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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규정이닝 선발 0명'+불펜 데이 4회...다저스 8번째 우승 만든 '명장' 로버츠

정규시즌 승률 1위. 하지만 약점 투성이였다. 데이브 로버츠(52) 감독이 그런 LA 다저스를 초인적인 인내심과 철저한 계산 끝에 정상에 세웠다.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WS) 5차전 7-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4승(1패)에 도착한 다저스는 팀 통산 8번째 우승을 완성했다.얼핏 보면 우승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98승을 기록, MLB 30개 구단 통틀어 승률 1위에 올랐다. 시즌 전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7억 달러(9668억원)에 영입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12년 3억 2500만 달러(4488억원)에 데려왔다. 스토브리그 최대어 2명을 독점한 데 그치지 않고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올스타급 선수들을 끝없이 수집했다. 선수 이름값만 놓고 보면 그 누가 감독이어도 우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로버츠 감독은 그동안 우승의 발목을 잡는 '범장'으로 여겨졌다. 2019년 클레이턴 커쇼를 불펜으로 쓰다 백투백 동점 홈런을 내주기도 했고, 2018년 투수 운용을 두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뛰어난 인품과 소통 능력으로 선수단의 전폭적 지지는 받았으나 좀처럼 단기전 호성적을 내지 못했다. 정규시즌은 팀 전력이 좋았기 때문이고, 그가 다저스의 우승을 막는다는 지적도 받았다.하지만 올 시즌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시즌 운용의 근간인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졌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온 잭 플래허티(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 포함 162이닝)를 제외하면 규정 이닝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즌 전 기대했던 글래스나우, 야마모토, 워커 뷸러, 바비 밀러 등이 모두 부진했다. 5선발이 정상적으로 돌아간 구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로버츠 감독과 다저스는 차근차근 조각을 맞추며 버텼다. 개빈 스톤 등 신인이 정착했다. 랜던 낵, 저스틴 로블레스키 등 조금 부족한 신인들도 어떻게든 이닝을 책임졌다. 요단 라미레즈, 나빌 크리스맷 등 선수들을 영입했다가 잠시 후 방출하더라도 이닝을 맡겼다. 덕분에 선발뿐 아니라 불펜 과부하도 막았다. 에반 필립스, 알렉스 베시아, 다니엘 허드슨, 블레이크 트레이넨 등 필승조 자원은 70이닝을 넘기지 않고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동안 뎁스(선수층)에 의존하는 야구는 한정된 로스터로 운영하는 포스트시즌에 통하지 않았다. 다저스도 고정된 선발 투수들이 필요했으나, 채우는 데 실패했다. 야마모토와 플래허티, 뷸러를 제외하면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발진 불안은 결국 포스트시즌 초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1승 2패로 출발하는 원인이 됐다.로버츠 감독은 기용의 묘와 원칙 있는 교체를 선보이며 이를 이겨냈다. NLDS 4차전에서 불펜 투수만 쓰는 불펜 데이로 무실점 완승을 거둔 로버츠 감독은 이어 5차전에선 야마모토를 5이닝만 맡기고 필승조를 동원하는 전술로 시리즈 역전승을 거뒀다. 좌우 타자 상대 성적에 맞는 교체는 물론 주자가 쌓이기 시작할 때 끊어주는 빠른 교체도 돋보였다. 아무리 불펜이 좋아도 연투 끝엔 지칠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7전제에 접어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부터는 과감하게 연투를 관리했다. 1차전 플래허티의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한 다저스는 2차전엔 초반 실점하자 필승조를 모두 거둬들였다. 그 결과 3~4차전을 승리했고, 3연전째인 5차전 때는 초반 실점하자 필승조를 모두 아꼈다. 그리고 그 결과 6차전에선 필승조를 모두 사용해 시리즈 마지막 승리를 수확했다.WS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뚝심은 이어졌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3연승을 달린 로버츠 감독은 4차전 다시 불펜 데이를 펼쳤다. 하지만 초반부터 실점이 이어졌다. 필승조 대신 롱릴리프나 추격조, 신인 선수들을 내자 점수가 벌어졌고, 로버츠 감독은 필승조를 모두 아끼고 승리를 내줬다.결국 그 뚝심이 31일 5차전에서 통했다. 다저스는 이날 선발 플래허티가 무너지면서 0-5로 출발했지만, 아껴둔 필승조가 모두 출격했다. 그 결과 플래허티가 내준 4점을 제외하면 남은 7과 3분의 2이닝 동안 단 2실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막았다.단 한 번만 교체가 엇나가도 무너질 수 있는 경기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뚝심과 과감함으로 이를 이겨냈다. 필승조들에게 가급적 한 이닝을 맡겼고, 주자가 2명 이상 쌓이면 다음 투수로 마운드를 바꿨다. 가장 위기에서 최근 흔들렸으나 3일 휴식한 마무리 트레이넨에게 2와 3분의 1이닝을 건넸다.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앤서니 리조 강타자가 버티던 8회 실점 위기 때도 그를 바꾸지 않았다. 이어 9회엔 하루 휴식했을 뿐인 선발 투수 워커 뷸러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대성공이었다. 뷸러는 직구 제구 난조에도 예리한 너클 커브로 탈삼진 2개를 솎아내고 팀의 기념비적인 우승을 완성했다.승리를 만든 건 상대 실책을 틈타 7점을 뽑은 타선이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이 한 달 동안 보여준 투수 운용이 없었다면, 다저스는 일찌감치 침몰할 수 있었다. 항상 투수 기용으로 비판받은 로버츠 감독이었지만, 이번 가을엔 그가 진정한 주인공이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0.31 16:08
배구

[IS 시선] 배구계 외국인 감독 홍수, 결과 아닌 성과 측정이 중요하다

한국 배구계는 최근 외국인 지도자들이 넘쳐난다. 지난달 7일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필립 블랑, 21일에는 KB손해보험이 미겔 리베라 감독과 계약했다. 대한배구협회(KVA)도 19일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이사나예 라미레스, 여자 대표팀은 페르난도 모랄레스를 각각 선임했다. V리그 남자부는 현재 기존 대한항공(토미 틸리카이넨) OK금융그룹(오기노 마사지) 포함 7개 팀 중 4팀이 외국인을 사령탑으로 두고 있다. 여자부는 흥국생명(마르첼로 아본단자) 한 팀이지만, 감독이 공석인 팀도 있어 외국인 지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선진 배구를 팀 상황에 맞게 접목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학연·지연 등 악습에 기인한 선수 기용을 지양하고 '제로베이스'에서 건전한 내부 경쟁을 이끄는 것이다. 지난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5위에 그쳤던 OK금융그룹은 올 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2위 우리카드를 꺾고 대한항공이 기다리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성적과 경기 내용 모두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 효과는 대체로 미미했다. 지난 시즌 여자부 정규리그 1위였던 흥국생명은 올 시즌 한 단계 내려앉았다. 26일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여전히 '김연경 원맨팀'이라는 시선을 지울 수 없다. 대한항공도 2016년 4월부터 4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박기원 전 감독이 만들어 놓은 뼈대를 두고 살을 붙인 느낌을 준다. 선수 존재감이 더 돋보인다. 소통 부재라는 약점은 여전했다.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선임한 아헨 킴은 개인 사유로 갑자기 팀을 떠났고, 후임 조 트린지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를 완주하지 못하고 지난달 말 경질됐다. 트린지 감독은 종종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달, 소속 선수였던 오지영이 후배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이 나오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코트 안에서도 헤맨 외국인 감독(트린지)이 '내무 생활' 관리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국가대표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전임 여자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소속팀 지도자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2년(2022·2023) 연속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12전 전패를 한 성적도 문제였지만,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빈틈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세자르 감독은 미디어와의 소통에서도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자주 했다. 강점보다 약점이 더 두드러진 결과에도 외국인 감독은 늘어났다. 프로팀은 최근 트렌드를 의식한 모양새다. '선진 배구 정착'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실패하도 변명거리가 있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국제대회나 해외 리그에서 성과를 낸 지도자들을 영입했으니, 구색은 갖춘 게 사실이다.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를 맞이한 한국 배구. 내실 있는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 선택이 얼마나 맞았는지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성적이 나아져도, 그게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 덕분인지, 냉정하게 가려야 한다. 이전 선수 구성과 어떻게 달라졌고, 로테이션 구성에 어떤 고민을 했고, 세계 배구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변화를 줬는지 말이다. 정량·정성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한국 배구를 떠난 몇몇 외국인 지도자들에게선 진정한 변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신임 대표팀 두 사령탑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다. 명확한 성과 측정을 통해 외국인 감독 선임의 진정한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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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체제 정착...'명가 재건' 노리는 삼성화재, 1라운드 돌풍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달라졌다. 삼성화재는 지난 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달 15일 치른 우리카드와의 개막 첫 경기 패전(1-3) 이후 4연승이다. 그사이 지난 시즌(2022~23)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우승팀 대한항공과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차례로 격파했다. 승점 11을 쌓은 삼성화재는 5전 전승을 거둔 우리카드(승점 14)에 이어 7개 구단 중 2위에 올라 있다. 삼성화재는 V리그 남자부 챔프전 최다 우승(8회)에 빛나는 배구 명가다. 하지만 최근 2017~18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른 뒤 5시즌 연속 봄배구(포스트시즌)를 하지 못하며 암흑기에 빠졌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다. 올 시즌 1라운드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김상우 감독 체제가 정착한 모양새다. 리듬감 있는 연계 플레이를 강조한 김 감독은 그동안 이름값보다 전술 수행 능력이 좋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며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측면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지양하고 중앙(속공·시간차 공격)을 활용하는 전술이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끌었다. 무엇보다 ‘패배 의식’에 빠진 선수들에게 승패 여부나 경기 양상에 상관없이 투지 있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선수단 전력도 탄탄해졌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 열린 KOVO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국내 선수만 뛴 대회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것. 특히 입단 2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박성진이 5경기에서 106득점을 올리며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대회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하기도 했다. V리그 개막 뒤엔 검증된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가세하며 공격력이 더 좋아졌다. 요스바니는 앞서 OK금융그룹·현대캐피탈·대한한공에서 뛰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시즌도 3일 기준으로 오픈 공격 성공률(58.90%) 1위를 기록하며 득점 부문 3위(136점)에 올라 있다. 요스바니와 박성진 덕분에 기존 국내 주포 김정호를 향한 상대 블로커들의 견재도 줄어들 수 있었다. 김정호는 5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1.58%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입단 10년 차’ 세터 노재욱의 재도약도 삼성화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2016~17시즌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을 만큼 빼어난 세터지만, 군 복무(사회복부요원)을 마치고 돌아온 뒤엔 폼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특유의 높고 빠른 토스로 좋은 손 감각을 보여주며 공격진의 힘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장을 맡아 책임감도 커졌다. 여기에 미들블로커(센터) 손태훈이 속공 성공률 부문 7위(60%) 블로킹 부문 8위(세트당 0.500개)에 오르며 네트 위 싸움에서 힘을 보탰다. 측면과 중앙 전력이 모두 좋아진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1라운드와 비교해 거의 모든 공격 지표 기록이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미래 준비도 순조롭다. 지난달 30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최대어였던 레프트 자원 이윤수(경기대)를 지명했다. 대한항공과의 트레이드로 얻은 지명권으로 1라운드 4순위 지명권을 행사, 센터 양수현까지 영입했다. 안희수 기자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3 07:30
프로야구

'최하위→2위' 마법 일으킨 이강철 감독, '3년 재계약' 깜짝 선물 받았다 [공식발표]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은 KT 위즈가 이강철 감독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다. KT는 11일 이강철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계약 기간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 이강철 감독은 2026년까지 KT 지휘봉을 잡는다. 2019년 처음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원 팀(One team)’ 문화를 정착 시키며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단기간에 강팀으로 성장시켰다.감독 첫 해인 2019시즌 5할 승률 달성한데 이어, 2020 시즌에는 정규시즌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21시즌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MVP 출신 최초 통합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이강철 감독은 2022시즌과 2023시즌,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 악재 속에서도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등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KT 구단은 "선수단은 이강철 감독의 지도 아래 하나로 뭉쳐 매 시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부상 등 어려운 시기에도 탁월한 리더십을 앞세워 극복했다”면서 “연고지인 수원 야구팬들에게 사랑 받는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이기에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이강철 감독은 “2019시즌부터 구단의 아낌 없는 지원과 선수단,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재계약을 해준 구단과 대표이사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강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단을 지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KT는 올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승패 마진도 -1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이호연, 쿠에바스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점차 반등하기 시작했고, 79승 62패 3무(승패 마진 +17) 승률 0.560의 성적으로 2위를 확정지으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윤승재 기자 2023.10.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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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부터 시작한 'NEW 롯데'

'새로운 롯데(New LOTTE)'가 2023시즌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롯데 선수단은 지난 주말 '깜짝 선물'을 안고 집에 돌아갔다. 구단이 헤어 스타일링 기기와 헤드셋(총 3800만원 상당) 중 한 가지를 고르도록 한 것이다. 발신인은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지에는 구단주의 사인까지 동봉했다. 선수와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A 관계자는 "선물 구성이나 구단주의 메시지, 사인까지 이전의 롯데에서 볼 수 없던 세심한 터치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경제위기 극복과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롯데'를 주문하고 천명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 운영에도 연결된다. 롯데는 8일 현재 15승 9패(승률 0.625)로 2위에 올라있다. 시즌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3949일 만에 선두에 오르기도 했고, 15년 만에 9연승을 달리면서 상승세를 탔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0월 롯데 야구단에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부채 비율 개선과 이자 비용 절감 등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당시 롯데는 "구단의 2023시즌 비상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라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오너(신동빈 회장)의 지원 의지와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롯데는 박세웅(최대 90억원), 유강남(80억원), 노진혁(50억원), 한현희(40억원) 등과 계약하는 데 총 260억원(계약기간 최대 5년)을 썼다. 올해 초 선전이 투자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가 야구단 투자에 인색한 구단은 아니었다. 7년 전에도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고, 최근 10년간 리그에서 FA 계약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 다만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연봉 총액 1위에 올랐음에도 투자 대비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10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은 딱 한 번에 그쳤다. A 관계자는 "과거 대대적인 투자를 해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야구단 지원에 나서는 등 구단주의 관심은 한결같다"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과 야구단의 '스킨십'이 확실히 늘어났다. 최근 2년 동안 서울 잠실과 부산 사직구장 등을 총 세 차례 방문했다. 이대호의 은퇴식에 참석해 영구 결번 반지를 수여했다. 지난해 1~2군 선수단에 스마트워치를 선물했고, 올해는 1군 선수단과 보조요원까지 챙겼다.2021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SSG 랜더스 구단주)의 등장과 맞물려 이목을 끈다. B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세심하면서도 묵묵하게 선수단을 지원하고 배려한다"고 소개했다. 롯데는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의 랜드마크 공간에 팬들을 초대해 새로운 유니폼과 VI(Visual Identity)를 공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광주 원정 경기에서 10연승에 도전한 지난 3일, 롯데는 홈 사직구장을 무료 개방해 전광판을 통한 응원전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이강훈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는 홍보 전문가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지주 근무 시절부터 계열사인 자이언츠를 오랫동안 담당해 야구단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 또한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깊어 선수단과 프런트의 사기진작을 잘 이끌어낸다는 평가다. 홍보, 마케팅 등에서 팬들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이다. 부임 4년 차 성민규 롯데 단장은 혹독한 연봉 다이어트를 거쳐 올해 선수단 구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상수, 안권수 등 7명의 방출생을 영입하면서까지 팀 전력 강화에 매달렸다. C 관계자는 "3년 간 스카우트와 육성, 기술(피칭랩 등 과학적 육성)에 투자했고, 정착할 시간과 기회를 줬다"며 "올해는 팀 성적을 올리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외국인 코치를 모두 돌려보내고, 국내 코치를 선임한 것도 일맥상통한다"고 귀띔했다. 오프시즌 롯데는 박흥식 수석 코치, 배영수 투수 코치, 최경철 배터리 코치를 영입했다. 계약 마지막 시즌의 래리 서튼 감독은 의사소통을 통해 코치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선발 1+1 작전과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 등이다. D 코치는 "봄데(봄에만 강한 롯데)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결국 5~6월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전했다. 롯데의 미래 투자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상무(승률 0.750)를 제치고, 롯데 퓨처스(2군)팀이 남부리그 1위 돌풍(승률 0.789)을 이어가고 있다. 구도 부산의 롯데 선수단은 6년 만의 가을 야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선수단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맙습니다. 후회 없이 던지고, 치고 또 달려주십시오.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2023.05.09 08:58
프로야구

"넌 어디까지 쳐봤니?" 타격 5위는 "1번 빼고 다"

올 시즌 데뷔 첫 규정타석을 달성한 LG 트윈스 문보경(22)은 어느 곳에 갖다 놓아도 잘한다. LG는 지난 2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승리, 선두 SSG 랜더스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2번 타자' 문보경이었다. 그는 0-0으로 맞선 5회 초 2사 2루에서 한화 김민우에게서 선제 1타점 2루타를 뽑았다. 문보경은 27~28일 이틀 연속 2번 타순에 배치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출루왕' 홍창기가 다소 주춤하자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다양한 타순을 테스트 중이다. 먼저 '2번 타자 문보경'을 기용했다. 류 감독은 "단기전에선 상대 투수와 타자 컨디션에 따라 타순이 바뀔 수 있다. 여러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의 출루율(0.387)이 팀 내 1위이자 KBO리그 전체 6위로 높아 가능한 선택이다. 문보경은 29일 KT 위즈전에는 6번 타순에 복귀했다. 타자 유형에 따라 타순이 달라지고, 개인이 선호하는 타순도 있기 마련이다. 타순별로 기대하는 역할도 다르다. 타순이 자주 바뀌면 타자가 혼란스럽다. 문보경은 올 시즌 1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에 한 차례 이상 선발 출전했다. 시즌 초반 채은성이 이탈하고, 오지환이 5번 타순에 정착하기 전인 4월에는 4번(28타석) 5번(38타석) 타순으로 주로 출전했다. 5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총 7일(4월 3~4일, 6~9일, 12일) 동안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5월 15일 KIA 타이거즈전에는 김현수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빠지자, 문보경은 3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군에 다녀온 뒤엔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됐다. 김현수-채은성-오지환을 잇는 6번 타자(149타석)로 가장 많이 나섰다. 하지만 문성주가 '장외 타격왕' 경쟁을 펼치고, 새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좋은 모습을 보일 땐 타순이 8번(72타석)~9번(19타석)까지 내려갔다. 7번 타자로는 두 번째로 많은 94타석에 들어섰다. 문보경은 프로 4년 차, 풀 타임 2년 차를 맞는 신예다. 지난해 5월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했다. 경험이 적은 만큼 타순이 바뀌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류지현 감독도 이 부분을 가장 경계해 문보경의 상위 타순 기용을 주저했다. 그러나 문보경은 타순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올 시즌 그의 타율은 29일 기준 0.322다. 타격왕 경쟁 중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박건우(NC 다이노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2000년 이후 출신 선수 중에선 타율이 가장 높다. 문보경은 "타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2번 타자로 나섰을 때도 2회에 타석에 들어서다 1회에 나간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타순이든 똑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보경의 성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주 포지션 3루 수비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또한 채은성이 다쳤을 때 1루수(선발 73타석)로도 출장했다. 류지현 감독은 "문보경은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다. 올해 공·수에서 많이 좋아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2.09.30 11:08
야구

현종·성범? 'J' 트리오에 달린 KIA 재도약

KIA 타이거즈의 재도약은 장현식(26), 전상현(25), 정해영(20) 'J(성씨 이니셜) 트리오'에 달려있다.KIA는 오랜 시간 뒷문이 불안했다. 2007~2008년 한기주(은퇴) 이후 '2년 연속' 20세이브 이상 기록한 마무리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국내 투수 중 적임자를 찾지 못해 외국인을 내세우기도 했다. 2013년 앤서니 르루, 2014년은 하이로 어센시오가 임무를 맡았다. 결과는 실패. 이후 윤석민·임창용(이상 은퇴)·김윤동·문경찬이 거쳐 갔지만, 2년 이상 자리를 지킨 투수조차 없었다.하지만 2021년 희망을 확인했다. 마무리 투수를 맡은 데뷔 2년 차 정해영이 34세이브, 셋업맨 장현식은 34홀드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6번째로 30세이브-30홀드(단일 시즌 기준) 듀오를 배출했다.정해영은 타이거즈 구단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맷 윌리엄스 전 KIA 감독은 "정해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평가했다. 강인한 멘털을 갖춰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아직 20대 초반인 만큼 근력과 제구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장현식은 타이거즈 창단 처음으로 홀드왕에 오른 투수가 됐다. 원래 선발 요원이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불펜에 정착했다. 시즌 중 연습 투구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쏟는 시간을 늘린 덕분에 근지구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다.정규시즌 막판에는 전상현까지 어깨 부상을 털고 가세했다. 2020년 임시 마무리 투수를 맡아 15세이브를 기록했던 투수다. 그가 7회를 맡아주면서 정해영과 장현식도 부담이 줄었다. 정해영은 10월 등판한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00, 장현식은 13경기에서 0.75를 기록했다.2021년 9위로 추락한 KIA는 김종국 신임 감독 체제로 2022년을 맞이한다. 프랜차이즈 투수 양현종이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돌아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고,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나성범 영입까지 다가서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하지만 에이스가 돌아오고 외야 거포가 영입돼도, 갑자기 우승 전력을 갖출 순 없다. KIA는 양현종이 뛴 2020년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7년에는 김주찬·이범호·안치홍 등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있었다. 현재 무게감이 있는 타자는 최형우뿐이다. 나성범이 가세하더라도, 낼 수 있는 화력에는 한계치가 있다.2021년 통합 우승을 거둔 KT 위즈는 2018년까지 만년 하위 팀이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단행한 마운드 개편이 성과를 내며 점차 강해졌다. KIA도 '지키는 힘'부터 키워야 한다. 그 첫걸음이 불펜 강화다.마침 20대 젊은 필승조 트리오가 희망을 안겼다. KIA가 지난 10월 보여준 불펜 전력은 10개 구단 중에서도 최상위급이었다. 세 투수가 더 성장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량 유지만 해도 KIA의 재도약이 수월해진다. 장현식과 정해영은 올해 개인 한 시즌 최다 등판을 기록하며 피로가 쌓인 상황. 철저한 관리로 부상 변수를 지워야 하는 숙제도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21 07:42
야구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프런트상, '원 팀' KT VS '마케팅 새바람' SSG

프런트는 전력 보강, 국내외 스카우트,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는 지원군 임무를 가장 잘해낸 구단에 프런트상을 수여한다. 2021시즌 통합 우승을 해낸 KT 위즈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이숭용 단장이 이끄는 KT 프런트는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현장과 명확한 방향성을 공유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프런트 주도로 이뤄진 선수 영입은 대부분 성공했다. 1·2군 협업도 성과가 뚜렷했다. 전반기 주전 내야수 황재균과 외야수 김민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2군에 있던 김병희와 김태훈이 잠재력을 드러내며 공백을 메웠다. 이상적인 육성 시스템 정착을 외친 이숭용 단장은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잘하면 반드시 1군에서 뛸 기회가 온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팀이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SSG 랜더스도 수상 후보다. 신세계 그룹은 지난 1월 SK 와이번스를 인수, 야구단 운영에 뛰어들었다. 유통 기업답게 다각적인 마케팅으로 야구가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평가다. 홈구장 SSG 랜더스필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입점한 야구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구단주' 마케팅이 돋보인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꾸준히 야구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구단주 업무를 팬과 공유하고, 직접 소통했다. 구단주의 행보는 야구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후보는 삼성 라이온즈다. 2020시즌 8위였던 삼성은 2021시즌 2위까지 올라섰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 프런트는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을 영입, 공격력을 보완했다.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 영입도 탁월했다. 안희수 기자 2021.12.01 05:59
야구

"요즘은 스·우·파"...화끈한 우승 세레모니 예고한 KT·두산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선수들이 화끈한 우승 공략을 내세웠다. 정규시즌 1위 KT 위즈와 플레이오프(PO)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은 두산 베어스는 14일부터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KS 1차전을 치른다.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는 양 팀 사령탑 그리고 황재균·강백호(이상 KT)·박세혁·양석환(이상 두산) 대표 선수들이 나서, KS 출사표를 던졌다. KT는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지난해, 새로운 팀 세레모니를 들고 나섰다. 팀 사기와 단합력을 높이려고 했다. 이날 참석한 KT 주장 황재균에게 "올해도 특별한 세레모니가 있는가"라고 묻자 "올해는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자'는 의미로 별도의 세레모니를 준비하지 않았다. 안타 등 좋은 상황이 나오면 기운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진행자 박지영 아나운서가 이어 '우승 공약'을 물었다. 황재균이 개막 전 소화한 인터뷰에서 인기 가수 브레이브걸스의 히트곡 롤링에 맞춰 '춤을 추겠다'는 말을 한 점을 떠올린 것. 황재균은 "내가 춤추는 것보다 강백호에게 뭔가를 시켜보겠다. 우승하면 백호가 울다가 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강백호는 웃어 보이더니 "1차전을 앞두고 너무 설렘이 커서, 아직 우승 공약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재균이 형과 같이 춤을 추겠다"라고 응수했다. 두산 선수들도 파격적인 우승 공약을 전했다. 박세혁은 "잠실구장을 카페처럼 만들어서 선수단이 커피와 음식을 대접하겠다"라고 했다. 양석환은 앞서 KT 선수들이 춤으로 실랑이하는 모습을 의식한 듯 "요즘에는 롤링보다는 (인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트"라며 "투수 곽빈 선수가 레옹 선글라스를 쓰고 이 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곽빈은 1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투수. 우승하면 춤을 추게 생겼다. 사령탑들도 가세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선수들이 감독에게 선물을 좀 줬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밝혀 웃음을 줬다. 우승 세레모니가 화두에 오르자 "감독에게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이강철 감독은 "저희 팀이 새 역사를 쓰고, 새로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라며 은근슬쩍 우승 의지까지 전했다. 2021.11.13 16:11
야구

레전드·큰 형님·외국인도 통하지 않은 타이거즈 사령탑

프랜차이즈 레전드, '형님 리더십' 대명사도 떠났다.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외국인' 사령탑까지 통하지 않았다. 역대 최다 우승팀 타이거즈 야구단이 새 사령탑 선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KIA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시즌(2020~21) 동안 팀을 이끈 맷 윌리엄스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조계현 단장과 이화원 대표이사는 3시즌(2019~21)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새 대표이사는 내정됐지만, 프런트와 현장의 실무 수장은 당분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KIA는 2019시즌 종료 뒤 윌리엄스 감독과 3년 계약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MLB)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며, 2014~15시즌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았다. 경력이 화려한 지도자를 영입해 선수단 내 자부심을 고취하고, MLB 야구를 기존 타이거즈의 것과 접목해 이전보다 발전하는 팀을 만들길 바랐다. 부임 첫 시즌(2020)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제로 베이스'에서 편견 없이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주시했고, 꽤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했다.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차기 시즌(2021)에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줬다. 하지만 정작 두 번째 시즌은 매우 어수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시즌 반환점도 돌기 전에 '리빌딩' 계획을 전했다. 정착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특정 투수의 혹사 논란을 자초하는 경기 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리빌딩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시기에 유망주를 쓰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사실 KIA는 전력이 약했다. 2021 스토브리그에서 양현종과의 재계약을 바라보다가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실패했다. 양현종은 결국 미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에이스가 떠난 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간판타자 최형우는 눈 질환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의 기량도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악재도 윌리엄스 감독 체제를 비호할 수 없었다. 성적보다 방향성이 문제였다. 앞서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사령탑은 대체로 성공을 맛봤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8시즌, 롯데를 8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2009~10시즌도 4강 안에 들었다. '노피어' 야구는 흥행했고, 부산은 야구 열기로 들끓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SSG(당시 SK)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2018)에 팀을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끌었다. KIA는 성공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도 역량 검증, 긴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지원도 미미했다. 데이터 야구 정착, 포지션 전문화 등 그럴듯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그저 막연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뒤 떠넘겼을 뿐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어떤 성향, 어떤 역량을 갖춘 사령탑을 선임해야 팀을 재건할 수 있을까. KIA는 역대 한국 야구 최고 스타이자, 타이거즈 구단의 전설인 선동열 감독과도 3시즌(2012~14)밖에 동행하지 못했다. '형님 리더십'으로 인정받은 김기태 감독은 2017시즌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19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외국인 사령탑 '트렌드'에 편승한 선택도 실패했다. 현재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 이종범 LG 코치 등 팀 레전드 출신 지도자가 차기 감독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다. 이범호 현 퓨처스팀 총괄 코치,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염경엽 전 SSG 감독도 있다. 삼성, NC처럼 데이터 야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윌리엄스 감독의 유산이 없는 건 아니다. KIA는 신인 투수 이의리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기량을 보여줬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현식은 셋업맨으로 안착했다. 2년 차 투수 정해영은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양현종까지 가세하면 탄탄한 마운드를 갖출 수 있다. 이제 현안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강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다. KIA는 역대 최다 KS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 창단 최저 순위(9위)로 내려앉았다. 팀을 재건할 차기 사령탑에 관심이 쏠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0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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