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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극장, 이제 명절 특수’따위’ 없다

추석 대목이란 말, 이젠 옛말이다. 추석 민심도 옛말이다. 추석 때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도 옛말이다. 단거리 네트워크 시대이다. 남극이나 북극에 사는 사람들조차 연결되는 세상이지만 만나는 것, 대면하고 대화하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로만으로 한정된다. 가족들이 모여 영화를 간다는 것? 언감생심의 일이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도 고래의 가족영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가족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현대에서 가족의 의미는 사라졌다. 특히 한국은 출산율이 0.7%대이다. 한국에서 가족영화란 이제 SF영화급이다.예전에 추석 연휴에는 TV에서 꼭 나오는 외화가 있었다. 성룡의 ‘취권’과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다. 이제 그런 얘기도 사람들의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도대체 언제 때 얘기냐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스탠리 도넌의 1954년작 ‘7인의 신부’같은 영화 얘기를 하면 아마도 뺨을 맞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TV에서 굳이 가족영화를 틀겠다면 2019년판 ‘작은 아씨들’이 제격이겠다. 그레타 거윅이 만들었고(맞다. ‘바비’의 그 감독이다) 시얼샤 로넌에 플로렌스 퓨까지 나온다. 게다가 티모시 살라메가 나온다. MZ세대가 좋아하는 젊은 배우들이자 감독이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었다.청소년들 상당수는 엄마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나이든 부모와 동반을 허락하는 자녀는 성인 여성들이다. 추석 대목은 장년층 관객들, 50대와 60대 관객들이 오랜만에 극장에 가는 시기기도 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감안했음에도 이번 추석에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 수치는 훨씬 더 좋지가 않다. 무엇보다 전체 관객 수가 급감했다. 이는 추석 당일 관객 수가 지난 해 94만명 대비 올해는 42만명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정말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흥행 순위는 ‘천박사 퇴마연구소 :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이 10월3일까지 151만명 정도로 1위이긴 하지만 관객 수가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 73만명을 모은 ‘1947 보스톤’은 점유율이 역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그 파워는 다소 미약한 편이다. 아직 BEP까지 한참이 남은 상태다. ‘거미집’이 문제인데 작품 평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6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다소 심각한 상황이다. 아마 해외수출이 숨통을 틔우게 할 것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천박사’가 그나마 체면 치레를 하고 있는 것은 속된 말로 ‘강동원빨’이다. 이 영화는 그의 오랜만의 주연작이다. 강동원의 팬덤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코미디이다. 지금은 사회 전체가 웃음을 잃은 시기이다. 어차피 말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CG가 잔뜩 들어 간 퇴마사 얘기에 사람들이 혹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영화마저 세상처럼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이건 부작용이 없는 거짓말 같은 환상의 얘기라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셈이다.‘1947 보스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 내의 진영 갈등이 조금 불을 붙이지 않을까 전망했던 측면이 있다. 의외로 작금의 역사 논란 등 여러 사회정치적 이슈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1947 보스톤’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과 미국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애국이나 국익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객들 대다수가 울고 나온다. 영화가 진심을 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947 보스톤’이 역주행할 것인가. 한글날 연휴 흥행세가 변곡점이 될 것이다.‘거미집’은 매우 잘 만든 영화이다. 일명 작가주의 영화이다. 그럼에도 재미가 삼삼하다. 송강호 등 배우들이 열연한다. 배경이 1970년대다. 예술영화지만 제미가 있고 인기있는 스타급 배우들이 나오지만 젊은 관객들이 잘 모르는 시대라는 것이 흥행면에서 치명타를 입혔다. 흥행에 성공하든 못하든 ‘거미집’은 영화를 만든 감독 김지운과 배우들, 제작자, 스태프들에게 만큼은 ‘남는’ 작품이 될 것이다. ‘거미집’은 이들에게 이름과 명예를 줄 것이다. 영화인들에게는 때로 성공이나 돈보다는 그게 더 중요할 것이다. 김지운은 이번 영화로 자신이 영화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감독임을 입증해 냈다.영화광 관객들에게는 긴 연휴 끝물에 개봉하는 송중기 주연의 누아르 영화 ‘화란’이 기대작일 것이다. 작은 영화로는 ‘절해고도’ ‘당나귀 EO’ ‘킴스 비디오’도 있다. 재개봉작으로 아벨 페라라의 ‘킹 오브 뉴욕’같은 작품들도 있다. 사실 영화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추석 같은 명절 특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누구는 웃고 있고 누구는 침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영화나 인생이나 다 그런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10.05 06:15
연예

韓극장가, 천만 '변호인'으로 시작, 천만 '인터스텔라'로 …

2014년 한국 극장가는 1000만 영화로 시작해 1000만 영화로 끝났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25일 크리스마스에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초 '변호인'을 시작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명량'에 이어 올해 4번째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2003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 영화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한 해 4편의 1000만 관객 영화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시대극부터 애니메이션, SF 영화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장르도 다양해 눈길을 끈다. 올해 1000만 관객을 감동시킨 네 편의 영화를 되돌아 봤다. ▶변호인 (1137만 5944명)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은 올해 1월 18일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4년 첫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영화가 됐다. 고(故)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만든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변호인'은 소재와 주제, 내용 모두 민감해 개봉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의 '변호인' 게시판에 '평점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반전됐다. 영화를 본 매체 담당기자들과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헌정영화'나 '사회고발성 영화'가 아니라 충분한 웃음과 감동을 갖춘, 매력적인 대중영화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별점테러'가 무색해질만큼 높은 평점이 줄지어 올라왔고 당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겨울왕국 (1029만 6101명)'겨울왕국'은 국내 최초의 1000만 관객 동원 애니메이션이자 '아바타' 이후 두번째 1000만 관객 동원 외화다.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 유일한 힘을 가진 자매의 모험을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광국'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 관객층 까지 흡수해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 아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렛잇고' 등 OST는 인기 K-POP을 밀어내고 10여개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영화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했다. 또한, '렛잇고' 열풍이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커버 영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또 영화 속 장면들을 캡처해 자막을 붙인 패러디물 또한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며 입소문에 힘을 보탰다.부가상품의 인기도 대단했다. 디즈니가 5000여개 한정판으로 내놓은 엘사와 안나·올라프 인형은 이미 정식 루트로 구하기 힘들 정도였고 '겨울왕국' 관련 스티커와 포크 및 수저세트, 또 관련 도서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명량 (1761만 893명)'아바타'를 누르고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린 '명량'은 개봉 직후부터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0만 돌파(12일) 등 하루하루 신기록을 수립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쟁쟁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당당히 압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 '엑스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 맥을 못추던 상반기 극장가의 단 하나의 자존심이 됐다. '명량'은 흥행기록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이순신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던 진도 부근에는 이순신 장군의 유적을 보기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이순신 관련 도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으며 평일 3000~4000명이 방문하던 세종문화회관의 이순신 전시실에는 하루 8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인터스텔라 (25일 자정 기준·1000만46명)2014년 마지막 1000만 관객 영화는 '인터스텔라'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25일 오전 '자정을 기점으로 누적관객 1000만4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야심차게 내놓은 이 영화는 세계적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광활한 우주와 행성 등 화려한 비주얼을 담아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하는 영화'로 꼽혀 극장가에 '아이맥스' 열풍을 주도했다. 아이맥스 표를 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표를 구하기 쉬운 지방 영화관으로 원정을 떠나거나 암표를 거래하는 사람까지 나타났을 정도. 한국 극장가에서 '인기 없는 장르'로 통했던 SF 영화인 '인터스텔라'의 성공은 또 다른 비주류 장르의 영화 흥행을 기대케 한다. 이승미 기자 lsmshhs@joongang.co.kr 2014.12.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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