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콜센터 업무 많은 이커머스·홈쇼핑, 코로나 대응 분주…근본 방역책 아니다 지적도
서울 구로의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콜센터 비중이 큰 홈쇼핑과 이커머스 업체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상사설망(VPN) 등 인프라가 갖춰진 일부는 당장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반면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 업무 공간을 분리해 대면 접촉을 줄이고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는 등 위생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12일 업계에 GS홈쇼핑은 지난 10일부터 콜센터 상담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현재 재택근무를 하는 상담원은 총 630명 중 100명 정도다. 또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감염 위험성이 커지자 당초 2곳이었던 콜센터를 이달부터 3곳으로 늘려 근무 인원을 분산시켰다. 사무실 안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하루 3차례씩 내부 소독도 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재택근무 확대 운영과 함께 상담원들에게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도록 조처했다. 현재 콜센터 근무 인원은 총 500여 명 수준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재택근무 인원을 늘려 현재 250여 명이 집에서 근무 중이다. 또 CJ오쇼핑은 센터 근무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도 하루 2회 실시하며, 내부 소독은 하루 3차례 진행하고 있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동시에 부서별로 비상대응 담당자도 지정했다. 롯데홈쇼핑은 회사 출근을 원칙으로 하되, 방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1주일에 3회 건물 방역을 하고 4회 자체 방역도 하기로 했다. 또 하루 3회 이상 발열 체크를 통해 37.5도 이상은 출근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현대홈쇼핑, NS홈쇼핑 등 다른 홈쇼핑 업체들도 비슷한 지침을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내렸으며, 일부 인력은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쿠팡은 콜센터 상담직원들도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도록 매뉴얼을 수정했다. 공용 공간에는 소독제와 소독용 물티슈를 비치했고 매일 새벽에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 층마다 체온계를 둬 발열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위메프는 모든 센터에 3면 칸막이를 기본 설치하고 출근 인원은 총원의 3분의 2로 줄여 밀집도를 낮추고 있다. 콜센터 건물별 주기적 방역도 시행 중이다. 티몬은 콜센터 직원들이 출근 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 소독작업·체온측정·검역일지 작성 후 입장토록 했다. 1일 2회 이상 휴게실, 공용시설 손잡이, 개인 좌석, 휴대폰 등 소독도 진행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 천연 소독제를 배포한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근본적인 방역 시스템이기보다는 예방 차원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종일 전화를 붙들고 말을 해야 하는 콜센터 업무 특성상 바이러스 매개체인 비말(미세한 침·콧물 방울)이 퍼지기 적합해 전원 재택근무 등 집단 감염 차단을 위한 근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이 취급하는 개인정보 범위와 양을 고려하면 전사 재택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일부 홈쇼핑·e커머스는 고객 정보 유출 등으로 곤욕을 치른 적도 있기 때문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전사 재택근무는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입장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크고 제때 콜을 받지 못해 상담이 지연되면 고객 불편이 커지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재택근무 시스템은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지만, 실제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한이 많다"며 "행여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질 거냐"라고 반문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03.1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