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IS 전주] 선제골 못 지킨 전북, 울산 ‘집념의 무승부’…송민규·이명재 ‘장군멍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4강)을 향한 전북 현대와 울산 HD의 첫 맞대결이 치열한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거액의 참가 상금이 걸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 경쟁도 미궁으로 빠졌다. 전북은 전반 4분 만에 터진 이동준과 송민규의 합작골을 못 지켰고, 궁지에 몰렸던 울산은 기사회생했다.전북과 울산은 5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송민규의 선제골과 이명재의 동점골을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이날 무승부로 두 팀은 오는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8강 2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ACL 4강으로 향하게 됐다. 전북은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대회 4강 진출을 노린다. 울산은 2021년 이후 두 대회 만의 4강에 도전 중이다.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7개 팀이 참가해 매년 개최되던 클럽월드컵은 2025년 대회를 시작으로 32개 팀 체제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참가 상금만 적어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회다. K리그 우승 상금이 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가만 해도 두둑한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회다.AFC에 배정된 클럽 월드컵 티켓은 총 4장인데, 이 가운데 2장은 2021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2022년 우승팀인 우라와 레즈(일본)가 이미 확보했다. 남은 2장은 각각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그리고 최근 4년 간 연맹 랭킹에서 ACL 우승팀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르는 팀에게 돌아간다.
이미 클럽 월드컵 출전을 확정한 알힐랄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전북이 2위, 울산이 3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이날 무승부로 1점씩 나눠 가지면서 전북은 80점, 울산은 72점이 됐다. 연맹 랭킹은 승리 시 3점, 무승부 시 1점을 각각 받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3점을 추가로 얻게 된다. 만약 전북이 4강에 오르면 클럽 월드컵 출전을 확정할 수 있다.두 팀의 균형은 전반 4분 만에 깨졌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동준의 크로스를 송민규가 문전으로 쇄도하다 마무리했다. 골을 넣은 전북 송민규는 김태환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김태환은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다 라이벌 전북으로 이적한 선수다. 이날 경기는 전북 이적 후 처음으로 울산 팬들과 마주한 경기였다. 울산 팬들은 김태환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고, 전북 팬들은 김태환을 응원하는 걸개로 응원 목소리를 냈다.이른 시간 일격을 맞으며 궁지에 몰렸던 울산은 굳게 닫힌 전북 수비에 고전하며 좀처럼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32분 이명재의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지며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8강 2차전이 홈에서 열리는 만큼 4강 진출 기대감도 키웠다.전북은 오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수원FC와의 K리그1 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울산은 같은 날 김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 상무와 격돌한다. 이후 오는 12일 울산에서 다시 한번 ACL 맞대결을 펼친다. 전북과 울산, 두 팀 중 단 한 팀만 ACL 4강으로 향한다.
이날 전북은 티아고와 송민규가 투톱을 이루고, 문선민과 이동준이 양 측면에 서는 4-4-2 전형을 가동했다. 맹성웅과 이수빈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김진수와 박진섭, 정태욱, 김태환이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조현우. 울산에서 라이벌 전북으로 이적한 김태환은 이적 후 처음으로 울산 팬들 앞에 섰다.이에 맞선 울산은 주민규가 최전방 원톱에 포진하고 김지현과 김민혁, 엄원상이 그 뒤를 받치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이규성과 고승범이 중원을 구축했고 이명재와 김영권, 황석호, 설영우가 수비진을 지켰다. 골키퍼는 조현우.전북이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었다. 울산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분 만에 균형도 깨트렸다. 후방에서 논스톱 패스가 측면 뒷공간을 파고든 이동준에게 연결됐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동준은 문전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쇄도하던 송민규가 마무리했다. 송민규는 울산에서 뛰다 전북으로 이적한 김태환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전북이 거듭 기회를 잡았다. 전반 8분엔 왼쪽을 파고든 문선민이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오른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2분 뒤 김진수가 아크 정면에서 찬 왼발 논스톱 중거리 슈팅도 골문을 외면해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초반 일격을 맞은 뒤 전열을 정비한 울산은 전반 13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코너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주민규가 헤더로 연결했다. 김정훈 골키퍼가 펀칭해 문전으로 흐른 공이 김지현에게 연결됐다. 김지현의 슈팅은 그러나 두텁게 쌓인 수비벽에 막혔다. 울산 입장에선 결정적인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이후 두 팀의 치열한 중원 싸움이 펼쳐졌다. 치열하게 몸싸움을 주고받으며 기회를 엿봤다. 다만 전반 중반까지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기회까지는 만들지 못한 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전반 24분엔 전북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티아고의 롱패스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이동준에게 연결됐다. 공을 걷어내려던 이명재가 이동준의 가슴을 발로 가격했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북이 빠르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 키커로 나선 티아고의 페널티킥은 그러나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대를 벗어났다.페널티킥 실축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티아고는 곧바로 기회를 만들려 애썼다. 그러나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또 다른 역습 상황에선 수비에 막히면서 공격 흐름이 끊겼다. 이에 맞선 울산은 전북 수비의 빈틈을 찾으려 애썼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반 34분 엄원상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지만, 김민혁의 헤더에 맞지 않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전북도 문선민과 송민규 등 공격진들의 강력한 전방 압박을 앞세워 울산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40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문선민의 땅볼 크로스를 티아고가 슈팅한 공은 빗맞아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추가시간 박진섭의 헤더 클리어링 실수로 뒷공간을 파고든 엄원상의 슈팅은 김정훈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전반은 전북의 1-0 리드 속 마무리됐다. 볼 점유율은 울산이 65.1%로 전북(34.9%)에 크게 앞섰으나 슈팅 수는 전북이 6-4 우위, 유효 슈팅 수는 2-2로 같았다.두 팀 모두 하프타임에 변화를 줬다. 전북은 이동준 대신 한교원이 투입됐고, 울산은 고승범과 김지현이 빠지고 아타루와 김민우가 투입됐다. 후반 5분 울산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황석호가 헤더로 전북 골문을 노렸다. 슈팅은 그러나 골대를 외면했다. 전북도 송민규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이어 추가골 기회를 잡았지만 울산 수비가 먼저 걷어내 기회를 놓쳤다.한 골 리드를 이어가던 전북은 후반 17분 문선민을 빼고 안현범을 투입하며 측면에 변화를 줬다. 울산은 거듭된 코너킥으로 기회를 노렸으나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홍 감독도 김민혁 대신 마틴 아담을 투입해 전방에 무게를 뒀다. 주민규와 마틴 아담 투톱이 전방에 배치됐다.마틴 아담은 투입 이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후반 27분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노렸다. 슈팅은 그러나 김정훈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에 3분 뒤 박진섭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슈팅은 그러나 몸을 날린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동점골을 노리던 울산은 후반 32분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아타루가 마틴 아담에게 연결한 패스가 전북 수비로 흘렀다. 정태욱이 미끄러지며 걷어낸 공이 페널티 박스 안 이명재에게 연결됐다. 이명재는 절묘한 페인팅으로 김태환을 제친 뒤 슈팅으로 연결해 경기 내내 굳게 닫혀 있던 전북 골문을 열었다.이후 다시 전북이 균형을 깨트리려 애썼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한교원의 크로스를 송민규가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옆그물에 맞았다. 울산은 주민규를 빼고 이동경을 투입하며 전방에 쏠려 있던 무게중심의 밸런스를 다시 맞췄다.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는 두 팀의 공방전이 경기 막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끝내 결실을 맺는 팀은 나오지 않았다. 상대 수비 빈틈을 찾은 뒤 결정적인 기회들이 찾아왔으나, 두 팀 모두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현대가 더비로 펼쳐진 8강 1차전은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승리팀 없이 두 팀은 오는 12일 운명의 8강 2차전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전주=김명석 기자
2024.03.0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