘밀수’ 개봉 주 누적 관객수(172만명)을 넘어선 기록이며, 올해 개봉작 중 ‘범죄도시3’ 이후 개봉 주 최고 스코어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내부자들’의 첫 주 관객수 160만명도 넘어 역대 11월 한국영화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완성도+자발적 입소문+바이럴 마케팅 삼박자‘서울의 봄’ 흥행 추이가 놀라운 건 뒷심이 개봉 첫 주말부터 붙었다는 점이다. ‘서울의 봄’은 개봉 첫날인 22일 20만 3813명, 23일 17만 9089명, 24일 27만 4612명, 25일 59만 4448명, 26일 62만 4868명이 찾았다. 통상적으로 일요일보다 토요일 관객이 더 많이 드는 데 비해 ‘서울의 봄’은 일요일 관객이 토요일 관객보다 3만여명 가량 더 많다. 이는 ‘서울의 봄’이 SNS 등을 통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로 여겨져 일요일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6일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서울의 봄’이 오를 만큼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상당하다. ‘서울의 봄’은 개봉 첫 주에 SNS와 커뮤니티에 각종 짤(짧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일컫는 말)과 밈이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 실관람평인 CGV에그지수도 99%를 유지 중이다. 최근 영화 흥행 공식으로 떠오른 관객의 자발적 입소문과 바이럴 마케팅이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영화 완성도와 관객의 자발적인 입소문, 바이럴 마케팅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강력한 실화+김성수 감독 연출+황정민 정우성 등 배우 호연 삼박자‘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군사반란과 이를 맞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그린 ‘남산의 부장들’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10여년 전부터 기획했던 프로젝트였다. ‘비트’ ‘아수라’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2년 전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아수라’로 김성수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정우성이 각각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프로 한 전두광 역과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연상시키는 이태신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주요 출연진에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등 특별출연진까지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보는 맛을 더한다. ‘서울의 봄’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관객에 강력한 서스펜스를 준다. 역사를 알기에, 어떤 결말이 올지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을 때로는 탄식하고 때로는 감탄하며 때로는 갈망하며 보게 만든다.특히 12.12 군사반란 당시 실제 있었던 일들,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반란군에 납치된 점, 국방부 장관이 총성이 나자 잠옷 바람으로 택시 타고 도망친 점, 반란군이 최전방에서 부대를 빼 온 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체포될 뻔 했다가 무사히 풀려난 점, 계엄사령부가 반란군에게 동시에 철수하자는 신사협정을 제안했지만 반란군이 이를 어기고 탱크를 몰고 들어온 점, 반란군을 막으려다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군인들이 있었다는 점 등등 역사적인 사실을 잘 모르던 관객들이 쉽게 몰입하도록 영화를 촘촘히 구성한 게 주효했다. 이 과정을 김성수 감독이 블랙코미디와 누아르적인 요소로 배치한 게 관객의 큰 공감을 사고 있다.전두광을 중심으로 하나회 반란군 집단과 이태신을 중심으로 한 진짜 군인들의 맞대결 또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다. 황정민이 하찮은 비범함으로 극을 이끈다면 정우성은 관객의 바람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극을 이끈다. 이 대결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 ◇‘서울의 봄’ 위기의 한국영화 희망11월은 수능 특수 외에는 특별한 흥행 호기가 없는 비수기로 꼽히는 시즌이다. ‘인터스텔라’와 ‘겨울왕국2’ 등이 11월에 개봉해 천만영화가 되긴 했지만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통상적으로 11월은 12월 성수기를 피해 장르성 짙은 영화, 멜로 영화, 예술 영화 등이 개봉하는 시기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요금이 3년 연속 오르면서 비수기와 성수기 구분이 딱히 없을 만큼 극장 관객이 줄었던 터. ‘서울의 봄’은 MZ관객들에겐 낯설게 보이는 근현대사 영화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극장가 비수기와 관객의 극장 외면, 상대적으로 낯선 소재 등 어려운 벽을 모두 뚫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의 봄’은 27일 중 200만명을 돌파하는데다 29일 극장요금이 할인되는 문화가 있는 날이라 더욱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세라면 이번 주말 300만명을 넘어서 4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제작비 233억원이 투입된 ‘서울의 봄’ 손익분기점은 대략 450~460만명 가량이다. 해외판매와 VOD 예상 수입 등을 고려하면 400만명 가량으로 더 낮아진다. ‘서울의 봄’ 흥행 추이는 올 개봉작 중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보다는 느리지만 711만명을 넘어선 ‘엘리멘탈’보다는 가파르다. 중장년층으로 관객이 더욱 확대될 경우 12월 중순까지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엘리멘탈’ 이상 관객을 모아 천만 영화를 정조준하게 될 듯 하다.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가 된다면, 정우성의 첫 천만 영화라는 기록도 세운다. ‘서울의 봄’은 위기론에 빠졌던 한국영화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결국은 잘 만든 한국영화에 관객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점을 다시 입증한 것. ‘서울의 봄’ 흥행은 오는 29일 개봉하는 이동욱 임수정 주연 ‘싱글 인 서울’, 그리고 12월20일 개봉하는 ‘노량:죽음의 바다’, 내년 1월 개봉하는 ‘외계+인’ 2부 등 한국영화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다시 오르는 효과를 주기 때문. 과연 ‘서울의 봄’이 정우성의 첫 천만영화가 될지, 위기의 한국영화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초겨울 극장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11.28 06:00
영화

[IS인터뷰] ‘서울의 봄’ 정우성 “누구에게나 이태신이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은 말했다. 정우성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기에 전두광(황정민) 패거리와 맞서는 이태신 역으로 그를 캐스팅한 것이라고.‘서울의 봄’ 개봉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모두의 마음 속에 전두광과 이태신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이태신이 아니며, 영화에서 이태신으로 상징되는 어떠한 인물의 특성이라는 건 사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전쟁이 일어났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하나회 멤버들을 규합해 군사반란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민주주의 질서가 바로 서리라 기대했던 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12.12 군사반란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군부독재 치하에 놓이게 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다.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이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압축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봤고, 그 긴박했던 하룻밤을 ‘서울의 봄’에 담았다.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끝까지 반란군을 진압하려 하며 전두광 일패와 대적한 인물이다.“이태신을 통해 어떤 의미가 전달되기를 원하지는 않았어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의미를 쫓는 캐릭터가 돼 버리니까요. 우리 모두에게는 전두광도 있을 수 있고 육군본부의 우유부단한 장군도 있을 수 있고 이태신처럼 자기 직무에 충실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자아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봐요. ‘서울의 봄’을 보고 이태신을 지지하게 되고 공감을 느끼신다면, 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안에서 어떤 일맥하는 감정을 발견하신 것 아닐까요.” 전두광과 이태신은 모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지만, 외적으로는 전두광 쪽이 더 많이 실존인물과 닮았다. 이태신은 전두광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실존인물과 외적으로는 차이가 다소 있다. 전두광이 불같다면 이태신은 고요한 바다같아서, 두 캐릭터가 맞붙었을 때 이태신의 진가가 더 잘 드러난다.“처음에는 감독님이 ‘불과 불의 대결’을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점점 ‘이건 불과 물의 싸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를 이태신에게 입히려고 했어요.”욕망에 사로잡힌 전두광은 끊임없이 ‘왜’ 자신은 될 수 없는지를 자문하고, ‘어떻게’하면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태신은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벌어진 사태를 인정하고 자신의 직무에 맞는 타당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정우성은 “이태신이 계속 답답하고 궁지에 몰린 심정을 갖게 되는데, 그것을 감정적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안으로 되새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한 사태 속에서도 끝까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이태신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상대역이었던 황정민에 대해선 “징글징글하다. 타죽을 뻔했다”는 말로 갈음했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이면서도 영화 안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덜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황정민을 끊임없이 관찰했다는 설명이다. 황정민이 자신에게 이태신을 본 것 같은 순간엔 의미심장한 기분도 느꼈다.“김성수 감독님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저를 비롯한 배우들을 잘 조율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나왔는데 ‘서울의 봄’의 세계관에서 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서울의 봄’은 배우들의 톤앤매너가 잘 어우러진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4 05:46
연예일반

그날 밤, 그 얼굴들…‘서울의 봄’ 황정민·정우성→안내상,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열전

‘서울의 봄’이 20인의 인물이 담긴 멀티 캐릭터 포스터와 영상을 공개했다.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공개된 멀티 캐릭터 포스터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부터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9사단장 노태건(박해준), 헌병감 김준엽(김성균)을 비롯해 1979년 12월 12일을 함께한 20인의 면면이 담겨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인물들의 표정은 권력에 눈이 먼 반란군과 사명감으로 이들을 막는 진압군이 치열하게 대립한 그날 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함께 공개된 캐릭터 영상은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향연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그날 밤의 중심에 있던 보안사령관, 수도경비사령관, 참모총장, 9사단장, 헌병감 5인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방장관, 8공수 여단장, 참모차장, 특전사령관 등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들은 ‘서울의 봄’이 보여줄 캐릭터 앙상블과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김성수 감독은 “짧은 등장에도 관객이 각각의 인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배우 인지도를 고려한 것은 물론 얼굴에 굴곡과 개성이 있는 배우들을 모아야 했다”며 어떤 영화보다 캐스팅에 공을 들였음을 밝혔다.이에 황정민을 필두로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의 탄탄한 주연진과 김의성, 정동환, 안내상, 박훈, 남윤호,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 등의 배우들이 총출동해 그날 밤 숨 가쁜 9시간의 퍼즐을 완성했다.한편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1.20 16:35
연예일반

‘서울의 봄’ 블랙코미디와 누아르로 그려낸 그날..셰익스피어 비극 같다 [IS리뷰]

역사는 사실에 후행한다. 그러니 역사는 일어난 사실을 뒷사람이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의인을 악인으로 둔갑시키는 것도, 군사반란을 구국의 결단으로 둔갑시키는 것도, 다 뒷사람의 몫이다. ‘서울의 봄’은 신군부가 탱크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그날을, 블랙 코미디가 더해진 누아르처럼 그렸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비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희극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안가에서 여대생과 같이 술을 먹다가 경호실장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된다. 군에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어 이끌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 돼 전면에 나선다.그런 전두환을 견제하기 위해 계엄사령관은 강직하기로 소문난 장태완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정승화 계엄사령관은, 군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정치군인을 경계한다. 하지만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하나회 멤버들은, 자신들을 견제하려는 수작이라며 반발한다. 마침내 전두환은 하나회 멤버들을 이끌고 계엄사령관을 납치하고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던 전방부대를 서울로 부른다. 짧았던 서울의 봄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서울의 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0.26 이후 신군부가 학살을 자행한 5.18까지, 짧았던 대한민국 민주주의 봄을 일컫는 말이다. 정작 영화 ‘서울의 봄’에는 서울의 봄이 없다. 다만 10.26과 5.18 사이, 서울의 봄을 봄으로 끝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인 12.12를 그린다. 한편의 블랙 코미디 누아르로.‘서울의 봄’은 사실을 다루지만,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살린 건 박정희 전 대통령 밖에 없다. 전두환은 전두광으로, 정승화는 정상호로, 장태완은 이태신으로,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서울의 봄’ 제작진 등 뒷사람이 그날의 사실을 담은 방법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날의 악몽이, 별을 어깨에 가득 달았지만 한심한 사람들의 무능의 결과물이라는 걸, 그럼에도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싸우려 애썼다는 걸, 얼음 속에 담긴 불처럼 묘사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전두환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처럼, 리처드 3세처럼 파멸이 예정돼 있는 역사에서 잠시 온 승리의 순간을 만끽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마지막에 깔깔깔 웃는다. 관객은 영화 속에선 그의 승리를 보지만, 영화 밖에선 그의 몰락을 기억한다. ‘서울의 봄’은 그날에 집중해 오히려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설 때 그날 이후를 되새기게 한다. 이 만듦새가 수려하다.‘서울의 봄’은 그날의 정치적 의미를 구태여 들이밀지 않는다. 그저 서울을 뺏고 지키려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몰아갈 뿐이다. 최전방을 지키는 군대를 빼서 서울로 진격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국방부장관이 총성이 나자 잠옷 바람으로 달아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반란 진압 명령은커녕 사후재가라며 소소한 저항을 한 것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누아르와 희극의 요소일 뿐이다. 그 담담한 시선이 외려 관객을 그날에 더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하나회를 전면에 부각시킨 건, 신의 한수다. 적군과 아군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그날의 혼란을 더 깊게 만들며 무엇보다 모든 원죄를 전두광 한 명의 탓으로 떠넘기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의 사진 한 장은, 그날의 승자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역사의 죄인을 기록한 머그샷이다. 뒷사람의 정의다.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은 매우 좋다. 그가 매진해왔던 연극 ‘리처드 3세’ 같다. 혹은 맥베스 같다. 황정민은 운명 위에서 춤추는 광대 같은 왕을 훌륭히 연기했다.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연출자의 페르소나다. 그러했길 바라는, 그래야만 하는, 그렇기에 관객을 동화시킬 수 있는, 그런 감독의 바람을 훌륭히 대변했다. 역사는 결코 양 축의 바퀴로 굴러가진 않지만, 영화 속에선 황정민과 정우성 두 축이 훌륭히 균형을 맞춘다. ‘서울의 봄’은 빛 사용이 매우 좋다. 타락한 오렌지 빛과 무능한 푸르른 빛과 희생하는 갈색 빛과 외롭고 고단한 형광등 빛이, 영화 속 감정을 대변한다. 엔딩에 흘러나오는 군가 ‘전선을 간다’는 군인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나를 쓸쓸히 읊조린다. ‘서울의 봄’은 뒷사람이 그려낸 역사의 한 토막이다. 비극이요, 희극이요, 누아르다. 그날의 기록을 이리 수려하게 재창조한 영화를, 편안히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만든 시절에 감사하다.11월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11.17 09:41
영화

‘서울의 봄’ 황정민 vs 정우성, 알고 봐도 긴장감 MAX 대결 ②

황정민 대 정우성. 전두광 대 이태신. 역사라는 스포를 알고 결말을 알고 봐도 손에 땀을 쥐게 된다.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의 명품 연기는 영화 ‘서울의 봄’의 러닝타임 141분을 긴장감으로 가득 채운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한국 대중영화 사상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9시간을 담아냈다. 황정민이 전두환 당시 보안사관령관을 연상시키는 전두광 역을, 정우성이 신군부 군사반란에 맞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연상시키는 이태신 역을 맡았다. 사건은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부터 시작된다. 합동수사본부장이 된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은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동원해 군사반란을 계획한다. 권력의 달콤함을 걸고 선후배 장군과 장교들을 회유하는 전두광. 고(故) 전두환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이 캐릭터는 끝 모를 야욕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로 그려진다. 특수분장으로 대머리까지 표현하며 실제 인물에 근접하게 다가간 황정민은 초반부터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으며 관객들을 끌어들인다.아무리 각오했다곤 하지만 하나회가 반란군으로 지목되고 사살 명령까지 받자 이들은 감정적으로 견디기 쉽지 않게 된다. 기대와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하나회를 일으켜 세우는 건 앞뒤 안 보고 돌진하는 전두광의 뚝심. 황정민은 날카로운 말투로 전두광의 신경질적인 면을 표현하는 한편 번뜩이는 눈빛으로 반란군의 마음을 흔드는 카리스마를 그려냈다. 전두광과 함께하는 반란군 팀의 주요 조력자로는 노태건(박해준)이 있다. 역시 실제로 고 전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였던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을 딴 인물. 박해준은 전두광의 폭주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면서도 끝내 친구의 손을 잡는 노태건을 연기, 뜨거운 황정민의 연기와 밸런스를 맞춘다.반란군을 진압하고자 하는 진압군의 중심엔 이태신 역의 정우성이 있다. 실존 인물인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실제로 장 사령관 역시 대머리였으나 정우성이 표현한 이태신은 반듯하고 다소 목석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비주얼부터 말투까지 모든 게 전두광과 반대라 대립감이 더욱 정교하게 살아난다. 충무로에는 전두환이 뜨면 정우성이 온다는 농담이 있다. 정우성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헌터’에서도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안기부에서 숨죽이고 있는 요원 김정도를 연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우성은 ‘서울의 봄’ 출연 제안을 받고 ‘헌트’와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염려했다고도 밝혔다. 정우성은 영화 ‘변호인’에도 출연하려 했으나 맡을 만한 역할이 없어서 하지 않은 대신 소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정우성은 그 인연으로 ‘변호인’ 양우석 감독의 후속작 ‘강철비’ 1,2편에 모두 출연했다. ‘헌트’에서 김정도가 숨죽이며 한방을 노리는 조용한 캐릭터로 나온다면, ‘서울의 봄’의 이태신은 최선의 판단을 위해 이성적으로 사고하면서도 윽박지를 땐 윽박지르며 심리전을 하는 능수능란한 전술가로 나온다. 여기에 끝까지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려는 육군 헌병감 김준엽(김성균)과 과감한 결단을 하지 못 하고 전전긍긍하는 현실적 캐릭터 특전사령관(정만식) 등이 진압 쪽에서 전쟁을 이끈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9시간. 과연 그 9시간 동안 서울에선 어떤 일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군부는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무너지고 말았는가. 그 모습을 황정민과 정우성이 어떻게 그려냈는가.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긴장감 넘치는 맞대결은 오는 22일부터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13 06:00
연예일반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서울의 봄’ 실제와 영화의 차이는? ③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봄’이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어 영화계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극장가를 달굴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황정민, 정우성이 극을 이끈다.‘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 황정민, 정우성이 지난 2016년 개봉한 ‘아수라’ 이후 다시 호흡을 맞췄다는 점 외에도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을 다룬 첫 대중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된 10.26 사태를 비롯해 민주화 열망이 들끓었던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 항쟁 등을 다룬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으로 꼽히는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없었기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짚었다. ◇‘서울의 봄’이란?‘서울의 봄’은 10.26 사태로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린 후 5.18 민주화운동이 신군부에 의해 짓밟히기 전까지 대한민국에 억눌려 있던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희망이 찾아왔던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이는 1968년 소련에 의해 막을 내리기 전 짧았던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를 일컫었던 ‘프라하의 봄’에 빗댄 말이다. 둘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터져나왔지만 짧은 기간 뒤에 탱크에 의해 안타깝게 끝을 맺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68년 1월 5일에서 8월 21일까지의 짧았던 ‘프라하의 봄’처럼 ‘서울의 봄’도 1979년 10월 26일에 시작돼 1980년 5월 17일에 막을 내렸다.영화 ‘서울의 봄’은 서울의 봄보다는 12.12 군사반란을 다뤘지만 12.12가 서울의 봄이, 봄으로 끝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인 만큼 제목으로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10.26부터 12.12 군사반란까지10.26 사태는 1979년 10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전가옥에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수하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비롯한 6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정권이 흔들리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불안감과 불만이 최측근에 의한 대통령 시해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현직 국가원수가 살해된 유일한 사건이다.12.12 군사반란은 10.26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2.12는 육군 내 불법 사조직인 하나회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제5공화국의 실질적인 시작이 되는 사건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고 보안사령부가 10.26 사태를 수사하는 주체가 되면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최규하 권한대행은 12월6일 통일주체국민회의 표결을 거쳐 제10대 대통령이 됐으나 일주일이 채 안돼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인 권력은 전두환의 신군부가 쥐게 됐다. ◇실제와 영화의 차이점은?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황정민)과 진압군을 지휘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정우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물들의 구체적 행적은 상업적인 틀 안에서 재창작됐다. 역사에서는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과 대립각을 이뤘다면, 영화에서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또한 12.12 군사반란은 당시 군대들이 동원됐던 큰 규모의 사건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이를 축약해 보여주는 대신 몇몇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인물들이 느끼는 딜레마 등 심리를 허구에 기반해 세밀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높인다.김성수 감독은 지난 9일 진행된 ‘서울의 봄’ 언론시사회에서 “양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는 실제로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재현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많은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을 전두광(전두환), 노태건(노태우), 최한규(최규하) 등으로 설정하며 실존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실명을 그대로 사용해도 됐지만 영화적으로 변형시킨 인물이라 이름을 바꾸자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성수 감독의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날의 9시간에 김성수 감독의 상상력,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서울의 봄’. 지금 관객들이 그날의 9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1.13 06:00
영화

[IS리뷰] ‘서울의 봄’ 지금까지 이런 근현대사 영화는 없었다 ①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정치 영화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만 정의하긴 아쉽다.‘서울의 봄’은 국내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다룬 대중영화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배우 황정민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을 맡아 진압군의 중심축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과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눈이 가는 건 김성수 감독의 연출이다. ‘아수라’를 연출했던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 9시간을 140여분의 러닝타임에 압축하면서도 인물들 간 관계성과 정치적 상황을 놓치지 않은 노련미를 발휘했다.12.12는 서울에서 단 9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후 대한민국 역사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수도인 서울을 누가 먹느냐의 싸움은 흡사 작은 전쟁이었다. ‘서울의 봄’은 바로 이 지점을 제대로 살렸다.‘서울의 봄’은 영화 초반부터 전두광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그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 멤버들과 당시 정권의 수호자인 진압군의 대립구도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두 파로 등장인물들을 나눈 뒤에는 각각의 인물의 시점을 돌아가며 보여줌으로써 긴박감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희망과 절망, 전략 등이 노출되며 마치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감상을 안긴다. ‘서울의 봄’은 수많은 병사들과 대규모 전투신이 없더라도 충분히 긴장감 있는 전쟁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러닝타임이 다소 길다는 게 잘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이 영화는 좋은 사운드를 보유한 상영관에서 보는 것이 좋다. 총성과 탱크 소리, 긴장감 있게 울리는 전화벨 등이 실감나게 구현돼 보다 손에 더 땀을 쥐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국민적 아픔이 큰 사건들이 많았던 한국의 근현대사. 그런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서 관련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서울의 봄’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토록 근현대사를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을 대라면 쉽게 입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공격하는 전두광과 막으려는 이태신. 수도 서울을 먹기 위한 9시간 동안의 전쟁을 다룬 ‘서울의 봄’은 컴팩트한 설계와 스피디한 연출로 이번 겨울 한국영화의 창대한 피날레를 노린다. 12세 관람가. 141분. 오는 22일 개봉.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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