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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감독님과 표정만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감독님 표정만 보면 지금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상태라는 걸 파악할 수 있을 정도면 좋겠습니다."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이호준 신임 감독님의 취임식 날, 주장 박민우 선수가 방송 인터뷰(KBS)에서 한 말입니다. 감독의 마음과 선수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선수 대표로서 새 감독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겠다는 마음이 읽힙니다. 좋은 생각입니다.여러분이 새 감독님으로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멋진 환영사로 손색없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주장으로서 이 말을 했다면 어떤 생각에서였을까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상대의 기분까지 이해하고 맞춰 가겠다는 뜻 아닐까요. 세심하게 신경 쓰겠다는 것이겠죠. 서로 공감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을 겁니다. 신뢰가 쌓여가게 될 것입니다. 캡틴의 인터뷰는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다만 세상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바꿔 볼까요.표정을 읽는다→눈치를 본다.어떻게 들리나요. 확실히 다른, 부정적인 뉘앙스입니다. '표정을 읽는다'라는 비언어적인 소통은 언어적 소통이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선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감정이나 몸 상태, 여러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의 표정이나 눈빛만으로 소통하다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죠. 어느 순간 눈치를 보게 됩니다. 소통과 관계의 위험 신호입니다.오래전 어느 베테랑 코치님이 전전긍긍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무척 더운 여름이었는데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고 훈련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냅니다. 담당 코치님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감독님 눈치를 봤습니다. '헐렁한 분위기를 감독님이 싫어하실 거다'라고 그는 짐작했습니다. 며칠 뒤 다른 코치님이 건의 사항을 보고하자 "선수들 편하게 해주라"라고 바로 정해졌습니다. 그는 눈치만 보고 예단했던 것이었습니다. 그와 리더의 관계가 건강했던 것일까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됐던 것일까요. 작은 불만이 쌓여 리더에 대한 오해의 싹이 틀 뻔했습니다. 그것이 리스크이고 비용입니다. 생각과 마음을 말로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다고 말없이 모든 걸 알 수도 없습니다. 상호 보완적이어야 합니다. 팀과 조직 같은 공식적인 관계에서 특히 그러해야 합니다. '그것도 모르나. 서운하다. 외롭다'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하고 설득하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야구팀에 있을 때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리더십 스킬 차원에서 풀어 보고자 했고 그것이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상대방은 우리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못 알아먹습니다. 다르게, 엉뚱하게 이해하기 다반사입니다.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tapper and listener)'라는 심리학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엘리자베스 뉴턴이란 심리학자는 한 사람에게 이어폰을 끼고 '생일 축하합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같이 쉬운 곡을 들으며 테이블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상대는 그걸로 노래 제목을 맞혀야 합니다. 많이 알려진 120곡을 들려줬을 때 정답률은 2.5%였습니다. 실험에 앞서 두드린 사람에게 물었더니 "절반은 맞히지 않을까"라고 예상했습니다. 50% 대 2.5%. 내가 아는 것과 상대가 아는 것의 큰 격차를 보여 줍니다. '지식의 저주'라고도 합니다. 내가 표정과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도 상대가 모두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여름날 베테랑 코치는 헛심을 썼습니다. 리더에게도 손해입니다. 구체적인 말로 서로 묻고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도 자주, 따로 설명해야 조직이 정확하게 돌아갑니다. 저는 한발 더 나아가 중요하게 논의한 부분은 함께 정리해 메모로 남길 것을 의사결정 과정에 사용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표정이나 분위기에 의존한 소통의 기억은 서로 편차가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새 감독님과 주장님, 눈빛만 교환해도 아는 사이는 아주 좋습니다. 오랜 인연이 있잖아요. 그래도 자주 만나 구체적으로 생각을 나눠 보세요.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더 좋은 팀을 위해.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1.04 07:30
메이저리그

[김종문의 진심합심] 두 번의 저주를 푼 엡스타인의 비밀 열쇠는

20년 만에 다큐멘터리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가을의 전설’이 쓰이는 10월에 말입니다. 2004년 기적의 포스트시즌 스토리를 써 내려간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과 당시 단장 테오 엡스타인. 넷플릭스가 미국의 월드시리즈와 한국의 한국시리즈 등 가을야구의 정점에 맞춰 내놓은 야구 시리즈입니다. ‘더 컴백 (The Comeback, 한국어 제목으로 대역전).’ 오늘 칼럼은 그 감상문입니다.레드삭스와 보스턴 팬을 80여 년간 고통받게 한 ‘밤비노의 저주’의 질긴 인연과 이를 끊어낸 2004년 팀의 주역들이 3부작 시리즈에 등장합니다. 빈볼을 던지며 동료를 보호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분위기를 다잡는 제이슨 베리텍을 비롯해 데이비드 오티스, 핏물로 번진 빨간 양말의 커트 실링 등 그 시절 레드삭스의 주인공들이 현재의 모습으로 과거를 해석해 줍니다. 케빈 밀라의 코미디언 같은 익살과 함께 팀워크를 아교처럼 이어 붙인 그의 역할도 재조명됩니다. 개성 강한 멤버들을 조화롭게 이끈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인간적인 면과 고민도 잘 드러납니다. 김병현의 모습도 숨은그림 찾기처럼 슬쩍슬쩍 비칩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의 여러 장면은 가슴 뭉클합니다.20년 전 스토리이지만 왜 여전히 회자되며 팀워크의 교본 같은 히스토리가 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야구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구하는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조직력, 결단, 회복력, 분열과 조화 등 조직과 구성원의 역동성이 이 작품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특히 팀을 운영한 경험과 연결되어서인지 당시 레드삭스 단장 테오 엡스타인의 입장이 와닿았습니다. 트레이드의 후폭풍이 두렵기도 했다는 고백, 양키스와의 라이벌전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나오자 억눌렸던 팀의 폭발력을 발견하며 쾌재를 부르는 모습에서 왠지 감정이입이 됐습니다. 통계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판단해 저주를 끊고, 올드 스쿨 야구를 대체하기 위해 발탁된 그였지만 또한 감정의 인간이었습니다. 숫자의 구조와 프레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마음의 에너지 역시 믿어야 한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동전 던지기처럼 야구의 여러 통계가 독립된 이벤트라고 아무리 설명해 봐야 팀 스포츠에서 누군가 (또는 상당수 구성원이) 기세 같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객관적인 통계만으론 마음을 사로잡긴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헌신하고 희생하고 엉뚱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는 개성적인 다양한 존재감이 필요하다는 걸 ‘더 컴백’은 보여줍니다. 1920년 베이브 루스를 트레이드한 뒤 붙은 불운을 풀려고 2004년 레드삭스 선수들은 스스로를 ‘멍청이 야구(goofball)’이라고 부르며 별짓을 다 합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양키스 원정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위스키를 나눠 마시는 장면에선 경악하게 됩니다.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팀워크로 해묵은 저주와 불안을 잠재웁니다. 0승 3패로 궁지에 몰린 시리즈를 뒤집습니다. 엡스타인의 마지막 설명이 그래서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끈끈한 팀을 만나면 구단 전체가 그 분위기를 따라가죠. 팬과 선수의 경계가 흐려지고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감동적인 고백입니다.끈끈하다고 번역된 엡스타인의 영어 표현은 무엇이었을까요. ‘연결된(connected)’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두 차례 야구의 오랜 저주를 푼 엡스타인의 비밀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6년 시카고 컵스로 옮겨가 100년 넘은 ‘염소의 저주’도 풀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합니다.당시 컵스의 우승 스토리를 담은 ‘컵스 웨이(The Cubs Way)’라는 책을 보면 엡스타인은 관계(relations)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합니다. 숫자와 통계라는 분석으로 무장한 아이비리그 출신이지만 팀이 어려울 때, 구성원이 힘들 때 현장에서 감정을 연결시키고 교감하는데 눈 감지 않았습니다. 관계와 팀워크에 건강하게 만드는 개성 있는 선수와 감독을 레드삭스에서도, 컵스에서도 모으고 기둥으로 세웠습니다.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어느 팀은 이번에 우승을 하고 어느 팀은 후일을 기약할 겁니다. 뭉쳐있다면, 서로 ‘연결’돼 있다면 기회는 다시 올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0.28 07:30
생활문화

현대렌탈케어, ‘2024 소비자의 선택’ 가전렌탈서비스 부문서 대상 영예

현대렌탈케어(대표 홍성웅)의 생활환경가전 브랜드 ‘현대큐밍’이 ‘2024 소비자의 선택’(가전렌탈서비스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23일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소비자의 선택 시상식은 중앙SUNDAY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높은 품질을 제공한 기업을 선정해 수여한다. 국내 최고 소비자 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항목별 소비자의 직접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현대큐밍은 올해 가전렌탈 품목인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외에도 펫가전, 커피머신, 비렌탈군 주방 소형 가전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사업구조 재편에 힘쓰고 있다.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제품에 대한 고객 니즈가 세분화 됨에 따라 다양한 선호와 필요에 부응하는 소비자 맞춤 전략이 이번 수상에서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분석된다.최근 현대큐밍은 12가지 컬러 조합이 가능한 ‘딜라이트’ 직수형 정수기 신제품을 출시하여 정수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한 뼘 사이즈로 공간 효율성과 심미적인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렌탈 기간 동안 2년 주기로 정수기 바디 색상을 무료 교체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능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커스텀이 가능한 점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했다.한편 현대렌탈케어는 지난 8월 ‘2024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딜라이트 정수기 제품이 전기전자 제품 부문 수상 후보가 되는 등 디자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굿디자인 어워드'는 198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주관하는 시상식이다. 디자인이 우수한 상품에 정부인증 GD(Good Design) 마크를 부여한다.현대렌탈케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초개인화 시대에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큐밍 딜라이트 직수형 정수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다이렉트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4.10.23 14:2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또다시 캠프 장소를 바꾸는 팀에게, 이번만은

"감독님도 전지훈련 장소를 바꾸자고 하시더군요."지난해 이맘때였습니다. A팀에 계신 분의 설명이 그랬습니다. 그 순간 '보는 눈이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겨 A팀에 대한 의견을 드리게 됐습니다. A팀 수비와 관련해 훈련 장소의 문제를 꺼냈습니다. 그해 초 열린 해외 훈련지의 사진을 놓고 땅이 고르지 못한 운동장 상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감독님도 같은 문제를 꺼냈고, 구단도 고민하고 있지만 전지훈련지 계약 이슈가 있어 바로 조치하기 어렵다'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문제 인식이 같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야 외부 사람이지만 A팀의 현장과 프런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온도 차는 다르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올해 초 A팀의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코치진과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관심이 갔습니다. 올 초 캠프 때는 '수비 장인'이라는 어느 코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선수들의 수비 자세에 대한 습관과 마인드를 바꾸겠다, 화려한 것보다 견고한 수비가 낫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번 시즌 막판에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수비 포비아에 빠졌다, 포구, 송구 하나로 경기가 넘어갈 수 있다(일간스포츠)’, ‘강팀의 기본 요건으로 꼽히는 수비가 여전히 미흡. 올 시즌 실책은 122개로 2위(조선일보)’, ‘최근 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수비. 수비효율(DER)은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최하위(스포츠동아)’, ‘9월 실책 22개로 월등한 1위로 같은 기간 10개 구단 실책 평균 개수는 7개다. 야수진의 집중도가 떨어졌다(스포츠경향)’A팀 수비 이슈는 안타깝지만 고질적이고 만성적입니다. 구단 조직의 변화와 함께 시작한 3주 정도의 집중 훈련만으로 바로 개선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시즌을 마친 A팀은 다음 전지훈련 장소를 옮긴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를 전한 기사 중에 눈길을 잡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난 스프링캠프 훈련 환경에 불만이 쏟아졌다. 프로 선수들이 쓰기에 너무 낙후됐고 그라운드는 부상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의 동요를 막는 것도 일이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뛰기에 부담스러웠다.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진행하는 건 무리였다"라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의 시사점이 많습니다. 첫째, 구단이 솔직하게 인정했다. 둘째, 본질에 집중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지 장소를 바꾼다는 형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훈련 환경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기사에서 소개합니다. 그런 장소를 선정한 구단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진심으로 읽힙니다.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야구를 업으로 하는 기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으로 또한 이해합니다. 구단이 속한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로 훈련 장소를 정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프링캠프의 기본적인 목적은 최고의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주요 팀이 안정적인 환경을 갖춘 장소를 찾아가고 오랫동안 이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반대로 자주 장소를 바꾸는 팀이라면 루틴을 그때마다 새로 짜야 합니다. 훈련 내용과 방식에 따라 맞춰 준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환경마저 부실하다면 어찌 될까요.이번이 조직 문화를 바꿀 신호가 아닐까 기대도 걸어봅니다. 전지훈련 장소 하나를 정하는 데도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을지 철학과 마인드와 연결됩니다. 선수단의 생생한 리뷰를 반영하고 경기력을 중심에 놓는 그런 문화입니다. 경기장 보수 공사를 하더라도 홈팀이 훈련하고 평가전을 치르며 미리 적응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A팀이 그러했을까요. 안정화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할 텐데 홈 어드밴티지도 누리지 못하고 시즌에 들어가는 모습을 몇 차례나 보며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비 이슈에는 그런 요인들이 묵히고 겹친 결과 아닐까요. 구단 안팎에서는 구단의 경영과 운영이 팀을 중심에 놓는다고 봤을까요. 장소만 바꿔선 시행착오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고심했으나, 주저했던 그 마음을 떠올린다면 다시 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0.21 07:30
메이저리그

[김종문의 진심합심] 분노하는 오타니, 감정 표현도 실력

오타니 쇼헤이 (30·LA 다저스)가 변했습니다. 경기 중 찡그리고, 화도 크게 냅니다. 조용히 참고 인내하던 평소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10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MLB) 디비전시리즈(DS·5전 3승제) 4차전에서는 영어 F로 시작하는 거친 표현을 내지르기도 했습니다. 더그아웃에서 그가 표출한 격한 분노에 주위 동료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팬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워낙 주목받는 스타 선수여서 이를 편집한 소셜미디어(SNS)가 퍼져 나갔습니다. 미디어도 놓치지 않습니다. 다음날 인터뷰에서 통역과 나란히 앉은 오타니는 옅은 미소를 띨 뿐 "완전히 잊었어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어달리기처럼 몇 번이나 감정 표현의 장면에 대해 질문합니다. 감정에 대한 그의 생각이 조금씩 흘러나옵니다. 그의 말을 모아봤습니다."정규시즌에서 한 경기를 치르는 것과 포스트시즌(PS)의 한 경기는 다릅니다. 많은 선수가 PS 때는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의 일부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나 자신도 놀랍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것 역시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도 경기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로 그 경기에서 이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팀이 승리하도록 돕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그것 말고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읽다가 보니 갑자기 오타니의 그 유명한 만다라트(mandalart) 계획표가 떠오르네요. 고교 시절 인생의 목표(드래프트 1순위)를 이루기 위해 8개 항목에서 8개의 세부 과제를 정리한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몸 관리, 제구, 인간성 등의 8개 항목 중에 멘털 항목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청춘의 오타니가 이루고 싶은 8개 세부 과제는 이렇습니다. ①승리에 대한 집념 ②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③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④일희일비하지 않기 ⑤뚜렷한 목표와 목적 ⑥핀치(위기)에 강하게 ⑦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⑧마음의 파도 만들지 않기.그의 멘털 관리법이 달라진 걸까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말자'라는 생각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지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것은 스포츠에서도, 일상에서도 중요합니다. 누르기만 한다면 왜곡된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잔잔한 저수지처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자기만의 방법과 루틴을 찾아야 합니다.오타니 역시 올 시즌 엄청난 계약과 함께 다저스로 팀을 옮긴 뒤 과거와 달리 다양한 표정과 표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가을에는 오타니가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 화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스포츠 선수 중 경기장에서 화를 잘 이용한 사례로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있습니다. 그는 상대 선수의 도전을 마치 적을 상대하듯이 했습니다. ‘트래시 토크’도 거침없이 날리며 상대를 자극하는 것으로 자신의 승부 근성을 끌어올렸습니다. 팀 동료도 사정없이 질타하며 승리라는 목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그러나 오타니의 화는 조던과는 분명 다릅니다. 동료를 보호하고 상대는 존중하는 만다라트 초심을 여전히 지킵니다. 1승 2패로 뒤 한 경기만 지면 탈락하는 위기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위축된 팀과 동료에게 투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전략적인 시도가 아니었을까요. 승부처의 타이밍에 맞춘 격정의 감정도 마치 전기 스위치를 껐다 켠 것 같습니다.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결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진 오타니의 마음이 무엇보다 반갑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 역시 또 다른 나의 모습(part of who I am)”이란 점을 깨달았다는 건 자아 인식의 그릇 또한 커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인간적인 여러 모습을 편안하게 드러내는 겁니다. 자신감 넘치고 진정으로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조차 "이 친구는 로봇이 아니죠. 감정을 가진 진짜 사람이에요. 이게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요"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모범생에서 이제는 리더로, 오타니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 이렇게 성장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0.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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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진심합심] 올드 스쿨에 대한 약간의 변호

프로야구 이강철 KT 위즈 감독님이 ‘가을야구’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타이 브레이커(5위 결정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묘수를 꺼냅니다. ‘감’이 좋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 1일 열린 SSG 랜더스와의 타이 브레이커 스코어 1-3으로 뒤진 8회 말 대타를 쓰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SSG 간판 김광현 선수가 구원 투수로 나오자 이 감독은 오재일 선수를 타석에 세웁니다. 왼손 투수에 일반적으로 왼손 타자가 약하다는 통념을 깬 기용입니다. 이번 시즌 두 선수 상대 기록(4타수 1안타 3볼넷 1삼진)을 보면 대타 오재일 선수가 기존 라인업의 김민혁 선수(김광현 상대 5타수 1안타 1삼진)에 비해 크게 잘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재일 선수의 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에서 후속 타자 로하스 선수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지고 경기는 KT의 4-3 승리로 끝납니다. 다음날이 없는 단판 승부, 8회까지 2안타로 눌린 상황,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작은 불씨 같은 찬스에서 그런 수를 쓴 것이 놀랍습니다. 다음날 이 감독의 말입니다. "김광현은 슬라이더가 있고 (대타 교체된 김민혁의) 상대 전적이 안 좋아서 오재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재일은 제가 3년간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와 감, 컨디션 그리고 장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여기서 감독이 말한 데이터는 무엇이었을까요. 투·타 상대 전적은 앞에서 살폈듯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은 건 ‘감’인데요. 성공했으니 마법처럼 칭송받지만, 요즘 널리 쓰이는 확률과 통계의 시대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측정 가능하고 분석적인 방법론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선택이라면 선호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식이라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감은 직관의 영역이기에 비과학적이고 단순히 구식 취급하는 데에 따른 반론도 있습니다.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2002년)을 수상한 대니엘 카너먼은 『생각에 대한 생각』이란 책에서 "의사나 간호사, 운동선수, 소방관이 마주하는 상황이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질서정연하다. 포커 챔피언처럼 다년간 숙련된 전문가의 경우 여러 경우의 수를 빠르게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저는 야구 감독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된 지난 경기를 복기할 때 세밀한 장면과 상황까지 기억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선택과 판단을 하는데 무엇이 영향을 줬는지 하나씩 꺼낼 때 보면 어떤 세밀한 장면이 영향을 줬고, 이것이 쌓여 감독의 머릿속에 데이터로 저장된 것이었습니다. 오재일 선수의 대타 기용을 이렇게 예를 들어 보면 어떨까요. 분석팀에서 준비한 기존 타자와 구원 투수의 상대 기록도 훑었지만 뭔가 아쉽습니다. 오히려 시즌 중 오 선수가 구원 투수 상대로 얻은 세 차례의 볼넷 상황을 떠올립니다. 시즌 때 안타는 하나지만 상대 투수가 매우 까다롭게 여기고 어렵게 대결하는 순간과 여러 장면이 순식간에 떠오르고, 이들 장면의 의미를 지금의 상황에 대입하면서 결정의 버튼을 누른 겁니다. 그러나 이를 우리가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감’으로 불리고 ‘운’처럼 보입니다.인간의 직감이 제한된 경험이나 환경, 감각 등의 편향에 의해 왜곡돼 불완전하다고 봤지만, 그렇다고 카너먼 교수가 이를 무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직관 판단을 깎아내린 것은 아니다. 직관은 적은 정보로도 빠르게 판단하게 해주고,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에 적응적”이라고 말합니다. 오랜 시간 규칙적 환경에서 훈련된 직관은 능력이라고 봤습니다.그래서 야구 감독의 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설명을 이후에라도 좀 더 자세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넷플릭스의 인기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백종원 심사위원이 “이건 중국 어디서 맛본 무슨 요리인데…, 제 머릿속에 데이터로 들어 있어요”라고 하는 것처럼 야구 감독님들도 더 설명해 주시면 야구가 한층 재미있을 텐데요. 그래서 검증해 볼 수도 있고요.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에 감독님들의 직관적 데이터를 넣는다면 야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올드 스쿨 감독님들을 위한 변호이면서 바람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0.07 07:30
배구

김연경과 박정아의 강력 추천, 20년 역사 담은 'V리그 연대기' 출간

V리그 20년 역사를 담은 'V리그 연대기'가 출간됐다. 김효경 중앙일보 기자와 류한준 아이뉴스24 기자가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V리그의 거의 모든 역사를 이 한 권에 담았다. 2005년 프로리그 출범부터 2023~24시즌까지 V리그의 역사와 선수들의 활약을 망라했다. 우선 정규리그의 레이스 전개와 챔피언결정전의 결정적 장면, 해당 시즌 팀별 포지션 전력, FA(자유계약선수)와 트레이드 움직임 등을 빠짐없이 다뤘다.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 과정과 계기, 우승을 향한 질주, 이적 배경 등 속 깊은 사연도 담았다.1부 는 시즌별 주요 키워드를 뽑아 한 시즌을 돌아본다. 2부 에서는 주요 선수를 콕 찝어 활약상을 돌아보는 챕터로 구성했다. 김연경(흥국생명)은 "여전히 2005년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던 그 장면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이후 20년 동안 국내외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그날들을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와 동료들의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를 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펼쳐질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라며 추천사를 남겼다. 페퍼저축은행 박정아는 "프로배구 역사의 현장과 선수들의 활약 등을 눈앞에 그리듯 생생히 담고 있어 선수뿐 아니라 팬들까지도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책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궁금한 배구 팬들에게 적극 추천한다"라고 밝혔다.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는 "프로배구 20년을 담은 책, 앞으로 100년 동안 읽힐 책! 이 책을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합니다"라고 소개했다. 지은이 김효경 기자는 2008년 '스포츠2.0'에 입사하며 스포츠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부터 일간스포츠에서 프로배구, 프로축구 취재를 맡았다. 현재는 중앙일보에서 근무 중이다. 2021~22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V‑리그 여자배구 퍼펙트 가이드>를 펴냈다.류한준 기자는 2002년 굿데이신문에 입사하며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 '스포츠2.0'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배구를 취재했다. 2011년 인터넷 매체인 MK스포츠 창간 멤버로 합류했고 2012년 조이뉴스24(현 아이뉴스24) 스포츠팀으로 왔다. 프로배구, 프로야구를 주로 취재했고 2024년 1월까지 배구 현장에 있었다. 이후 연예팀 선임기자를 거쳐 아이뉴스24 미디어본부 선임기자로 재직 중이다.V리그 연대기는 10월 4일 출간,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이형석 기자 2024.10.04 10:01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베테랑의 욕심일까, 감독의 장악일까

서울 잠실야구장 원정팀 더그아웃 뒤에서 '우당탕'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 어느 베테랑 선수가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뒤 문을 부술 듯 격하게 고함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의 대기록 행진이 멈춘 날입니다. 경기 후 여러 감정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꿋꿋하게 평상심을 지켜온듯 싶었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힘이 떨어지면서 팀, 코칭스태프, 동료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습니다. 개인 기록도 소중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밟아보지 않은 새 기록을 세운다는 자부심이 컸던 만큼 고민도 많아 보였습니다. 자리를 차지한다는 안팎의 눈총도 받았습니다. 막상 기록의 마침표가 찍히던 순간 그는 폭발했습니다. 한국 야구의 ‘철인’으로 평가받은 최태원 전 SK 와이번스 선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를 저 역시 기억합니다.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그가 과연 언제 나올지 지켜보는 모두가 원정팀 벤치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인업 카드의 대기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그대로 남았습니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으나 벌겋게 상기된 그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 그의 인터뷰는 없었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를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고와 감정을 존중했습니다. 던지지 못한 질문은 남았습니다. “마지막을 직접 선택할 수는 없었나요?”당시 그는 1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뒤 감독님과 면담에서 “결정에 따르겠다"라는 뜻을 미리 밝혔죠. 그렇지만 그 뒤 두 사람의 관계, 팀 분위기는 위태로웠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신기록에 팬과 미디어의 이목이 쏠리며 감독이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상태가 됐습니다. 만약 거기서 스스로 멈추기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저도 답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야구단에서 일하면서 그때의 기억은 여러모로 유용했습니다. 베테랑과 감독 또는 구단과의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했습니다. 기자로서, 프런트로서 지금까지 만난 여러 감독님 역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감독님의 힘이 막강하던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교체 지시에 불만을 품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보란 듯이 글러브를 패대기쳤지만 베테랑 감독은 못 본 척 넘깁니다. 그래 놓고 다음 경기에 감독은 그를 '콜' 했습니다. 독재자 같은 감독님도 그 선수의 선을 넘은 듯한 행동을 쉽게 제어하진 못했습니다.다른 팀 감독님은 베테랑 선수 몇몇을 캠프에서 배제하는 결정으로 선 긋기를 선언합니다. 베테랑들의 헌신을 기대했는데 이에 못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느슨한 이들의 분위기 대신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줘 캠프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우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달이 났습니다. 갑자기 이 소식을 통보받은 베테랑들은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마이너 캠프에 모였고, 다른 곳에서 훈련하던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분리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선배 선수들 영향이 컸습니다. 시즌에 들어가서 모두가 서로를 의식하는 불편한 관계가 됐습니다.반대로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며 팀을 장악해 승승장구하던 어느 감독님의 리더십을 밖에서 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헷갈렸습니다. 저렇게 이기는 것이 최선인가 싶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시간이 말해줬습니다. 결국 상처가 팀에 남더군요.최근에도 여러 팀에서 베테랑 선수의 이슈가 보입니다. 개별 사정이 다르기에 쉽게 재단할 순 없습니다. 선수와 감독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처럼 돼선 곤란합니다. 베테랑의 도전이 욕심으로 읽히고, 감독의 리더십이 권력 장악으로 비쳐서는 결국 팀이 피해를 봅니다. 그간의 노력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비시즌 같은 평화의 시기에 일찌감치 합의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밥만 먹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시즌 중에도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고 조율해야 합니다. 주고받을 것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일종의 거래가 필요합니다. 중재와 타협의 기술이 우리 야구판에 좀 더 필요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9.30 07:30
스타

‘하이브 분쟁’ 민희진 “현재 소송비만 23억, 집 팔아야…내가 이길 것” [종합]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희대의 사건”이라며 “내가 이길 거다. 장담하는 이유는 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민 전 대표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민 전 대표는 “제가 오늘 여기에서 뭔가를 폭로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는 K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도파민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유튜브 꺼달라”고 말했으나, 주제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를 짚는 것이 담긴 터라 강연 도중 현재 하이브와 겪는 분쟁을 함께 언급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소송비가 지금까지 23억 원이 나왔다. 의미없는 소송을 계속 걸어서 대응을 못하게, 대응을 하면 파산이 나도록 하는 전략”이라며 “저는 돈을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고 쓰는 편이라서 전혀 부자가 아닌데, 이 소송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되게 감사했다. 가식적으로 말한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이걸 위해서 집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붙어서 X싸우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못 싸우지 않나. 나도 발로 뻥뻥 차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대응을 못하지 않나”라며 “남편과 자식이 없는 것도 감사했다. 나 홀로 있고, 부모님도 그분들 스스로가 잘 살고 계셔서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3개월 만에 (소송 비용이) 수십억씩 늘어나는데, 다른 사람들은 감당 못한다. 욕 한번만 할게요. XX 내가 이겨야겠다 싶더라”며 “(회사에서) 프로세스라는 것도 밀릴 때까지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저는 회사를 나간다고 한 적이 없다. 갑자기 나한테 찬탈을 했대. 변호사들과 ‘도대체 뭐가 찬탈인 거야’라면서 왔다. 이렇게라도 X맞을 수 있구나 인생이 싶더라”며 “내가 이길 거다. 장담하는 이유는 죄가 없거든. 아무리 거짓말하고 부풀려도 결국 자연의 순리라는 게 있다. 저열한 방식으로 맞았지만 이것도 이유가 있을 거라 여기고 있다. 어떤 것을 고치려면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일이면 모른다. 자신이 겪어야 안다”며 “내가 다큐를 꼭 찍을 거다.그래서 모든 과정을 다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민 전 대표는 또 하이브를 향해 “왜 이렇게 저를 괴롭히시는지”라며 “제 주위 분들을 그만 괴롭혀달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과도 방금 전까지도 얘기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한다. 기자 이름을 잘 안 밝히는데,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저 때문에 괴로운 분들이 많다. 신우석 감독님에게도 미안해 죽겠다”고 했다. 또 “(서울신문) 장형우 기자에게도 미안해 죽겠다. 이직 안 되면 어떡하냐”라며 “저 카카오랑 아무 사이 아니다. 중국 자본, 카카오 이런 게 무슨 얘기냐. 소설을 쓰시는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뭉크전’ 뒷광고? 저 틈만 나면 뉴진스 아이들 미술관 보내서 멤버가 찍은 건데 어떻게 그게 뒷광고냐. 뭉크 님에게 (그 수익이) 가나”라며 루머들을 일축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 로고 및 슬로건 제작 과정에 참여한 비하인드를 밝히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트와 비즈니스의 절묘한 조합을 강조했다. 그는 “아트와 비즈니스를 절묘하게 붙이면 미친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았다”며 “계속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는 게 문화다. (전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 로고를 제가 유연하게 만든 이유가 그렇게 되어야 하고, 하이브 로고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라는 이름을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슬로건은 각자의 회사에 소울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들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을 기술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저의 모토였고, 문화는 그래야 한다는 걸 굳건하게 생각한다. 돈 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뉴진스 돈 많이 벌었지만, 아트와 비니스를 절묘하게 붙이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개되지 않은 마지막 질문이 “K팝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이었다며 “여기에서 그 답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본질에 다가가 궁극의 이상향을 이루는 것”이라며 “철학과 예술은 보통 비즈니스의 대척점으로 인식된다. 저는 이 상반된 인식의 결합을 늘 꿈꿔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은 늘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한다. 뉴진스로 돈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아트를 해봤자 돈을 벌지 못하면 관심을 받지 않는다. 미학과 철학 이런 것들이 자본의 관심을 받으면 밀도 있게 이를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진스는 이 프로젝트의 연구원이었고, 그걸 증명했다”며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을 빛내는 것, 그걸 우리는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민 전 대표와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를 요청했으나, 하이브는 25일 “민희진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으나, 대표 이사복귀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이후 민 전 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줄테니 나가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며 현 사태의 본질이 “자회사 사장이 모 회사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른데 대한 공개 처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하이브는 공식입장을 통해 “(민 전 대표에게) ‘돈을 줄 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 당사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9.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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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분쟁’ 민희진 “신우석‧폭로 기자 괴롭힘 그만…미안해 죽겠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 주위 분들을 그만 괴롭혀달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왜 이렇게 저를 괴롭히시는지”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무슨 음해가 있어도 믿지 말아달라. 제 MBTI가 ENTP다. 시시비비 가리는 성격”이라며 “상대방의 캐릭터를 모르니까 모르시겠지만, 그런데 그게 결국 밝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과도 방금 전까지도 얘기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한다. 기자 이름을 잘 안 밝히는데,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저 때문에 괴로운 분들이 많다. 신우석 감독님에게도 미안해 죽겠다”고 했다. 또 “(서울신문) 장형우 기자에게도 미안해 죽겠다. 이직 안 되면 어떡하냐”라며 “저 카카오랑 아무 사이 아니다. 중국 자본, 카카오 이런 게 무슨 얘기냐. 소설을 쓰시는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뭉크전’ 뒷광고? 저 틈만 나면 뉴진스 아이들 미술관 보내서 멤버가 찍은 건데 어떻게 그게 뒷광고냐. 뭉크님에게 (그 수익이) 가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결벽증이 있어서 저 만나자는 투자자가 너무 많았지만 오해 받고 싶지 않아서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민 전 대표와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를 요청했으나, 하이브는 25일 “민희진 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의했으나, 대표 이사복귀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이후 민 전 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줄테니 나가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며 현 사태의 본질이 “자회사 사장이 모 회사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른데 대한 공개 처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하이브는 공식입장을 통해 “(민 전 대표에게) ‘돈을 줄 테니 받고 나가라’는 협상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 당사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9.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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