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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다행일 수 있기를

친구들과 캄보디아 앙코르 왓을 간 적이 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우리에게 한 말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을 것입니다.“크메르 제국은 802년에서 1431년까지 존재했던 왕국입니다. 처음에는 바라문교를 믿었고 나중에는 불교를 신봉했지요. 왕들은 수많은 사원을 지었습니다. 이 밀림에 1200개의 사원이 있습니다. 앙코르 왓은 그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앙코르 왓은 12세기에 수리야바르만 2세가 지은 것인데, 사원 중에 가장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누군가 가이드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걸 누가 지었어요?”가이드가 웃으며 천천히 “수-리-야-바-르-만 2세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말을 바꾸었습니다. 질문의 내용을 알아차린 것이지요. 가이드가 한 말은 역시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대충 이러했습니다.“앙코르 왓은 수-리-야-바-르-만 2세가 바라문교의 비슈누에게 헌정한 사원이구요, 누가 지었느냐는 질문은 사원을 지은 인부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다, 이거 중요합니다. 수리야바르만 2세가 통치할 때에 이 사원을 중심으로 한 도시에 100만명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습니다. 영국 런던의 인구가 겨우 20만명일 때입니다. 인력이 충분히 많았습니다. 여기에 또 전쟁 포로가 동원되었습니다. 크메르 왕국은 전쟁 국가였습니다. 이웃 나라를 점령하고 포로를 끌고와서 사원을 짓게 했습니다. 앙코르 왓의 돌은 여기에 없는 돌입니다. 무려 40㎞ 떨어진 곳에서 가져와 지은 것입니다. 이 사원을 짓는 데 3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저는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습니다. “아아, 한번 끌려오면 사원 짓는 일로 인생이 끝났겠구나. 그들도 왕처럼 바라문교 신도이기는 했을까? 그때에 여기서 태어난 것이….”사람은 자신이 태어나고 싶은 곳에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앙코르 왓을 지었던 인부들은 그때에 크메르 왕국에서 태어나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한국인 여러분도 한국인으로 태어날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귀화를 한 사람은 빼고) 한국인 여러분의 부모님이 한국인이어서 여러분은 한국인이 된 것입니다. 인간은 어느 시기에 어느 땅에 툭 던져진 존재로 살아갈 뿐이다.저는 196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8년째 되던 해입니다. 이 시기를 ‘전후 절대 빈곤의 시기’라고 하는데, 세상에 처음 나온 제가 제게 닥친 상황이 빈곤인지 뭔지 알기나 했겠는지요. 밑도 가리지 않고 흙바닥을 기면서 놀아도 그게 원래 인간으로 태어나면 다 하는 일인 줄 여겼겠지요. 아주 어릴 때에는 이 지구에 저와 같은 한국인이 있고 또 여러 국가의 국민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을 것입니다.여섯 살에 학교에 갔는데, 제가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태극기에 경례를 하면서 가슴 한쪽이 뿌듯해짐을 느꼈습니다. 조회 시간에 애국가 제창을 할 때이면 눈가가 촉촉해지곤 했지요. 미술 시간에 태극기와 한반도 지도를 그리며 이 지구의 수많은 나라 중에 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도 되었고요.모든 여행은 결국 자신의 내부로 여행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앙코르 왓을 보고 온 그날 밤에 친구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일에 대해 여러 말들을 하였습니다. 우리 자신이 선택한 대한민국은 아니지만 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 대한민국에서의 삶에 대해 평가를 하였습니다. 웃다가 울다가, 결론은 이랬습니다.“우리 그래도 전쟁 없이 살았잖아. 다행인 거지 뭐. 그 정도에서 우리 만족하자고.”요즘 대한민국에 전쟁을 입에 올리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왕은 왕놀이를 하려고 들겠지만 그 왕놀이로 국민은 목숨을 내놓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는 결론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4.07.04 06:59
스포츠일반

앙코르와트, 찬란함에 세계가 감동한다

‘은둔의 나라’ 캄보디아가 하나 둘 베일을 벗으면서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8세기 말부터 15세기 중반까지 약 600년 동안 현재 영토는 인근 베트남·라오스·태국까지 지배했던 크메르의 후예이다. 그들이 남긴 문화유적을 통해 얼마나 강력하면서도 심오한 문화를 영위했는지 잘 알 수 있다. 20세기 말 ‘킬링필드’라 불리는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캄보디아는 이를 딛고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앙코르 유적지와 수상 가옥촌으로 널리 알려진 툰레샵호수 등 불교 유적과 자연을 관광자원화해 세계적인 관광대국을 꿈꾸기에 이르렀다.●크메르왕국의 찬란한 유산앙코르 유적과 툰레샵호는 시엠립에서 가깝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는 시엠립은 인구 7만의 소도시. 하지만 옛 크메르왕국의 도읍지로 앙코르와트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반경 600㎞ 지역 내에 9세기에서 13세기에 지어진 사원이 100여 개나 발견될 만큼 캄보디아 문화유적의 보고이다. 여행 목적으로 캄보디아를 찾을 때에는 수도 프놈펜 대신 시엠립을 찾는다. 관광에서만큼은 시엠립이 캄보디아의 수도인 셈이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국기의 중앙에 그려져 있다. 또 이 나라 대표적 맥주의 이름이 ‘앙코르 비어’. 호텔과 식당에도 ‘앙코르’란 이름이 들어간 곳이 적지 않을 만큼 ‘도시’와 ‘사원’의 합성어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12세기 초 수리아바르만 2세가 2만 5000명의 인력을 동원해 30여 년 만에 완성한 사원으로 중앙탑을 기준으로 동서 1500m. 남북 1300m. 둘레만도 6㎞에 이르는 거대한 석조사원이다. 담 밖에는 폭 100m의 거대한 인공호수가 둘러싸고 있어 거대한 사원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한 것도 이색적이다. 높이 65m의 중앙탑에는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사용해 기어오르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신들이 살고 있는 사원 꼭대기를 오르려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탑의 계단을 좁고 가파르게 만들었다고 한다.한 해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앙코르와트 유적지는 말 그대로 5000여 개의 석상과 조각.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원들이 들어선 ‘도시형 사원’이다. 유적지 전부를 돌아보는 것만도 2박 3일이 걸려야 할 만큼 볼거리가 널려 있다.볼거리 가운데 사원 안 벽면 전체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정교하게 새겨진 부조가 첫 손에 꼽힌다. 이 거대한 부조는 왕국의 역사와 전쟁 등을 기록해놓은 대 서사시로 정교함은 로마나 이집트 등의 유적과는 단연 비교가 된다. 앙코르와트를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욘의 미소’ 간직한 앙코르 톰제2의 유적지인 앙코르 톰은 그 아름다움과 정교함에서 앙코르와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고대 크메르왕조의 마지막 도성으로 12세기 후반 건설된 앙코르 톰은 미로와 같은 계단 등 다양한 건축물은 앙코르 유적지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앙코르 톰의 백미는 중앙에 자리한 불교사원 바이욘의 사면불안탑이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신비로운 부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탑으로 ‘바이욘의 미소’로 불리는 부처의 온화한 표정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가라앉을 만큼 평화스럽다.●육지보다 편한 생활 툰레샵 호수수상가옥은 캄보디아이들에겐 어색하지 않다. 툰레샵 호수도 그 중 하나. 황토색을 띠는 이 물 위에서 이들은 목욕·빨래. 심지어 대소변까지 해결한다. 호수 주변에서 배를 빌리면 수상가옥촌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여행팁3월까지는 건기이다. 섭씨 28도 정도로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다. 화폐 단위는 리엘이며. 1000리엘이 250원 정도 한다. 미국 달러가 편하다. 캄보디아에 가려면 대한항공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거쳐 좌석 공유(코드 셰어)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호치민을 거쳐 외국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이 시엠립으로 매일 운항을 시작했고. 프놈펜도 주 4회 운항해 보다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2007.0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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