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웃렛에 백화점까지…신세계, 잇단 '사업조정' 암초
신세계그룹의 영토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7월에는 제주도에, 8월에는 대구에 각각 아웃렛과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상권의 잇따른 반발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당장 오는 27일 대전 사이언스콤플렉스에 들어서는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은 오픈도 하기 전에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지난달 대전마트협동조합에서 중소기업중앙회(KBIZ)에 '사업조정'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콤플렉스 내에 대규모 백화점이 생길 경우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신세계가 상생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신청 내용은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 접수됐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규정된 사업조정은 중소기업의 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제도다. 소상공인의 청원이 신규 점포 영업일 180일 전까지 받아들여지면, 정부가 사실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은 대전마트협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중기부가 '일시 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일정에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날 대전점의 이름을 '아트 앤 사이언스'로 확정하고 문화센터 회원 모집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앞서 다른 백화점들도 사업조정 중에 오픈한 바 있다"며 "예정대로 오는 27일 오픈할 계획이며, 지역 상인들과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 지역 첫 프리미엄 아웃렛인 신세계사이먼의 제주신화월드점 역시 주변 상인들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여름 성수기 개장이 어려워진 바 있다. 애초 오픈 예정일은 지난달 22일이었다. 제주신화월드점도 제주칠성로상점가 등 제주도 내 8개 상인단체가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역시 대규모 점포 출점으로 인근 상권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제주신화월드신세계 아웃렛은 이미 두 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진행했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내륙과 비교해 신규 출점이 많지 않고, 도 전체를 하나의 상권으로 보는 지역 특성상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중기부는 자율협의 최종 결렬에 대비, 조정 절차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또 그동안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사실 조사가 아닌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백화점은 6년 만에, 아웃렛은 4년 만에 신규 출점에 나선 가운데 잇따라 사업조정으로 발목이 묶이자, 업계 일부에서는 대형 점포 출점에 대한 '이중 규제' 논란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우선 사업 초기 단계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점포 개설 등록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협의가 필수다. 문제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이후에도 상생법에 의해 추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상공인들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경우 유통업체는 또다시 합의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롯데몰 군산점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2016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 지역 상인들과 1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하고 정상적으로 개점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군산시 3개 협동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면서 또다시 합의에 나서야 했다. 결국 개점 당일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중기부가 영업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점포 개설 등록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과 합의했는데, 상생법을 이유로 또다시 사업조정을 하라는 것은 중복 규제”라며 “사업조정 신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나 제한이 없어 한 곳만 강성으로 나와도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o.kr
2021.08.0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