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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축구와 맥주, 과묵한 영국인도 입을 연다

영국인들은 과묵하고 사교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런던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만나는 이들은 신문·책 혹은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대화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영국인들은 옆 사람과 말하기 싫어서 책을 읽는 척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처음 보는 영국인과 말을 트고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펍이라면 다르다. 펍에서는 옆자리의 영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날씨 등 여러 가지 주제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영국 남자와 대화하기에 가장 좋은 주제는 축구다. 여러분이 펍에 처음 방문했다면 바에서 생맥주를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500cc(500ml) 잔에 생맥주를 따라준다. 영국 펍에서는 파인트(pint)라는 단위를 쓴다. 파인트는 568ml다. 따라서 여러분은 파인트 단위로 맥주를 주문해야 하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 영어에서는 p 와 f 발음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축구(football) 같은 쉬운 단어도 p 로 발음하면 그들은 절대로 못 알아듣는다. 따라서 영어 발음의 기본중의 기본인 p 와 f 발음을 구분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간혹 핀트라고 발음하는 분들이 있는데, 핀트가 아니고 파인트다. p 발음을 연습한 여러분은 이제 바텐더에 다가가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a pint of 맥주 이름, please”. 만약 “a pint of 라거(lager)”라고 하면 대부분의 바텐더는 무슨 라거를 원하는지 되물어볼 것이다. 따라서 라거 또는 에일을 달라고 하지 말고 맥주 브랜드를 말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도 인기있고 영국 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를 주문할 때 “a pint of Stella, please”라고 하면 된다. 파인트의 양이 자신에게 많다고 생각하면 절반인 하프 파인트(half pint)를 주문할 수 있다. 이런 경우 “a half of 맥주 이름, please”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하프 파인트는 남자보다 여자들의 음료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남자가 하프 파인트를 주문하면 친구들이 짓궂게 놀릴 수도 있다. 필자는 많은 펍을 가봤지만, 하프 파인트를 마시는 남자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주문을 하면 바텐더가 여러분의 맥주를 가져오면서 가격을 말해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예를 들어 5파운드(pound)를 달라고 하는데, 영국 화폐 단위인 파운드가 아닌 퀴드(quid)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퀴드는 파운드의 속어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미국 달러를 버크(buck)로 칭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울러 1파운드는 100펜스(pence)이고 50, 20, 10펜스 등의 동전이 있다. 영국인들은 펜스를 줄여서 p로 표기하고 피(pee)라고 발음한다. 계산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영국은행이 발행한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현금을 지불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파운드화에서 액수가 가장 큰 지폐는 50파운드다. 관광객들이 주로 들고 다닌다. 위조지폐는 50파운드에서 주로 나타나기에 영국의 많은 소매점이나 펍 등에서는 이를 받기 주저하거나 거절한다. 따라서 다른 지폐를 미리 준비하자. 계산을 마치면 바텐더는 십중팔구 여러분에게 치어스(cheers)라고 말할 것이다. 치어스라고? 치어스를 건배로만 알고 있는 여러분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아니, 왜 바텐더가 나하고 건배를 하자고 하지?” 여기서 말하는 치어스는 생큐(thank you)라는 뜻이다. 격식 없는 자리에서 쓰는 표현으로 영국에서 널리 쓰인다. 이외에도 타(ta)라는 말도 즐겨 쓰는 표현인데, 역시 생큐와 같은 뜻이다. 한국인과 달리 영국인은 펍에서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다. 어쩌다 먹는 안주는 크립스(crisps)라고 불리는 감자튀김 정도이다. 크립스 주문은 이렇게 하면 된다. “크립스 세 봉지 주세요 (three packets of crisps, please)”.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여러분은 맥주와 크립스 등 자신과 지인들을 위해 주문할 때 한꺼번에 해야 한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바텐더들은 주문을 한 번에 받는 것을 선호한다. 크립스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맛(flavor)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 크립스를 달라고 하는 것보다 특정 브랜드의 특정 맛을 정해서 주문하는 게 좋다. 크립스의 대표적인 맛으로는 치즈와 양파(Cheese & Onion), 소금과 식초(Salt & Vinegar)와 레디 솔티드(Ready Salted) 등이 있다. 예전의 크립스 봉지 안에는 소금이 들어있는 조그만 백이 있었다고 한다.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소금을 뿌릴지 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요즘의 크립스는 소금이 미리 뿌려져 나온다. 이를 레디 솔티드라고 부른다. 아마 여러분은 크립스 몇 봉지로 양이 차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안주다운 안주를 먹고 싶다면 메뉴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음식을 아예 팔지 않는 펍도 있다. 또한 많은 펍은 특정한 시간에만 음식을 서빙한다. 따라서 “지금도 음식을 서빙하느냐”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메뉴에서 음식을 고른 다음, 바에 가서 주문하고 가격을 지불한 뒤 자신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알려주면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피쉬 앤 칩스(fish & chips), 미트 파이(meat pie), 잉글리시 브렉퍼스트(English breakfast) 등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것도 펍을 방문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정우 경영학 박사(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0.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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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유럽 축구팬을 사로잡은 간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즐길 수 있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한국은 치맥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 국내 축구팬들이 가장 즐기는 간식은 치킨과 맥주다. 열정적인 유럽 축구팬들도 경기만 보는 건 아니다. 그들은 과연 무슨 간식을 즐겨 먹을까.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 2015년 축구팬이 하프 타임 휴식 시간에 즐기는 간식을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아일랜드 팬들은 전통 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United Kingdom)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와 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으로 이루어진 연방 국가다. 아일랜드 섬에서 북쪽을 제외한 나머지 영토는 아일랜드 공화국이다. 이 지역 팬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간식은 고기를 넣어 만든 미트 파이(meat pie)다. 파이는 종류에 따라 애피타이저, 주요리, 또는 디저트로 다양하게 서빙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사과, 체리, 레몬 등이 들어간 과일 파이와 초콜릿이나 크림이 더해진 디저트용 파이가 인기 있다. 서양인들은 다양한 고기 종류와 어패류 그리고 야채, 과일 등이 들어간 파이를 즐겨 먹었다. 특히 영국인들은 디저트용 파이외에도 닭고기, 소고기 등에 버섯, 감자, 양파 등의 야채를 곁들인 미트 파이를 좋아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 첫날 저녁 식사로 스테이크 파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영국 마트에 가면 인스턴트 미트 파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냉장 보관된 파이는 차가운 채로 섭취해도 되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도 한다. 파이는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 축구팬들은 경기 시작 전이나 하프 타임 때 미트 파이를 보브릴(Bovril)과 같이 즐긴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보브릴이란 단어는 황소로부터 얻는 거대한 힘을 의미한다. 독일을 통일하려는 비스마르크와 이를 저지하려는 프랑스가 충돌해 일어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1870~71년)에서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 군대에 보급하기 위해 100만개의 소고기 캔을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업가에 주문했다. 이후 이 음식은 보브릴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전역에서 사랑받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도 '전투 식량'으로 이용된 보브릴은 후에 영국 축구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영국은 여름에도 초겨울 날씨를 경험할 수 있을 만큼 날씨가 변화무쌍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따라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축구팬들은 보브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소고기 차(tea)를 만들어 마신다. 이렇듯 영국 축구팬들이 사랑하는 전통적인 간식은 미트 파이와 보브릴이다. 하지만 펍(pub)에서 TV로 축구를 관람할 때 축구팬들은 보브릴보다 맥주, 그리고 간단한 안주로 크립스(crisps)를 선호하기도 한다. UEFA 홈페이지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 대륙 축구팬들에게 사랑받는 간식은 크게 두 가지다. 스페인을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씨앗(seeds)이 인기 있는데, 특히 해바라기 씨앗이 가장 사랑받는다. 씨앗 외에도 피스타치오, 땅콩 같은 견과류도 이 지역 팬들이 즐기는 간식이다. 그에 반해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서유럽이나 북유럽 축구팬에게 인기 있는 간식은 핫도그나 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다. 지역에 따라 커피나 차를 선호하는 팬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는 단연 맥주다. 지도에서 노랑색으로 표시된 나라들은 지역 특유의 음식을 선호한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노랑색으로 표시된 벨기에는 그들의 '맥주 문화'가 유네스코(UNESCO)로부터 무형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다양한 맥주로 유명한 나라다. 벨기에 축구팬들은 맥주를 벗삼아 프렌치 프라이에 케첩이 아니라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다. 프렌치 프라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감자 튀김의 본고장이 프랑스라고 알고 있다. 프랑스도 이 음식이 자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벨기에 또한 자신이 감자튀김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 뿌리내린 벨기에 이민자들이 미국에 프렌치 프라이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벨기에 이민자들이 프랑스어(벨기에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를 쓰기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벨기에 사람들은 프렌치 프라이라는 이름을 "프랑스의 미식(美食) 패권주의"라고 비꼬기도 한다. 한편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정부가 2003년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때 프랑스는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내에서 한때 반(反) 프랑스 정서가 불면서 프렌치 프라이 대신 '프리덤(freedom) 프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2020.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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