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대만 야구의 상징성, 후친롱과 WBC
대만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었다. 야구계 내분이 문제였다. 대만리그 소속 4개 팀 가운데 라미고 몽키스 선수 전원이 WBC에 불참했다. 타선에선 악재가 겹쳤다. 수년간 대표팀 중심타자로 활약한 첸진펑·장타이샨·펑정민 등이 모두 은퇴해 전력이 약화됐다. 자연스럽게 오른손타자 후친롱(33·푸방 가디언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대만 타이난 출신 후친롱은 2003년 1월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다저스는 후친롱에 앞서 첸진펑을 영입해 마이너리그에서 육성시킨 경험이 있다. 첸진펑은 대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섰지만 통산 타율 0.091(22타수 2안타)을 기록하고 2006년 자국리그로 돌아왔다. 후친롱은 첸진펑이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 '주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였다. 차근차근 마이너리그 레벨을 밟아 나갔다. 2003년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4년 만에 더블A까지 올라왔다. 2006년에는 더블A에서 타율 0.254, 5홈런, 34타점 11도루를 기록하며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이듬해에는 더욱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도합 타율 0.325, 14홈런, 62타점, 15도루를 기록해 2년 연속 퓨처스 올스타에 뽑혔다. 여기에 MVP까지 차지하며 주가를 올렸다. 그는 "난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파워히터가 될 수 없지만 좋은 타율과 수비수가 되길 원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후친롱은 퓨처스 올스타전이 끝나고 두 달 후인 2007년 9월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9월 12일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선 기념비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3-9로 뒤진 9회 대타로 들어서 상대 오른손투수 브렛 톰코로부터 홈런을 뽑아냈다. 대만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기록한 건 궈홍치에 이어 두 번째. 야수 중에선 첫 번째였다. 후친룽은 그해 12월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평가한 다저스 유망주 랭킹에선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1위가 현재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그만큼 기대가 컸다. 결과적으로 주전으로 발돋움 하지 못했다. 제프 켄트, 라파엘 퍼칼 등 장기계약자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BA는 후친롱에 대해 '낮은 장타율'을 약점(마이너리그 통산 0.412)으로 지적했다. 2010년 1대1 트레이드로 뉴욕 메츠행을 통보 받았고, 2011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졌다. 마이너리그 성적도 2011년이 마지막. 잔부상이 겹친 것도 문제였다.이후 호주리그와 독립리그에서 잠깐 몸담았고, 2013년부터는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176, 2홈런, 18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안타(34개)와 2루타(4개), 3루타(3개) 등 공격 전부분에 대한 대만 출신 선수(총 11명) 통산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리그에선 타율 0.373, 10홈런, 55타점으로 건재함을 보였다. WBC 출전은 200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궈타이위안 대만 대표팀 감독은 거포인 쟝즈시엔-린즈셩(이상 중신 브라더스)-가오궈후이-린이취엔(이상 푸방 가디언스)으로 중심타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친롱은 테이블 세터가 유력하다.그는 "2006년에 이어 개인 두 번째 WBC 참가다. 그때는 20대의 젊은 선수였다. 이번에는 아주 다른 의미가 있다"며 "젊었을 때는 메이저리그에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젠 대만에 돌아왔다. 대만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전 세계가 대만에 좋은 선수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7일 열린 이스라엘전에선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나이가 조금 있고, 이전과는 다를 거다. 포지션(내야수→외야수)도 변한 것으로 안다. 이제는 노련미로 승부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어떻게 보면 순발력이나 전체적인 기량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노련미가 어떻게 작용할지 흥미로운 선수"라고 평했다.고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3.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