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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혹한기' 맞은 삼성전자 1%대 기본 인상률 제시, 험난한 임금 협상 예고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을 1%대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험난한 임금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조와의 임금 교섭에서 1%대의 기본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혹한기’로 인한 재고 증가 등으로 고통의 분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기본 인상률이 5% 수준이었다. 기본 인상률은 전 직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실제 임금 인상률은 여기에 개인별 고과에 따른 성과 인상률을 더해 정해지기 때문에 통상 이보다는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본 인상률 5%에 성과 인상률 평균 4%가 더해졌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임금피크제 근무시간 5∼15%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15일) 2회 분할 사용 가능 등도 제시했다.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 측은 "갤럭시 S22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사태와 반도체 재고 등은 경영진의 잘못인데 직원에게 고통을 전담한다"며 "사측의 1%대 제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을 10.0%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 실무진은 작년 12월 2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7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임금·복리 본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개 노조가 참여한다.작년 8월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와 임금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업황 불황 등으로 임금 협상 과정에서 지난해보다 더 험난한 조율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노사 간 임금 인상률에 대한 괴리감이 크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와 휴대폰 수출 감소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 현황 집계에서 반도체는 전월 대비 무려 41.5%나 감소했다. 1월에 증가했던 휴대폰도 5.5%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출하량·단가 하락이 이어지며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2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3.9% 감소했다. 57.3% 줄었던 1월에 이어 50%대 감소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 1월 3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던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26억90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25.5% 감소했다.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자산이 1년새 10조원 이상 불어났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은 52조1878억원으로 2021년 말 기준 41조3844억원보다 20.7%(10조8034억원) 증가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14 14:06
자동차

애원할 땐 언제고...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미룬 까닭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사업 일정을 돌연 변경했다. 당초 이달 시범 사업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올해 하반기로 미뤘다. 소비자 후생 개선을 위해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업계는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겹쳐 중고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현대차그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된 시장에 자칫 성급하게 진출했다가, 사업성은 물론 '시장 정화' 효과도 반감될까 봐 일정을 미뤘다는 것이다.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은 올해 상반기 얼어붙은 시장에서의 '생존' 걱정과 더불어, 하반기 현대차그룹 진출에 따른 '수익성 방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 하반기 사업 진출 공식화11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에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6일 “각 부문별로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하반기에 중고차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인증 중고차 사업은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수입 브랜드가 운영하는 방식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 개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인증 중고차 상품화를 위해 물류시설을 갖춘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를 구축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중고차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도 마련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기존 경남 양산 출고 센터를 철거하고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약 2만9700㎡에 달하는 해당 부지에는 중고차 매매장과 진단 및 정비공장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정밀진단 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 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인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또 현대차그룹은 경기도 안성교차로(IC) 인근에 있는 2만6000㎡(약 7800평) 부지의 매입 절차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안성 부지 매입을 마치는 대로 중고차 매매사업을 위한 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다.현대차그룹 이외에도 인천을 포함해 전국 최대 중고차 시장이 조성된 수원지역에서 기존 SK V1 모터스, 도이치오토월드 등 복합매매단지 인근 부지를 중심으로 관련 시설 조성을 위한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1만6528㎡(약 5000평)가량의 중고차 전시장 부지도 확보했다. 자동차관리사업(매매업) 신규 등록도 마쳤다. 현대차그룹은 용인 외에 수원 등 수도권 중고차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10개 안팎의 중고차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위해서는 660㎡(약 200평) 규모의 전시장과 진입로 확보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도 수입차 브랜드처럼 수원 도이치오토월드나 양재 오토갤러리 등 기존 중고차 단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진출에 앞서 관련 인재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15일까지 글로벌 인증중고차 사업 전략 업무를 담당할 신입사원을 뽑는다. 해당 직무는 해외 인증중고차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판매 지원 전략을 수립하며, 자동차 잔존가치 분석 등을 맡는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신년회에서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서 고객의 신차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채용은 이런 회사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기아는 이날까지 국내 인증 중고차 고객센터를 관리할 직원을 채용했다. 이들이 맡게 될 업무는 고객상담 대응, 상담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다. 기아는 서류 전형을 거쳐 내달 최종 합격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중고차 판매와 관련한 거의 모든 상담을 도맡는 고객센터의 설치는 사업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는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빨리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금리에 발목 잡힌 중고차 플랜현대차그룹이 하반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진출 시기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현대차그룹은 당초 1~4월 동안 시범 판매를 진행한 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었다.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가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올해 5월 1일로 권고하면서 1~4월 5000대 이내에서 인증 중고차 시범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는 "제한적으로 조기 시범운영을 허용해 소비자들이 완성차 업체가 선보이는 고품질의 인증 중고차를 구매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 기회를 포기하고 하반기 시장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에서는 우선 '고금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신차 출고 기간이 늘어나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반대로 경기침체로 인한 고금리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평균 할부 이자율은 10%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신차 할부 이자율(7~8%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고금리는 자연스럽게 중고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월 중고차 재고는 11만2554대가량이다.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자 결국 중고차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재고 금융도 축소되고 있다. 중고차 재고 금융이란 캐피털사가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매물 구매 용도로 단기적으로 제공하는 대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업자들의 중고차 자기자금 매입 비율은 10~20% 수준이다. 80~90%가 재고 금융을 끼고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런데 최근 캐피털사들이 중고차 재고 금융을 50~60% 수준으로 축소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과 레고랜드발 회사채 문제가 겹친 탓이다. 비교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중고차 재고 금융 규모를 줄였다. 매매업자들이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재고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이에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매입 물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선뜻 중고차 물량을 사들이기엔 자칫 재고자산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소비가 위축되면 재고관리 차원에서 대량 매입하기 부담스러울 것이고, 현대차 입장에서도 사업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일부에서는 중고차 시장 침체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시장 진출에 따른 '정화' 효과도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거래 대수 자체가 폭락해 소비자의 관심도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타이밍이 문제다. 고금리로 중고차 시장 규모가 30% 정도 줄었다"며 "현대차그룹이 진출한다 해도 중고차 시장을 개선하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여파에 따라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줄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사업 관점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신차 대비 2배가량 높은 이자율 탓에 중고차의 가격적 메리트가 줄어든다. 구매 의지가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 신차 시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 할부 이자율은 높게는 17%대까지도 형성됐다. 가격적 메리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차량 구매 의지가 있는 소위 실구매자층은 차량의 급을 낮추더라도 신차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시장 침체와는 별개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업 개시 시기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3.01.12 07:00
경제

위메프, 업계 최저 수수료 들고 나온 속사정은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가 업계 최저 수수료 카드를 들고나왔다. 최근 수년 사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꺼내 든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실질적으로 고객의 눈을 잡아끄는 '특가딜'은 최저 수수료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메프는 21일 플랫폼 최저 수수료율인 2.9% 정책을 발표했다. 2.9%의 수수료율에는 결제대행(PG) 수수료도 포함된 것으로 정률 수수료제를 채택 중인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비교해도 업계 최저치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수수료율 평균은 13.6%였다. 위메프가 낮은 수수료를 들고나온 이유는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서다. 업계는 위메프가 국내 이커머스를 이끈 네이버나 쿠팡 외에도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경쟁사 티몬에도 밀리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의 '2020년 2분기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는 업체별 순이용자수(UV) 1076만명으로 6위였다. 티몬은 1141만명이었다. 경쟁사에 비해 살만한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먼저 체감한다. 평소 이커머스에서 대부분의 쇼핑을 한다는 소비자 A 씨는 "언젠가부터 위메프를 잘 이용하지 않아서 스마트폰에 있던 앱도 삭제했다. 눈에 띄는 상품도 없고, 특가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해 위메프의 매출은 38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5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역시 2018년 이후 매년 수백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 재고자산이 늘어났거나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많다는 얘기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이용하던 소비자도 잘 찾지 않고 운전자금 부담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타사도 위메프의 영향력이 쪼그라들었다는 걸 느끼는데, 위메프의 현장 MD가 체감하는 위기는 이보다 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위메프의 최저 수수료제는 특가딜은 빠졌다는 한계도 있다. 위메프에서 날마다 다양하게 열리는 특가딜은 사실상 소비자와 파트너사들의 주목을 받는 카테고리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고, 파트너사는 마케팅과 판촉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위메프의 특가딜에 참여하려면 기본 수수료 2.9%에 추가로 2~5%를 납입해야 한다. 위메프는 최저 수수료 카드가 실패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최저 수수료 정책 발표는 떠나는 파트너사를 잡기 위한 마지막 방안이 아닐까 싶다. 수수료로 먹고사는 곳인데, 그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파트너들이 낮은 수수료 혜택을 받고 더 싸게 많은 제품을 내놓으면 중장기적으로 위메프를 찾는 고객도 늘고 선순환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4.23 07:00
경제

[멋스토리] 재고에 리셀러까지…스마트컨슈머 시대, 쇼핑몰의 진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는 길어지면서 색다른 쇼핑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의 재고 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재고 쇼핑몰'과 '리셀(Resell·되팔기)몰'이 대표적이다. 재고 쇼핑몰이란 말 그대로 기업의 재고 상품이나 리퍼브(약간의 흠이 있는 제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사실상 새 제품과 다름없지만,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다. 리셀몰은 구하기 힘든 물건을 사들인 뒤 다시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남들과 다른 제품을 편하게 만나보길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형 스마트 TV가 반값? 재고 상품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당장 보관하는 것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각 업체가 연말이면 어떻게든 '떨이'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웃렛 등을 통해서도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결국 쓰레기가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코스피 상장사 685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 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약 99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번지면서 국내는 물론 수출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 4월 기준 6개월 이상 지난 장기 재고 면세품 규모가 총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재고는 남이 사용한 제품이 아니다. 생산한 뒤 한 번도 남이 사용한 적이 없지만, 다만 판매 적기를 놓치면서 박스 포장 한 번 풀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된 엄연한 새 제품이다. '리씽크몰'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재고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재고 전문 쇼핑몰이다. 사용한 적이 없는 새 상품 재고와 사용감이 있는 중고를 재단장한 리퍼브 재고,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나 다양한 이유로 반품된 재고를 고루 취급하고 있다. 의류, 먹거리, 화장품은 물론 가전과 각종 IT기기까지 사실상 국내외 모든 재고상품을 총망라한다. 특히 가전과 IT기기가 '땡처리' 수준으로 저렴하다. LG전자의 노트북인 'LG그램'을 57% 할인한 78만9000원, 삼성전자의 55인치 '스마트 TV 시리즈 6'는 50% 싼 59만9000에 판매 중이다. 명품 재고도 판매한다. 리씽크몰은 지난 4일 미국의 메이시 백화점의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특별 기획전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명품인 버버리∙페라가모∙발리 외에도 토리버치∙마이클 코어스∙코치∙캘빈클라인 등 총 젊은 층이 좋아하는 브랜드 27여 개가 참여해 약 260개의 제품을 내놨다. 대부분 상품 진열대에 전시되거나 리턴(반품)된 재고로, 메이시 백화점에서 정식적인 유통과정을 통해 판매됐던 제품이라는 것이 리씽크몰의 설명이다. 정가 99만원인 페레가모의 피가로 부츠가 61% 할인한 38만9000원, 프라다의 사피아노가죽 장지갑은 58% 할인해 57만9000원에 판매한다. 김중우 리씽크 대표는 "재고를 장기보관, 소각·폐기하면 비용 발생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다. 재고 쇼핑을 활성화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며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남과 다른 쇼핑' 리셀러 쇼핑몰도 진화 중 최근 리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 온라인 리셀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올해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4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리셀러(물건을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람)의 주요 먹잇감은 '남이 쉽게 구하지 못하는' 제품이다. 한정판이나 소장가치가 큰 제품을 미리 발품을 팔아 구매한 뒤 더 높은 가격을 매겨 다시 판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샤넬'이다. 샤넬은 수년 전부터 매 시즌 가격을 올리고 있다. 가격을 올릴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값을 주고도 구하기도 힘들다.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인기 있는 클래식백의 경우 미리 결제해도 3~4개월가량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샤넬은 지난 5월 주요 제품을 가격을 최대 26% 올렸다. 혼수품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 상품인 '샤넬 클래식백' 스몰 사이즈는 632만원에서 769만원(21.7%)으로, 미디엄은 715만원에서 846만원(18.3%)으로, 라지는 792만원에서 923만원(16.5%)으로 올랐다. 리셀러들은 가격 인상에 앞서 날마다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섰다.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기다렸다가 문을 여는 즉시 매장을 향해 달리는 '오픈런' 현상도 있었다. 제품을 구매하는 데 성공한 리셀러들은 백화점 상품권 등을 동원해 시가보다 2~3% 저렴하게 구매한 뒤, 이를 100만~120만원 가까이 비싸게 되판다.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구구스' 관계자는 "새 제품인 'NS급' 샤넬 클래식백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다. '샤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정판 제품은 보관 상태만 좋으면 얼마든지 이익을 내고 판매할 수 있다. 혼수철에는 이런 제품은 바로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판 운동화를 되파는 '슈테크(슈즈+재테크)' 시장도 활발하다. 최근 포털 공룡 네이버에 이어 온라인 패션 플랫폼 강자인 무신사까지 뛰어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무신사는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을 공식 출범했다. 솔드아웃은 리셀러들이 구해온 귀한 제품을 되팔도록 중계하는 중개 플랫폼이다. 고객이 믿을 수 있도록 100% 정품 보장하고, 체계적인 검수 시스템까지 가동한다. 실물로 보기 힘든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생겼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엑스엑스블루는 리셀러와 '실착러(직접 신발을 신으려는 사람들)'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진열된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어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또 스니커즈 전문가가 구매 상담, 주문, 배송 등 구매 전체 프로세스를 조언해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카메라 앱 운영사 스노우가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을 출시하는 방식이었다. 크림은 거래 전 사이즈별 입찰가 등 시세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86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나이키 매니아'와 독점 광고 계약을 맺으며 영향력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남과 다른 똑똑한 소비는 MZ 세대(20~30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부르는 말)의 특징"이라며 "리셀과 재고 전문 쇼핑몰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탄생한 새로운 쇼핑 형태"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8.10 07:00
경제

코로나19로 쌓여가는 악성재고, ‘재고쇼핑몰’이 해결사

기업의 재고 제품을 높은 할인율로 판매하는 ‘재고 쇼핑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코스피 상장사 685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상장 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약 99.9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평균일수는 17년 25.5일에서 19년 31.7일로 증가했다. 또한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은 동기간 14.3%에서 11.5%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태는 더욱 안 좋다. 해외여행을 자제하자 면세점 재고 증가폭도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 4월 기준 6개월 이상 지난 장기 재고 면세품 규모만으로 총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관세청은 장기재고품을 소진시키고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3일 신세계면세점의 재고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해, 전체 품목의 93%가 품절되고 홈페이지 접속이 1시간 넘게 마비되기도 했다. 기업의 재고상품, 리퍼브 제품, 유통기한 임박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리씽크몰 역시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매출과 거래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년 11월부터 20년 1월과 20년 2월부터 4월까지의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매출과 거래건수가 각각 약 20% 증가했다. 기업은 악성재고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어 물건 공급이 많아졌고, 소비자는 파격적인 가격에 다양한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어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리씽크몰 온라인에서는 200만원 상당의 스마트 TV가 약 80% 할인된 가격인 약 43만원에, 약 120만원의 노트북은 60% 할인된 가격인 50만원에 판매되는 등 많게는 90%대로 할인하는 제품도 있다. 리씽크몰은 가전제품, 식품, 화장품, 의류,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씽크 김중우 대표는 “재고를 장기보관, 소각·폐기하면 비용 발생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다”며 “가치를 깨우는 재고 쇼핑의 활성화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6.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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