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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하다, 혼란해”…韓영화, ‘오겜2’→계엄 여파에 미루고 당기고 [IS포커스]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예년 같았으면 성수기여야 할 연말연시를 앞두고 극장가가 OTT 대작 등장과 불안한 정세 등 외부 요인으로 개봉일과 공식 일정 등을 변경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배급사 CJ ENM은 최근 영화 ‘하얼빈’ 개봉을 앞당긴다고 고지했다. ‘하얼빈’은 당초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논의 끝에 하루 빠른 24일 관객을 만나기로 했다. 배급사 측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거로 보고 있다. ‘오징어 게임2’는 일찌감치 12월 26일로 공개일을 선점하며 겨울 극장가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홍보를 위한 넷플릭스 본사 차원의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가 이어지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실제 ‘오징어 게임2’의 출격에 몸을 사린 작품도 다수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 ‘소방관’은 원래 이달 말 개봉을 염두에 뒀지만, ‘오징어 게임2’를 비롯한 쟁쟁한 경쟁작들의 등장에 공개 시점을 앞당겨 4일로 변경했다는 전언이다. 송강호, 박정민 주연의 ‘1승’과 김윤석, 이승기 주연의 ‘대가족’도 지난 4일과 11일에 각각 개봉했는데 역시 ‘오징어 게임2’를 피해 간 모양새다.여기에 홀로 맞대결을 예고했던 ‘하얼빈’까지 ‘오징어 게임2’의 뜨거운 열기 속 개봉일 변경 카드를 꺼냈다.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를 활용해 더 많은 관객을 모으는 동시에 입소문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판단이다. 더욱이 ‘하얼빈’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에 모인 독립군의 이야기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 애국심을 기반으로 한 영화인 만큼 어지러운 시국의 반사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 탓에 개봉일을 변경한 영화도 있다. 이레, 진서연, 손석구 등이 출연하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대표적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혼자서는 서툰 사람들이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장르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24일 극장에 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개를 2주가량 앞두고 개봉 연기를 최종 결정했다.‘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이미 사전 홍보를 시작하고 언론 시사회, 매체 인터뷰 등 일정도 잡혀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 개봉을 연기한 이유에는 불안정한 정세 영향이 컸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혼란은 정치, 경제를 넘어 문화 산업까지 확산됐고 그 여파는 현재 진행 중이다.국민적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린 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수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영화 주 관객층인 2030세대 여성이 집회 참석을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는 터라, 주말을 기점으로 관객수 하락세는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측은 결국 작품 공개를 미루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관객을 만나겠다”는 입장이다.물론 이러한 고민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수의 영화, 그 중에서도 외부 타격에 취약한 중소 규모 영화들은 올겨울 최종 개봉일 확정을 앞두고 눈치 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2’의 화제성과 불안정한 정세 변화를 지켜보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한 배급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게 우선”이라며 “탄핵 정국이란 특수한 상황인 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수 추이도 지켜봐야 하고 괜한 홍보로 역풍을 맞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오징어 게임2’의 영향이 얼마나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1월 개봉작들 역시 대다수 하순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12 06:14
영화

작지만 개성있는 중소 韓영화들, ‘단독 개봉’으로 관객 눈도장

11월 개봉한 중소규모 한국 영화들이 외화 대작과 맞설 틈새 전략으로 눈길을 끈다. 바로 멀티플렉스와 손잡는 ‘단독 개봉’이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 개봉한 그룹 위키미키 출신 김도연 주연 호러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은 개봉 당일 누적 관객 4280명을 기록하며 독립·예술영화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 전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안착했다. 이 작품은 CGV 단독 개봉 작품으로 스크린 203개, 상영 횟수 410번으로 얻은 성과다.같은 날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공승연 주연 제철소 재난영화 ‘데드라인’은 첫날 누적 관객 6765명을 모아 전체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스크린 184개, 상영 횟수 365번인 작품이지만 모든 극장에 와이드 개봉하는 한국 영화 ‘청설’, ‘아마존 활명수’와 외화 ‘베놈: 라스트댄스’, ‘레드 원’을 잇는 순위를 기록했다.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여러 극장에서 최대한 많은 관을 확보해 상영 횟수를 늘리는 것은 모든 영화의 목표이지만, 지금 극장가 상황처럼 할리우드 대작을 제외하곤 비슷한 규모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즉 관객의 눈에 띄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것이다. 최근 중소규모 작품들에서 목격되는 멀티플렉스 한 곳과 계약을 맺는 단독 개봉 방식은 작품에 경쟁력을 부여하는 양상이다. CGV는 ‘아메바 소녀들’에 앞서 지난달 30일 리처드 용재 오닐이 참여한 음악 영화 ‘하와이 연가’를 단독으로 개봉했으며 롯데시네마는 심은경과 감독 4명의 앤솔로지 영화 ‘더 킬러스’를 지난달 23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또 이달 초 개봉한 ‘4분 44초’는 CGV의 ‘밤낚시’를 이어받는 롯데시네마의 첫 스낵 무비로서 홍보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3만 관객을 돌파했다.이 같은 개봉 방식은 작품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양측에 ‘윈윈’으로 작용한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실험적이기에 취향을 타는 독립예술 영화도 멀티플렉스 한 곳에서 단독 계약을 맺으면 오히려 관객 눈에 띄는 효과가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마케팅 비용을 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배급 관계자 또한 “모든 극장에 걸리진 않더라도 확실한 한곳과 계약하는 것이 안정된 상영관을 확보하고 극장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작품을 부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멀티플렉스 입장에서는 개봉작 선정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브랜딩 효과를 기대한다. 롯데시네마는 ‘롯시픽’이라는 기획전을 진행하며 국내외 재개봉 명작과 신작을 아우른 단독 개봉 라인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 극장이 수집한 관객의 선호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걸 작품을 선정하기에 모두가 선호할 만한 무난히 대중성 높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자사에서 검증된 마니아 관객층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단독으로 계약을 맺는 식이다. 그중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작품이 생기면 데이터로 쌓여 다음 작품 선정에 반영되고 그것이 곧 극장의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 충성 고객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이처럼 단독 상영은 작품과 멀티플렉스가 상부상조하는 창구로 기능하지만, 더 많은 상영관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규모가 큰 상업영화와 달리 단독 개봉은 중소규모 작품들이 최적의 마케팅 비용으로 선택과 집중해 작품을 잘 알려보고자 할 때 채택되는 방식”이라며 “극장과 GV 이벤트나 기획전 등 홍보를 협력할 수 있어도 결국 관 배정과 흥행은 관객에게 얼마나 선택받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11 05:35
연예일반

'탈주' 70% 수준 상영 …'슈퍼배드4', 변칙개봉 논란에 체면까지 구겼다 [종합]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가 ‘변칙 개봉’ 논란 속 유료 시사회를 강행했다. 부정적인 꼬리표까지 자처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좌석점유율이 10%대에 머물며 체면까지 구긴 모양새다. 22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슈퍼배드4’는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1489개 스크린에서 5090번 상영됐다.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탈주’의 70%(스크린수 기준) 수준이자 주말 800만 돌파에 성공한 ‘인사이드 아웃2’의 68%에 달하는 수치다.예상했던 대로 개봉 영화 수준의 상영이다. ‘슈퍼배드4’는 개봉 직전 주말인 이 기간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다. 물론 유료 시사회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통상 영화들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다. 다만 ‘슈퍼배드4’의 경우 전국 400여개 극장에서 80만석이란 전례 없는 규모로 시사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변칙 개봉’이란 지적이 일었다. 한국 영화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배우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 국내 주요 영화 단체가 결성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19일 입장문을 발표, ‘슈퍼배드4’의 유료 시사회는 “배급사, 제작사 및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라며 이것이 ‘변칙개봉’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개봉일 사전 공지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것으로 경쟁사 간 암묵적인 약속”이라며 “(‘슈퍼배드4’의) 변칙 개봉은 현재 개봉 중인 영화와 금주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축소, 박탈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우도 아니었다. 실제 ‘슈퍼배드4’의 유료 시사회가 진행된 지난 주말, ‘탈주’와 ‘핸섬가이즈’를 제외한 모든 영화의 스크린수 및 상영회차가 줄었다. 특정 작품은 스크린수가 전주 대비 20% 넘게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각 영화에 대한 평가와 개봉 주차의 영향도 작용했겠지만, 타깃층이 동일한 작품 혹은 중소규모 영화 입장에서는 ‘슈퍼배드4’ 유료 시사회 여파가 적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건 ‘슈퍼배드4’는 이번 유료 시사회로 얻은 게 없다는 점이다. 당초 ‘슈퍼배드4’ 측은 ‘변칙 개봉’ 논란에도 불구,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일종의 ‘수요에 따른 공급’이란 입장을 내놨다.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흥행하다 보니 국내에서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아서 진행하게 된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틀간 유료 시사회로 확보한 관객은 10만명 남짓. 좌석점유율 역시 평균 13.3%에 불과했다. 이 기간 ‘탈주’의 좌석점유율은 26.4%, ‘인사이드 아웃2’는 20.2%로 집계됐다. 실제 주말 유료 시사회를 통해 ‘슈퍼배드4’를 관람한 관객은 한 영화 커뮤니티를 통해 “주말부터 엄청난 (사전) 관 확보로 말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관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며 “시리즈 진입장벽 때문인지 아이들 영화라 생각해서 그런지 실관람객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슈퍼배드4’의 결과와 무관하게 이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개봉 전 이뤄지는 유료 시사회 등이 결국엔 무한 경쟁을 일으키며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것이란 의견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실 영화 개봉일이라는 건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의해서 사전에 조정하는 암묵적인 룰”이라며 “이런 관행을 대규모 사전 시사 등으로 깨버리면 업계 질서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다른 영화들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너도나도 개봉하게 되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다. 이렇게 경쟁하다 보면 끝도 없다. 개봉일을 준수해야만 업계 질서가 바로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22 15:00
연예일반

중소규모 영화의 기적…‘30일’ 기록의 의미 [줌인]

최약체의 반전이다. ‘30일’의 기적이 개봉 4주 차에도 이어지고 있다.3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30일’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14만 4445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183만 9998명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30일’은 4주 차에도 식지 않는 흥행 열기로 중소규모 영화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30일’은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추석 극장가를 겨냥한 영화가 관객을 만난 이후인 지난 3일 개봉해 흥행이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연휴 마지막날 개봉한데다 앞선 영화들에 비해 규모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일’은 개봉 첫날 17만 197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앞서 개봉한 추석 영화들의 오프닝 스코어를 모두 뛰어넘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던 ‘30일’은 개봉 20일 만인 지난 23일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청신호를 켰다.올해 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네 번째 작품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30일’. 지난 6일 미국, 18일 필리핀 개봉에 이어 다음 달 1일 인도네시아. 9일 태국, 10일 베트남 개봉을 확정하는 등 글로벌 관객들과 만날 채비도 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리메이크 판권 계약도 성사됐다.그런가 하면 ‘30일’의 흥행은 200~3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 줄줄이 쓴 맛을 보고 있는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불과 57억원이 투입된 영화가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을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밀어내고 흥행 중이라는 것이다. 무거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영화가 선택받는 현상도 ‘30일’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이는 유해진 김희선 주연 영화 ‘달짝지근해:7510’ 흥행 패턴과도 비슷하다. ‘달짝지근해:7510’은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여름 대작들이 모두 개봉한 후인 광복절에 개봉했다. 당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동안 ‘달짝지근해: 7510’ 역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 결과 손익분기점인 165만 관객에 근접한 약 140만 명을 동원하며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9월6일 개봉한 ‘잠’도 48억원의 제작비로 손익분기점 80만명을 넘겨 147만명을 동원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소재의 중소규모 영화들의 선전이 계속되는 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더이상 대작불패 신화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흥행의 본질이라는 걸 ‘30일’은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한편 ‘30일’은 서로의 지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클리셰를 비트는 이야기와 참신한 연출은 신선한 재미를 안겼으며 주연인 강하늘과 정소민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케미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ㅇ 2023.10.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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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픽쳐스, ‘소리도 없이’ 이어 ‘잠’ 손익분기점 돌파..작은영화의 힘 입증 [종합]

루이스픽쳐스가 ‘소리도 없이’에 이어 ‘잠’까지 중소영화의 힘을 증명했다.1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잠’은 16일 13만 6443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91만 7981명. 지난 6일 개봉한 ‘잠’은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왔다. ‘잠’은 현재 추세라면 이날 1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잠’(감독 유재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잠’의 흥행이 반가운 건, 중저예산 영화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대략 50억원 가량 제작비가 투입된 ‘잠’ 손익분기점은 80만명 가량. 올해 200억원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잠’은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만듦새도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이 같은 성과를 냈다.제작사 루이스픽쳐스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이었던 2020년 10월 중저예산 영화 ‘소리도 없이’를 개봉시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순제작비 13억원에 P&A 비용을 포함해 총제작비 19.5억원이 투입된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는 40만명을 동원했다.‘소리도 없이’와 ‘잠’ 모두 공통점이 있다. 홍의정, 유재선 등 신인 감독들에 좋은 기획, 시나리오, 그리고 좋은 배우들의 참여다. 이는 루이스픽쳐스의 프로듀싱 능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잠’ 흥행은 영화계에 여러모로 시사점을 준다. 팬데믹과 OTT 급부상, 그리고 극장요금 인상 등으로 극장용 영화는 더 크고 더 화려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터다. 그런 가운데 ‘잠’은 적은 예산 인데도 알찬 만듦새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잠’의 흥행을 더욱 바라는 이유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9.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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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콘텐츠] 편성 못 잡은 드라마 80편, 미개봉 영화 57편, K팝 성장세도 뚝↓①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BTS로 상장되는 K팝이 글로벌 주류 편입을 눈앞에 뒀으며, 넘을 수 없는 산인 줄 알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한국 영화를 주목한 지 수년.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에서는 ‘K콘텐츠 위기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가 외면 받고 있으며, 방송가는 연이어 허리띠를 졸라매며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K팝의 성장세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둔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백년대계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편집자 주>K콘텐츠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 등 이름만 들어도 K콘텐츠를 대표하는 결과물들이 쏟아졌고, 최근에는 ‘더 글로리’와 세븐틴 등이 K콘텐츠 위상을 높혔지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영화, 드라마, K팝 등 K콘텐츠 전반적인 상황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다리를 걷고 있다.전세계에 K콘텐츠 바람을 일으킨 K드라마는 현재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 케이블 채널 tvN 등이 잇따라 경기 악화로 인한 광고 축소 등을 이유로 수목극을 폐지했다. 드라마 편성이 줄어든 건, 단순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K콘텐츠 바람이 일면서 편성을 안잡은 상태로 대거 사전제작된 드라마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현재 방송계에선 80여편의 드라마가 편성을 못 잡고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0여편은 이미 사전제작됐고, 30여편은 현재 제작 중이지만 역시 편성을 잡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 이런 상황이다보니 지상파나 tvN, JTBC 등에서 거절당해 그보다 채널파워가 적은 곳에 안좋은 조건으로 간신히 편성을 잡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 톱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계속 편성이 안 잡히다가 ENA로 가게 된 일이 최근 벌어져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내 한 유명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 케이블 편성이 안 잡힌 상태에서 OTT 방영을 겨냥해 사전 제작되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채널이든 OTT든 편성이 된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최근 파악된 것만 100여개의 작품이 사전 제작됐으나 80여편 정도가 편성을 못 잡은 것으로 안다. 특히 자본력이 안되는 제작사의 작품들은 아예 방영을 포기하고 회사마저 줄도산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라며 심각한 K드라마 제작 환경을 토로했다.이렇게 사전제작을 했지만 편성이 안된 드라마들은, 시간이 흐르면 헐값에 모든 권리를 채널에 넘길 수 밖에 없다. 과거에도 제작사들이 사전제작을 한 뒤 방송사에 방영권만 팔려 했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은 헐값에 팔게 된 사례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팬데믹 기간 중 넘쳐났던 자금들이 K드라마에 쏠렸고, 굳이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OTT 등 플랫폼이 다양해졌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사전제작된 것. 이 드라마들이 경기가 악화되면서 방송사들이 편성을 줄인데다 갑이 된 OTT 회사들로선 굳이 비싼 값에 사들일 이유가 없기에, 허공에 떠버린 셈이 됐다. 이는 마치 2019년까지 한국영화계가 호황을 겪으면서 너무 많은 영화들이 제작됐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극장 상영이 어려워지면서 표류하게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즉 K드라마 산업은, K영화산업이 코로나 기간 겪은 위기가 이제 비로서 시작된 셈이다. 치솟은 드라마 제작비에 비해 수익을 얻는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인 것도 K드라마 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드라마 제작비는 매해 2~3배씩 늘어나는 추세다.5~6년 전만 해도 회당 평균 제작비가 5,6억원이었던 데 비해 현재는 회당 평균 제작비가 15억원 가량으로 늘었다. 코로나 기간 제작 편수가 늘면서 배우 출연료는 계속 오르고, 스태프 인건비도 계속 오른 반면 수익 구조는 달라진 게 없다. 광고비가 회당 15억원을 감당할 수도 없을 뿐더러 경기 악화로 광고가 크게 줄었다. 특히 드라마는 IP(지적 재산권) 대부분을 채널이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작사 몫으로 돌아오는 게 많지 않다. 해외 판매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에 해외 방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서 제작비에 도움은 될지언정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고 있다. 높아지는 제작비는 글로벌 OTT가 주도하기도 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는 글로벌 OTT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면서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더글로리’ ‘스위트홈’ ‘카지노’ 등의 수작들이 만들어져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높은 제작비가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고 이는 곧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로도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다.하지만 모든 드라마의 제작비가 높아질 수도 없고, 그 제작비를 감당할 수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OTT가 도래할 때부터 K드라마 시장이 무너질 거 같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일찍이 나왔다. 그 우려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제작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게 문제다. OTT로 사전제작이 일반화되고 그러다보니 제작기간이 엄청 길어져 제작비가 더 치솟았다. 작품수가 늘어나다보니 실력이 안되는 배우들도 주연이 되고 몸값이 오른다. 하지만 부족한 연기력 탓에 작품 퀄리티는 떨어지고 결국 시청률은 안나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라고 토로했다.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회사는 투자하는 한국 작품은 모든 IP를 가져가고, 제작 수수료만 지급하고 있기에,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K드라마 산업은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글로벌 OTT회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독이 된 성배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넷플릭스 의존도가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 메이저 스튜디오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제작비를 집행할 재정이 안되기 때문에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작품들이 OTT와 손을 잡지 않으면 제작이 어려운 상태”라면서 “자력갱생이 안되다 보니 넷플릭스 의존도만 자꾸 늘어난다. 자금력이 좋은 넷플릭스가 흔들리면 K드라마 수명도 끝날 것이다. 내년까지는 상황이 더 안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한국영화계는 좀처럼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상황은 더 악화됐다. 3년 연속 오른 극장요금과 OTT 활성화, 짧은 OTT 홀드백, 한국영화 실망감 등이 겹치면서 한국영화 관객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올빼미’ 외에 지금까지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에 만들어지고 아직 공개되지 못한 미개봉영화는 57편 가량이다. 이 영화들의 순제작비는 5500여억원에 달한다. 미개봉영화들이 쌓여 있다보니 새로운 영화가 투자가 되지 않고 있다. 올 1/4분기 프리 및 촬영진행을 하고 있는 투자된 한국영화들은 겨우 9편으로 추정된다. 약 986억원 규모다. 더 심각한 건, 올 하반기에는 투자 계획이 있는 한국 영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2024년 극장가와 한국영화산업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K팝의 성장세는 그나마 꾸준한 편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약 7400만 달러부터 2021년 약 2억 2200만 달러까지 매년 60, 70% 가량 K팝 음반 수출액이 늘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4%대 증가로 2억 2300만 달러에 그쳐 K팝 위기론을 부추겼다. 하지만 올해 1~4월 음반 수출액은 8386만 달러로 전년 동기간(약 49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68% 상승,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액 역시 전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다만 문제는 양극화다. 이번 음반 수출은 국내 4대 가요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하이브가 주도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1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인 9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다.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1위를 거머쥔 방탄소년단 지민의 해외 앨범 판매 실적이 담겼다. 또한 하이브 산하 기획사의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등의 앨범 해외 판매 실적이 수출액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터차트 관계자는 “음반 판매량은 팬덤의 크기에 따라 확연히 차이난다.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하이브 산하 기획사 아티스트(르세라핌, 뉴진스, 세븐틴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이브 독식 체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며 “팬덤의 힘이 비교적 약한 타 아이돌 그룹이나 타 장르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은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짚었다. 이런 행태가 계속될 경우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 글로벌 수익 구조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장에서도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만큼 자칫 K팝 산업이 공룡만 살아남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성이 사라진 K팝의 경쟁력이 줄어둘 수 밖에 없다. 이미 일부에선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K팝 아이돌그룹들이 월드투어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서는 천편일률적인 K팝 아이돌 음악 스타일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결국 대형기획사의 인기 아이돌그룹 콘서트만 소비되고 중소기획사와의 수익 격차는 더욱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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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콘텐츠] ‘풍요 속의 빈곤’ K콘텐츠 진단, 왜 이렇게 됐나 ②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BTS로 상장되는 K팝이 글로벌 주류 편입을 눈앞에 뒀으며, 넘을 수 없는 산인 줄 알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한국 영화를 주목한 지 수년.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에서는 ‘K콘텐츠 위기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가 외면 받고 있으며, 방송가는 연이어 허리띠를 졸라매며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K팝의 성장세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둔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백년대계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편집자 주> 장밋빛일 줄만 알았다. K팝이 철옹성 같던 빌보드 정상에 이름을 올리고 전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했을 때만 해도 그랬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끝나면 더 날아오를 줄 알았던 K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주춤하다. 글로벌 시장이 사랑하는 K콘텐츠이지만, 정작 국내 업계 내부에선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작된 K드라마와 K영화는 창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고, 소수의 아티스트에 기댄 구조와 막혀버린 중국시장으로 K팝의 미래는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곳간에 쌓여가는 콘텐츠…K드라마 업계, 한국영화 업계 전철 밟는 중K영화, 즉 한국영화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극한직업’, ‘기생충’ 등 ‘천만영화’가 가장 많이 나오면서 호황을 누렸다. 그만큼 투자는 몰렸고 제작이 활발히 이뤄졌으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계 전반이 얼어붙었다. 더 큰 위기는 엔데믹의 분위기와 함께 한국영화계에 활기가 띨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찾아왔다. 소위 곳간에 쌓아둔 기존 영화들이 무려 57편 가량으로 알려진 가운데, 좀처럼 한국영화 관객이 늘어나지 않아 개봉은 연이어 늦어지고 있다. 대략 4년의 걸쳐 위기가 진행 중인 한국영화계의 전철을 드라마 업계는 이제 밟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경기침체 탓에 광고 수익이 급격히 감소한 방송가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서서히 높아져가는 제작비도 감당할 수 없는 방송사들은 드라마의 편성을 줄여 나가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예능프로그램을 편성해 수익을 보전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제작사의 10년차 드라마 PD는 “K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축제 분위기라고 하는데 정작 그 축제를 준비하는 무대 뒤의 파열음도 크게 일어나고 있다”며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기대고 있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수익 다변화를 꾀하려 노력하고 있는 듯한데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보인다”라고 수익 보전을 위해 위축된 방송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방송사들의 이러한 분위기에 드라마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극장가와 비교해 비대면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특징 덕에 한국영화계에 쏠렸던 투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드라마 업계로 몰렸고 이에 따라 제작이 활발해졌으나, 제작됐거나 제작 중인 드라마들은 편성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영화처럼 다수의 K드라마도 기약없이 곳간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광고시장의 파이는 한정됐는데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그 파이를 계속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모델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니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결국 방송사의 편성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OTT업체의 편성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키운 거대 글로벌 OTT로 인해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막대한 투자로 전세계적으로 K드라마의 붐이 일어났으나, 그 이면이 밝지만은 않다. OTT들이 한국 콘텐츠에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던 제작비가 더 빠르게 상승했고, 이를 기존 방송사와 제작사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OTT에 화제성과 흥행을 보장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모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기를 겪은 한국영화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엔데믹에 접어들었지만 흥행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역시 OTT의 지분이 크다. 팬데믹 시기 OTT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게 보편화됐고 OTT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다수 서비스하면서 굳이 관객이 극장을 찾을 동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또 OTT의 제작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IP를 OTT가 확보할 경우 제작사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은 OTT가 오리지널로 제작해 제작사들은 제작비의 10% 이하를 고정적으로 받는 수익 구조다. 과거에는 방송사와 나눠 제작비를 충당하기도 했으나 방송사가 드라마 편성을 대거 줄이는 상황에 이른 만큼, 결국 제작비의 압박을 받는 제작사들은 전액을 투자 받는 대신 IP를 내주는 구조로 흐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엔 제작비의 10%도 받지 못하는 제작사가 적지 않다”며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제작사들은 ‘로우 리스크-로우 리턴’을 취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높아진 제작비만큼 콘텐츠의 질이 향상됐고, 이에 따라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OTT업계와 경쟁하는 국내 토종 OTT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3조 3000억원을 투자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5일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콘텐츠 시장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업계에선 웨이브와 티빙 등 이미 적자를 내고 있는 국내 토종 OTT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가득하다. 한 국내 OTT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서비스 자체가 자본게임이다. 자본을 더 많이 투자할수록 콘텐츠의 흥행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하다”며 “거대 OTT업체가 투자를 늘릴수록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내 업체들은 그 정도 투자 규모에 맞추거나 제작사에 더 좋은 조건을 내밀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팬덤에 기댄 수익 구조와 중국 시장발 위기그나마 K팝은 선전하고 있지만 팬덤에 기댄 수익 구조와 한한령으로 막힌 중국 시장을 대신할 시장 발굴, 포스트 방탄소년단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에 돌입하면서 ‘위기론’은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에 기댄 수익 구조가 스타 개인의 리스크에 휘청거리기 쉽고, 이는 K팝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의견이 나온다.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K팝은 거대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만들어 이들의 팬덤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왔다. 방탄소년단도 그렇지 않느냐”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복무로 K팝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K팝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팬덤조차 많은 자본이 투입된 대형 기획사들의 아이돌 그룹에 쏠리다 보니 중소기획사들이 K팝 시장에서 설 자리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정한 수의 대형 기획사와 여기에 속한 한정된 아티스트들에 K팝의 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탓에 소수의 기획사와 아이돌 스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지금의 K팝은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로 극명히 나뉘어져 있다. K팝의 붐이라 하지만 중소기획사 입장에선 실감하지 못 한다”며 “동시에 대형기획사가 아이돌 중심의 장르를 내놓다 보니 다른 장르를 선보이는 중소기획사의 아티스트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렇다 보니 중소기획사들은 수익 구조 중 하나를 차지하는 앨범 판매량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한터차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발라더나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도 많은 앨범 판매량을 보였지만 지금은 팬덤이 있지 않는 이상 앨범 판매량을 확보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스트리밍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보인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전체 스트리밍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특정 아이돌의 노래들이 순위를 독점하고 있고 이들이 이전에 낸 곡들도 꾸준히 상위권 차트에 있다. 팬덤의 소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평했다.대형기획사들 또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K팝의 주요 타킷팅이 되는 중국시장이 한한령으로 인해 사실상 닫혀 예전과 같은 힘을 못 쓰고 있다.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시장이 활기를 띨 거라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기대감이 높았는데 최근 한일정상회담으로 인해 기획사 입장에서는 김이 빠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여기에 더해, 한한령이 해제된다 하더라도 중국시장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정치적인 문제로 또 중국시장이 언제 닫힐지 모르지 않나”라며 “중국시장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시장 확대 등 또다른 K팝의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다만 중국 시장이 배제돼 있는 현재가 K팝이 북미, 유럽 등 새 시장으로 뻗어나갈 기회가 되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중국, 일본 시장을 주요 거점으로 생각했다면 이제 중국 시장은 진출 선택지 중 한 곳이 됐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금 더 글로벌해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짚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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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콘텐츠] “위기 속에 기회 있다” 업계에서 본 K콘텐츠의 미래 ③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BTS로 상장되는 K팝이 글로벌 주류 편입을 눈앞에 뒀으며, 넘을 수 없는 산인 줄 알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한국 영화를 주목한 지 수년.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에서는 ‘K콘텐츠 위기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가 외면 받고 있으며, 방송가는 연이어 허리띠를 졸라매며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K팝의 성장세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둔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백년대계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편집자 주> 영화, 드라마, OTT 오리지널을 막론하고 제작 및 유통되는 작품이 줄면서 K콘텐츠 업계 전반이 위기에 휩싸여 있는 상태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마냥 절망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남아 있지만, 꾸준한 콘텐츠 발굴과 지원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으리란 것. 물론 팬데믹 시기 제작돼 쌓여 있는 작품들이 유통되기까지 시간은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콘텐츠 다양성이 관건 “정책적 지원 필요”K콘텐츠 위기론을 해소할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콘텐츠 다양성’과 이를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꼽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잘만든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고, 대작이나 대형 그룹의 성공이 낙수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업계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콘텐츠 대기업인 CJ ENM의 부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은 최근 주가 부진의 늪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올해 초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구창근 대표가 취임해 사업 효율화 및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CJ ENM이 정상화가 되면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유통망이 활발해지며 영화 및 드라마 공급이 활발해지리라는 관측이다.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가 드라마만 하면 무조건 적자라고 앓는 소리를 한다”며 “글로벌 OTT를 대적할만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은 CJ ENM 뿐인데, 최근엔 CJ ENM이 계열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제작사 입장에서는 편성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라고 하소연했다.이에 CJ ENM 관계자는 “대중이 좋아하실만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개하는 일은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것이다. 좋은 콘텐츠와 창작자 발굴에 힘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다만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를 마냥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작지만 탄탄한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 및 창작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결국 시장의 논리에 의해 소외될 수밖에 없는 다양성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 단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숨겨진 창작자를 발굴하거나 제작사들에 세제 혜택 등을 줌으로써 제작을 독려할 수 있다. 현재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10%에 불과하다. 반도체·전기차 세액공제율이 30% 가량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미치지 못한다.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제 혜택 뿐 아니다. 후반작업 업체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에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은 VFX 기술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국가별 또는 국가내 소속주(우리나라로 기준 행정구역 시단위)별로 세금 공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가 할리우드,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전략적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비용 1000만 달러를 넘기거나 VFX 작업 비용이 전체 비용의 75%를 초과하면 추가로 5%를 공제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덱스터스튜디오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까지 VFX 제작 분야만을 위한 별도의 환급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 돼 있지는 않다. 다만 콘텐츠 총 제작비 세액 공제에 대한 지원에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VFX 분야만을 위한 별도의 공제도 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제작 지원도 현재보다 더 늘어나고 간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우수 방송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OTT 특화’ 부문 지원사업도 439억 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장편 드라마 제작지원금은 전년도 1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2배 이상 늘었다.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도 지원 필요성을 느끼고 지원금액을 늘렸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K콘텐츠에 투자하는 대신 IP를 모두 가져가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OTT회사와 현행 방송 관행 개선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지 않는 한 K콘텐츠 수익 구조 개선은 요원하다. ◇위기가 기회다!K드라마와 영화, K팝 산업이 처한 현 상황을 잘 극복하면 K콘텐츠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 콘텐츠 수요자는 엄격한 만큼,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위기론 속에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3’가 그런 점에선 특히 중요하다. 배우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이 688만 육박, 2편이 1269만 관객을 넘어서며 극장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1000만 돌파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범죄도시3’을 상반기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꼽으며 흥행을 기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는 경쟁작이라기 보다는 동료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범죄도시3’이 잘되길 바란다. 그로 인한 낙수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범죄도시3’ 이후에도 6월엔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 여름 시장엔 ‘밀수’,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영화제’에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송중기 주연의 ‘화란’, 이선균과 주지훈이 출연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러스’, 이선균 정유미의 ‘잠’ 등 굵직한 작품들이 초청된 만큼 영화제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상승이 기대된다.물론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제작과 유통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거란 관측도 있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기형적으로 너무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 때는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이 OTT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가 컸다. 제작은 많이 됐는데 유통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그때 미처 릴리즈되지 못 한 작품들이 많이 쌓여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작품 제작이 더딘 것”이라며 위기론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이 관계자는 “범죄도시3’ 같은 작품들이 잘돼서 관객들이 늘고 배급사 사정도 안정화되면 차츰 더 다양한 한국 영화들을 내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금은 단지 코로나19 시절 만들어놨던 작품의 배급되는 단계에서 투자금 회수의 ‘시차’를 겪고 있는 단계라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K팝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방탄소년단 멤버 입대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다른 그룹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터차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걸 그룹 강세가 굉장해졌다. 145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블랙핑크를 선두로 K팝 걸 그룹 시장은 오히려 전성기가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음악이 좋고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아티스트들의 앨범 판매량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앨범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이제는 앨범을 굳이 사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앨범을 소장하고자 하는 팬덤 위주의 소비 파이가 늘었고, 이런 경향성으로 인해 K팝 앨범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뿐이다.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다만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건 문제점으로 꼽힌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팝 시장을 아이돌이 주도하고 있고, 인기를 끄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부분 대형 기획사 소속 아니냐”며 “한쪽으로 치우친 성장으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기를 못 펴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중소 기획사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통적으로 한류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던 중국 시장이 보다 활짝 열려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확정 이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막는 ‘한한령’을 시행하고 있다.많은 한류 스타들을 키워낸 한 대형 엔터사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 방향은 맞다”면서 “올해 초에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만큼은 못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솔직히 불확실하다. 우리 회사도 연초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세븐틴 앨범 450만 중 200만장을 중국에서 공동구매할 만큼 여전히 중국은 K팝의 거대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 시장이 정치적인 외풍 없이 안정적으로 열리는 환경이 마련되면 K팝의 활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가는 최근 어린이날의 큰 흥행으로 희망을 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13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약 136만 명) 이후 6년 만의 최다 기록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어린이날 하루 동안 약 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마블의 대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약 50만 명)과 함께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이끌었다.한 배급사 관계자는 “이번 연휴가 길기도 했고 비가 와서 실내를 선호했을 거라는 변수도 있지만, 어쨌든 6년 만에 어린이날 최다 관객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도 하루 동안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기왕이면 한국 작품이 사랑을 받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극장이 관객들도 차면 자연히 국내 영화들도 빛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5.12 06:00
연예일반

'슬램덩크' 10일 연속 1위..'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조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1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를 다시 쓰고 있다. 6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5일 11만 583명을 동원, 1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234만 8332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주말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218만명)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16만명)을 넘어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3위에 올랐다. 현재 추세라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번 주말께 역대 2위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261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4일 개봉해 장기 흥행 끝에 역주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역대 한국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인 '너의 이름은'(379만명)을 제칠 수 있을지가 2월 극장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2월 극장가는 마블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가 오는 15일 개봉하면서 규모 있는 영화들은 경쟁을 피하고 중소 규모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때문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할 때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 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와 더불어 2위로 흥행몰이를 이어갈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한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만화 '슬램덩크'의 장편 애니메이션. 원작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돼 누계 발행부수 1억 2000만부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하이라이트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에 송태섭의 이야기를 겹쳐 올드팬들과 MZ세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2.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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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大 환호"…'#살아있다' 감동의 심폐소생

첫 스타트는 제대로 끊었다. 분위기를 쭉쭉 이어갈 일만 남았다. 영화 '#살아있다(조일형 감독)'가 지난 24일 개봉 첫날 20만4071명을 끌어모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시국 속 기념비적인 오프닝 스코어이자 일일관객수 20만 명이라는 대대적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 1월 22일 개봉해 올해 최고 흥행작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오프닝 스코어 25만2058명 이후 5개월만 최고 수치다. 특히 이날 전국에서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23만5965명. 그중 약 86%에 해당하는 관객이 '#살아있다'를 택했다. 이는 신작 '#살아있다'에 대한 기본적인 흥미로움을 바탕으로, 개봉 당일이 일부 시간대 할인 혜택이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데다가 4주차까지 연장된 '영화 할인권' 이벤트 등이 모조리 맞아 떨어져 이뤄낸 효과이자 성과다. 영화계는 그야말로 신바람이 났다. 5월 중순부터 '침입자(손원평 감독)' '결백(박상현 감독)' 등 중소 영화들이 조심스레 개봉을 추진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도 야금야금 늘어났던 바, '#살아있다'는 그 기운을 기분좋게 빵 터트렸다. 완벽한 상업영화이자 오락영화로 분류되는 '#살아있다'는 6월 말 개봉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여름시장 전초전을 알려야 할 작품으로 남다른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었다. 관객들의 발걸음을 영화 마음대로 진두지휘 할 수는 없지만, 시사회 이후 영화 자체로 호평을 한 몸에 받으면서 기대치를 높였고, 예능 투어를 펼친 유아인을 필두로 박신혜 등 배우들의 전투적인 홍보 역시 눈에 띄면서 화제성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여름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 극장 측에서도 예의주시한 결과는 환호성을 내지를만하다. 일단 각 극장들은 '#살아있다' 예매율이 60%를 훌쩍 넘기자 스크린 수는 물론 상영 회차를 쭉쭉 늘렸다. '#살아있다'는 이날 1662개 스크린에서 7223번 상영됐다. 스크린 점유율은 35.9%로 나타났다. '#살아있다' 측 역시 "10만, 최대 15만까지는 예상했지만 20만 명을 찍을 줄은 몰랐다"며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더 고무적이다"고 전했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재난을 몸소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감을 높이는 '부산행' '킹덤'을 잇는 'K-좀비' 소재를 차용한 한국형 재난물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만들기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의 어려움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만큼, 배우들도 SNS를 통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혜수는 24일 '#살아있다' 포스터를 게재했고, 송혜교와 공효진은 '#살아있다' 시사회 참석 후 인증 게시물을 남기기도 했다. 송혜교는 유아인·박신혜의 무대인사 사진을, 공효진은 '심장 쫄깃 재밌었음! 안전수칙 잘 지켜서 간만에 영화관'이라는 짤막한 글로 모든 메시지를 담아냈다. '#살아있다'가 기세를 몰아 100만 돌파의 기쁨도 빠르게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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