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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품격있는 스포츠 중계가 보고 싶다

2021년 2월 7일 V리그 3위를 결정짓는 빅 매치가 열렸다.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은 세트스코어 2-2 접전을 벌였다. 도로공사가 5세트에서 14-3으로 앞서며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하지만 KBS2는 승리까지 단 1점을 남긴 순간에 중계를 종료했다. 화면 하단에는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방송을 마친다. 양해 바란다. 이후 경기는 앱을 통해 계속 시청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자막이 떴다. 이어 KBS2는 주말 드라마를 재방송했다. 각본 있는 드라마의 재방송을 위해 각본 없는 드라마의 생중계를 끊은 것이다. 2011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SK와 롯데전을 보여주던 MBC는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에서 중계를 끊었다. 공 하나만 더 던지면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못 참은 것이다. 남은 경기를 MBC 스포츠 케이블 채널을 통해 보여주지도 않았다. 배구·야구와 달리 시간 계산이 가능한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에서 전년도 챔피언 포항과 FA컵 2연패를 달성한 전남이 맞붙었다. 1-1로 팽팽한 상황에서 KBS1은 후반 40분에 중계를 끊었다. 8분 후 포항은 골을 기록하며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시청자는 이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영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수많은 경기를 TV로 지켜봤다. 영국 지상파 TV가 가장 부러웠던 점은 경기를 끝까지 중계한다는 것이다. 국내 방송국의 스포츠 중계 끊기에 익숙해진 필자에게,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영국 TV 중계는 신선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시간 계산이 어려운 스포츠도 있다. 테니스가 대표적이다. 의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테니스 스타 프레드 페리가 1936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3-0으로 이길 때 걸린 시간은 단 40분이었다. 최근의 예를 살펴보자. 2018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케빈 앤더슨(남아공)을 3-0으로 꺾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19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9년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가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할 때는, 무려 4시간 57분이 걸렸다. 2019년 대회부터 시행된 마지막 5세트의 게임 스코어 12-12의 타이 브레이크(tie-break, 계속되는 게임 듀스로 경기가 무한정 지속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가 없었다면, 사실 이 경기는 5시간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이렇듯 테니스 같은 종목은 경기 시간을 예측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BBC를 포함한 영국 공중파 TV는 경기 도중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중계를 끊지 않는다. 국내 TV 시장도 케이블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근래에 들어 스포츠 채널은 경기를 끝까지 중계하는 편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있다. 다수의 중계가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방송을 종료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팬들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간다. 경기가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에 진한 감동을 할 때도 있고, 자신이 응원한 팀이 아쉽게 진 후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다. 따라서 스포츠 중계를 맡은 방송국은 경기 후의 이런 장면 등을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시청자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경기가 극적으로 끝난 후 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하지만 팬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계를 끊고 서둘러 광고를 내보내는 방송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할까? 다시 한번 영국 지상파 TV와 비교된다. 이들은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게 끝나더라도, 방송을 바로 종료하지 않는다. 영국 TV는 언제나 일정 시간을 할애해 경기 종료 후 선수나 관중의 환호나 좌절, 그리고 하이라이트와 감독 등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사실 스포츠 중계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는 지상파 TV가 영화를 보여준 후 엔드 크레딧(end credits, 영화의 마지막 장면 뒤에 나오는 모든 출연진, 제작진의 이름 목록)을 끝까지 틀어준 것을 본 적이 없다. 특히 감동적인 영화를 본 시청자는 대미를 장식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한다. 하지만 국내 방송국은 단 몇 분의 시간이 필요한 엔드 크레딧마저도 시청자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2018 평창올림픽 1만m 스피드 스케이팅을 중계하던 MBC는 5조 경기 후 이승훈 선수가 4위로 밀리자 중계를 종료했다. 한국 선수가 메달권을 벗어났으니 더 볼 필요 없다는 의미인 것 같다. 바로 뒤 6조에는 국내에도 팬이 많은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대기 중이었다. 특히 그는 올림픽 1만m에서 유독 운이 없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터였다. 한국의 TV 방송국은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의 국제신호를 제작하고, 중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수준급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다가오면 지상파 채널들은 서로 감동을 선사하겠다며 무한 경쟁에 들어간다. 그들이 주고자 하는 감동은 과연 무엇일까? 그걸 당최 알 수 없다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4.20 06:06
스포츠일반

또 헛발질하는 빙상연맹

천천히 달리면 실격시킨다고 주의를 준다. 해외 훈련 중 생리대를 사러 간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려 했다. 음주운전을 한 인사가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일어났다.지난달 25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겨울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일반부 경기 시작 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경기감독관이 갑자기 선수들을 불러모아 3분간 추가된 규칙을 설명한 것이다. 빙상연맹 이사인 A모씨는 선수들에게 '허리를 펴고 반 바퀴 이상 돌면 실격'이란 내용을 전달했다.스피드스케이팅은 원래 2명씩 조를 지어 경기한다. 인과 아웃 코스를 오가면서 기록을 측정하고, 모든 선수의 경기가 끝나면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그런데 전국체전 일반부 1만m 경기는 오픈 레이스로 열렸다. 2명씩 달리는 게 아니라 매스스타트처럼 한꺼번에 경기를 한 것이다. 선수들이 천천히 달리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고 순위를 가리는 경기를 할까봐 '허리를 펴지 말라'는 규칙을 급하게 만든 것이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다.실업팀 지도자 B씨는 "오픈 레이스로 열기로 전날 전달이 됐다. 하지만 허리를 펴지 말고 달리라는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처음 했다"고 말했다. 출전선수 중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도는 구두 설명으로 진행한 탓에 '허리를 펴지 말라'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기도 했다.또다른 지도자 C씨는 "처음부터 오픈레이스로 진행하는 것도 이상하다. 올림픽에서도 2명씩 조를 지어 경기한다. 고등부는 정식으로 나눠서 경기를 했다. 1만m는 체력 소모가 커서 선수들이 경기할 기회도 많지 않다. 월드컵에서도 500m와 달리 모든 대회에서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일반 참가자 신청을 위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실제로 출전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올림픽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해 경험을 쌓는데 중요한데, 왜 오픈 레이스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빙상연맹은 해당 사항에 대해 항의를 한 지도자에게는 처벌을 내리려고 한다. 현장 규칙 적용에 대해 따지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다는 이유다. 빙상연맹은 25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A이사와 지도자 2명에게 사정청취를 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빙상연맹의 헛발질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여자 선수 일부가 러닝 훈련을 하던 도중 생리대를 사러 갔다는 이유였다. 끝내 징계위원회까지 가진 않았지만 해당 선수는 당혹감을 느꼈다. 대회 기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선수 기록 관리 소홀로 스타트 순서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도 있었다.베이징 올림픽에 나선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은 감독 없이 집단 코치 체제로 꾸려졌다. 공모를 진행했지만 과거 징계 전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망한 지도자들을 모두 낙마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D이사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D이사는 선수들의 훈련 지원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소속팀 2개가 훈련여건 때문에 촌외훈련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불허했다.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국제대회에서 개인적인 자격으로 출전하겠다는 선수들도 막았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D씨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한국 빙상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9개의 메달(금2, 은5, 동2)을 따냈다. 하지만 선수단 운영, 관리에서 미숙함을 자주 드러냈다. 2018 평창올림픽 이후엔 관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는 2년 3개월만인 2020년 12월, 빙상연맹을 관리단체에서 해제시켰다. 윤홍근 회장을 비롯한 신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개혁 의지를 드러낸 덕분이다. 하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빙상연맹 지도부는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3.23 15:02
스포츠일반

"하나의 중국 지지" 안현수 사과에도…中광고계 손절나섰다

“(대만) 표기는 오류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의 사과에도, 중국이 등을 돌리고 있다.앞서 빅토르 안의 아내 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걸 중국인들이 발견해 중국에서 논란이 됐다. 외국인 회원 가입 절차에서 국적 선택 항목에 대만을 다른 국가와 함께 표기한 것을 중국인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 홍콩 등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이며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 원칙을 고수한다.그러자 빅토르 안은 지난 14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고개 숙였다. 빅토르 안은 “제 가족의 인터넷 사이트 관리 소홀로 기본 설정에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복구했고 이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난 중국에서 코치로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많은 쇼트트랙 팬들과 네티즌의 지지에 줄곧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내 가족은 시종일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사과했다.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인터넷 사이트도 중국어와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다. “홈페이지의 잘못된 정보로 중국 유저들에게 피해를 드려 사과드린다. 홈페이지는 외부 회사에 의해 구축됐고 관리된다. 우리는 잘못된 정보를 인지하지 못했다. 수정을 요청했고 협력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항상 저희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적었다.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온라인 미디어 섭차이나(SupChina)는 15일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중국과 한국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발탁한 빅토르 안은 보기 드문 셀러브리티였다. 중국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더 이상...”이라며 “우나리씨 브랜드가 대만을 국가라고 한 것을 발견한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빅토르 안을 향한 반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섭차이나는 “사과는 빨랐지만 반응은 싸늘했다”며 웨이보 반응을 전했다. “웨이보 사용자만을 위한 사과가 아니길 바란다. 정말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중국 외부(인스타그램)에도 게재하라”는 글에는 좋아요 3만5000개가 달렸다. 또 이 매체는 “빅토르 안의 사과는 중국 유제품 회사 쥔러바오와 브랜드 홍보대사 파트너십 종료를 막지 못했다”며 중국 광고 ‘손절’ 소식도 전했다.그러면서 “한국인 빅토르 안이 인스타그램에 중국의 주권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진정해야 한다”는 빅토르 안을 감싼 웨이보 글도 전했다.글로벌 타임스 중국판은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쥔러바오가 세계 챔피언과 오랜 협력을 마쳤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브랜드 공지 후 몇 시간 만에 이 사안과 관련한 웨이보 해시태그에 거의 2000만건 조회수를 기록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브랜드가 빅토르 안을 지원하는데 분노했다고 덧붙였다.이 매체는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빅토르 안의 진심 어린 사과에 용서가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포츠에 큰 공헌한 사람이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다면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빅토르 안은 초국가적 스포츠 앰버서더인 만큼 실수한 뒤 제 때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 “민감한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조국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보다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코멘트도 덧붙였다. 지난달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혼성계주 결승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하자 김선태 감독(왼쪽)과 빅토르 안(오른쪽) 기술코치가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태생인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왼쪽 무릎이 골절 돼 1년간 4번 수술을 했고 소속팀(성남시청) 해체 후 불러주는 곳이 없었는데, 부친이 러시아빙상연맹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빅토르 안’으로 개명한 그는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빅토르 안은 2018년 평창올림픽은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출전하지 못했다. 2020년 은퇴한 그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로 부임했다. 중국어 발음으로 안셴주인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김선태 감독을 보좌해 중국 쇼트트랙의 2000m 혼성계주, 남자 1000m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섭차이나는 “중국 스포츠 당국이 빅토르 안과 계속 함께할지 불투명하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갔다. 빅토르 안은 앞으로 가족에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한편 지난해 영화배우 존 시나는 ‘분노의 질주’ 홍보를 위해 “대만은 가장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는 국가”라고 언급했다가 중국인들에게 뭇매를 맞았고 결국 웨이보를 통해 사과한 적이 있다.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2.03.15 14:38
스포츠일반

"빙둔둔 버렸다" 中 욕설테러에, 차민규가 올린 사진 한장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중국 누리꾼들의 어이없는 공격에 인증 사진까지 올렸다. 차민규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받았던 마스코트 인형 '수호랑'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받은 '빙둔둔' 인형을 나란히 놓은 사진을 게재하며 "예쁘네"라고 글을 올렸다. 어사화를 쓴 수호랑 인형과 금테를 두른 빙둔둔 인형은 메달 획득 선수들에게만 주는 한정판이다. 경기 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에게 수여됐다. 차민규가 인형 사진을 올린 건 중국인들의 음해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시상대에 올라가기 전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쓰는 행동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평창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획득한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했던 행동과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자국 동료들의 판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고, 차민규도 판정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경기에선 일본 선수들의 부정 출발과 관련한 이슈가 있었고, 가오팅위(중국)가 금메달을 땄다. 중국 누리꾼들은 "무덤을 쓰는 것이냐"라는 등 심한 욕설과 비하의 메시지를 차민규에게 보냈다. 차민규는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받으면서 "시상대가 내게 소중하고 값진 자리라서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가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다. 나중에는 차민규가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받은 빙둔둔 인형을 버렸다는 낭설까지 나왔다. 국내 미디어에서 이를 받아쓰면서 차민규에 대한 오해가 더 커졌다. 차민규의 SNS 인증은 이같은 오해를 덮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효경 기자 2022.02.24 08:03
스포츠일반

원윤종 팀 메달은 놓쳤지만...끝까지 빛난 투혼의 레이스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 팀이 2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파일럿 원윤종과 김진수, 김동현(이상 강원도청), 정현우(한국체대)로 꾸려진 원윤종 팀은 20일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58초02로 18위에 머물렀다. 총 28팀이 참가했다. 원윤종 팀은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은메달리스트다.이로써 한국 썰매는 노메달로 베이징올림픽을 마쳤다. 썰매는 4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겨울스포츠 신흥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앞서 남자 2인승에선 원윤종 팀이 19위에 그쳤다.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도 메달 없이 물러났다. 첫 메달 발굴에 도전했던 루지 등도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리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원윤종 팀의 투혼이 빛났다. 원윤종과 12년간 호흡을 맞춘 팀의 핵심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올 시즌 어깨, 아킬레스건 부상 등으로 함께 훈련하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직전 부상으로 모든 계획이 어긋났다. 서영우 공백 탓에 원윤종 팀은 스타트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타트에서 경쟁 팀에 밀렸다. 그래도 주행을 펼칠 수록 시간을 단축했다. 파일럿 원윤종의 경기 운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3차 시기에서 59초38을 기록하며, 대회 최고 기록인 1차 시기 59초45를 경신했다. 최종 라운드에선 59초59를 기록했다.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팀이 원윤종 팀보다 3.72초 빠른 3분54초3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존 최고의 파일럿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는 이로써 두 대회 연속으로 남자 2인승과 4인승을 모두 석권, 두 대회 연속 2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독일 썰매는 올림픽에 걸린 10개 금메달 중 9개를 쓸어 담으며 '절대 1강'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독일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루지 4종목과 남녀 스켈레톤 금메달을 싹쓸이한 데 이어 봅슬레이에서도 여자 모노봅(1인승)을 제외한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2.02.20 13:37
스포츠일반

차민규 은메달에…"민규야 사랑한다" 제갈성렬 폭풍오열한 이유

"민규야 사랑한다."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500m 경기를 해설하던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중계 도중 눈물을 터트렸다.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은메달을 따냈기 때문이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 뿐만은 아니었다. 이상화, 이강석, 모태범 해설위원도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제갈 위원이 기뻤던 건 차민규가 그의 제자이기 때문이다.차민규는 제갈성렬 감독이 이끄는 의정부시청 소속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2019년 2월 제갈 감독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차민규는 이후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20년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긴 했지만, 평창 때만큼의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또 한 번의 역주를 펼쳤다.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34초39로 가오팅위(중국)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0.07초 차. 한국 단거리 선수 중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이상화(2010 밴쿠버 금·14 소치 금·18 평창 은) 이후 처음이다. 경기 뒤 만난 제갈성렬 감독은 "사실"이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중계 중에도 눈물을 보였던 그는 다시 한 번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했다. 제갈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경기다. 평창 이후에 대체 복무, 골반 부상으로 인해서 재활·보강 치료를 하다보니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제갈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스케이트 문제가 심각했다. 날을 보통 1년에 한두 번 바꾸는데, 민규는 다른 선수들보다 예민한 편이다. 월드컵 네 대회 내내 적응을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제갈 감독과 차민규는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제갈 감독은 "저와 이강석 코치, 민규가 상의해 평창 때 장비를 맡아준 선생님(장치영)에게 가서 부탁했다. 사실 처음엔 대표팀 장비담당이 있어서 고사했다. 그래도 민규를 위해 힘든 결정을 내려주셨다. 단시간 안에 세팅을 끝냈다"고 말했다. 차민규는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한 번도 메달을 못 땄다. 최고 순위는 7위, 랭킹은 11위였다. 제갈 감독은 "대다수 전문가는 차민규를 7위, 김준호를 10위 정도로 내다봤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올림픽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스케이트장 환경은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다. 민규에게 정해진 미래는 아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뤄졌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차민규는 이날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민규는 스타트 위치가 인코스든 아웃코스든 상관하지 않는다. 최고 장점은 3코너에서 후반에 들어올 때 빠르다. 보통 스타트를 9초7대로 끊는데 9초6만 나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9초64가 나왔다. 사실 가오팅위도 이길 수 있었지만 상대가 너무 잘 탔다. 하지만 은메달도 좋은 결과"라고 웃었다.차민규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했다. 그래서 곡선주로 주행에 능하다. 제갈 감독은 "오른발, 왼발 코너웍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쇼트의 장점을 가져왔다"며 "뿐만 아니라 단시간에 벌어지는 500m 경기를 차분하게 운영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큰 무대의 중압감을 잘 이겨냈다. 늘 덤덤한 성격이다. 긴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라고 웃었다.제갈성렬 감독은 경기 전 차민규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어제 저녁에 통화했다. '자신감 있게, 후회없이'라고 두 마디 했더니 '네'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경기 전에 만나면 누구라도 긴장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스피드스케이팅은 김민석이 동메달(남자 1500m)을 따낸 데 이어 차민규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준호도 메달은 놓쳤지만 좋은 성적(6위)을 냈다. 차민규와 김준호는 함께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제갈성렬 감독은 "준호도 정말 잘 했다. 완벽한 레이스였다. 메달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 좋은 분위기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3 09:12
스포츠일반

'아이언맨' 윤성빈, 12위로 올림픽 마감…정승기 10위

남자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와 윤성빈(28·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각각 10위와 12위로 마쳤다.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정승기는 11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4분03초74를 기록해 출전 선수 25명 중 10위에 이름을 올렸다.2018년 평창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땄던 윤성빈은 합계 4분04초09로 12위를 기록했다.금메달과 은메달은 '썰매 강국' 독일 선수들이 가져갔다. 크리스토퍼 그로티어가 4분01초01로 1위를 차지했고, 악셀 융크가 4분01초67로 뒤를 이었다.썰매 세 종목(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중 유독 스켈레톤에서만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던 독일은 그로티어와 융크의 활약으로 남자 스켈레톤 '노 메달'의 한을 풀었다.홈 트랙에서 뛴 중국의 옌원강은 3차 시기까지 4위였지만, 마지막 4차 시기에서 전체 1위로 주행해 역전 동메달을 땄다. 중국이 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얻은 사상 첫 메달이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2.02.12 09:25
스포츠일반

'악바리' 최민정 결국 눈물 쏟았다…1000m서 따낸 '값진 은메달'

값진 은메달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쇼트트랙 대표팀에 두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2018 평창올림픽 2관왕(여자 1500m, 3000m 계주) 최민정은 통산 세 번째 메달을 거머쥐었다. 최민정은 경기 뒤 감정이 복받쳤는지 오열했다. B파이널(순위결정전)에서 두 번째로 들어온 이유빈은 6위에 올랐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황대헌(남자 1500m)에 이어 2개째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결승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준준결승에선 선두로 달리다 스케이트가 빙판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중심을 잘 잡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선 초반에 치고나갔으나 막판에 추월을 당해 3위에 머물렀다. 최민정은 다른 조 3위 이유빈보다 기록이 빨라 마지막으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결승에서 최민정은 네 번째로 출발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2위 다툼 속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크레스틴 산토스(미국)가 충돌했다. 수잔 슐팅(네덜란드) 뒤로 달린 최민정이 마지막 날 내밀기를시도했으나 0.042초 뒤졌다.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2021~22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두 차례나 다른 선수와 부딪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발목과 무릎을 다쳐 2차 대회엔 불참했고, 3차 대회에선 은메달 1개만 목에 걸었다. 마지막 4차 대회에서야 금맛(1000m)을 봤다. 대표팀내 불미스러운 일로 분위기도 뒤숭숭했다.결전지 베이징에서도 고난이 이어졌다. 5일 혼성 계주에선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넘어져 예선 탈락했다. 7일 여자 500m에서도 준준결승에서 넘어졌다. 최민정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기대가 컸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 번 쓰러지진 않았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승부사답게 마지막엔 강적들을 모두 제쳤다.최민정은 키 1m62㎝로 큰 체구가 아니지만, 힘이 좋다. 추월하기 힘든 바깥쪽을 파고들면서 상대를 쉽게 제친다. 대표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개인 훈련을 하는 악바리도 최민정이다. 7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아웃코스로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따라잡아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최민정은 가장 마지막까지 훈련하는 악바리다. 덕분에 '체력왕'으로 통한다. 레이스 막바지에도 시속 40㎞대 속도를 유지한다. 그는 "남들이 바깥쪽 추월이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안쪽보다 바깥쪽이 훨씬 편하다. 연습을 할 때도 상대 선수를 추월할 수 있는 막판 스퍼트에 집중한다"고 했다.안쪽 추월은 심판에게 반칙을 지적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황대헌과 이준서가 안쪽을 파고들다 실격됐다. 민감한 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대회에서 특히 최민정의 활약이 기대된 것도 그래서다.최민정은 3000m 계주(13일)과 1500m(16일)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특히 1500m는 4년 전 금메달을 땄던 그 종목이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1 22:25
스포츠일반

쓰레기통에 던진 금메달, 클로이 킴에게 돌아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열린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켄팅스노파크. 1차 시기를 마친 재미동포 클로이 킴(22·한국명 김선)은 자신의 연기가 믿기지 않는 듯 머리를 부여잡으며 슬로프를 내려왔다. 이어 무릎을 꿇고 슬로프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든 그는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며 활짝 웃었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94점.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형태의 슬로프를 질주하며 점프와 회전 등 예술적인 동작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다. 6명의 심판이 높이, 회전수, 기술 등에 따라 채점한다. 6명이 준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점수의 평균을 구하여 순위를 결정한다. 만점은 100점이다. 2018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킴의 움직임은 가벼웠다. 그는 1차시기에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를 도는 고난이도 기술을 두 번(프런트·백사이드 각 1회)이나 성공했다. 단번에 금메달 획득이 유력해졌다. 1차 시기 중 90점을 넘은 선수는 클로이 킴이 유일했다. 2·3차시기가 이어졌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점수를 넘지 못했다. 클로이 킴은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에 나섰다. 2·3차시기에서 넘어져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여자 선수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세 바퀴 반(1260도)을 시도했다. 그는 이 도전에 실패하자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워했다. 슬로프를 내려와서는 동료들과 웃으며 포옹했다. 2·3차시기를 모두 20점대 점수를 마쳤지만 금메달을 가져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클로이 킴은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부에서는 숀 화이트(미국)가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바 있다. 클로이 킴에 이어 은메달은 케랄트 카스텔레(스페인·90.25점), 동메달은 도미타 세나(일본·88.25점)가 각각 차지했다. 클로이 킴은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다소 부침을 겪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에 부담감을 느꼈다. 평창 대회 직후에는 발목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고, 이듬해 명문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해 스노보드를 그만두고 평범한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미국 내 일부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던 것도 문제가 됐다. 계속된 심리적 압박감에 그는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해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부모님댁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고백했다. 클로이 킴은 인터뷰에서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이었다”라며 “과도한 관심 때문에 항상 화가 나 있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클로이 킴은 실력으로 부담감과 비난을 이겨냈다. 방황을 끝낸 후 다시 스노보드장으로 돌아와 이번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꿈을 잠시 놓아버렸던 그가 스노보드를 다시 단단히 잡고 마침내 역사를 완성한 것이다. 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2.02.11 09:11
스포츠일반

바람을 뚫고 실패의 벽을 넘은 황대헌

쇼트트랙은 승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꽤 많다. 112.12m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이다 보니 코너링이 강조된다.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 기울어진 몸을 지탱하기 위해 빙판에 손을 짚는데, 이때 발생하는 마찰력을 줄이려고 에폭시 수지가 처리된 특수 장갑을 착용한다. 코너링만큼 중요한 게 공기 저항이다. 운동하는 모든 물체는 공기 저항을 받는다. 물리학적으로 공기 저항값은 정면 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몸을 굽혀 레이스하는 것도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장거리 레이스에선 초반 선두로 나서면 공기 저항을 정면으로 맞는다. 바람을 안고 달리는 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대부분의 선수가 중위권에서 기회를 엿보다 경기 후반 승부수를 던진다. 황대헌(23·강원도청)은 달랐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공기 저항에 정면으로 맞섰다. 트랙을 13바퀴 반(1513.62m) 도는 1500m는 쇼트트랙 개인전 최장거리. 무려 10명이 출전한 결승전 초반 눈치 싸움이 예상됐다. 황대헌도 첫 3바퀴를 모두 9위로 돌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9바퀴를 남겨 놓은 시점 폭발적인 스피드로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찼다. 결승전에서 가장 빨랐던 랩타임 8.61초를 기록, 경쟁자를 모두 앞섰다. 공기 저항을 고려하면 패착이 될 수 있는 승부수였다. 2, 3위로 황대헌을 뒤쫓던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공기 저항에서 이득을 보며 체력을 아끼는 것도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그는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1위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에게 4년 전 평창 대회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당시 1500m 세계랭킹 1위에 세계기록까지 보유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결승전에서 두 바퀴를 남겨 놓고 넘어지는 불운에 울었다. 1000m 준준결승전에서도 대표팀 동료와 충돌하며 탈락했다.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위기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황대헌은 2019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2위, 2020 4대륙선수권에선 4관왕에 올랐다. 기대 속에 개막한 베이징 대회. 지난 7일 열린 1000m 준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4년 전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 황대헌은 경기 다음 날 "지난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잤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은 중국 선수들의 반칙성 플레이가 최대 화두다. 경기가 끝난 뒤 비디오 판독에서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워낙 많은 선수가 진출한 남자 1500m 결승전은 경기 중 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황대헌은 괴물 같은 스피드로 선두 자리를 꿰찼고, 빼어난 힘과 지구력으로 버텨냈다. 과감하게 공기 저항에 맞선 그의 승부수는 금빛 필승 전략에 가까웠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겪은 두 번의 아픔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 덕분에 1000m에서 실격당한 후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괜찮다'고 계속 생각하면 정말 괜찮아지더라"며 "사람이 의도치 않게 벽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는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절실한 마음으로 계속 벽을 계속 두드리면 안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배중현 기자 2022.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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