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정진영의 B컷] “강한별 씨,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흘러오게 되었을까요”
“어쩌다 우리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거죠?” 배우 강한별은 동갑이라는 기자에게 마주 앉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진용진이 연출한 ‘없는 영화’에서 중고차 대리점 사장을 연기한 그를 인터뷰하기로 한 자리였다. 30대 중순을 넘어가는 무렵.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그와 내가 퍽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10여년 전쯤. 우리는 대학로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다. 그는 공연을 하는 배우, 나는 대명거리를 집 앞처럼 다니던 학생으로. 앞날이 잘 보이진 않지만 어쨌든 씩씩함을 잃지 않으면서, 각자 다른 꿈을 꾸며 그곳을 거닐었을 테니까. 댄서로 커리어를 시작한 강한별은 뮤지컬 앙상블을 지나 공연 무대에서 오래 재능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이 같은 커리어를 살려 최근엔 매체 연기와 연출로도 진출, ‘없는 영화’ 출연에 뮤지컬 안무감독, 단편영화 제작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렇게 걸어온 10여년의 시간. 댄서로서, 배우로서, 혹은 또 다른 어떤 방면의 엔터테이너로서 강한별이 걸어온 길은 언뜻 눈에 띄지 않을진 몰라도 유심히 보면 참 의미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페이를 받으며 일을 하던 시절부터 제대로 된 대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앙상블 시절까지. 그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나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갔다. “친구들하고 단편영화 제작사를 차렸어요. 영상 공모전을 사실 꾸준히 했거든요. 근데 계속 떨어졌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공모전에서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얻긴 쉽지 않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에 한 회사에서 저희 영상을 보고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검은사제들’을 오마주한 단편영화를 찍게 됐어요.” 그뿐만 아니다. 강한별은 여러 사정으로 직접 정기적으로 프로필을 돌리기 어려운 동료 배우들을 위해 프로필을 대신 돌려주는 대행 일도 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엔터테이너의 본질 아닐까. 30대의 절반을 지나가는 나이. 우리는 어떤 시간을 건너 이렇게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마주앉게 됐을까.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떤 시간 위를 흘러가게 될까. ‘없는 영화’로 얼굴을 알린 강한별은 앞으로 대중과 만날 계기를 몇 가지 앞두고 있다. 그 일들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 대중으로부터 얼마나 큰 관심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0여년이 그랬듯 앞으로의 시간도 예측할 수 없겠지만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건 있다. 다시 또 10년이 지나 돌아봤을 때 결과가 얼마나 빛나든, 혹은 아니든 ‘성실히 살아왔다’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 다음번에 다시 인터뷰로 만난다면 열심히 살아온 각자를 위해 박수를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2.14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