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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그루브’ 이영훈 “20대에 촬영한 영화, 서른살에 개봉”
'청춘 그루브'(다세포클럽 제작, 변성현 감독)는 3년만에 빛을 보는 영화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제작지원사업 지원작 10편 중 한편이었다. 당시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되긴 했으나 운은 거기까지였다. 다 만들어지고도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해 창고 신세를 지다가 지난 15일 어렵사리 개봉됐다. 말이 개봉이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이 영화를 상영 중인 곳은 부산의 아트 씨어터 단 1개관 뿐. 그것도 오전에 한 차례 편성돼 있어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이 영화 관람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봉태규·곽지민 등과 함께 열연한 배우 이영훈(30)은 바로 이 점이 너무 아쉽다. 가장 즐겁게 만든 작품인데 가장 안타깝게 지켜봐야하는 작품이 됐다. 청춘이 빛나던 20대 말에 촬영한 작품을 한결 묵직해진 나이인 서른살에 바라보는 감회는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었다. -3년만의 개봉, 기억이 새롭겠다. "2009년 말에 촬영 완료했다. 그 뒤로 '풍선' '따이공' 등 두 작품을 더 찍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됐어도 너무 즐겁게 찍은 작품이어서 애착이 많이 간다." -왜 개봉이 늦어졌을까. "배우니까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고 기다렸을 뿐이다. 제작사에서 배급 시기를 잡지 못하고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저 아쉽고 안타깝다." -저예산영화의 비애일까. "영진위 지원작으로 10억 미만의 저예산이기는 하지만 감독님이나 배우들, 스태프들은 모두 100억짜리 대작을 찍는 마음으로 했다. 너무 저예산이나 독립영화처럼 비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않아'부터 이영훈이란 배우는 독립영화 '필'이 나는 것 같다. "다양한 작품을 해왔다. 'GP506' '해결사'같은 대규모 상업영화도 했다. 그런데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김남길과 연기했던 '후회하지 않아'나 '탈주'로 아시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걸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동안 외모 때문에 역차별 받는다고 느낀 적 있나. "한번은 드라마에 캐스팅돼서 대본 리딩을 갔는데 캐릭터가 요구하는 이미지보다 훨씬 어려보여서 바로 교체된 적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것도 배우로서 내 일부분인 걸…" -'청춘 그루브'에선 곽지민과 뜨거운 베드신을 했다고. "동성애 영화에서 남자랑은 해봤지만 여배우와는 사실 처음이라서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다행히도 곽지민씨가 호흡을 잘 맞춰줬다." -마니아 팬클럽이 든든히 후원하고 있는 걸로 안다.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서 와준 팬들이 너무 고마웠다. 17일에는 압구정CGV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오토바이 라이딩 즐기는 걸로 아는데. "그래서 최근에는 개인적인 사업도 시작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의 외부 디자인을 튜닝하는 숍이다. 일명 '데칼'이라고 하는데 관심있는 분야여서 해보게 됐다." -앞으로 계획은. "'풍선'과 '따이공' 개봉을 준비 중이고 또다른 작품도 살펴보고 있다. 영화를 어렵게 개봉시키면서 받은 상처만큼이나 배움도 늘어난 것 같다.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2012.03.22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