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호날두 TV로 볼때마다 화난다" 노쇼 5개월, 보상받은 팬 '0'
이탈리아 유벤투스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포르투갈)는 지난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 결장했다. 호날두는 45분 이상 출전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육 피로 등을 이유로 결장했다. 6만여명의 팬들은 최대 40만원짜리 티켓값을 지불했지만 호날두 등만 쳐다보고 돌아왔다. ‘호날두 노쇼’ 사태가 발생한지 5개월이 흘렀다. 우선 경기 추최사 ‘더 페스타’ 대표 로빈 장씨는 지난 9월 19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한차례 더 추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팬들은 더 페스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법률사무소 명안은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더페스타 집단소송과 관련해 총 3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첫 재판기일은 내년 3월10일로 예정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 8월23일 더 페스타를 상대로 위약금 7억5000만원을 물라며 소송에 들어갔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4일 “더페스타측이 형사 고발을 당한 상황이라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아직 첫 재판기일은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사소송은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로서는 팬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A씨는 “개별적으로 온 연락이나 진척사항은 없어 답답하다. 호날두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했다.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았던 한 팬은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되돌아보면 주최사 더 페스타가 준비 단계부터 유벤투스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갔다. 비즈니스 룰과 시스템, 절차를 제대로 못지켰다. 축구에서는 부상 등 수많은 변수가 있는데, 처음부터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을 알리며 홍보한 것도 적절치 않았다. 조세 모라이스(포르투갈) 전북 현대 감독은 “당시 경기 후 호날두를 만났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호날두에게 ‘6만 관중이 너를 보려고 비싼 입장권을 샀다’고 전했다”며 “호날두가 ‘그런 줄 정말 몰랐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무조건 출전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정확히 전달됐다면 호날두가 5분이든 10분이든 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팬들은 호날두가 돌아가 사과조차 하지 않은 모습에 더 실망했다. ‘호날두 노쇼’ 사태는 한국축구계에 쇼크를 안겼다. 축구계에서는 “바르셀로나에 유벤투스도 망했다. 이제는 레알 마드리드가 한국에 와도 실패”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8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방한경기를 추진했던 스포츠마케팅업체는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었다. 당시 경기 전날 리오넬 메시를 출전 불투명 소식이 전해지며 입장권 취소가 줄을 이었다. 더 페스타도 문 닫을 처지다. 매치 에이전트를 안해 본 사람들이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반복했다. 앞으로 한국에 초청할 수 있는 외국팀은 잉글랜드 토트넘 정도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은 여전히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토트넘에 대한 한국팬들의 호감도와 친숙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은 “만약 초청경기가 성사된다면 손흥민과 토트넘의 주력선수 3~4명이 반드시 뛰는 조항이 있어야 한다. 유벤투스처럼 당일치기 일정이 아니라 한국에 최소 이틀 이상 다른 관련 행사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며 “또 외국팀과 협상할 때 유벤투스 사례를 예로 들며, 사전에 강력한 위약금 같은 보장 조치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다. 티켓값도 유벤투스전과 달리 좀 더 저렴해야 팬들도 다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9.12.04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