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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어뢰 배트 발명가의 겸손

홈런왕 000은 누가 키웠을까요. 야구 기자를 할 때, 야구팀 프런트를 할 때 종종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었습니다. 특정 선수의 성장, 발전을 도운 지도자를 언급하면서 누구를 만든 사람이다는 식으로 정리할 때가 그랬습니다. 누군가의 코칭 능력을 설명할 때 가장 쉽고 단순하게 성과를 연결시켜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과거 어느 홈런 타자의 스승을 자처하는 분들이 여럿 계셔서 어리둥절하곤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몇몇 분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야구나 다른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비슷합니다. “내가 키웠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꼭 있죠.프런트를 할 때 제 앞에서 정말 그렇게 말하는 코치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연봉 협상 등 계약 이슈가 있을 때 그런 식으로 자신의 공을 부각하는 경우입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것은 권리입니다. 그 자체가 협상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투수나 타격같이 특정 파트의 결괏값이 좋다고 해당 파트만 인상하면 다양한 파트로 구성된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불만이 생깁니다. 팀워크가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초보 프런트 시절에는 인연이 있는 다른 구단의 베테랑 코치나 프런트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사실 코치분들의 역량과 성과를 충실하게 반영해 평가하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표와 사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규격화하기 힘들고, 반론의 여지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의 투구 폼이나 타격 자세를 구단과 현장의 판단과 필요에 의해 수정 중이라면 해당 선수들의 일정 기간 부진을 코치의 실력으로 따지긴 곤란합니다. 육성 대상인 선수를 지도한다면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고 실패를 맛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단기적인 성적, 실적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될 때가 있습니다.그러다 보니 소통이나 공감 능력 같은 코칭 방식이 상대적으로 평가 대상으로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반론이 나옵니다. 코칭 스타일은 사람마다 개성처럼 차이가 나기에 일률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는 의견입니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시즌 전 구단과 현장 코칭스태프가 함께 선수별 목표치를 정리하고 합의하는 것입니다. 중간중간 점검하면서 평가 요소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존중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합니다.프로야구 코치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동의합니다. 코치진 연봉 협상이나 평가가 어렵고, 협상의 소통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구단 위주의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는 불안감과 피해의식으로 작은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태도의 이슈로 전환돼 버립니다. 자칫 감정 소모와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어뢰 배트’의 발명가의 기사를 보다가 자신의 공을 앞세우는 지도자(또는 사회의 선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찾았습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MIT대학 물리학 박사와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애런 린하르트(Aaron Leanhardt)의 말입니다. 현재 플로리다 말린스의 필드 코디네이터입니다. 그는 기존 배트보다 공이 맞는 부분을 키우고 힘을 집중시킨 형태의 신형 방망이를 개발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여러 타자들이 개막 3연전에서 15개 홈런을 몰아치자 미디어는 그를 찾아내 집중 인터뷰했습니다. 린하르트는 “저를 포함해 누구도 기존 배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휘두르며 지냈죠…일상에 익숙하다 보면 우리가 하는 걸 의심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몇몇 타자들이 '지금 이 배트가 정말 최선인가'라고 고민했고 저는 그 질문에 반응했을 뿐이에요. 중요한 건 배트가 아니라 타자들이죠. 제대로 공을 맞히는 건 선수의 몫이에요."그는 선수의 노력에 공을 돌리고 자신을 낮춥니다. 수년 동안 개발 과정에서 힌트를 준선수들의 역발상과 질문에 경의를 표합니다. 바꾸고 다듬고 결과를 만드는 피드백 루프(loop·순환 고리)는 일종의 협업이며 과학 실험실에만 있지 않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4.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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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과 AI

야구장의 불이 꺼지고, 밤이 깊어지던 어느 날 A는 한밤중에 신부님을 찾았습니다. 승부의 순간이 끝나자, 진이 빠지고 허탈감 또는 회의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눈부신 조명의 자극이 눈을 감아도, 어둠에 빠져도 어른거립니다. 감각이 마비된 듯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숨기고 싶은 감정을 해석해 줄 대화 상대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의미를 찾아 줄 말동무를 구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시간에 누가 가능할까요. 밤중에 달려오신 신부님은 야구광이었고, 근처에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이걸 대신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AI)일지 모르겠습니다.최근에 읽은 글 중에 "챗GPT를 친구 삼는 이들이 많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너무 떨려', '직장 상사와 안 맞는데 어떡하지'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챗GPT가 위로와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엉터리 답을 가끔 내놓기도 한다는 AI가 상담을 해준다는 게 이상하게 들리나요. 여러분은 AI를 이용해 보면서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친구가 없고 믿을 만한 주위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군요. AI를 상담의 대상으로 보는 현상은 해외에서 이미 유행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지식 콘텐츠 서비스인 '롱블랙'의 '돕는 AI 라운드 테이블2' 자료에 따르면 AI가 심리 상담에 나선 건 이미 7~8년 전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런칭한 미국의 '워봇(woebot)'이 있습니다. 135개국 사용자와 매주 200만 건의 상담을 한다네요. 이용자가 "여행을 준비하는데 비행기 놓칠까 봐 계속 불안해"라고 말하면 워봇이 "혹시 불안과 걱정의 차이를 아세요?"라고 묻는답니다. 머릿속만 복잡한 건지, 몸이 불편할 정도인지 차이를 파악한 뒤 상황에 맞는 조언을 건네는 수준이라고 합니다.놀랍습니다. 워봇 말고도 와이사(wysa) 유퍼(youper) 같은 AI 챗봇들이 심리 상담사로 활약 중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미리 검토한 시나리오로 개발한 심리치료 기법을 바탕으로 대화형 상담을 진행하는 일종의 프로그램입니다. 24시간 언제나 사용할 수 있고, 익명성도 보장받기에 인기가 늘고 있다네요.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도 있습니다.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효과'입니다. 주위 사람에겐 말 못 할 고민을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현상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지크 루빈(Zick Rubin)이 1975년 소개한 개념입니다. 앞서 소개한 자료에 소개된 정신 건강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경쟁이 너무 심한 사회에서 우리는 분노, 우울, 억울함이 쌓여 간다…마음이 힘들 때 친구나 가족에게서 받지 못하는 위로를 SNS에서 발견할 정도니 기술이 마음 건강을 도울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디지털에서 '정서적 터치'를 느끼는 것이 현대 사회 우리의 모습이라는 겁니다. 같은 자료에서 연세대 심리학과 정경미 교수는 "상담받는 사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해요. 상담자가 진짜 공감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AI 챗봇이 매뉴얼대로 공감을 표현해도 위로 받았다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모니터 속에서만 있지 않고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목소리 톤과 속도를 조절하고 눈빛까지 보여줄 인공지능 상담사가 곧 선보일 시대가 왔습니다.스포츠에는 AI가 어떻게 도입될까요. 수년 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방문했을 때 상대 투수의 버릇을 찾는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는 설명이 떠오릅니다. 상대 배터리의 구종 선택의 패턴을 분석하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경기 전략 분야에선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적용, 발전되고 있을 겁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선 선수들이 출퇴근할 때 그날 컨디션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라커룸 내 모니터에서 고르는 식으로 신체적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저희도 도입을 검토했죠. 선수들 심리 상담에도 인공지능이 큰 효과가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위계적인 문화, 강인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입부에 소개한 사례처럼 무대를 내려온 순간, 잠 못 드는 선수(또는 감독)의 고민을 따로, 조용히 들어줄 상대가 필요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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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피터 드러커도 틀렸다

‘야알못’ 대표가 있었습니다. 야구단을 가진 그룹에서 보낸 분이었죠. '야구를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뛰어난 추진력이 발탁의 배경이었습니다. 구단을 새로 조직하는 상황에 맞춰 적임자로 뽑혔다고 알려졌습니다. 보스 기질이 강한 신임 대표는 자신 생각을 거리낌 없이 던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구단 프런트며 현장 감독과 코치들과 미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르는 분야나 주제에 대해 묻기보다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을 사실상 주문하는 쪽이었다는 것이 당시를 기억하는 주위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선발 투수가 왜 필요해? 투수도 많은데 한 명씩 1이닝씩 나눠 던지면 되는 것 아냐?"라는 그의 말입니다. 이것이 질문이었을까요. 궁금해서 물었다기보다는 그렇게 해보라는 지시에 가까웠습니다. "단장이 왜 필요해?"라던 그는 사장인 자신이 다 할 수 있으니 중복되는 자리를 뭐 하러 두냐며 없애 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를 말리느라 프런트가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그가 꺼낸 1이닝 투수 분업화는 그때는 야구 문외한의 상징처럼 야구판에서 회자됐습니다. 당시 야구 기자였던 저도 저 말을 비웃었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후 세상이 바뀝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오프너(opener) 전략이 등장합니다. 선발 투수가 아닌 구원 투수를 경기 초반에 등판시켜 상대팀 상위 강타선을 막도록 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하지 못한 경우나 몇몇 선발진이 약한 경우 강한 공을 던지는 불펜 중에서 오프너를 기용해 예봉을 피하게 하는 겁니다. MLB나 한국 야구에서도 아주 옛날 원래 선발을 뛰던 투수 대신 다른 선수를 기용하는 변칙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구원진을 첫번째 투수 자리에 넣는 건 2018년 미국의 스몰 마켓 구단인 탬파베이 레이스가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발 투수가 부족했던 이유와 함께 거금을 받는 수준급 선발을 구하기 힘든 팀 입장에서 꺼낸 고육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성공합니다. 다른 구단으로 퍼져 나갔고, 몇 년간 대유행이 됩니다. 물론 잦은 투수 교체, 초반부터 전력 피칭을 하는데 따른 부상 가능성 증가, 루틴 파괴에 대한 선수들 불만 등으로 최근엔 빈도가 줄었습니다.고정 선발의 생각과 역할을 파괴한 오프너 전략이 대두될 때 저는 야구팀 프런트가 돼 있었습니다. 야구 선진국이던 미국에서 오프너가 각광받는 걸 보며 저는 ‘야알못’ 대표의 오래 전 주장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야구의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고정 관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 시절 주위 여러 야구 관계자와 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이 꺼낸 생각과 오프너 전략이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보수적인 야구판에서 새로운 시도나 발상이 외면받거나 대놓고 무시되는 경향이 많다는 데는 대체로 수긍했습니다. 사장님이 외부인이어서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야구를 직접 하는 코칭스태프나 야구팀에서 일하는 프런트가 고민 끝에 꺼낸 화두에도 생각의 싹을 아예 잘라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강하고 활발한 토론이면 좋으련만 고민의 시작점인 고충에 대한 공감도 없습니다. 문제점부터 찾습니다. 일부 미디어는 맥락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고, 팬들도 아는 수준과 범위에서 재단합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팀마다 빈틈이 있고, 이를 해결하려고 감독님들이 머리를 싸맵니다. 도루 작전 업그레이드(LG 트윈스), 1번 타자 실험(한화 이글스), 7선발 준비(NC 다이노스) 등이 있는데 시작하기 전부터 비아냥과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경험과 지식의 한계, 또한 연구의 부족은 아닐까요.‘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년)는 유명한 야구팬으로 종종 야구를 자신의 이론에 인용하곤 했습니다. “조직(팀)에는 야구팀, 축구팀, 테니스 복식조 같이 세 종류가 있다. 야구팀은 각자 역할이 분명하다. 투수는 야수를 하지 않고, 야수도 맡은 포지션의 특별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고정적인 역할로 나뉜 조직과 업무가 겹치는 수평적인 조직, 역할 구분이 없는 창의적인 팀 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가 1970~80년대였습니다. 지금 야구팀이 어디 그렇습니까.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3.24 09:00
자동차

르노코리아, 국내 판매 170% 급증…그랑 콜레오스가 효자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어왔던 르노코리아가 그랑 콜레오스와 함께 비상하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약 170.1% 증가한 4881대를 판매했다.지난달 르노코리아의 내수 실적은 신차 ‘그랑 콜레오스’가 이끌었다. 총 4106대가 판매돼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의 84.1%를 차지했다. 이 중 3655대가 E-테크 하이브리드 모델로 약 90%에 달했다.특히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4년 만에 선보인 신차 그랑 콜레오스는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며 국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그먼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출시 초반인 지난해 9월 1912대, 10월 4404대가 팔렸고, 11월(6582대)과 12월(6122대)엔 판매량 증가세가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6249대)를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는 등 기세를 올렸다. 그랑 콜레오스에 대한 국내 언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가 선정한 ‘올해의 하이브리드 SUV’ 및 ‘올해의 내연기관 SUV’를 동시 수상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올해의 SUV’, 중앙일보 ‘2025 올해의 차(J-COTY)’까지 거머쥐며 2025년 ‘올해의 SUV’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그랑 콜레오스는 특히 주행 성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인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 강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100㎾ 구동 전기 모터와 60㎾ 고전압 시동 모터로 이뤄진 듀얼 모터 시스템 동급 최대 용량의 1.64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고속 주행 구간 연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L당 15.7㎞(테크노 트림 기준)다. 2.0 가솔린 터보 모델의 최고 출력은 211마력, 최대 토크 33.2kg·m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1.1㎞(19, 20인치 휠 기준)다. 동급 가솔린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 자동차 3종 인증을 받아 전국 각지 공영주차장 이용시 요금 할인도 적용된다.그랑 콜레오스는 엔트리 트림부터 첨단 안전 기술을 적용했다. 최대 31개의 최첨단 주행 보조 기능(ADAS) 및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그랑 콜레오스에 탑재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는 레벨 2 수준 자율주행을 구현, 주행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르노코리아는 3월 한 달 동안 소비자들이 그랑 콜레오스 기능과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국 전시장에서 ‘드라이브 더 챔피언' 시승 이벤트를 개최한다.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특별 대상 차량 혜택, 재구매 혜택 등을 포함, 2.0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 그랑 콜레오스를 3월 최대 13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2025.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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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야구장의 box와 내 마음의 타석

야구 경기 중 선수들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앞서 투수와 타자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투수 포수의 사인 교환에 시간이 걸렸고, 타자는 타임을 걸고 타석을 벗어납니다. 투수도 발을 투수판에서 풀고, 새로 사인을 주고받습니다. 각자의 투구 템포, 타격 리듬이 너무 달랐습니다. 이런 장면이 몇 번 반복됩니다. 자기 타이밍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인데 어느새 기싸움이 돼 버렸습니다.분위기가 묘해집니다. 투수는 타자를 땅볼로 처리한 뒤 그를 향해 영어로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고 소리칩니다. 앞서 상황에 짜증이 났던 걸 말로 던진 겁니다. 타자도 그 말을 듣고 화를 크게 내고 언성을 높여 대응합니다. 결국 양 팀의 벤치 클리어링으로 번졌습니다.2015년 5월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의 경기 때 일입니다. 다음날 당사자인 둘을 포함, 양 팀 선수들은 화해의 악수를 했고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당시 NC의 운영팀장으로서 두 팀을 오가며 입장과 해명을 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정도 해프닝은 긴장감 넘치는 경기, 승부욕 넘치는 선수에게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은 비슷합니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상황은 개인이나 팀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며 개성과 조직력 등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당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 중에 일부 표현에 대한 오해가 있었습니다. NC 투수가 'box(타석)'라고 한 부분을 다른 누군가가 "관(棺, 장례 때 사용하는 관)에 들어가라는 말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상황이 폭발했다는 겁니다. 그때 이런 부분까지 당사자 의견을 확인하며 더는 상황을 왜곡하지 않도록 두 팀 프런트가 애를 썼습니다. 저는 야구장에서 배터스 박스(batter’s box, 타석)을 볼 때면 그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지금 저기 그려진 박스는 무슨 뜻일까 생각하곤 합니다. 자신의 리듬과 집중력을 모으는 공간일 겁니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며 저마다 리추얼이나 루틴 동작을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네모난 경계선을 넘어 상자 속에 들어오는 순간 자기 몸과 마음의 상태를 새로 규정하는 의식과 동작을 하는 겁니다. 실제로 어떤 타자들은 경기 중 타석에서 깊이 집중하다 보면 관중석의 여러 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삼성에서 키움으로 옮긴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응원이나 야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도 비슷합니다. 타석이란 공간이 상태를 전환시키며 경계를 나누는 걸 알 수 있습니다.그런데 상자 안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는 경우도 생깁니다. 상대를 의심하거나 불만스러울 때 자기 확신에 빠지게 됩니다. 에피소드로 인용한 경기 중 해프닝처럼 말입니다.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충분히 상황을 관찰하지 못해 시야가 좁아지고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겁니다.심리 상담에서도 상자(box)를 이용해 마음속 감정을 헤아려 보기도 합니다. 상자는 사고방식의 틀이기도 하고, 개인의 문제나 감정을 담아두는 저장소입니다. 실제로 작은 상자에 여러 감정 단어를 적은 카드를 넣어둔 뒤 골라서 설명하게 하는 방법을 씁니다. 잘 정리돼 있는 줄 알았던 나의 상자는 뒤죽박죽입니다. 잘 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자 속 저편에 숨겨진 고정 관념이나 감정적 장애물이 드러납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손을 찔린 듯 놀라기도 합니다. 상자 속에 묻어 두는 것만이 최선이 아님도 알게 됩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건 더욱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가둔 상자에서 벗어나 보라"는 메시지를 깨닫습니다.여러분 마음속의 타석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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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휘성 1차 부검 결과 사인 미상…국과수 정밀검사에 달렸나

가수 휘성에 대한 부검이 12일 오전 진행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앙일보는 국과수가 부검 결과 ‘사인 미상’ 1차 구두소견을 서울 광진경찰서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부검을 통해 즉시 사인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사인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다. 휘성은 자택에서 쓰러진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을 당시 특별한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에서 주사기와 수면유도 성분의 약물이 발견된 만큼,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약물 유통 경로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장 2주 가량 소요된다. 휘성의 장례식은 14일부터 진행된다. 빈소는 오는 14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발인은 16일,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소속사는 “장례는 어머님의 건강이 염려돼 가족들만이 조용히 치르려 했으나 유가족분들이 고심한 끝에 휘성 님을 기억하고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과 함께 추모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휘성을 아시는 모든 분과 그의 음악을 기억하시는 모든 분들이 평생 외롭게 지낸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휘성은 지난 10일 오후 6시 29분쯤 자택인 광진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 등은 휘성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출동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휘성은 2002년 데뷔, ‘안되나요’, ‘불면증’, ‘결혼까지 생각했어’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스타이자 실력파 작사, 작곡가 겸 프로듀서였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3.12 13:43
문화

가수 휘성, 오늘(10일) 사망... KCM과 합동 콘서트 개최 여부도 ‘불투명’ [왓IS]

가수 휘성이 10일 사망하게 되면서 오는 15일 예정돼 있던 가수 KCM과의 합동공연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휘성은 이날 오후 6시 29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3세.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고인은 오는 15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가수 KCM과 합동 콘서트 ‘더 스토리’를 열기로 예정돼 있더 터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아직 휘성의 장례 절차도 공식화된 것이 없어 콘서트 개최 여부는 추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마지막 SNS 게시물 역시 “다욧(다이어트) 끝 3월 15일에 봐요”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터라, 그의 사망에 비통함이 커지고 있다. 휘성의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는 사망 당일 공식 입장을 내고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가족을 비롯한 타조엔터테인먼트 동료 아티스트 및 임직원 모두 비통한 심정으로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휘성 님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휘성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3.10 20:51
문화

휘성, 오늘(10일) 갑작스런 사망... SNS 마지막 게시물 ‘눈길’ [왓IS]

가수 휘성이 10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향년 43세.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소속사 및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가운데, 그의 마지막 SNS 게시물이 눈길을 끈다. 휘성은 지난 5일 “다욧(다이어트) 끝 3월 15일에 봐요”라며 팬들에게 근황을 전했다. 오는 15일에는 휘성과 가수 KCM의 합동 콘서트 ‘더 스토리’를 열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그가 사망하게 되면서 콘서츠 개최 여부 또한 불투명해졌다. 이날 휘성 소속사 타조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내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비통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며 “3월 10일 소속 아티스트인 휘성 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은 서울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또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은 가족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흐른 뒤 발견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서 여부와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장례 절차는 추후 소속사를 통해 정리될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3.10 20:41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라커룸의 질투

#운동하는 후배에게 눈치 주는 선배 A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진심이었습니다. 경기 전에도 일찍 출근해 웨이트 장에서 먼저 땀을 흘렸습니다. 경기를 마치고도 장비를 챙겨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갔습니다. 그곳은 라커룸을 지나야 갈 수 있어 다른 동료 선후배들도 A의 루틴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A는 팀을 옮겨온 선수여서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A가 운동을 하러 가는데 라커룸 저쪽에 앉은 어느 베테랑 선배가 “너 운동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라고 하더랍니다. 이후 A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A는 친했던 이전 소속팀 몇몇 동료들에게 “이 팀은 고참들이 운동하러 가는 동료나 후배들 눈치 주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고 합니다.야구판의 말은 빠르게 흐르고 살이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이를 적절히 감안해서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당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저를 비롯한 업계 사람들은 그 팀 선수단 내부의 견제나 질시의 기류가 어느 정도 있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겉으로는 다들 잘 지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말을 하지만 실상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A의 팀 역시 성적은 좋지 않아도 팀 워크는 괜찮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선수들 인성이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질투심이 그 팀의 팀 워크를 해친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구단주 초대 명단에서 빠진 동기비시즌 일부 선수들이 구단주와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팀에서도 그랬고, 몇몇 다른 구단에서도 구단주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명단을 받아서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너덧 명씩 서너 개의 조를 짰습니다. 메뉴는 선수들이 원하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면 맞춰서 식당을 잡는 식이었습니다. 프런트는 참석하지 않고 구단주와 선수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양의지 선수의 첫 번째 FA(자유계약선수) 때 일부 선수가 구단주께 영입을 건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로 그 행사에서였습니다. 야구에 대한 서로의 애정과 노력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존재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다녀온 선수들의 많은 의견이었습니다. 프런트 입장에서 고민은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선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기인 누구는 뽑혔는데 나는 부르지도 않는다"라며 불만을 드러낸 경우가 생겼습니다. 둘의 경쟁심이 강했습니다. 서로를 의식한다는 건 저 역시 둘을 각각 면담할 때 느끼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오너의 테이블에 앉지 못한 선수의 질투심이 좀 더 강했다고 할까요. 자존심이 상했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죠. 그의 기준에서 차별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연봉협상 등에서 동기와 비교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겉으로 소외감을 표현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질투에서 비롯한 서운함이 어떤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도 행사는 이어지는데 초대 명단은 구단 프런트 의견을 수렴해 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질투는 나의 힘. 심리학적으로 질투는 경쟁을 촉발시키며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의 질투와 시기심을 잘 다루면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컨트롤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남을 비판 또는 비방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잘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견제하거나 끌어내리는 식이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보듯 조직에서 누군가를 인정하고 보상을 할 때 다른 누군가는 결핍을 느낍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칼 하인츠 루메니게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봉 경쟁 등 라커룸 내부의 질투심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특정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스포츠 운영에서 고민거리입니다. 우리는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코칭스태프나 매니지먼트라면 양쪽을 잘 관찰하고 저울질해야 합니다. A의 팀 사례처럼 하향 평준화의 길을 가선 안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3.10 09:0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프로야구 유치 러시에 대기표만 내줄 때가 아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단 작업 중이던 2011년의 일입니다. 아직 선수단도 구성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의 창단 승인 이후 리그의 새 프랜차이즈인 창원시를 상대로 구단은 각종 업무를 조율해야 했습니다. 이듬해부터 퓨처스 리그(2군)에 참가해야 돼 당시 마산구장을 고쳐 쓰는 것이 현안이었습니다. 프로야구 레벨에 맞춰 선수와 팬을 위한 운동장과 관중석 보수 공사를 위해 시와 구단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렇지만 리그 사무국의 '중매'로 만난 사이인 시와 구단은 별다른 인연이 없어 서로를 잘 몰랐습니다. 이사를 들어가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일이 많았습니다. 새 집을 짓기 전에 기존 집부터 수리해 주기로 한 책임자의 약속만 있을 뿐 정작 누가 공사를 할지, 임대료는 어디랑 의논해야 할지 정리가 된 것이 없었습니다. 초반에 양측의 회의는 빙빙 겉돌기가 일쑤였습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이슈가 또 터집니다. 야구장을 둘러싼 펜스에 붙은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과거부터 마산구장 광고권을 가진 업체에게 창원시가 그해 초 계약을 추가 3년을 갱신해 줘 다이노스로서는 영업 활동에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고향팀에 지원한 저도 이 사안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창원시는 프로야구단 창단 유치 신청을 리그 사무국에 이미 전년도에 해 놓은 상태에서 야구장 광고 영업권을 입찰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프로팀을 유치하고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스포츠 비즈니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시 당국에 없었습니다. 프로야구팀은 운동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영리 활동을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겁니다. 다이노스 역시 창단 신청 후 사무국을 통해 연고지와 연결되다 보니 충분한 실사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구단은 "영업권이 침해됐다"라며 해결을 요구했으나, 결정 주체인 시 당국은 감사나 소송이 부담스러워 중재나 결정을 주저했습니다. 만약 계약 변경이나 파기 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배상금을 다이노스가 낼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기존 업체는 펜스 광고를 일정 기간 유지했고, 구단은 마산구장 상단 관중석에 광고 영역을 추가로 만드는 식으로 영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송도 벌어졌습니다.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프로야구팀을 창단하거나 유치하려고 뛴다는 소식이 최근 주요 미디어 채널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만 관중을 기록한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품에 안으려는 여러 지자체의 관심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야구를 넘어 스포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를 반영합니다. "팀을 더 늘릴 때가 아니다"라며 제 발로 찾아온 기회에 눈 감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창단 과정을 경험한 저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막상 닥쳐서 일할 때 벌어질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리그 사무국과 기존 구단들은 현재 10개 구단 체제와 프랜차이즈가 현재 이상적인 형태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구단 수와 팀별 규모, 각 프랜차이즈의 시장성과 상호 이해관계 등을 따져야 합니다. 팬들의 생각, 리그 구성원의 생각, 지자체의 생각, 창단 희망 기업의 생각이 모두 다를 겁니다. 우선은 리그 내부에서부터 무엇을 우선 가치로 놓을지 정해야 합니다. 지역 안배 차원으로 프로 스포츠를 배분하다가는 인구 구성과 시장 상황이 바뀔 때 리그 전체의 인기와 경쟁력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치 신청 지역이 몰린다고 리그에서는 대기표만 발행할 것이 아니라 기준을 잡고 우선순위를 따져가야 합니다. 임기제 단체장이 이끄는 지자체는 리더십이 흔들리면 말이 달라집니다. 두리뭉실한 협약서는 종이 조각일 뿐입니다. 용어나 명칭, 사업권은 물론이고 상당 기간 진정성을 지키는지 따져야 합니다. 개별 구단이 진행한 창단 작업의 기록 역시 관리가 필요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수년 전부터 구단 확장에 대비해 주요 후보 도시를 정리해 두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뿐 아니라 행정적 정치적 지원 여부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오랜 기간 경쟁을 시키게 만듭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두지 않으면 14년 전 다이노스가 겪은 일을 반복할지 모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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