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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극장가, 천만 '변호인'으로 시작, 천만 '인터스텔라'로 …
2014년 한국 극장가는 1000만 영화로 시작해 1000만 영화로 끝났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25일 크리스마스에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초 '변호인'을 시작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명량'에 이어 올해 4번째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2003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 영화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한 해 4편의 1000만 관객 영화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시대극부터 애니메이션, SF 영화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장르도 다양해 눈길을 끈다. 올해 1000만 관객을 감동시킨 네 편의 영화를 되돌아 봤다. ▶변호인 (1137만 5944명)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은 올해 1월 18일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4년 첫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영화가 됐다. 고(故)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만든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변호인'은 소재와 주제, 내용 모두 민감해 개봉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의 '변호인' 게시판에 '평점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시사회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반전됐다. 영화를 본 매체 담당기자들과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헌정영화'나 '사회고발성 영화'가 아니라 충분한 웃음과 감동을 갖춘, 매력적인 대중영화라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별점테러'가 무색해질만큼 높은 평점이 줄지어 올라왔고 당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겨울왕국 (1029만 6101명)'겨울왕국'은 국내 최초의 1000만 관객 동원 애니메이션이자 '아바타' 이후 두번째 1000만 관객 동원 외화다.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 유일한 힘을 가진 자매의 모험을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광국'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 관객층 까지 흡수해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 아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렛잇고' 등 OST는 인기 K-POP을 밀어내고 10여개 음원사이트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영화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했다. 또한, '렛잇고' 열풍이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커버 영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또 영화 속 장면들을 캡처해 자막을 붙인 패러디물 또한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며 입소문에 힘을 보탰다.부가상품의 인기도 대단했다. 디즈니가 5000여개 한정판으로 내놓은 엘사와 안나·올라프 인형은 이미 정식 루트로 구하기 힘들 정도였고 '겨울왕국' 관련 스티커와 포크 및 수저세트, 또 관련 도서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명량 (1761만 893명)'아바타'를 누르고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린 '명량'은 개봉 직후부터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0만 돌파(12일) 등 하루하루 신기록을 수립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 등 쟁쟁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당당히 압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 '엑스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 맥을 못추던 상반기 극장가의 단 하나의 자존심이 됐다. '명량'은 흥행기록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이순신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던 진도 부근에는 이순신 장군의 유적을 보기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이순신 관련 도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으며 평일 3000~4000명이 방문하던 세종문화회관의 이순신 전시실에는 하루 8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인터스텔라 (25일 자정 기준·1000만46명)2014년 마지막 1000만 관객 영화는 '인터스텔라'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25일 오전 '자정을 기점으로 누적관객 1000만4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야심차게 내놓은 이 영화는 세계적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광활한 우주와 행성 등 화려한 비주얼을 담아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하는 영화'로 꼽혀 극장가에 '아이맥스' 열풍을 주도했다. 아이맥스 표를 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표를 구하기 쉬운 지방 영화관으로 원정을 떠나거나 암표를 거래하는 사람까지 나타났을 정도. 한국 극장가에서 '인기 없는 장르'로 통했던 SF 영화인 '인터스텔라'의 성공은 또 다른 비주류 장르의 영화 흥행을 기대케 한다. 이승미 기자 lsmshhs@joongang.co.kr
2014.12.25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