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63건
영화

박주현, ‘드라이브’에서 ‘탈출’→BIFAN 2관왕까지 올해 빛난다 [줌人]

배우 박주현이 올해 주목할만한 배우로 입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박주현은 지난 12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로 코리안판타스틱 장편부문 배우상과 관객상 2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박주현이 배우로서 참석한 첫 영화제에서 거둔 쾌거로, 그는 “이렇게 배우상을 받을 줄 생각 못했다. 영화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소중히 대하는 감독님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저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관왕에 등극한 이 작품에서 박주현은 미래를 예지하는 미스터리 한 인물 준우(재현)에게 죽음을 예고 받은 정윤 역을 열연했다. 주어진 단 6시간이라는 운명을 거스르는 여정 속에서 박주현은 삶의 끝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관객의 호평에서 그친 것이 아닌, 평단의 인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박주현의 배우로서 탄탄한 내공을 엿보이게 한다.배우로 데뷔한 지 5년 차에 접어든 박주현이지만, 스크린에 주연작을 선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6월 첫 주인공을 맡은 영화 ‘드라이브’에서 그는 신예답지 않게 힘 있게 극을 이끌어 관객을 사로잡았다. 인기 유튜버가 납치돼 달리는 차 트렁크에 갇혀서 생방송으로 6억 5000만 원을 벌어야 했던 이야기 속에서 박주현은 비교적 신선한 자신의 인지도와 노련한 감정 표현으로 ‘한유나’를 마치 실존 인물처럼 성립시켰다. 개봉 전 시사부터 ‘박주현의 원맨쇼’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호평을 끌어내며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 한 달여 동안 누적 관객 7만 1747명을 만났다. 거대한 팬덤이 구축된 배우가 아님에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전개 속에서 오롯이 연기력 입소문으로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 12일부터는 조연으로서 고 이선균, 주지훈, 박희본 등 선배들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박주현은 슬럼프에 빠진 프로골퍼 유라 역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항대교에서 역대급 재난을 마주한다.극 중 언니 역 박희본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위기에서 끈끈한 우애를 보여 관객들의 공감 버튼을 누르는가 하면, 겉으로는 거칠고 단단해 보여도 여린 내면을 가진 다면적인 캐릭터가 위기 상황에서 보일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올해 유독 빛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주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기초를 쌓았으며, 넷플릭스 ‘인간수업’(2020) 규리 역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다. 극 중 엘리트 집안에서 염증을 품고 선을 넘는 강렬한 십 대의 모습으로 박주현은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박주현의 강점은 분노나 두려움 등 강렬한 감정 표현에만 있지 않다. 퓨전 사극 마니아라면 MBC 드라마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속 박주현의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극 중 발랄한 왈가닥인 사기꾼 궁합쟁이 소랑 역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2022년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인물 표현에 거침없어 보이는 박주현이지만, 사실 감정 표현 레벨을 수치화시켜 장면 결에 맞춰 꺼낼 정도로 치밀한 배우다. 이런 섬세한 태도는 ‘인간수업’에서 배웠다. 박주현은 ‘드라이브’ 인터뷰에서 “원래 겁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꼼꼼한 표현하기보다는 와일드한 편이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님이 ‘좀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대본을 볼 줄 알아야 한다’면서 숙제를 많이 내주셨다”고 밝혔다.이후로는 작품이 끝나면 앓을 정도로 자신만의 연기 방법론을 갈고 닦은 박주현. 그 노력의 결실 수확은 오는 8월 KBS2 새 드라마 ‘완벽한 가족’과 하반기 정식 개봉될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로 이어갈 예정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17 06:05
영화

주지훈 “팝콘 무비 ‘탈출’…선입견, 나쁘게 생각 안 해” [IS인터뷰]

“저는 선입견을 나쁘게 생각 안 해요. 창작은 선입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죠.”매번 다른 얼굴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 주지훈이 범상치 않은 비주얼로 파격 변신에 도전했다. 날렵하고 우아한 황태자도, 시니컬하면서 한 번씩 웃기던 저승차사도 아닌, 재난 속에서도 한없이 가벼운 양아치의 모습이다. 주지훈의 새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개로 인해 발생한 연쇄 추돌 사고로 붕괴 위기를 맞은 공항대교에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생존 스릴러다. 극 중 주지훈은 한탕을 노리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아사리판”에 휘말린 렉카 기사 조박을 연기했다. 주지훈은 “이번 영화는 팝콘 무비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며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기능적인 배역이다. 상업영화로서 즐겁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설명했다.극 중 조박은 아무렇게 기른 장발에 탈색 브릿지를 넣고, 작업복스러운 점퍼와 헤진 청바지를 입고 있다. 은퇴 각오 비주얼은 주지훈이 직접 제안했다. “조박은 자기중심적이지만 주유소에서 부업을 뛸 정도로 생활력이 있는 편이에요. 선입견일 수 있는데 세상과의 동화보다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어릴 때 봤던 주유소 형들이 생각나 감독님께 레퍼런스를 보여드렸죠.”그의 말대로 ‘선입견’에서 출발했지만 보편적인 듯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위해 평소보다 한 톤 높인 목소리도 시도해 봤다. 완성본보다 촬영 당시 목소리가 훨씬 높았다고 밝힌 주지훈은 “찍을 땐 무척 좋았는데 편집본을 봤더니 극을 벗어나서 널뛰고 있더라”라며 “제 캐릭터를 놓지 않으면서도 재난물의 진중한 분위기를 고려해 후시녹음으로 톤을 다시 맞췄다”고 설명했다. ‘신과 함께’에 이어 재회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연쇄되는 대규모 재난 상황을 CG(컴퓨터 그래픽)로 실감 나게 선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CG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도 있었다. 바로 배우의 연기. 주지훈은 소화하기 어려웠던 장면으로 조박이 위스키를 머금고 불을 내뿜는 신과 트렁크 탑승 신을 꼽았다. “제가 긴장을 하다 보니 부는 압력이 세져 위스키가 침샘을 타고 들어가 염증이 생겼어요. 위험하니 CG로 처리하겠다며 말렸는데 저는 가짜로는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트렁크는 오히려 ‘이걸 CG로 안 한다고? 장난치지 마’라고 말했었네요. 억지로 한껏 웅크려야 카메라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여서 어깨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요. 육체적으로 고충이 많았죠.”고 이선균과 함께한 작품을 공개하는 소감을 묻는 조심스러운 질문에는 “남다를 건 없다”며 담담하게 운을 뗐다. “모든 영화는 항상 개봉하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늘 소중하죠. 좋은 동료, 선배, 배우여서 그저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촬영하면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오늘은 어땠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하루도 안 빠지고 나눈 것 같네요.”‘탈출’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전세계 영화 팬들과 만났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마침내 국내 개봉하게 됐다. 그는 ‘탈출’ 흥행에 대해 묻자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 생활양식도 달라지고 흐름도 빠르다 보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부 깨졌어요.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라 신점을 한번 보러가야 하나 싶네요. 하하”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14 11:00
영화

‘탈출’ 주지훈 “정통 멜로 안 찍냐고요? 작품이 無” [인터뷰③]

배우 주지훈이 멜로 장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주지훈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주지훈은 멜로 시나리오를 기피하냐는 질문에 “찍을 생각은 있는데 제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영화로는 없다”며 “드라마는 지금 tvN에서 정유미 씨와 로맨스 코미디를 찍고 있다”고 운을 뗐다.이어 “생각해 보면 제가 나온 드라마는 거의 수트 차림인데, 영화는 다 비틀린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는 제 이미지를 다이렉트 하게 쓰고 싶어 하고, 영화에서는 비틀어 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그러면서 주지훈은 “제가 정통 멜로는 한 적 없어 물음표가 붙는데, ‘하이에나’, ‘궁’에서도 이미지가 쎄서 강해 보이지만 항상 좋아하는 여성에게 끌려다니고 쥐어 터지는 역이었다”며 “관객분이나 작가분들이 센 이미지로 이성을 짓누르고 싶을 때 저를 쓰고 싶은건가 궁금하다”고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또 “로맨스 코미디나 멜로가 황금기가 한때 있지 않았나. 배우로서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은데 요즘은 작품이 잘 없다”며 “배우로서는 사랑하는 장르고, 연기를 하고 싶다.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멜로를) 하고 싶다는 끈을 놓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생존 스릴러다. 오는 12일 개봉.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10 14:28
영화

‘탈출’ 주지훈 “침샘과 맞바꾼 열연…어깨도 빠지는 줄” [인터뷰②]

배우 주지훈이 영화 속 활약 장면 비하인드를 언급했다.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주지훈 인터뷰가 진행됐다.‘탈출’에서 주지훈은 극 중 양아치 비주얼 렉카 기사 조박을 맡아 재난 상황 속 웃음 포인트를 전담한 것도 모자라 위스키를 머금고 입으로 불을 뿜거나 트렁크에 타기도 한다.이날 주지훈은 CG없이 소화한 위스키로 불 뿜는 신에 대해 “촬영 전 연습할 때는 도움 주신 차력사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는데 제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 크게 뿜었더니 ‘우왁!’하고 놀라시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생각보다 제가 긴장했는지 불 압력을 너무 세게 분 것이다. 위스키가 침샘을 타고 들어가 염증이 생겼다”며 “위험하니 CG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가짜로는 연기를 못하겠더라. 침샘과 맞바꾼 신”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언급했다. 트렁크에 몸을 웅크리고 탑승한 장면에 대해 주지훈은 “양반다리해서 저린 것 100배로 아플 정도로 어깨 부서지는 줄 알았다”며 “액션 합은 힘이 들지 아프진 않다. 이건 어디 매달아 둔 거라 생각하면 된다. 연기하기 힘들 정도로 못 움직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한편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생존 스릴러다. 오는 12일 개봉.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10 14:26
영화

‘탈출’ 주지훈 “돌아오지 않는 시간…故이선균, 디테일한 배우” [인터뷰①]

배우 주지훈이 고 이선균과 연기 호흡을 맞춘 비화를 밝혔다.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주지훈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주지훈은 고 이선균의 첫 번째 유작으로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소감이 남다르진 않다. 모든 영화는 항상 개봉하면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늘 소중하다”며 “좋은 동료, 선배, 배우여서 그저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극 중 고 이선균의 정원 역과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배우마다 시간을 보내는 스타일이 있지 않나. 대기 시간 각자 방으로 가는 타입이 아니라 계속 함께 얘기했다”며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오늘은 어땠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하루도 안 빠지고 나눈 것 같다. 그래서 극 중에서도 호흡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주지훈은 “선균이 형이 저보다 되게 디테일하다. 저는 편집으로 극적 허용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장면에도 선균이 형은 ‘말이 안된다’고 짚는 편이다. 저는 지켜보면서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생각하기도 했다”며 “직업이 같은데 나와는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한편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생존 스릴러다. 주지훈은 인생 한방을 노리는 렉카기사 조박 역을 열연했다. 오는 12일 개봉.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10 14:05
연예일반

‘탈출’ 김태곤 감독 “불 뿜는 주지훈, 차력사보다 잘해” [인터뷰②]

김태곤 감독이 주지훈의 연기 열정에 감탄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 감독은 영화 속 주지훈(조박 역)이 입으로 불을 뿜는 장면을 두고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니라 실제”라며 “주지훈이 직접 했다. 차력사도 데리고 왔고 CG 팀에서도 소스만 따게 입 모양만 연기하면 된다고 했다. 근데 본인이 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이어 “(주지훈이) 차력사보다 훨씬 불이 컸다. 차력사도 민망해했다. (이)선균이 형도 옆에서 보고 ‘대박’이라고 했다. 그 신 찍을 때 롱테이크도 많이 갔다”며 “나중에 (주지훈) 침샘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김 감독은 또 주지훈의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며 “주지훈은 딱 봤을 땐 어려운 사람인데 되게 털털하고 수다스럽다. 처음엔 제작자인 김용화 감독님과 친해서 시나리오를 주게 됐다. 보고 나서 너무 재밌다고 정원(고 이선균)도 조박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조박을 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털어놨다.김 감독은 “순간 ‘캐릭터를 잘못 이해했나?’ 싶었다”며 “(주지훈에게) 조박은 약간 양아치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근데 알겠다고 했다. 헤어스타일도 직접 본인이 찾아서 제게 보냈다. 오히려 제가 놀라서 ‘괜찮겠냐’고 물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는 12일 개봉.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10 11:00
영화

[빅4특집] 재난 속 피어나는 ‘혐관케미’라…‘탈출’ 故이선균X주지훈③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고 이선균과 주지훈, 두 천만 배우가 최악의 재난 속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인다.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이 제작을 맡았으며 ‘굿바이 싱글’ 김태곤 감독이 연출했다. 올여름 공개되는 고 이선균의 첫 번째 유작으로 그를 그리워하는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에서 고 이선균은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을,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을 연기했다. 정원은 냉정해 보일 정도로 판단력이 빠르고 목적 지향적인 인물이지만, 사춘기 딸 경민(김수안)과 소원해도 직접 공항으로 유학길을 배웅하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직이지만 정원은 고 이선균이 전작 ‘기생충’에서 보여준 재벌 아버지상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까칠해 보여도 올바른 판단을 하고 싶어하고, 극한의 상황에서 딸을 지켜내고 싶은 재난물 주인공다운 캐릭터다. 그런 정원의 심기를 살살 또는 박박 긁는 것은 조박. 헝클어진 긴 머리에 브릿지를 넣고, 후줄근한 옷차림에 껄렁한 말투는 누가 봐도 ‘양아치’ 그 자체다. 그간 ‘신과 함께’의 해원맥처럼 코믹 요소를 갖춘 배역을 맡아도 비주얼만큼은 댄디했던 주지훈에게 역대급 비주얼인데, 그가 직접 스타일링 했다고. 주지훈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비하 의도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무서운 형들을 보며 떠오른 선입견을 반영하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조박과 정원은 공항대교로 진입하기 전 길목의 주유소에서 최악의 만남을 갖는다. 주유소에서 투잡을 뛰는 조박은 사장이 없는 사이에 정원의 주유비를 부풀려 받으려 한 것. 호락호락하지 않은 정원이 이를 간파하고 떠나자, 공쳤다며 분해하던 조박은 공항대교 추돌 사고 소식에 한탕 벌어볼 겸 정원도 잡겠다며 즐겁게 출동한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짙은 안개로 ‘아사리판’이 난 공항대교에서 정원과 조박은 재회하게 된다. 예고편에서부터 조박이 정원을 “6만 4400원”이라고 부르거나 정원이 조박을 태우지 않고 자동차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등 티격태격 ‘혐관(혐오하는 관계) 케미’가 예고됐다. 고 이선균과 주지훈, 두 배우의 탄탄한 해석을 바탕으로 마치 실존 인물처럼 구현된 두 캐릭터가 함께 생고생하며 일종의 전우애를 쌓아가는 모습은 관객을 가까이 끌어당길 예정이다.특히 조박은 연달아 사고가 터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웃음 포인트를 전담해 주지훈의 인생 캐릭터를 넘본다.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은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 조박 캐릭터에 주지훈의 유머감각과 센스가 더해져 사랑스러움이 배가됐다”고 말했다. 정원과 조박이 대립할 틈도 주지 않고, 공통의 적이면서 동행하게 된 제3의 인물 양 박사(김희원)와의 관계성도 볼거리다. 양 박사는 사건의 발단이 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이지만 책임감이 부족하고 이기적이다. 첫 연기 호흡이지만 주지훈은 “가족 여행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촬영 현장이었다”고, 김희원은 “서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다 보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케미가 있는데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라고 밝혀 기대를 높였다. 고 이선균과 주지훈이 밀고 당기며, 김희원과 문성근, 예수정, 김수안 등 세대 불문 연기력과 개성을 갖춘 배우들도 ‘탈출’의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의 큰 가족 구성원처럼 느껴지길 바랐다”는 김태곤 감독의 말처럼 ‘탈출’은 서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군상이 함께 재난을 마주하며 빚어낸 케미로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전망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8 05:40
연예일반

[빅4특집] ‘탈출’ 제작자 김용화 감독 “소원했던 주변인 떠오를 것”②

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의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영화 ‘국가대표’,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쌍천만’ 흥행 감독 김용화가 또 한 번 여름 시장에 돌아왔다. 이번엔 감독이 아닌 제작자 겸 공동 각본가의 롤이다. 그의 신작은 오는 12일 개봉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블라드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감독은 ‘탈출’을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원안은 (김태곤) 감독님이 가져오셨어요. 그때는 군인에 집중돼 있었는데 내부 회의에서 가족에 무게를 싣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이후 박주석 작가가 초고를 썼고 전 윤색 정도만 도와줬어요. 얼개는 놔두고 맥락이 넘어가는 구간에서 거친 부분을 조금 걷어내고 리듬을 만들고 인물, 장면의 밀도를 높였죠.” 김 감독의 말대로 ‘탈출’은 재난물인 동시에 가족 영화로서 성격이 강하다. 정원(이선균) 부녀를 중심으로 치매 노부부, 골프선수 자매 등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중심 감정 역시 가족애, 그중에서도 부성애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제작했다는 김 감독은 극 중 정원과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어 더욱 공감됐다고 했다.“대다수가 어떤 중요한 순간에서 그걸 후회하며 못다한 걸 해주려고 하죠. 하지만 그땐 너무 늦고요. 이런 부분을 작품에 투영하려 했고 저 역시 울림이 컸죠. 다만 드러내기보다 설정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동시에 모두 같은 밀도로 가기엔 한계가 있어서 정원의 스토리에 집중했죠.”가족애를 구축하는 캐릭터가 인물만은 아니다. ‘탈출’에는 군견(에코)이란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개를 모티브로 한 크리처를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가장 가깝고 친근한 반려동물인 개가 인간의 욕망, 의지에 따라 흉악하게 변했을 때 느끼는 여러 감정, 거기서 오는 아이러니가 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에코는 100% VFX(시각특수효과)로 구현됐다. 에코 외에도 조박(주지훈)의 반려견이나 실험실 장면에서 짧게 등장하는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다. 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시각적으로 봤을 때 ‘개다’ 싶은 건 모두 만들어낸 허구다.“개를 구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애니메이션이었죠. 생물이다 보니 몸집이나 중력감, 공격할 때 타격감이 다 달라야 했죠. 또 세컨더리 액션(1차 액션에 따라 움직이는 2차 액션)은 애니메이터의 세공인 데다 익숙한 동물일수록 어색한 부분을 쉽게 알아채죠. 그러다 보니 비용의 한계,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샷을 줄여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였죠. 손댈 수 있는 부분은 끝까지 만졌어요.” 이건 VFX 외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탈출’은 긴 후반작업과 끊임없는 편집을 통해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러닝타임도 칸국제영화제 출품 버전 대비 약 4분 줄었다. 스펙터클의 전시에 매몰되지 않고 절제된 분량에서 깊이를 추구한 거다. 김 감독은 “주연 비중을 세밀하게 밟았을 때 속도감, 스릴감이 더 살 거로 생각했다”며 “감정적으로 잘 쌓이지 못한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 구체적인 설명이 소구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보여줘도 충분히 (관객이) 예단한다. 귀결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스피디하게 마무리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탈출’을 남기고 떠난 고 이선균 이야기도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긴 시간 업계에 몸을 담았지만,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선균이는 위기에 몰린 조급함, 긴박함 속 흔들림에 대한 표현력이 되게 좋은 배우죠. 또 배우마다 연기법이 있는데 상황 납득을 위해서 감독과 오래 얘기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해요. 보면서 감독에게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고인을 떠올리는 김 감독의 얼굴에 일순간 쓸쓸함과 슬픔이 드리웠다. 이선균이 떠난 후 그의 유작을 개봉하기까지 어떻게 지냈느냐는 늦은 안부에 김 감독은 “주위 사람들, 특히 처(妻)가 많은 도움이 됐다.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느냐’고 묻더라. 행복했다고 했다. 그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이어진 ‘탈출’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달라는 요청에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소중함이다.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탈출’을 보고 나면 삶의 어떤 순간을 관통한 후 소원했던 모두가 소중해질 겁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08 05:40
영화

‘하이재킹’ 하정우 “여진구, 아가인줄 알았더니 불덩이…매일 와인 마시며 설득” [인터뷰③]

‘하이재킹’ 하정우가 상대역 여진구의 캐스팅에 지대하게 공헌한 에피소드를 밝혔다.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영화 ‘하이재킹’의 배우 하정우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하정우는 ‘하이재킹’의 여진구 캐스팅에 tvN ‘두발로 티켓팅’이 큰 기회였다고 언급했다. 하정우는 “(프로그램에) 주지훈과 저 다음으로 누구를 캐스팅할지 회의하다가 여진구가 대학 후배기도 하고, 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이야기를 예능으로 풀어내면 어떨지 싶어 ‘두발로 티켓팅’에 캐스팅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저는 당시 ‘하이재킹’ 용대 역 캐스팅이 누구인지 최대 관심사였다. 여러 후보가 있었고 리딩과 미팅도 가졌다. 그러다가 여진구 이야기가 나왔고 마침 예능을 같이 하게 됐으니 ‘내가 슬쩍 냄새를 맡아보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했다”며 “진구는 몰랐을 텐데 제가 ‘하이재킹’ 감독과 제작진 만날 때마다 ‘진구 괜찮은 것 같다. 돌아이 같기도 하고, 용대 눈 돌아가는 장면만 뽑아내면 설득력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하정우에게도 아역출신 여진구는 아기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여진구는 달랐다고 회상했다. 하정우는 “아가인 줄 알았는데 웨이트도 많이 해서 그런지 덩치도 좋고 불덩이 같은 느낌”이라면서 “이 정도면 비행기 납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저도 진구가 영화 ‘1987’의 박종철 열사를 연기하는 눈빛이 강렬해서 잊을 수 없었다. 그 눈빛만 있으면 되겠다. 시나리오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연기로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했고. 이 이야기를 진구에게 뉴질랜드 가서도 했다”고 털어놨다.이에 ‘두발로 티켓팅’ 촬영을 위해 출국할 때 하정우는 여진구에게 슬쩍 ‘하이재킹’ 출연을 제안했고, 촬영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그리고 12일간 촬영을 마친 후 귀국길에서 ‘이제 (출연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정우는 “매일 밤 진구와 와인을 마시며 사는 얘기, 진구 필모 얘기를 나눴다. 주지훈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이 거들까봐 ‘하이재킹’ 얘기는 안 했다”고 부연했다.한편 ‘하이재킹’은 대한민국 상공에서 여객기가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F27기 납북 미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정우는 납치된 여객기의 부기장 태인 역을 여진구는 여객기를 납치하는 청년 용대를 열연했다. 오는 21일 개봉. 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6.14 14:36
연예일반

김성훈 감독이 전하는 ‘비공식작전’ 비공식 뒷이야기 [IS인터뷰]

피, 땀, 눈물이 안 들어간 영화는 없다. 그럼에도 ‘비공식작전’에 들어간 여러 노력들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남겨져야 할 이야기들이 더 많아야 한다고 믿는다. 알려진 이야기보다 안 알려진 이야기가 더 많은 터. ‘비공식작전’ 100만 돌파라는 의미를 담아 이 영화의 비공식 뒷이야기들을 김성훈 감독과 같이 나눴다.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약간 포함합니다. -‘비공식작전’은 ‘킹덤’ 막바지 작업을 했을 때 결정했는데.넷플릭스 ‘킹덤’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OTT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가 아니었으니깐. 재밌을 것 같았다. OTT란 게 어떤 건 지도 궁금했고. 내 성향상 좀비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안 쓸 것 같기도 했고. 김은희 작가와 술을 먹다가 즉흥적으로 같이 하기로 했었다. 무엇보다 내가 안 쓰니 너무 좋았다. 막상 들어갔더니 세상에 거져 먹는 건 하나도 없더라. 그때 음악 후반작업을 하려 체코에 갔다. ‘터널’도 음악 작업을 체코에서 했다. ‘비공식작전도’ 마찬가지고. 비행기를 탈 때 쇼박스에서 ‘비공식작전’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줬다. 원래는 다음 작품으로 내가 쓴 재난물을 영화로 할 계획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엄혹했던 시절에 외교관이 납치가 됐는데, 누군가는 그 사람을 데리고 오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세상이 전혀 관심이 없어도. 아무도 몰라줘도. 시스템이 못 한 걸 개인이 한다는 이야기에 이번에도 매료가 됐다. -당시 ‘모가디슈’ ‘교섭’ 등 비슷한 소재 작품들이 동시에 기획이 됐었는데.그 때는 전혀 몰랐다. 뒤에 들었다. ‘교섭’ 콘티 작가가 나와 ‘터널’부터 같이 일을 한 분이다. 이번에도 같이 일을 했다. 그래서 사전에 알려주면 절대 안되고, 혹여라도 찍다가 비슷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하더라.-영화계에 김성훈 감독이 이 영화를 ‘본’시리즈 같은 분위기를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제작 돌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성룡 전성기 영화 ‘쾌찬차’나 ‘폴리스 스토리’ 같은 액션 같은 느낌이 들던데.기획 초반에 중동의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는 첩보물 느낌이란 점에서 ‘본’ 시리즈 같은 느낌이란 말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본’ 같은 프로패셔널은 없다. 평범한 사람이 벌이는 어쩔 수 없는 생활액션일 수 밖에 없다. 찍으면서 ‘폴리스 스토리’ 같은 성룡 영화 액션이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액션 시퀀스 같다는 말들은 나왔다. 찍기 전에 그런 레퍼런스를 유도하지는 않았다.-‘비공식작전’의 톤앤매너는 무거운 소재에 비해 가벼운데. 이 이야기를 버디물로 구성한 것도 그렇게 톤앤매너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나.무거운 소재를 갖고 왔지만 ‘비공식작전’은 납치된 인질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하려는 사람들에 집중하는 영화다. 그것도 어설픈 사람들의 이야기. 전작인 ‘터널’을 준비할 때 깜깜한 곳에서 한 명이 있는 영화를 관객이 어디 답답해서 보겠냐는 지적들이 있었다. 난 인물의 낙천성이 그걸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절망에서 버티는 사람을 통해서 관객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고.‘비공식작전’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구하는 영화는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 차별점을 두려면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에서 구하려는 사람들의 티키타카를 보여주면 그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가 좋지 않을까 싶었다. -촬영에 돌입할 때까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원래 2020년 3월 모로코에서 크랭크인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1년 반이 미뤄졌다. 당시 미리 보냈던 식자재는 모두 폐기됐고. 상황이 좀 좋아져서 2021년 겨울에 들어가려 했는데 다시 오미크론이 터지면서 모로코가 셧 다운이 됐다. 다행히 모로코에서 '비공식작전' 촬영팀은 전세기를 타고 들어오면 괜찮다고 해서 들어가긴 했는데.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직전에 하정우가 코로나19에 걸렸고 회복되서 들어가려 했더니 이번에는 주지훈이 걸렸다. 그래서 못들어가나 싶었더니 모로코가 셧다운을 풀어줘서 일반기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쯤대면 포기하고 다른 작품을 고민할 수도 있었을텐데. 촬영팀을 모아놨는데 그대로 해산했다가는 다시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침 김은희 작가가 ‘아신전’ 제안을 해서 그 스태프들을 해산하지 않고 같이 찍으면서 버틸 수 있었다. 모로코가 다시 셧 다운을 한다고 했을 때는 찍지 말라는 뜻인가 싶기도 했다. 허탈한 마음에 시나리오와 콘티북을 다시 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리고 너무 억울하더라. 지금까지 이 작품만큼 많은 시간을 들인 작품이 없었다. 이 만큼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없었다. 아내가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고 하더라. 그 노력이 실현되는 걸 보고 싶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 많이 찍었다는 것이었다. 테이크를 정말 많이 갔다고 하던데.모로코에서 70회차를 찍었는데, 이렇게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해서 천신만고 끝에 찍기 시작했는데 요 정도 찍고 퇴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비공식작전’이 나를 좀 더 잘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스태프들의 근무 시간을 지키는 상황에서 ‘비공식작전’이 원하는 걸 좀 더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당시 모로코가 우기였다. 중동의 쨍한 햇빛을 찍으러 갔는데 구름이 끼면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날씨가 좋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찍고. 그런 일들이 많았다.-하정우가 광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장면은 뒷쪽 산맥 배경이 더해져 마치 그림 같던데. 감독으로서 무척 즐거웠을 것 같고.정말 그랬다. 아틀라스 산맥을 헌팅하다가 그 풍경을 보고 무조건 홀로 남은 하정우를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찍기 전날까지 하늘이 흐려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전날 폭우가 와서 하늘이 맑아져서 찍을 수 있었다. 하정우에게 딱히 디렉션을 주진 않았는데, 나중에 들으니 하정우가 그 장면에서 찰리 채플린을 생각하면서 걸어왔다고 하더라. 그 풍광과 그 모습이 정말 영화적이었다.당시 마침 당나귀가 하나 지나가더라. 옆 동네 어르신이 몰고 가셨는데, 빨리 섭외를 했다. 그 분이 계속 그 장면 뒤에 서 있다. 갑자기 섭외해서 하루 종일 찍었는데, 평생 처음 영화 찍는다며 정말 잘 해주셨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매직아워는 14회차를 찍었다던데.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그걸 꼭 모로코에서 찍어야 하냐, 한국에서 세트로 찍어도 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모로코에서 찍으면 훨씬 디테일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표준계약서를 지키면서 매직아워에 맞춰 14회를 나가면서 25분 정도씩 찍었다. 그걸 찍으려 거기까지 갔냐고 물으면, 찍어야 할 게 거기 있으니 가야죠라고 답하고 싶다. 현장에서도 왜 그렇게 작은 것에 집착하냐는 말이 나올 때 이렇게 설득했다. 줄기와 뿌리가 근간인데, 사람들은 그 나무가 벛나무인지 근간을 보지 않고 열흘 정도 피었다 사라지는 벚꽃을 보고 안다. 그 작은 게 전체를 규정하는 법이라고. 그런 디테일한 대한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그래서 다른 누군가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민준(하정우)과 판수(주지훈)의 첫날 밤부터 이어지는 밤 추격신 등은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데.영화의 허리 정도 되는 지점이다. 판수가 내부의 적인 게 드러나는 부분이고. 민준을 끊임없이 고난에 처하게 하고 싶었다. 영화적 재미를 주고 싶어서 코믹 시퀀스에 기반을 두도록 액션을 설계했다. -본격 탈출 장면인 빌라 탈출신은 옆 건물로 사다리를 통해서 이동하고 다시 하강할 때까지 10분 가량에 달하는데. 곳곳에 서스펜스와 코믹을 엮었고.건물에서 탈출할 때까지 8분 30초 정도 된다. 사다리와 닭, 와이어 등등을 통해 단계별로 장애물을 극복하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고 싶었다.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살리고 싶었고. 평범한 사람이 그런 위기를 시원하게 극복할 수는 없을테니, 그런 아이디어를 넣자고 생각했다. -카체이스는 할리우드와 달리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이 쌓이고 쌓여 완성됐는데. 대략 6분 정도 분량을 18회차 정도 찍었는데.모로코에서 18회차, 한국에서 3회차 총 21회차를 찍었다. 5분 40초 가량 영화에 들어갔다. 우리가 할리우드처럼 물량 공세를 할 수는 없고, 또 그런 건 많이 봤으니 ‘비공식작전’만이 특화시킬 수 있을 게 뭔지 고민했다. 속도가 아니라 지형지물을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액션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무조건 아이디어를 넣자고 했고 그림 콘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CG로 프리 비주얼 콘티를 다시 만들었다. 그걸 또 다시 무술팀이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동영상 테스트 콘티를 찍었다. 이렇게 세 가지 콘티를 갖고 찍었다. 액션도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카체이스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어야 관객에게 재미를 줄지 고민이 많았다.-원래 시나리오에선 납치됐던 외교관 오재석이 풀려난 뒤 판수를 보고 한 첫 대사가 “건실한 청년”이 아니었는데. 왜 바꾸었나.임형국이 오재석을 연기했는데, 원래 판수 역의 주지훈이 “저 아시죠”라고 할 때 대사는 “음, 사기꾼”이었다. 유머 코드로 준비한 대사였다. 그런데 첫 리딩 때 임형국 배우가 그 대사를 하는 걸 머뭇거리면서 이 사람은 무슨 감정으로 사기꾼이라고 할까요,라고 조심스레 묻더라. 정말 반성했다. 이 캐릭터는 납치됐다가 1년 반만에 한 첫 한국어일텐데,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과연 사기꾼이라고 했을까. 관객을 웃기려고 그 캐릭터가 못할 대사를 줬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함께 고민을 했는데, 하정우가 “건실한 청년”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대사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대사를 영화 속에서 계속 써먹었다. -카체이싱이 끝나고 엔딩이 더 이어지는데. 그 장면도 그렇고, 외교부 직원들이 3개월치 월급을 모으는 것도 그렇고. 좀 더 감정을 끌어올릴 수도 있었을텐데.내가 할 수 있는 게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난 시나리오를 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고려한다. 사지에 있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나라면 월급을 얼마나 내줄 수 있을까, 3개월 정도였을 것 같다. 민준은 직업으로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하려 왔지만, 사람으로선 판수를 구하는 선택을 한다. 왜?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깐. 난 그게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배경이 5공 막바지였던 때라 마지막 민준이 귀국할 때 시기를 6월 항쟁으로 잡을 줄 알았는데.개인의 고통과 시대 상황이 교차되는 걸 반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원래 시대 상황을 담은 장면들이 몇 있었는데 편집했다. 어찌 귀국시킬까만 고민했다. 내 길은 아니지만 박수를 받는 축하파티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이 영화의 소리설계도 남다르던데.헌팅을 다녀오기 전에는 중동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소리도 별로 없을 것 같고, 가끔 기도 소리만 있을 것 같고. 하지만 현장에 갔더니 다양하고 정말 많은 소리들이 마치 음악처럼 들리더라. 그래서 인물을 가운데 놓고 소리로 둘러싸고 싶었다. 광활한 데 가면 소리가 사라지고. 특히 하루 5번 울리는 기도 소리는 스피커가 위에 있다보니 마치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오는 듯 했다. 영화에 그걸 담기 위해 7.1로 준비를 했고, 그게 잘 담겼다. 그런데 대부분의 극장이 5.1로 돼 있으니 아예 그 기도 소리가 잘 안들리더라. 그래서 언론 시사회 이후 급하게 믹싱실에 부탁을 해서 7.1에서 5.1로 바꾸었다. 세 군데만 고친다고 하고 12군데를 고쳤는데 감사하게도 다 들어주셨다. -원래 IMAX 버전도 고민했는데.민준이 한국에 있다가 모로코에 갈 때 그 비행기가 도착하면서 IMAX로 바뀌는 것을 고려했는데, 현지 사정 상 그 비싼 카메라를 갖고 가서 운영하기가 조심스러워서 포기했다. -영화 흥행이 아쉬운데. 이유를 고민했을텐데.여러 생각이 있지만 지금 그걸 입에 담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위해 애썼고, 지금도 애쓰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어떤 이유든 입에 담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데뷔작을 할 때 관객은 몰라, 그러다가 철저히 망했다. 내가 알면 관객도 당연히 안다. 만드는 사람이 아무리 노력했다고 해도 관객은 그 노력을 보려고 극장에 오진 않는다. 재미를 보러 오지. 극장 상영이 다 마무리되면 하나씩 깊이 고민해 볼 생각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8.17 11:21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