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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IS포커스] 시작 창대했던 ‘고거전’…‘귀주대첩’ 유종의미 거두나 ①

시작이 창대했던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하 ‘고거전’)이 대미를 장식할 ‘귀주대첩’으로 자존심을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방송 초기 기대 이상의 호평 속에 시청률 상승세를 탔으나 역사왜곡 등 논란에 휩싸이며 부침을 겪은 ‘고거전’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주대첩이 방영되는 마지막 2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고거전’은 오는 10일 3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고거전’은 KBS가 지난 2021년 ‘태종 이방원’ 이후 1년 6개월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정통사극이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적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로 배우 김동준, 최수종, 지승현, 이원종 등이 출연한다. ◆귀주대첩 유종의 미 관건 ‘고거전’은 지난해 11월 첫발을 내디딘 후 흥행 조짐을 보였다. 시청률 5.5%로 출발해 2회만에 7%에 육박했으며,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10회에서 10%를 달성했다. 최근 방송가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의미한 쾌거였다.특히 ‘고거전’은 주요 시청자층이 중장년층인 사극임에도 MZ 사이들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OTT 통합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고거전’은 첫 공개 후 2주 연속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에서도 KBS 대하드라마 중 최초로 우리나라 일간 인기 순위 1위에도 등극했다.그랬던 ‘고거전’은 중반인 16회부터 역사왜곡 의혹과 동시에 암초에 부딪혔다. 양규 장군 전사 이후 방향성을 잃은 듯 궁중 내 암투에 무게중심이 치우치면서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내며 점점 화제성이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거전’이 하이라이트인 귀주대첩으로 반전의 평가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귀주대첩은 대한민국 역사상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힌다. 제작진은 방영 전부터 귀주대첩 장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진은 “귀주대첩은 강감찬 장군으로부터 시작해 강감찬으로 마침표를 찍는 ‘고거전’의 클라이맥스”라고 강조하며 “강감찬 역의 최수종이 얼마나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는지, 또 거란이라는 강대국의 공격에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작은 등불 같던 고려가 반전과도 같은 기적을 어떻게 이뤄내지는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양규 장군 재조명 vs 역사왜곡 논란..‘고거전’ 명과 암 ‘고거전’의 초반 인기는 단연 속도감 있는 전개가 꼽힌다. 초반 전쟁신부터 시작해 고려 특유의 귀족적 분위기 속 거란의 야율융서와 장수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 입체적으로 소개되면서 몰입감을 자아냈다. 더구나 조선시대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 특히 현종과 강감찬 장군의 이야기와 ‘고려의 이순신’이라 불리는 양규 장군의 재조명 등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고거전’은 고증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초석을 탄탄히 다졌다. 실제 내시의 수염 길이, 칼에 쉽게 베이지 않는 갑옷, 거란병들의 변발 스타일 등을 섬세하게 표하면서 호평 받았다. 여러 장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화제되면서 고려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고거전’은 중반부터 역사왜곡 의혹과 동시에 암초에 부딪혔다. 제목부터 ‘전쟁’을 앞세운 작품이었으나, 궁중 내 암투에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현군으로 성장하던 현종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등의 전개로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실제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초반은 수작이었는데 졸작으로 변했다”며 대본 작가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급기야 트럭시위까지 등장했다. 원작자와 제작진 간 갈등이 이 같은 논란에 더 불을 지폈다. 원작자인 길승수 작가가 역사왜곡, 개연성 없는 스토리 등을 지적했고, ‘고거전’ 제작진은 원작과 드라마는 별개라고 강조하면서 반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논란 속 방영된 19회 시청률은 7.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시청률은 10%대로 곧바로 회복한 후 26회 11.5%를 보이고 가장 최근 회차인 12.9%를 기록했으나, 큰 폭의 상승세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방송된 김훈-최질의 난과 관련한 장면과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할 강감찬의 귀주대첩 장면을 위해 판을 짜는 장면들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사극은 물론 실제 역사와 다르게 전개될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하는 동시에 공감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고거전’은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지점의 포인트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듯하다. 또 주요 인물들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신하들 간의 갈등 등 지엽적인 이야기에 집중조명하면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대목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고거전’이 귀주대첩으로 용두용미로 끝을 맺게 될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막을 내릴지 마지막 31회, 32회는 각각 토, 일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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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은 추모의 상징 ‘포피’를 왜 거부할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월 11일은 영국의 현충일인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였다. 이날 저녁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가 열렸다.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인사와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이 참석한 이 국가적인 행사를 BBC가 생중계했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가장 먼저 추모했다. 또한 한국전의 참전용사이자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2019년 우승한 콜린 새커리(93세)가 아리랑을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영국은 1921년부터 참전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다는 전통이 생겼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포피는 규모가 커져 현재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이 참전한 모든 전투에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포피를 둘러싼 갈등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를 구성하는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12세기부터 무려 70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922년에 독립,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17세기 초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남부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아일랜드 북쪽에 위치한 얼스터 지방의 6개 카운티는 지금도 영국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북아일랜드다.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가톨릭교도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화주의자들로, 남북이 합쳐진 통일 아일랜드를 꿈꾼다. 그에 반해 신교도들은 자신을 영국인(British)과 연합주의자(unionist)로 인식한다. 영국 왕에 충성하는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UK)에 남기를 희망한다.1960년대 말부터 1998년까지 이들이 벌인 갈등을 ‘The Troubles(북아일랜드 분쟁)’이라고 부른다.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왕당파의 군사조직인 얼스터 의용군과 영국 정부군 등이 분쟁에 참여했다. 분쟁은 주로 북아일랜드와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벌어졌으나, 잉글랜드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된 적도 있다. 특히 필자가 학부 공부를 하던 1990년대에는 IRA가 런던에서 폭탄 테러를 종종 일으켰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테러로 인해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지각한 적도 있었다. 당시 필자가 사과와 함께 IRA 핑계를 대니,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이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준 기억도 난다.분쟁 기간 중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의 데리(Derry)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이 특히 유명하다. 영국 공수부대원의 일부가 시위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교도를 항해 사격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사망했고 십수 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북아일랜드 분쟁은 더욱더 격화된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4명은 모두 아일랜드 혈통을 갖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각각 이 사건을 다룬 노래를 발표해 분노를 표출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북아일랜드 분쟁은 종결됐지만, 30여 년에 걸친 무력 충돌의 결과로 3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선덜랜드, 위건, 웨스트 브로미치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제임스 맥클린은 피의 일요일 사건이 벌어진 북아일랜드의 데리 출신이다. 맥클린은 “포피가 단순히 1, 2차 대전 희생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포피 셔츠를) 매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피는 영국군이 관여해온 모든 갈등에 관한 것”이라며 포피 셔츠 착용을 거부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분쟁에 참여한 영국군을 지지할 수 없다는 아일랜드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은 맥클린의 이러한 소신을 지지했다. 하지만 포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는 상대팀 서포터스뿐만 아니라 일부 홈 팬들로부터도 오랫동안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 맥클린은 살해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리멤버런스 데이 행사는 북아일랜드에서도 매년 열리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와 공화당원은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공화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아일랜드인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7월 자체적인 국가 기념일을 가진다. 영국의 주요 축구팀 중 유일하게 포피 셔츠를 거부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된 셀틱은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존중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맥클린과 달리 포피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아일랜드 출신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아일랜드 출신의 마틴 오닐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로이 킨이다. 특히 킨은 지도자에서 물러난 후 스카이 스포츠 방송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포피를 꾸준히 착용해 고향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포피는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존경과 기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역사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과 사람에 따라 포피는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빨간색 포피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포피를 다는 이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진정한 추모는 ‘강요’나 ‘의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포피는 비로소 추모의 상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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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팬들은 왜 영국 왕실을 싫어할까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는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렸다. 70년 만에 열린 영국 왕의 대관식에 많은 세계인과 주요 미디어도 큰 관심을 보였다. 대관식을 바라보는 영국인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왕실 마차 행렬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 도로 옆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영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는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화려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프리미어리그(EPL) 스케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시간이 겹치지 않기 위해 그날 오후 12시 30분 킥 오프 예정인 경기는 모두 연기됐다. 영국에는 토요일 오후 2시 45분부터 5시 15분까지 TV나 인터넷으로 축구를 라이브 중계하지 않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를 ‘축구 블랙아웃(football blackout)’이라고 칭한다. 1960년대 번리(Burnley) 회장 봅 로드가 TV 중계를 하면 축구 팬이 경기장에 오지 않는다는 논리로 탄생시킨 제도다. 공교롭게도 번리는 찰스 3세가 응원하는 클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만은 블랙아웃 제도가 특별히 유예되어, 팬들은 오후 3시에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스케줄 변경보다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경기 전 연주된 영국 국가였다.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자국 리그 경기가 열리기 전에 국가 연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장에서 국가는 컵 결승전 또는 국가대항전 때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EPL 사무국은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5월 6일부터 8일(8일 월요일은 영국 공휴일)까지 사흘 동안 리그 경기에 앞서 국가를 연주할 것을 ‘강력히 제안(strongly suggest)’했다.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었지만, 모든 EPL 클럽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 연주 외에도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관식을 축하했다. 특히 토트넘은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관식을 생중계하는 정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리버풀 팬들은 국가 연주 때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F 단어’까지 쓰며 왕실을 욕하는 이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사실 리버풀 팬들이 국가 연주 시에 야유를 보내는 것은 그들의 전통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리버풀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리버풀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곳이다.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던 리버풀의 특성상 이들은 다른 문화를 자주 접했다. 따라서 이들은 영국의 다른 곳에 비해 문화적 다양성에 훨씬 더 수용적이다. 또한 사회의 엘리트나 지도자층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정치적으로는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지한다. 리버풀은 산업혁명 때부터 영국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도시였고, 한때는 런던보다도 부유했다. 하지만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불렸던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1979년 집권한 이후 이 도시는 빠르게 몰락한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산업 구조의 변화로 리버풀의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이 쇠퇴하자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졌다. 게다가 컨테이너에 화물을 적재하는 운송이 시작되면서, 도시의 부두(dock, 독)는 구식이 되었다. 이곳의 기존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1982년 리버풀의 실업률은 17%였다. 영국에서 가장 실업자가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지금도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를 방문하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리버풀 팬들을 가리켜 ‘영구 실업자’라고 조롱한다. 대처 수상은 영국 내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다. 대처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녀가 영국의 제조업을 파괴해 산업 전체를 붕괴시켰고, 노동자 계급의 영혼까지 갉아먹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리버풀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피해를 많이 받았기에, 이 도시는 영국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1989년에 일어난 힐스브로 참사(축구장에서 리버풀 팬 94명이 압사하고 766명이 부상당한 사건)는 리버풀 시민을 보수당 정권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당시 대처 수상의 영국 정부는 진실을 은폐했고, 참사 원인을 리버풀 팬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영국의 기득권층에 의해 몰락한 도시다. 그리고 일부 보수 정권의 지도자들은 지금도 이 도시를 폄훼한다. 예를 들어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리버풀이 ‘자기 연민’에 빠진 도시이고 시민들은 ‘피해자 의식’에 젖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민들과 리버풀 지역 국회의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끝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영국 국가의 가사를 잠깐 살펴보자. “God save our gracious King! Long live our noble King! Send him victorious, happy and glorious, long to reign over us(하느님이 우리의 은혜로운 왕을 구원하소서, 우리의 고귀한 왕 만세. 그에게 승리하고, 행복하고, 영광스럽고, 우리 위에 군림하기를 갈망하게 하라)” 이렇듯 국가의 가사는 비민주적이고, 구시대적이며 국가가 지향할 바보다는 군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기득권층으로부터 소외당한 리버풀 시민들은 단순히 유전적인 이유로 특권을 가지고 태어난 왕에게 축구장에서마저 충성을 맹세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축구를 보기 위해 안필드에 간 것이지,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축하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축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올 때 비로소 가치 있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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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엔드게임] 용진이형은 왜 고객과 싸우는가

한국인 중 이마트와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은 몇 명일까. 범위를 넓혀 신세계백화점과 SSG닷컴을 이용하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국내 경제활동인구 2900만 명 중 대부분이 신세계그룹 고객일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SG 랜더스 구단주가 된 건 유통‧소비재 기업 오너로서 합당한 경영 선택이었다.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네 차례(2007, 2008, 2010, 2018년)나 해낸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야구단은 2년 만인 올해 정규시즌과 KS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2022년 선수 총연봉(상위 40위 기준, 외국인‧신인 제외)으로 248억원을 쓴 ‘값진 우승’이었다. 11월 8일 SSG의 우승이 확정되자 정용진 구단주는 마이크를 잡고 관중석을 향해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2022년 홈(인천) 관중 1위다. 모든 영광을 팬들께 돌리겠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19개 계열사는 역대급 할인 행사(쓱세일)를 진행하며 야구단 우승을 자축했다.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도 SSG는 주인공이었다. 우승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15~17일 SSG 일부 팬들은 구단 운영에 반대하는 트럭시위를 벌였다. 우승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다른 팀보다 2~4배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을 비난하는 건 전례가 없다. 시위에 나선 팬들은 ‘베테랑 단장(류선규) 내쫓고 비선실세 바지단장 앉히는 정용진 구단주’를 비판하고 있다. SSG가 지난 14일 김성용 퓨처스(2군) R&D 센터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었다. 24년 동안 고교야구 감독을 하다가 구단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단장으로 승격된 걸 팬들은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정용진 구단주와 친분이 있는 중소기업 대표 A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성용 단장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공식 직책이 없는 A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AD카드를 받고 야구장을 곳곳을 다니며 선수들과 친분을 쌓은 건 사실이다. 이에 올여름부터 ‘김성용 단장설’이 돌았는데 그게 현실화하자 A가 ‘비선실세’라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는 14일 입장문을 냈다. 민 대표는 입장문에서 “류선규 단장은 팀 재건의 목표를 이뤄 소임을 다했다는 완강한 뜻(사의)을 밝혔다”면서 “구단은 짧은 시간에 인수 및 창단을 했다. 이에 야구계 많은 분들에게 자문을 받고 운영에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류선규 전 단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사퇴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SSG 운영진에는 와이번스의 네 차례 우승에 공헌한 직원들이 대부분 남아있다.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팀이 내놓은 해명으로는 군색하다. 여기까지는 프로구단이 겪을 수 있는 진통이다. 정용진 구단주가 이 논란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는 15일 자신의 SNS에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한 포스팅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길 바람. 영원히 안 보이게 해드리겠음”이라고 썼다. 팬들이 SNS에 비선실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팬들의 불만이 더 커지자 정용진 구단주는 SNS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님.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는 비선실세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 실체를 증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구단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인사권을 행사한다. 임원의 교체는 2년 전 SSG가 구단을 인수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쓰는 비선실세라는 용어를 SSG 사태에 갖다 붙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경영 투명성에 관한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A씨는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대부분 인정(인사개입은 인정하지 않았다)했다. 게다가 A는 SSG 공식 행사의 내빈으로 여러 번 등장했다. 전혀 비밀스럽지 않았다. 정 구단주 말대로라면 “A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는 '증명의 책임'이 SSG에도 있다. 논란의 본질은 정용진 구단주가 고객과 대립한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팬들과 스스럼없이 교감해온 그가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불가능한 걸 요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편을 갈랐다. 정용진 구단주는 1년 전 SNS에 멸공(공산주의를 멸함)이라는 화두를 여러 차례 던졌다. 이 논란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그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 진영에서는 신세계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번에는 비선실세 사태에 편을 가르고 싸운다. SNS에서 어떤 말을 하든 그건 표현의 자유다. 정용진 구단주의 경우는 그 무게가 다르다. 자기자신을 통한 ‘스타마케팅’으로 신세계그룹의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사태의 파장은 작지 않다. 기업인이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대외 메시지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안기 위해서다.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뿐 아니라 중도층과 반대진영의 지갑을 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의 극대화에는 좌우가 없다. 지난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거론했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 브랜드가 더욱 양극화(more polarizing)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싼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에도 당파적 이미지는 악영향을 끼친다. 하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필수소비재를 파는 신세계그룹으로서는 고객과 갈등하는 모습이 더 치명적이다. 머스크 리스크를 보며 재계에서 ‘용진이형 리스크’를 걱정하는 이유다. 야구단 우승과 정용진 구단주 행보에 열광했던 팬들(고객)이 한파를 뚫고 거리로 나왔다. ‘용진이형’이라 불렀던 구단주가 “소통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했을 때 그들이 받았을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SSG 사태를 보면 구단주가 자신들과 소통한다고 믿은 게 정말 착각이었던 것 같다. 스포츠1팀장 2022.12.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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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팬, 트럭시위 개시...구단주는 "소통이라 착각 말길"

단장 선임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SSG 랜더스가 결국 팬들의 '트럭 시위'와 마주했다. SSG 팬들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트럭 두 대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상암동 일대에 여러 방송국 등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럭 시위를 주도한 팬들은 트럭 전광판을 통해 '인천 야구에 비선 실세 필요 없다' '신세계 인맥 야구 아웃' '구단 몰래 선수 영입 시도하는 비선 실세' 등 강한 문구들로 구단과 모기업을 비판했다. 팬들이 시위에 나선 건 올 시즌 통합 우승을 거두고도 지난 12일 류선규 전 단장이 자진해서 사퇴한 탓이다. 호성적을 거두고도 류 전 단장이 물러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모기업, 또는 SSG 구단주와 친분 있는 인사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추정이 터졌다. 새 단장 후보로 언급된 김성용 퓨처스 R&D센터장의 단장도 실제로 14일 선임 발표됐다. 통합 우승을 거두고 기뻐하던 SSG 팬들의 여론은 갑작스러운 의혹이 나오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후 SSG 구단은 민경삼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구단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결정에 따라 신임 단장으로 김 센터장을 임명했다"며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를 위한 적임자를 선임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평소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개인의 일상은 물론 정치적 소신, 야구단과 관련된 일도 격의 없이 내놓았던 정용진 부회장도 화두에 올랐다. 수많은 야구팬들이 강한 어조의 댓글을 정 부회장의 글에 남겼고, 결국 정 부회장이 잠시 야구 글을 모두 내리는 일도 생겼다. 정 부회장은 이어 15일 개인 계정 소개 글을 통해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한 포스팅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기 바람. 영원히 안 보이게 해드리겠슴"이라고 적었다. 해당 문구의 마지막 문장은 이후 "이 계정이 안 보이게끔도울 것임"이라고 바뀌었다. 현재는 "불가능한 것은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님. ~이 아님을 증명하라! 주장하는 사람이 ~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며 "증명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말을 믿는 것. 나도 지금 그러는 중"이라고 문구를 바꾼 상태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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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SSG, 또 터진 ‘정용진 리스크’?

'전에 없던 구단주'인 건 확실하다. SSG 랜더스가 단장 교체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SSG는 14일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단장은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4년 동안 야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SSG에 합류했다. 오랜 고교야구 지도 경력을 지녔고 1년간 구단 육성도 지휘해본 건 강점으로 뽑힌다. 구단은 "SSG가 앞으로도 매년 우승권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이 되고자 한다. 팀 빌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현장에 체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김 신임 단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12일 류선규 전 SSG 단장이 돌연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번 단장 선임 문제가 야구계의 화두가 됐다. 단장 선임 과정에서 모기업, 또는 구단주와 관련된 이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다만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미 모기업이 교체됐을 때부터 구단 수뇌부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선 실세' 논란이 일어난 외부 인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구단 자문으로 있지만, 문제적 인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SSG 관계자는 "모기업 교체 과정에서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감수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거액을 들여 구단을 인수했고, 인수 후 구단 투자 및 홍보에 적극적이었던 정용진 부회장인 만큼 다른 구단주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내걸어 온 소통 행보는 그의 강점이다. 정 부회장은 다른 기업인들과 달리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객·팬 등과 소통해왔다. 업무적인 부분뿐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도 자유롭게 꺼냈다. 지난 1월에는 SNS에 '멸공(滅共·공산주의를 멸한다)'이라는 이야기를 꺼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반대로 일상적이고 격의 없는 모습도 보여줬다. 당일 경기 관련 정보를 한발 먼저 올리며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1일 홍보팀으로 나서는 일도 많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KBO리그 어떤 구단주보다 홈구장을 자주 찾았다. 그가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찾는 날에는 많은 SSG 팬들이 '용진이 형'이라는 호칭과 함께 그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 소통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13일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SNS에 '힘든 하루'라고 짧은 문구를 올리자 많은 야구팬들이 몰렸다. 많은 이들이 단장 교체에 대한 비판 및 해명을 요구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 그동안 올렸던 SSG 구단과 야구 관련 글들을 모두 계정에서 내렸다. 잘잘못을 떠나 팬들과 따로 소통하지 않는 일반적인 구단주였다면 겪지 않았을 리스크였다.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KS) 통합 우승까지 이룬 구단이 트럭 시위까지 마주하게 됐다. SSG 일부 팬들은 구단의 행보를 비판하며 SNS를 통해 15일부터 17일까지 모기업 신세계그룹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본사 등에서 트럭 시위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우승팀 KT 위즈 역시 트럭 시위 진통을 앓았지만, 당시에는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주된 이유였다. 성적과 스토브리그 모두 큰 문제 없이 마무리한 팀이 팬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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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탈락’ 환호하던 이란 남성, 보안군 총격에 사망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해 카타르 올림픽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에 환호하던 이란 남성이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영국 매체는 메헤란 사마크(27)가 전날 이란 길란주 반다르 안잘리에서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데 대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기뻐하다 보안군에게 사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사마크는 미국과 경기에서 이란 축구대표팀이 패배한 후 보안군의 직접적인 표적이 돼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IHR에 따르면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것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시위에서 이란 보안군의 손에 살해된 사람은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을 포함해 448명에 달한다.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마크가 이란의 패배를 축하하다 보안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30일 테헤란에서 열린 사마크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구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사마크는 이날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와 유소년 축구팀으로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에자톨리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소년 축구팀에서 사마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어린 시절 친구, 어젯밤 쓰라린 패배 이후 들려온 네 사망 소식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애도하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사마크의 사망 정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개했다. 이날 이란 대표팀이 숙적인 미국에 패배하자 이란 반정부 시위대는 반다르 안잘리를 비롯해 수도 테헤란과 ‘히잡 시위’ 확산의 시발점인 북부 쿠르디스탄주사케즈 등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현장을 담은 영상들도 온라인상에 화제를 모으며 급속도로 퍼졌다. 상당수 이란인은 이란 대표팀이 이란 정권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 이란의 이날 경기는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 통상적인 보안 요원에 더해 경찰력까지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란 응원단 사이에서는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 등이 터져 나왔고, ‘마흐사 아미니’ 이름의 피켓을 들었다가 관계자에게 제지를 받는 상황 등도 목격됐다고 BBC는 전했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1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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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로 시끄러웠던 미국-이란전...풀리시치 활약한 미국이 웃었다

경기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과 이란의 대결은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미국은 30일(한국시간)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B조 최종 3차전에서 이란에 1-0으로 승리했다. 웨일스와의 1차전에서 1-1, 잉글랜드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2무 승점 2점을 쌓았던 미국은 이날 승리로 1승 2무(승점 5)으로 조 2위를 확정, 16강에 합류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2014년 브라질 대회 후 8년 만의 16강 진출이다. 이란과 미국의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정치적 이슈로 관심을 끌었다. '반정부 시위'로 달아올랐던 이란의 국내 정세가 중심에 있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두 달여 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선수들은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잉글랜드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가 이란 당국의 위협을 받는 일도 있었다. 미국 CNN은 "선수들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로부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란 선수단은 웨일스전에서는 국가를 불렀다. 미국 축구대표팀은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을 통해 이란 국기에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해 올려 논란을 빚었다. 미국 대표팀 측은 "여성 인권에 대한 지지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축구연맹의 유감 표명을 들은 후 그렉 버홀터 미국 대표팀 감독이 사과하면서 마무리됐다. 장내에서는 미국이 경기 내내 이란을 몰아쳤다. 결국 전반 38분 에이스 크리시티안 풀리시치(24·첼시)가 해결사가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유스팀을 거쳐 2016년 프로에 데뷔해 유럽 리그에서만 뛰어온 그는 이미 미국 축구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별명도 '캡틴 아메리카'인 풀리시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예선에서 5골(팀내 최다)을 넣었던 그는 앞서 두 경기에서 잠잠했다가 드디어 골맛을 봤다. 웨스턴 맥케니(유벤투스)가 중원에서 공을 올려 세르지뇨 데스트(AC 밀란)에게 연결했고, 이를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전달받은 풀리시치가 오른발로 차 결승 득점으로 연결했다. 2016년부터 A매치 55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날 골로 A매치 22번째이자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란은 통산 6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다시 한번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지만, 1라운드를 돌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의 희망은 미국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효과적이지 못했던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을 빼고 사만 고도스(브렌트포드)를 투입했지만 고도스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1998년 미국이 프랑스 월드컵에서 이란을 상대로 졌던 걸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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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입하고도 당당한 사회 운동가..."대의 위해 했으면 범죄 아냐"

"대의를 위해 규칙을 어기는 건 범죄가 아니다." 경기장 난입으로 논란을 빚었던 축구 팬 마리오 페리(35)가 반성 대신 자신의 메시지를 한 번 더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9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경기 도중 잠시 중단됐다. 한 관중이 난입했던 탓이다. CNN은 이날 경기 후반전이 시작되고 몇 분 후 한 남성이 기습적으로 난입해 무지개 무늬의 깃발을 들고 달렸다고 전했다. 무지개 무늬는 이번 월드컵을 두고 금지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성 소수자를 비롯해 다양성을 의미하지만,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상황에서 이 메시지가 정치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사용을 금지했다. 카타르는 남성 간 동성연애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원 러브' 완장을 통해 이들과 연대를 드러내려 했던 해리 케인(잉글랜드) 등 유럽 대표팀들의 주장들 역시 FIFA에 의해 제지당했다. 난입한 페리는 이탈리아 국적의 인권 운동가다. 페리는 이날 셔츠 앞면과 뒷면에 각각 '우크라이나를 구하라', '이란 여성에게 경의를'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적고 경기장을 누볐다. 이란과 우크라이나는 모두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국가들이다. 이란에서는 22세 여대생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고, 현재까지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 등을 지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페리는 난입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경기장 안전 요원들에게 잠시 쫓기다 곧바로 붙잡혀 끌려나갔다.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됐지만, 페리는 반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나는 구금되지 않았다. 현재 자유로운 상태"라고 전하며 "축구장에서 내 마지막 질주를 했다"고 썼다. 반성보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한 번 더 강조했다. 페리는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또 다른 고통을 받는 친구들이 있는 이란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무지개 완장을 금지한 FIFA가 나를 막을 수는 없다는 걸, 로빈 훗처럼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를 구해야 한다. 나는 키이우에서 1개월 동안 지내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통받는 걸 봤다"며 "대의를 위해 규칙을 어기는 건, 절대 범죄가 아니다"라고 썼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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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관중석 청소 VS 욱일기 응원...양면의 일본

'완벽한 손님'일까 아니면 '말썽꾸러기'일까. 일본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코스타리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1차전에서 독일에 승리해 올라갔던 기세가 단숨에 꺾였다. 1차전과 달랐던 건 경기 결과 말고도 있었다. 1차전에서 승리만큼 주목받았던 건 일본의 매너였다. 이날 일본 관중들은 파란색 쓰레기봉투를 들고 좌석 아래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경기장을 떠나기 전 자신의 자리 주변을 청소하는 건 일본 축구 서포터스의 오랜 전통이다. 미국 ESPN은 "일본 (대표팀뿐 아니라) 관중 역시 월드컵의 완벽한 손님이었다. 여러 대회에서 계속해온 멋진 전통을 재현하면서 일본이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독일에 거둔 충격적인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미국 폭스 스포츠도 "스포츠 최고의 전통"이라며 일본 관중의 모습을 조명했다. 이들의 매너만큼은 코스타리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관중은 석패를 당한 후에도 마찬가지로 봉투를 들고 청소에 나섰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라며 "일본 팬들은 심지어 일본 경기가 아닌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보고도 경기장을 청소했다"고 설명했다. FIFA 역시 공식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기든 지든, 언제나 존경스럽다. '지구를 구합시다(SaveThePlanet)' 캠페인을 도와준 일본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관중의 이면도 드러났다. 코스타리카전에 앞서 일본 관중석에는 욱일기가 등장했다. 욱일기는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태평양 전쟁 시기를 상징하는 군대 깃발이다. 군국주의 시절 아시아 침략 전쟁을 벌이며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당시 피해를 입었던 한국·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역사적·정치적 이유로 욱일기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일본 응원단은 욱일기를 난간에 걸어두려다 안전요원에게 제지당했다. 그러나 끝까지 욱일기를 들고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역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8일 개인 SNS를 통해 "FIFA가 드디어 욱일기 응원을 공식적으로 제지한 것이라 아주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욱일기는 지속해서 국제 스포츠 대회 때마다 등장해왔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대회 전 욱일기 사용이 허가돼 논란을 빚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에 따라 정치적인 표현을 제재한다. 그러나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의 볼더링 3번 과제 암벽으로 욱일기 모양이 나왔다. 외신은 이를 두고 욱일과 같은 뜻인 '라이징 선(Rising Sun)'이라 불렀고,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도 이를 욱일기 모양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월드컵 때도 등장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때는 FIFA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일본 욱일기 응원 사진을 올렸다가 한국 등의 항의를 받고 내렸다. 당시 관중석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세네갈과 맞대결을 펼친 H조 2차전 때 걸렸다. 1-2로 밀리던 후반 33분 혼다 게이스케가 극적으로 동점 골을 기록하자 일부 관중이 대형 욱일기를 꺼내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카타르 월드컵은 욱일기 사용 외에도 개막 전부터 숱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왔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의 저임금 혹사,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원 러브' 완장 사용 금지,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여부, 라커룸에서 깃발로 코소보를 비난한 세르비아 대표팀 등이 연이어 화두에 올랐다. 정치적 논란은 주최 측과 선수단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5일 잉글랜드와 미국의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는 십자군 복장을 한 잉글랜드 팬들이 등장했으나, 입장을 제지당했다. 종교 침략 전쟁의 성격을 띤 십자군 전쟁은 중동 관중들의 입장에서는 하켄크로이츠·욱일기처럼 불쾌감과 정치적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주제다. FIFA는 영국 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랍 지역의 입장에서 십자군 복장은 무슬림에게 불쾌할 수 있다. FIFA는 모든 행사, 활동에서 차별 없는 환경을 꾸리고 다양성을 키우려 한다"고 전했다. 서경덕 교수도 이 점을 주목했다. 서 교수는 "사실 이 보도를 보고 약간 설렜다. FIFA가 이젠 욱일기 응원도 제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FIFA의 욱일기 제지는 아시아 축구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존중하는 너무나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일로 인해 일본은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다시는 욱일기 응원을 펼치면 안 된다는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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