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종코로나' 사태 전 세계로…여행 포기냐, 강행이냐
“이달 말 마카오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결국 취소했어요. 중국행 티켓은 취소해주는 분위기이긴 한데, 항공사에서 중국 카테고리 중 하나로 치던 마카오는 이럴 때 정작 포함하지 않더라고요. 그냥 생돈 날렸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해외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혼란에 빠졌다. 차라리 중국 여행이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항공사고, 숙박업체고 너도나도 알아서 환불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남아권 등 여행을 계획한 이들은 가려니 전염되는 신종코로나가 두렵고, 조심하면서 다닌다고 하고 가더라도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을 취소하려니 전액 환불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중국은 ‘무료 환불’ 해주는데…‘호텔 취소’도 문제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예매 승객들에 한해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고 나섰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이전에 발권한 중국 모든 노선의 항공권을 대상으로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달 24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이 포함된 여정(24일~3월 31일 출발 기준)에 대해 환불 또는 여정 변경 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동참했다. 제주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2월 출발편까지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부산~칭다오, 인천~닝보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정 중 오는 3월 28일까지 출발하는 항공편에 대해서 항공권 환불 수수료와 항공권 여정 변경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진에어도 이달 29일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기준으로 제주~상하이 등 중국 본토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티웨이항공도 일단 중국 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말 출발편까지는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중국 노선의 환불 수수료를 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 여행에도 신종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마카오 여행을 계획한 소비자 A씨는 “행정구역만 별도일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광둥성에 있는 마카오인데, 아무런 이유 없이 마카오 환불을 제외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 등 홍콩·마카오 노선을 취소 대상 지역으로 포함하는 항공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신종코로나 우려에 일부 예약자들은 무료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전 세계로 번진 ‘바이러스’에 여행이 거의 불가한 상황인데, 왜 무료 취소를 해주지 않냐는 것이다. 한 여행사에는 동남아는 물론 괌이나 사이판 등지로 가는 여행자들의 취소 요구 전화가 수백 통씩 걸려오고 있다. 여행사를 직접 찾아와 항공권을 취소해달라 폭언하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보이콧에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 악재로 설 연휴와 월말 여행 취소가 몰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1월 모두투어에서 여행 상품 판매가 23.4% 역성장을 기록했고, 하나투어도 1월 해외여행 수요가 약 18만7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 숙박 플랫폼을 이용해 호텔을 예약한 경우도 문제다. 아고다·호텔스닷컴 등 업체를 통해 예약할 때 자체 환불불가 등 조항이 있는 상품을 구매했다면 무조건 취소수수료를 물어야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호텔 예약 앱에서 ‘환불 불가’ 상품을 구매했지만, 업체에 문의해보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가 안 돼 직접 해당 호텔로 메일을 넣은 상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찾아보니 호텔 자체에서 신종코로나 사태 때문에 무료 환불을 해주기도 한다기에 기다려보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행 포기…해외여행 가도 ‘마스크’ 신세 동남아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 여행지에 대한 여행업계의 ‘취소 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중국 본토에서 2만438명의 신종코로나 확진자(사망자 425명)가 나온 가운데 근접 국가인 태국에서 19명, 싱가포르에서 18명, 일본 20명 등 확진자가 나왔지만, 중국이 아닌 곳까지 무료 환불 범위를 확대하기가 업체 입장에서 쉽지 않다. 한 태국여행 커뮤니티에는 “춘절 때 많은 중국인이 태국 방문을 한다던데, 그냥 비행깃값과 숙박비를 버렸다 생각하고 안전을 택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여행 포기를 마음먹은 이들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올해 중국의 춘절 연휴는 지난달 24~30일까지였지만 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2일까지 연휴를 연장한 바 있다. 이후 상하이·장쑤성 등 일부 지방정부는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베트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일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던 B씨도 “30만원대에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취소하면 2만원 정도 환불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도 도저히 못가겠어서 아깝지만 취소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가도 되냐’며 각국의 상황을 묻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3, 4월이 바이러스 피크라던데 취소해야 하냐” “한국 관광객도 검열 강화 대상이고 리조트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던데 정말이냐” 등 각종 추측도 등장하며 우려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여행을 가더라도 신종코로나를 계속해서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마음이 불편한 여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9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한 여행자 C씨는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여행하고 있다”며 “길거리 음식은 시도조차 못해 태국 야시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국인들도 마스크를 다 하고 있고, 약국에서도 마스크나 손 세정제 사기가 쉽지 않다더라”고 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다보니 막연한 우려감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취소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여행사가 발생하는 취소 수수료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중국도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여행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2.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