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톡스 전쟁' 중 대웅제약, 중기부에 이유있는 항변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균주 출처를 놓고 메디톡스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대응제약이 당국과도 각을 세웠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메디톡스의 신고로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실시하려고 하자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과태료를 내더라도 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30일 중기부의 행정조사가 메디톡스와의 보톡스 소송 종결 시까지 중지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중기부는 지난 25일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거부한 대웅제약에 과태료 500만원 부과를 사전 공지했다. 중기부는 대웅제약이 불법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했다는 신고를 받고 경기도 용인 소재 대웅제약 연구소에 대한 현장 조사를 요청했으나, 대웅제약이 이를 거부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12월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 상 기술침해 행정조사가 도입된 이후 첫 과태료 부과 사례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자사 전 직원이 반출한 보톡스 제품의 원료와 제조기술 자료를 대웅제약이 불법 취득해 사용 중이라고 중기부에 신고했다. 대웅제약은 이날 입장문에서 메디톡스와 4년째 보톡스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부가 메디톡스의 주장만으로 일방적으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사와 수년에 걸쳐 팽팽하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수사기관을 비롯한 사법기관들이 광범위한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중기부가 메디톡스 주장만으로 일방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보톡스 균주와 관련해 메디톡스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관련 조사와 소송 과정에서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행정조사 중단을 요청한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중기부에 행정조사 거부와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중소기업기술보호법으로 보호해야 할 중소기업이 아니라고도 했다. 메디톡스는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중소기업보호법을 활용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수백 억원의 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국내 최대 로펌 두 곳을 선임해 한국에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에서도 현지의 가장 유명한 로펌 두 곳과 연방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까지 선임해 ITC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또 “메디톡스는 처음 소송을 시작할 당시 시가총액이 대웅제약의 2배에 육박하는 4조원이 넘는 거대기업이었다”며 “2019년 3월 중기부에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요청한 직후 5월 분기보고서 공시를 통해 ‘중견기업’이라고 명시했다”고 했다. 보톡스 소송전은 지난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나보타 출시 후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2017년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앞두고 메디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웅제약이 ‘보톡스 소송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톡스 기술로 개발한 나보타가 글로벌 성장을 위한 핵심 제품이기 때문이다. 나보타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발매 4개월 만에 점유율 3위로 올라서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고, 80개국에서 판매 계약을 완료했다. 만약 소송에서 패하면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중지될 수도 있어 노심초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6월 ITC 재판의 예비결정이 나오고, 10월이면 최종 결판이 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모두 거치며 판매 승인을 얻어냈다. 반면 원천 기술을 주장하고 있는 메디톡스는 생산 공정 기술 특허 출원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여전히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동원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신고 접수 당시 메디톡스가 중소기업 조건에 충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메디톡스가 그 이후에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웅제약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행정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며 "소송과 행정 조사는 별개 사안"이라고 했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최대 행정조치로 1~3차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3.3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