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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0.005초 차이’ 노시환은 ‘수싸움’과 ‘무심타’ 사이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막 휘둘렀는데요.”4번 타자의 답은 이랬다. 길고 긴 생각 끝에 그가 다다른 잠정 결론은 ‘생각 없음’이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노시환(25)이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8일 기준으로 그는 홈런 27개를 때려냈다. KBO리그 4위. 국내 선수 중에는 가장 많은 아치를 그렸다. 그런데도 노시환의 2025년은 쉽지 않았다.노시환의 폭발력은 특급 외국인 타자 못잖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홈런과 타점(86개, 5위)에 비해 타율(0.245, 36위)이 낮다. 그뿐만 아니라 월별 타율(3월 0.167→4월 0.303→5월 0.206→6월 0.213→7월 0.253→8월 0.255) 기복도 큰 편이었다. 상위권 팀 4번 타자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있었다. 누구보다 노시환의 고민이 깊은 것 같았다. 지난 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린 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막 휘두른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니까 타이밍이 오히려 더 늦어졌다”며 웃었다.홈런 두 개를 때린 뒤 의기양양하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느덧 프로 7년 차. 2023년에는 홈런(31개) 타점(101개) 2관왕에 올랐던, 그러나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타자의 깊은 고민이 묻어난 말이었다. 노시환은 “(최근 타격이)안 되다 보니까 타석에서 노림수도 가져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생각하는 순간 (히팅) 타이밍이 늦더라. 최근에는 마음도 비우고, 머릿속을 비우고 (타격) 하고 있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 생각 없다는 말은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역설이다. 투수가 던진 공이 17m쯤 비행해서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불과 0.40~0.45초. 타자가 생각하고, 보고, 반응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노시환이 말한 ‘타이밍’은 더 짧은 시간이다. 투구가 최대 43㎝ 길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시간은 0.01초 정도다. 타자들이 말하는 히팅 포인트는 20㎝ 이내다. 즉 노시환이 말하는 ‘늦은 타이밍’은 0.005초도 되지 않는 시간차다.찰나에 가까운 시간, 타자의 승패가 결정된다. 히팅 포인트를 평소보다 앞, 혹은 뒤에 만들기 위해 타자들은 보통 기술적인 변화를 꾀한다. 파워포지션을 이동하거나, 백스윙을 줄이는 노력이 여기에 대항한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노시환은 히팅 타이밍이 대체로 늦었다. 배트를 맘껏 휘둘렀는데 파울이 됐던 이유다.고민 끝에 노시환은 마인드셋에서 답을 찾았다. 공을 보고 판단하는 과정을 최소화했다는 게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다”는 표현이었다. 2일 KIA전에서 1-1이던 5회 1사 1·2루에서 KIA김도현이 던진 바깥쪽 커브를 밀어 쳤다. 한화생명 볼파크의 명물 몬스터월로 향하는 타구였는데도 노시환은 홈런임을 직감했다. 그만큼 완벽한 타이밍이었다.이어 노시환은 7회 쐐기 솔로포를 날렸다. KIA 김태형의 포크볼을 잡아당겼는데 라인드라이브로 왼쪽 담장을 넘겼다. 2루타인 줄 알고 전력질주했던 노시환은 타구가 넘어간 걸 보고 스피드를 늦췄다.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았다. 가을 야구를 앞두고 노시환은 타격감을 잔뜩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역시 지속성이다. 이 감각을 얼마나 유지하고, 중요한 승부처에서 폭발하느냐는 온전히 그에게 달렸다.포스트시즌(PS)에서도 노시환의 역할은 정해진 것 같다. 노시환이 부진에 허덕일 때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라인업 카드를 손대지 않았다. 노시환은 올 시즌 475타수 중 96.6%(459회)를 4번 타자로 나섰다. 그가 2025년에도 미래에도 한화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감독은 타순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김현수(현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시절 나성범(현 KIA)을 그렇게 육성했다.성공했다고도, 실패했다고도 말할 수 없는 2025년. 노시환에게는 정말 중요한 PS 승부가 남았다. 9월 5경기에선 홈런 2개, 타율 0.385(13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다. 타격은 워낙 예민하기에 ‘0.005초’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수싸움’과 ‘무심(無心)타’ 사이에서 노시환이 답을 찾고 있다. 김식 기자 2025.09.09 04:55
프로야구

후반기 ERA 0.52, WHIP 0.69...슬라이더가 만든 신인 필승조 [IS 피플]

LG 트윈스 신인 투수 김영우(20)가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오른손 투수 김영우는 올 시즌 총 56경기에 등판, 2승 2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ERA) 1.92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신인 중에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은 선수는 김영우와 배찬승(삼성 라이온즈)뿐이다. 특히 김영우는 후반기 18경기 ERA가 0.52에 불과하다. 8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실점이 유일하다. 전반기와 비교해 피안타율(0.276→0.125) 9이닝당 볼넷(5.77→2.60개) 등 세부 성적도 훨씬 좋아졌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0.69. 구위와 제구력 모두 향상했다. 비결은 슬라이더 장착이다. 최고 시속 158㎞의 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김영우는 커브와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전반기에 김광삼 LG 투수 코치의 지도를 받아 슬라이더를 배운 김영우는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구사했다. 김영우는 "(포수) 박동원 선배도 슬라이더가 좋다면서 사인을 자주 낸다. 또 데이터 팀에서는 '슬라이더가 직구와 같은 궤적을 형성하다가 뚝 떨어진다'라고 분석했다"라고 귀띔했다. 최근 김영우의 슬라이더 구사율은 30~40%대에 이른다.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지는 날도 있다. 올 시즌 구종별 피안타율을 보면 슬라이더가 0.194(스탯티즈 기준)로 가장 낮다. 이어 커브(피안타율 0.231)와 직구(피안타율 0.252)보다 효율적이다.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김영우는 자신감이 넘친다. 8월 15일 SSG 랜더스전을 시작으로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김영우의 가능성을 확인한 염경엽 LG 감독은 8월 중순부터 그를 필승조로 투입 중이다. 최근 21경기에서 단 1실점. 팀 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염 감독은 "김영우가 후반기 들어 한 경기 한 경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필승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이 개인은 물론 팀 전체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김영우는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빗맞은 뜬공 타구도 많이 나온다. 마운드에서 승부하기 좀 쉬워졌다"라고 반겼다. LG 불펜진에 '강속구 투수' 한 명이 합류했다. 염경엽 감독은 "빠른 볼을 가진 김영우의 기량이 올라오면 포스트시즌(PS)에서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기대했다. 이형석 기자 2025.09.08 15:15
프로야구

타구 맞고도 마운드 지킨 나균안 "책임감 커졌다, 불안감 이겨낼 것" [IS 피플]

팀과 자신의 성장을 위해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를 생각이다. 후반기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나균안(26·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나균안은 지난달 31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 4회 초 투구에서 두산 타자 양의지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어깨를 맞았다. 앞으로 흐른 공을 쫓지도 못할 만큼 충격이 컸던 그는 바로 마운드에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는 한동안 중단됐고 타자 양의지도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이내 더그아웃에 있던 김태형 롯데 감독이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나균안은 마운드를 지켰다. 김태형 감독이 "무리하지 말아라"라고 다그쳤지만, 그는 손으로 어깨를 집으며 "살짝 맞았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후속 타자 박준순을 상대한 나균안은 6구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았고, 김태형 감독은 결국 투수를 박진으로 교체했다. 롯데는 이후 구원 투수들이 많은 6이닝 동안 1점만 내줬고, 타선이 꾸준히 득점하며 5-1로 이겼다. 나균안은 지난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경기 전 훈련을 소화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묻는 지도자·동료를 향해 "괜찮다"라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나균안은 타구에 어깨를 맞은 순간을 돌아보며 "'아프다'라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계속 던져야 한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1이닝이라도 더 막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2024) 내내 부진했던 나균안은 2025시즌 다시 선발 투수 임무를 맡았다. 개막 전 "다시 기회를 준 분들에게 보답하고, 롯데팬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며 재기를 다짐했고, 실제로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롯데의 순위 경쟁에 기여했다. 특히 후반기 등판한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1, 피안타율 0.217,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4번을 기록하며 '1선발' 역할을 해냈다. 2025시즌 전체 성적(3승 7패 평균자책점 3.88)은 평범하다. 경기당 득점지원(1.83)이 규정이닝을 채운 10개 구단 선발 투수 중 두 번째로 적었을 만큼 승운이 없었다. 나균안은 "이제 와서 개인 성적이 큰 의미가 있을까. 팀(롯데)이 이기고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타구가 던지는 쪽 어깨에 맞았는데도 마운드를 지키려고 한 이유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욕심내는 걸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게 나에겐 책임감이었다"라고 했다. 나균안은 올해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생겼다. 140㎞/h 중반 포심 패스트볼에 이어 구사하는 포크볼은 타자가 알고도 공략 못할 정도다. 올 시즌 나균안의 포크볼 피안타율은 0.207에 불과하다. 나균안은 "이전까지 실점을 의식해 투구 수가 많아지는 (변화구 위주) 공 배합을 했던 게 사실이다. 이젠 아웃카운트를 빨리 늘릴 수 있는 승부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득점권에서 연타를 맞고 무너지는 모습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라고 했다. 포크볼이 효과적으로 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결국 포크볼을 던지기 전까지 어떤 승부를 했느냐가 관건이다. '빠른 공이 주로 S존에 형성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주는 피칭 디자인(공 배합)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타자가 타이밍을 알아도 배트를 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달 12연패를 당한 롯데는 9월 첫 세 경기도 패하며 6위까지 떨어졌다. '살얼음판' 같은 5강 진입 경쟁이 이어진다.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나균안이 선발 등판하는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나균안도 투지를 드러냈다. 그는 "12연패를 당할 걸 누가 예상했을까. 팀원 모두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맞다"라면서도 "이겨내야 한다. 나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경기이니 내가 잘 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준비한 대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9월을 팀과 내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균안은 오는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8 11:30
프로야구

'드디어 터졌다' KT 안현민, 35경기-43일 만의 홈런 [IS 수원]

KT 위즈 안현민(22)의 잠자던 홈런포가 드디어 깨어났다.안현민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서 팀이 6-5로 앞선 7회 말 달아나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안현민은 무사 1루에서 LG 이정용의 시속 129㎞ 포크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1.2m의 2점 홈런을 만들었다. 안현민의 홈런포는 7월 23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5경기 43일 만이다.안현민의 최근 홈런도 없었지만 지난달 타율 0.234 0홈런 7타점으로 주춤했다. 최근에는 수비 도중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안현민은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루타를 터뜨렸고, 이날 2루타(6회)와 홈런으로 장타력 가뭄에서 벗어났다. 수원=이형석 기자 2025.09.04 21:27
메이저리그

일본인 투수 센가, 마이너행 위기...구단이 직접 제안→거부권 발동할까

'유령' 포크볼로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던 일본인 투수 센가 코다이(30·뉴욕 메츠)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상황에 놓였다. MLB닷컴은 4일(한국시간) "메츠가 정규시즌 막판 최상의 선발진을 구상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센가 코다이의 다음 등판이 MLB에서 이뤄질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디 애슬레틱은 "구단(메츠)이 선수에게 마이너리그 배치를 수락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약상(마이너리그행 거부권) 선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뉴욕포스트 마이크 푸마 기자에 따르면 센가가 금요일(한국시간 6일)까지 관련 내용을 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NPB(일본 프로야구 기구) 대표 투수 센가는 2023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가 구사하는 포크볼을 마치 사라지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령'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2024시즌 부상 탓에 1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던 센가는 2025시즌 첫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7을 기록하며 재기했다. 하지만 6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수비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한 달 만에 MLB에 복귀했지만, 이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90을 기록했다. 6이닝 이상 기록한 등판이 한 번도 없었다. 메츠도 센가가 등판한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패했다. 메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분수령을 앞두고 있다. 주말 신시내티 레즈전 얘기다. 선발 로테이션 순번대로면 센가는 오는 8일 등판하게 된다. 메츠는 센가뿐 아니라 션 마네아, 데이비드 피터슨 등 검증된 선발 자원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망주 놀란 맥클레인, 조나 통이 선발진에 합류해 오히려 가용 자원이 늘어났다. 카를로스 멘도사 메츠 감독은 구단이 센가에게 마이너리그 옵션을 제시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센가는 통역 히로 후지와라를 통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다. 내가 잘 해내지 못하면 포스트시즌에 내 자리를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4 10:40
프로야구

ABS 더위 먹었나...이상한 볼 판정 극복한 정철원, 이유 있는 애니멀 포효

정철원(26·롯데 자이언츠)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세리머니로 임무를 해낸 감정을 드러냈다. 이유가 있었다. 정철원은 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16차전에 8-8 동점이었던 7회 말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8월 말 주춤했던 그는 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아우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고, 이날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점을 막아냈다. 정철원은 7회 말 등판 뒤 세 타자 만에 남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고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오른손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올 시즌 초반 화끈한 세리머니를 종종 보여준 선수지만 이날 이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몸짓으로 괴성을 쏟아냈다. 정철원은 첫 타자 허경민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 승부에서는 그의 포심 패스트볼(직구)가 높이 제구 됐다. 문제는 후속 타자이자 대타, KT 거포 강백호와의 승부. 위즈파크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갑자기 오작동하는 것 같았다. 정철원의 초구 포크볼은 포수가 거의 홈플레이트 바로 위에서 잡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 상황에선 강백호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강백호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BS 시대 2년 차, 타자들은 공이 포수 미트에 잡힌 위치로 판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박빙 상황에서 공 1개에 승부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철원과 강백호의 승부에서 다시 한번 의아한 판정이 나왔다. 풀카운트에서 정철원이 구사한 151㎞/h 직구가 타자 몸쪽(좌타자 기준) 무릎 높이로 파고들었지만 ABS의 판정은 볼이었다. 포수 손성빈이 삼진을 확신하고 일어섰고, 정철원도 오른손으로 포효할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콜이 울리지 않자, 혼잣말로 멘털을 다스리려 했다. 정철원은 결국 임무를 해냈다. 강백호에겐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 장진혁과의 승부에서 포크볼 3개를 구사해 3구삼진을 잡아냈다. 그 순간 정철원은 그 어느 떄보다 크고 길게 불끈 쥔 팔을 흔들었다. 마치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것 같은 '피날레' 세리머니를 보여줬지만, 정철원은 8회도 등판했다.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냈다. 하지만 롯데는 8-8 동점이었던 9회 말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흔들리며 1사 만루 위기에 놓였고, 그가 장진혁을 상대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내야수 박찬형이 홈 악송구를 범한 탓에 끝내기 패전을 당했다. 이날 경기 유일한 수확은 정철원이 다시 좋은 투구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4 00:05
프로야구

이호준 보듬은 김태형 감독 "세상 다 잃은 것처럼...그 이상 어떻게 더 잘하겠나" [IS 수원]

'큰형님' 리더십 대명사인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야수진 막내 이호준(20)을 보듬었다. 이호준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롯데가 0-3에서 2점을 추격하며 동점 기세를 올린 9회 초, 2사 만루에 타석에 나선 그는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헛스윙했다. 유영찬은 2~4구째 모두 포크볼을 던진 뒤 결정구로 직구를 선택했다. 이호준은 이 결정구에 대응이 늦었다. 전민재가 이탈한 뒤 선발 유격수로 꾸준히 출전하는 그는 지난달 20일부터 나선 11경기에서 2루타 2개, 홈런 3개를 치며 뜨거운 장타력을 뿜어냈다. 유영찬과 승부에선 힘에서 밀린 게 아니라, 수 싸움에서 졌다. 이호준은 2일 LG전에서 롯데의 27번째 아웃카운트를 헌납한 선수가 됐다. 경기가 끝난 순간 그는 한동안 배터 박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튿날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이 전날 상황을 돌아봤다. '살얼음판' 같은 순위 경쟁을 치르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롯데 젊은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다고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전날 이호준의 9회 타석 얘기가 나온 것. 김태형 감독은 "(이)호준이가 9회 삼진을 당하고 세상 다 잃은 것 같이 그랬는데, 그 이상 더 어떻게 잘 하겠나"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2일 LG전 9회 초, 롯데는 손호영·박승욱을 대타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유영찬 같은 투수는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상대하기 어렵다. 이호준은 (스윙) 타이밍이 맞으면 직구를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며 다른 선수보다 이호준 카드를 고수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다. 롯데는 LG전에서 졌지만, 이호준은 값진 경험을 얻었다. 젊은 선수들이 그렇게 성장하며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사령탑도 그걸 알고 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3 18:22
프로야구

유영찬에게 완패→배터 박스 떠나지 못한 롯데 이호준...그렇게 성장한다 [IS 피플]

상대 팀 외야수가 내야로 들어올 때까지 배터 박스를 떠나지 못했다. 고개와 허리를 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진의 '현재이자 미래' 이호준(20)이 값진 경험을 쌓았다. 롯데는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선발 투수 박세웅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며 호투했지만, 타선은 LG 선발 투수 요니 치리노스를 상대로 7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0-3, 3점 밀린 채 맞이한 9회 초 공격에서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몰아붙여 1점 차로 추격했지만, 결국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롯데는 9회 초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선 베테랑 김민성이 유영찬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LG 좌익수 최승민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1루 주자였던 김동혁까지 3루에 진루해 1사 1·3루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느린 땅볼, 외야 플라이 1개만 나와도 3-3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후속 노진혁이 3구 삼진, 한태양이 볼넷으로 출루해 다시 만루를 만든 상황에서 나선 이호준까지 삼진으로 물러났다. 조금 더 많은 노진혁 타석에서 타점이 나왔어야 했다. 이호준은 압박감을 안고 타석에 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프로 무대 승부에 조건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이호준은 수 싸움에서 밀렸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유영찬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골라낸 뒤 2·3구째 포크볼에 스트라이크 2개를 내줬고, 다시 존에서 빠지는 포크볼을 지켜본 뒤 2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파고든 직구를 지켜보다 삼진을 당했다. 이호준은 전민재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뒤 꾸준히 선발 유격수로 출전하고 있다. 롯데가 12연패를 끊어낸 지난달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 1개 포함 3안타를 쳤고, 8월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홈런을 쳤다. 전민재가 이탈한 뒤 출전한 12경기에서 2루타 2개, 홈런 3개로 장타율 0.553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도 이런 이호준의 페이스를 믿고 손호영·박승욱 등 그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대타로 쓰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호준은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올라선 유영찬을 넘지 못했다. 이호준은 삼진을 당한 직후 한동안 배터 박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볼 판정에는 이견이 없었다. 자책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이호준의 실력과 배포를 높이 샀다. 입단 2년 차(2024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이미 팀 내 가장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고, 타석에서도 근성이 있다고 본 것. 이호준은 롯데 센터 라인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롯데에 1승이 절실한 경기, 전세를 바꿀 수 있었던 2일 LG전 9회 초 타석에서는 침묵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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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물여섯, 염경엽 감독의 확신 "톨허스트, 제2의 켈리 될 수 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26)가 메릴 켈리(37·텍사스 레인저스)처럼 'KBO 역수출 신화'를 쓸 것으로 기대한다. 염경엽 감독은 "톨허스트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8월 초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교체 선수로 영입된 톨허스트는 한국 무대 4차례 등판에서 4전 전승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평균자책점은 KBO리그에서 가장 낮았다. 염 감독은 "매우 차분하면서 정신력이 뛰어나다. 또 승부욕도 갖췄다"라며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년에 (LG에서) 잘해서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처럼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수 크리플 트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도전하는 폰세는 현재 MLB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염경엽 감독이 내세운 조건은 포크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톨허스트가 직구 최고 구속 155㎞를 기록했고, 한계 투구수에 이르러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체력도 좋다"라며 "하체를 이용해 던지는 투구 메커니즘도 좋다"라며 "포크볼을 구사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완성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MLB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30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돌아보며 "8월에 가장 뜨거웠던 송성문을 구위로 제압했다"라고 덧붙였다. 염경엽 감독은 2015~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 메릴 켈리를 떠올렸다. 켈리는 SK에서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올린 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해 지금까지 64승 51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KBO의 대표적인 역수출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SK 단장을 지냈던 염 감독은 "켈리도 (톨허스트처럼) 20대 중반에 한국땅을 밟아 커브와 체인지업을 익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라며 "톨허스트도 켈리와 약간 비슷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톨허스트에게 "아직 젊은 데다 포크볼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MLB에 입성할 수 있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LG는 앞으로 톨허스트에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다. 톨허스트는 최고 155㎞ 빠른 공에 변화구 구사력도 뛰어나고, 커맨드가 좋다.포스트시즌(PS)에선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를 윽박지르는 투수가 더 위력적이다. 임찬규-손주영-송승기 등 국내 선발진이 워낙 좋아 강력한 외국인 에이스만 존재하면 금상첨화다. 염경엽 감독은 "이닝 이터가 생겼다"라며 "나도 3년 만에 외국인 투수 혜택을 얻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잠실=이형석 기자 2025.09.02 10:05
프로야구

야구단 얼굴로 부상한 윤성빈·한태양...'유니폼 모델' 그 이상의 의미

어느덧 롯데 자이언츠 얼굴이 됐다. '파이어볼러' 윤성빈(26)과 '사직 박보검' 한태양(22) 얘기다. 롯데는 1일 모기업 계열사 롯데웰푸드와 협업한 '가나초콜릿 스페셜 유니폼' 제작·출시 소식을 알렸다. 가나초콜릿이 세상에 나온지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번 스페셜 유니폼은 초콜릿을 모티브로 브라운 컬러와 올드 유니폼 스트라이프 패턴을 조합해 클래식한 감성을 강조다. 9월 홈경기 롯데 선수들은 이 유니폼을 입고 나선다. 유니폼 외 마스코트 ‘누리&아라’ 키링을 포함해 기념 배지, 짝짝이 등 가나초콜릿 콘셉트를 반영한 굿즈 상품도 함께 출시된다. 9월 중 사직야구장 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공개 예정이다.유니폼 출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눈길을 끈 건 모델로 나선 윤성빈과 한태양이다. 두 선수는 현재 롯데의 간판선수라고 보긴 어렵지만, 올 시즌 나란히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들이다. 윤성빈은 2017 1차 지명 기대주였지만, 입단 뒤 1군에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155㎞/h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한층 좋아진 투구 메커니즘을 보여줬고, 1군 무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수록 제구력까지 나아지는 성장세를 증명했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직구)-포크볼 조합은 나날이 위력을 더했다. 한태양은 전반기 백업 선수로 꾸준히 출전했고, 주전 2루수 고승민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7월 초 이후 선발 출전 기회가 크게 늘어나며 잠재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7월 말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한 그는 롯데가 12연패에 빠진 8월 타격감이 떨어지며 선발 출전도 줄었지만, 최근 롯데가 치른 두 경기(8월 30·3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시 선발로 나서 모두 안타를 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훤칠하고 외모가 준수한 두 선수가 모기업 계열사와 협업해 내놓은 유니폼을 더 빛내고 있다. 일부 롯데팬은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연상하게 한다며 반기고 있다. 유니폼 출시 관련 '모델'을 꼭 간판선수가 하는 건 아니다. 캐릭터 컬래버 상품은 치어리더가 맡기도 한다. 그럼에도 모델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 건 롯데에 반가운 일이다. 올 시즌 롯데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기존 1.5군' 선수가 유독 많았다. 그 대표 격인 윤성빈과 한태양이 이번 가나초콜릿 스페셜 유니폼 출시 모델로 나선 건 의미하는 바가 있다. 물론 새 얼굴을 알리려는 롯데 야구단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기도 하다. 롯데는 2021년부터 라이징스타 기념 상품을 출시해왔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9.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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