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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플라이볼 잡는 김영웅

28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키움 경기. 삼성 3루수 김영웅이 9회 키움 최주환의 플라이타구를 잡아내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08.28 2024.08.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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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ABS 시대를 맞이한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은

올해 KBO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도입, 실전에서 운영 중이다. 심판(사람)이 아닌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나눈다.야구장 환경과 날씨 등에 따라 판정의 차이가 난다는 현장 목소리가 있다. 우려가 작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 지난해까지 논란의 중심은 일관성의 문제였다. 한 경기에서 이닝마다, 혹은 공 하나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다를 때가 있어 선수와 코치진이 불만을 토로했다.김용달 전 삼성 라이온즈 타격 코치는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며 "그 경기에서 일관되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이루어지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A 구단 타격 코치도 "경기에서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구장마다 미세한 차이는 구장의 특색 정도라서 논란이 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건 ABS라는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따른 투수와 타자의 대처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ABS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홈플레이트 기준 좌우로 2㎝씩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지만, 중간과 끝의 기준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스트라이크존은 좁아진 느낌이다. 특히 릴리스 포인트가 옆에 형성되는 사이드암스로의 경우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진다는 평가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를 활용하거나 정교한 제구 없이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다.타자 신장에 따라 조정되는 상하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쪽이 크게 확대됐다. A 구단 타격 코치는 "체감상 공 2개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이라면 볼이었던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투수가 던질 곳이 늘어났다. 타자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각이 크고 빠르게 휘는 커브가 하이 패스트볼과 함께 최상의 조합으로 떠올랐다. 반대로 낮은 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볼로 떨어지는 포크볼의 효과는 줄어들었다. 김용달 전 코치는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니 타자도 히팅 포인트를 높은 쪽에 두게 된다. 공을 높게 보는 만큼 낮은 쪽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속을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크볼이 효과를 보려면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처럼 낮은 쪽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가 필수다. 그런 제구가 없으면 포크볼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15일 기준 평균자책점 상위 20위 중 포크볼이 주 무기인 투수는 알칸타라가 유일하다.A 구단 타격 코치는 "ABS는 투수의 구종뿐만이 아니라 타자의 스윙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MLB)를 중심으로 플라이볼 혁명이 이루어지며 타자의 스윙은 어퍼 스윙이 주류가 됐다. 어퍼 스윙은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높은 공을 치는 데는 불리하다.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로 그곳을 공략하는 투수가 늘어나는 만큼 타자의 스윙도 어퍼 스윙이 아닌 레벨 스윙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타자의 스윙 발전도, 투수의 구종 추가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ABS에 맞춰 누가 얼마큼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팀은 물론이고 개인 성적도 크게 좌우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스카우트나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과 같은 팀 전력 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으로 ABS가 구단과 선수를 얼마큼 변하게 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 2024.04.19 09:01
메이저리그

'왼손 저승사자'도 이긴 'K-테크니션' 이정후 [IS 피플]

메이저리그(MLB) 데뷔 3경기 만에 나온 첫 홈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드러났다.이정후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8회 초 짜릿한 손맛을 봤다. 3-1로 앞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왼손 필승조 톰 코스그로브의 3구째 77.8마일(125.2㎞/h) 스위퍼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긴 것이다. 스위퍼는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으로 '왼손 투수 슬라이더'는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까다로워한 구종이었다. 프로야구 A 구단 단장은 "이정후는 약점이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그나마 꼽으라면 왼손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MLB 왼손 투수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와 비교하기 힘들다. 구속은 더욱 빠르고 제구는 더 예리하다. 특히 코스그로브는 지난해 54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한 '왼손 저승사자'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그의 스위퍼 피안타율은 0.153에 'A급'이었다. 그런데 이정후는 난공불락에 가까웠던 그 공을 어렵지 않게 받아쳤다. 볼카운트 1볼에서 2구째 스위퍼를 지켜본 뒤 3구째에 바로 반응했다. 스트라이크존 몸쪽 코스를 때려 타구가 자칫 먹힐 수 있었다. 발사각마저 32도로 높았다. 하지만 어깨를 열지 않은 상태로 빠른 몸통 회전과 배트 스피드로 놀라운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타구 속도가 104.4마일(168㎞/h), 비거리는 406피트(123.7m)였다. 경기 뒤 발표된 베이스볼서번트 자료에 따르면 이정후의 첫 홈런은 MLB 30개 어느 구장에서도 모두 홈런으로 판정되는 타구였다. '타자의 지옥'으로 불리는 샌프란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 오른쪽 펜스도 넘어갈 수 있었다.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놀랐다. 멜빈 감독은 경기 뒤 "이정후를 처음 보면 콘택트 능력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이정후는 매우 빠른 타구를 자주 만들었다"며 "오늘 이정후가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현재까지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우리 타선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흡족해했다. 이정후는 순조롭게 빅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출루율 0.425로 두각을 나타낸 뒤 정규시즌에서도 흔들림이 없다.이날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이스와 경기하기 전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접한 뒤 "(이전에) 안타를 치는 장면도 보니 높은 공을 늦은 타이밍에 페어 코스로 빼내 라인드라이브로 치더라. 그 정도 높이 공을 그 궤적으로 맞히면 플라이볼이 나와야 한다. 그 코스를 몸을 빼면서 눌러 치더라"고 놀라워했다. 이 감독은 이어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도 마음만 먹으면 홈런을 친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이정후는 본인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알고 한다"며 "타이밍만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온다. 아마 10개 이상은 치지 않을까"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워낙 볼을 잘 골라낸다. 자기가 치려는 공에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르니까 타구 스피드가 빠를 수밖에 없다. 너무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1 00:01
프로야구

[IS 잠실] 이정후 활약 지켜 본 이범호 감독 "펫코파크, 저도 쳐봤잖아요"

"나도 쳐봤잖아요."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빅리그 데뷔 첫 홈런에 옛 추억을 떠올렸다.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8회 타석 때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MLB로 이적한 그가 쏘아올린 빅리그 첫 대포다.이정후의 홈런 소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이정후의 영상을 보며 잠시 옛 기억을 떠올랐다. 선수 시절 MLB 진출은 이루지 못한 이 감독이지만, 펫코파크와는 인연이 있어서다. 이 감독은 2009년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회 대회 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그는 당시 펫코파크에서 열렸던 대회 2라운드 1조 순위결정전 일본과 경기에서 7회 말 다나카 마사히로를 상대로 중월 동점 홈런을 쏘아올린 바 있다. 이 감독은 이후 대회 결승전에서 다르빗슈를 상대로 9회 말 동점 적시타를 치는 등 그 대회 최고의 활약으로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펫코파크에서 경험은 추억을 돌아보는 정도였다. 이 감독은 그보다 이정후의 천재성에 대해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큰 돈을 주는데 선수 체크를 안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충분히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를 치는 장면도 보니 높은 공을 늦은 타이밍에 페어 코스로 빼내 라인드라이브로 치더라. 그 정도 높이 공을 그 궤적으로 맞히면 플라이볼이 나와야 한다. 그 코스를 몸을 빼면서 눌러 치더라"고 돌아봤다.이범호 감독은 "홈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편하게 쳤을 선수다. 선수 본인은 홈런 욕심이 없고 타율에 대한 생각만 머릿속에 있었을 거다. 스즈키 이치로도 마음만 먹으면 홈런을 친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이정후는 본인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알고 한다"며 "타이밍만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온다. 스윙도 빠르다. 아마 10개 이상은 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KIA 타이거즈에서 이종범 전 코치의 선수 시절을 함께 했던 이범호 감독이다. 이 감독은 "내가 KIA에 와서 (이종범 코치의) 은퇴식에도 이정후가 왔다. 경기할 때도 초등학생 때 온 기억이 난다"며 "키움에 가서도 빠르게 성장을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바로 왔지만, 저렇게 빨리 (기량이) 올라가는 게 어려운 일이다. 젊은 야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난 저렇게 안 되던데, 어떻게 해냈을까'라고 궁금증이 들긴 한다. 또 나 때는 20~21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그러기 좋은 환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물론 3루수의 '레전드'로 꼽히는 이범호 감독 역시 선수 시절 빠르게 주전 3루수를 차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난 (5년 차인) 2004년부터나 주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했으니 대학에 간 친구들이 오는 4년 안에는 어떻게든 성공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로 5년 째에 잘했다. 목표 의식이 명확하면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한편 이날 KIA 선발로는 또 한 명의 20대 초반, 윤영철이 등판한다. 이범호 감독은 "영철이는 작년 정도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5선발 투수에게 10승을 바랄 건 아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경기 흐름이 대등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잘 버텨주면 된다. 이길 때는 이기고, 질 때는 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너무 큰 기대보다는 선발 로테이션을 부상 없이 잘 지켜주기만 해도 된다. 윤영철은 우리 팀의 중요한 미래다. 무리시키면서 하는 건 팀에도 좋지 않다"고 했다.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윤영철에 대한 믿음이 덜한 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어느 팀이든 5선발에 대해서는 다 고민한다"며 "영철이는 지난해 던져준 걸 생각하면 5선발 중 1, 2번 안에 들지 않을까. 앞으로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4선발, 3선발로 올라와야 한다. 차근차근 성장하는 게 팀에도 미래가 생기고, 가장 좋은 방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3.31 13:14
메이저리그

MLB 5개 구장에선 '홈런', 기대 타율 0.610…이걸 잡고 경기 끝낸 해리스 2세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수비'였다.애틀랜타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 3승제) 2차전을 5-4 승리로 장식,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기록했다. 2차전을 패하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었지만 기사회생했다. 애틀랜타는 올해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최고 승률(0.642·104승 58패) 팀이다.이날 6회까지 1-4로 뒤진 애틀랜타는 7회 말 트래비스 타노의 투런 홈런에 이어 8회 말 오스틴 라일리의 역전 투런 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었다. 1점 차 아슬아슬한 승부. 마지막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애틀랜타는 불펜 A.J. 민터가 9회 초 선두타자 브라이스 하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다급해진 애틀랜타 벤치는 민터를 마무리 투수 레이셀 이글레시아스로 교체했다. 첫 타자 J.T 리얼무토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이글레시아스는 후속 닉 카스테야노스를 상대했다. 카스테야노스는 올해 정규시즌 29홈런 106타점을 기록한 강타자. 이글레시아스의 5구째 96.8마일(155.8㎞/h)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 쳐 우중간 방향으로 날렸다. 힘이 제대로 실린 타구는 쭉쭉 뻗어 펜스 근처까지 날아갔는데 중견수 마이클 해리스 2세가 펜스에 부딪히며 타구를 잡아냈다. 안타라고 판단한 1루 주자 하퍼의 귀루가 늦은 틈을 타 1루에서도 아웃카운트를 챙겨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카스테야노스의 타구는 발사각 25도로 392피트(119.5m)를 날아갔다. 타구 속도는 100.8마일(162.2㎞/h)이었다. 타구가 트루이스트파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날아간 게 필라델피아의 '불운'이었다.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카스테야노스는 MLB 5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우중간 깊숙한 곳으로 플라이볼을 쳤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기대 타율은 0.610이었다'며 'MLB 포스트시즌(PS) 역사상 최초의 8(중견수)-5(3루수)-3(1루수)으로 연결되는 더블 플레이이자 외야수가 PS 경기를 끝내는 첫 더블 플레이가 완성됐다'고 전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10 16:24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이범호는 하이볼을 어떻게 쳤나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타자 혼자만의 힘으로 안타를 칠 수 있을까? 아니다. 타자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것까지다. 배트를 떠난 타구는 상대 수비력과 그라운드 상태, 그리고 운에 따라 페어볼-아웃으로 엇갈린다. 메이저리그(MLB)가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 지표를 꽤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그래도 타자는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스윙이 필요하다. 물론 좋은 스윙을 해도 안타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타격이다.마음이 급해져서 나쁜 공을 건드리는 것이야 말로 타자가 피해야 할 일이다. 볼을 따라다니면 스윙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게 반복되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날아오는 공도 정확히 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타자는 자신에게 맞는 메커니즘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자신의 스윙이 왜 이렇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까지 이해한다면 어느 날 밸런스가 흔들리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야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자. 무사 주자 3루일 때 가장 쉬운 득점 방법은 뭘까? 타자가 희생 플라이를 날리는 것이다. 약간 빗맞더라도 타구를 띄워 외야로 보내면 타점을 올릴 수 있다.그러나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를 때리는 장면보다, 내야 땅볼을 치는 경우가 내 기억에는 더 많다. 이 경우 내야수들이 정상 수비를 했다면, 3루 주자가 득점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했다면, 주자가 홈을 밟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타구 발사각을 높이려고 타자가 어퍼컷 스윙을 하면 공의 윗부분을 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지난 연재에 설명한 바 있다.이건 타자의 의도와 다른 결과다.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고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왜 그랬는지 타자는 복기해야 한다. 왜일까? 타자가 막연히 생각하는 스윙 궤적이 실제 타격과 다르기 때문이다. 뜬공 치려다 땅볼 치는 이유투구의 코스와 속도에 따라 타자는 달리 대처해야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투구 높낮이에 따른 스윙을 설명한다. 타자는 높은 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이 피치(high pitch)는 다운컷, 즉 내려쳐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가뜩이나 높은 공을 어떻게 올려치느냐”고 묻는 것도 당연하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공일수록 어퍼컷으로 쳐야 한다.그 이유는 높은 공을 내리치려고 하면 (오른손 타자의 오른) 팔꿈치가 상체로부터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어스윙이다. 반대로 높은 공이라도 올려치려고 하면 팔꿈치가 몸통에 붙은 채 이동한다. 그렇게 해야 내 몸에 만든 ‘벽(오른쪽 타자의 왼 어깨부터 골반까지)’이 무너지지 않는다. 벽이 탄탄해야 인 앤드 아웃 스윙이 가능해진다. 그래야 배트 콘트롤이 잘 된다.내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 타자의 스윙 궤적을 떠올려 보라. 스윙은 타자 어깨에서 내려갔다가 허리 근처에서 올라온다. U자 형태의 궤적이 너무 크면 곤란하다. 무리하게 투구를 들어 올리려다가 빗맞기 십상이다. 빠르게 내려갔다가 날카롭게, 살짝 올라오는 스윙 궤적을 만들어야 한다.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이범호 선배가 이 스윙을 정말 잘했다. 가슴 높이로 날아오는 공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반대로 낮은 공은 어떻게 쳐야 할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타자들은 “어퍼컷 스윙으로 쳐야 공을 띄울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낮은 공일수록 다운컷으로 임팩트 해야 한다. 그 다음에 공을 걷어 올려야 한다.다시 말하지만 모든 스윙은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다운컷 궤적을 만드는 게 배트와 투구 궤적이 만나는 콘택트 존을 넓게 확보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낮은 투구를 찍어 쳐야 한다고 의식한다면 공의 윗부분을 때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땅볼이다. 투구 높낮이에 자세로 대응한다투구의 높낮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또 있다. 타자의 준비 자세를 바꿔서 대처할 수도 있다. 『타격의 과학』에 따르면 테드 윌리엄스는 원래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방망이를 수직으로 든 채 스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폼으로 타격하면 플라이볼이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윌리엄스는 허리를 조금 숙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스윙이 간결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타격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썼다.이게 무슨 의미일까 한참 고민했다. 타자의 눈높이와 타자가 좋아하는 코스는 상관관계가 있다. 상체를 세우면, 즉 눈높이가 높으면 하이 볼이 잘 보인다. 반대로 허리를 숙여 무게 중심을 낮춘 타자라면 낮은 공에 잘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초창기 윌리엄스처럼 허리를 곧게 편 자세에서는 높은 공이 잘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높은 공에 방망이가 쉽게 나갔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이 볼에 잘못 대응하면 공의 밑 부분을 치게 된다. 그러면 타구는 힘없이 뜬다. 이런 스윙을 반복하면 (우타자의 오른쪽) 팔꿈치가 퍼져 나오기 십상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인 앤드 아웃 스윙에 실패하는 것이다.윌리엄스가 찾은 해법은 무게 중심을 낮추는 거였다. 그가 주로 노리는 코스가 스트라이크존 상단에서 중간으로 약간 내려온 것이다.나도 프로 초창기 시절 상체를 세우는 편이었다. 당시 팀 타선이 강할 때여서 나는 내 존에만 대응하면 충분했다. 장타도 많이 칠 수 있었다.그러나 내가 나이가 들고, 팀 타선이 약해진 시기에는 그럴 수 없었다. 정확한 타격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내 무게 중심은 점점 낮아졌다. 무릎을 굽혔고, 허리도 약간 숙였다. 내가 낮은 공을 다운컷하는 느낌으로 타격하라고 말한 이유는 로우 피치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세를 낮추면 하이 패스트볼이 더 높아보였다. 내 스윙으로는 높은 공을 건드려봐야 강한 타구를 만들 확률이 떨어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난 아예 하이 볼에 스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성공률이 떨어지는 승부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범호 선배와 정반대 스타일이었던 거다.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다. 방망이로 공 중심을 정확하게 때린다고 해서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타(正打)란 점이 아니라 선의 개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임팩트 직전까지의 스윙 궤적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공을 때리는 포인트도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배트가 투구 힘에 밀리지 않고 전진하면서 살짝 올려쳐야 한다. 이 프로세스가 잘 이뤄져야 진짜 정타가 된다.이를 위해서는 타자의 중심 이동과 허리 회전 등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다. 내가 원하는 공을 완벽하게 때리는 ‘원샷 원킬’의 스윙 위에서 코스별 타격이 이뤄지는 것이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03 07:30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오치아이와 나이키 스윙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2006년 나는 주춤했다. 앞선 세 시즌 동안 연평균 타율 0.320, 홈런 25개를 유지하다가 그해 타율이 2할대(0.291)로 떨어졌다. 홈런은 13개였다. 2006시즌이 끝난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뭘 어떻게 바꿔야 할까.일단 기술 훈련의 기초인 티배팅 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티 위에 멈춰 있는 공을 빵빵 때리면 속이 시원하다. 재미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티배팅 훈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날아오고, 급격히 꺾이는 공을 쫓을 때 잊기 쉬운 '타격의 본질'을 생각하는 훈련이 아니겠는가.정지해 있는 공은 강하게 치기 쉽다. 세게 친다고 무조건 멀리 날아가는 건 아니다. 정확히 쳐야 한다. 그리고 타구에 회전을 줘야 한다. 투수가 패스트볼을 던질 때 강한 백스핀(backspin·역회전)을 만드는 것과 원리다. 강한 백스핀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는 공의 낙폭을 줄인다. 그러니까 공이 더 날아가게 한다.타구의 백스핀은 어떻게 생성될까. 일단 투구의 가운데를 때려 정타(正打)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배트가 공 아래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방망이는 공과 점(點)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공과 붙어 15~20㎝ 앞으로 나가는 선(線)을 그리기 때문이다. 글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백스핀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톱 포지션)에서 콘택트 존까지의 거리가 짧아야 한다. 그리고 임팩트 후 폴로 스루(follow through)까지 배트가 살짝 올라가야 한다. 이 스윙 궤적을 옆에서 보면 마치 나이키 로고와 같다. 배트의 회전력, 코킹이 중요하다'나이키 스윙'을 만들기 위해 훈련 때 극단적으로 공을 띄우려 했다. 히팅 포인트를 몸에 최대한 가깝게 두고 간결하게 공을 때리면 강한 백스핀을 만들 수 있다. 이 스윙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 배트를 갖다 대기만 해도 공이 다 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손목을 돌리는 동작, 즉 ‘코킹(cocking)’이다. 손목을 꺾었다가 풀면서 힘을 만드는 움직임인데, 코킹 동작을 잘 만들어놓으면 간결한 스윙으로도 파워를 전달할 수 있다. 내가 학창 시절만 해도 코킹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손목을 꺾으면 백스윙이 불필요하게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코킹을 하지 않고 곧바로 치라고 했다. 그런데 이 경우 시속 150㎞의 스피드로 날아오는 투구의 힘을 이겨내기 어렵다. 요즘 투수들의 강속구를 공략하려면 배트의 회전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코킹은 파워 포지션(힘을 전달하기 위한 준비 동작)에서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배트를 뒤로 눕힌 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면 공을 맞히기는 쉬우나, 빠른 공을 이겨낼 힘이 없다. 강한 타구를 만들려는 타자들은 코킹을 통해 회전력을 확보한다. 여기에 나이키 스윙 궤적이 더해지면 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코킹을 많이 하지 않고 콘택트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택한 타자는 그렇게 하면 된다. 또 나이키 스윙의 메커니즘이 이해되지 않거나, 이해하더라도 실천하기 어려우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어퍼컷 스윙이 정답일 순 없다어떤 이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넌 힘이 좋으니까 간결한 스윙으로도 강한 타구를 만드는 거 아니냐?”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프로 투수들이 던지는 투구에 대응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프로에 들어온 타자가 그 정도 파워가 없진 않다. 프로 선수라면 타고난 힘도 있고, 훈련으로 키운 근력도 있다.내 히팅 포인트는 다른 타자보다 조금 뒤에 형성되는 편이다. 내 힘이 특별해서 타이밍이 늦은 타구를 앞으로 끌고 나오는 게 아니다. 톱 포지션에서 콘택트 존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한 박자 늦어 보이는 타구도 안타로 만드는 것이다.결국 힘이 아니라 기술이다. 1990년대 이종범 선배가 힘으로 쳤을까. 아니다. 체격이 작은 이종범 선배는 방망이를 짧게 내려쳤다. 간결한 스윙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었다.동시대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던 양준혁 선배도 ‘어퍼컷(uppercut·투구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스윙’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지면과 거의 평행한 레벨 스윙으로 정확성을 높였다. 그리고 임팩트 후 팔을 들어올리는 양준혁 선배의 ‘만세 타법’은 나이키 스윙의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다.201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플라이볼 혁명(fly ball revolution, 타구의 발사 각도를 높이는 움직임)’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라운드볼(땅볼)보다 플라이볼(뜬공)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건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날이 갈수록 그라운드 컨디션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내야 수비력도 향상됐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비 시프트(타구 방향을 분석해 수비수 위치를 조정)까지 발달하면서 땅볼을 때려봐야 안타가 될 확률이 낮아졌다. 땅볼의 가치가 하락하자 타자들은 공을 띄우려 노력했고, 그 변화에 이르는 과정이 혁명적이기까지 하다는 게 플라이볼 혁명의 요체다.이 과정에서 어퍼컷 스윙이 유행했다. 타구를 띄우려면 콘택트 존에서 스윙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를 못 쳐도 뜬공을 날렸다면 만족한다”는 MLB 선수도 나왔다. 그러나 올려친다고 해서 타구를 띄울 수 있을까. 그 타구에 힘이 있을까.2015년 이후로 MLB 선수들은 경쟁적으로 어퍼컷 스윙을 시도했다. 성공 사례도 있었지만, 실패한 경우도 꽤 많았다. 뛰어난 성과를 낸 선수라고 해도 그게 정말 어퍼컷 스윙 덕분인지 나는 알 수 없다.이런 트렌드는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KBO리그에도 상륙했다. 2020년 전후로는 너도나도 어퍼컷 스윙을 얘기했다. 참 희한했다. 투수와 타자는 거의 그대로인데, 타격 이론이 이렇게까지 급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론이 아니라면 유행이란 말일까.이와 관련한 얘기를 MLB에서 뛰는 최지만 선수(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나눌 기회가 있었다. “MLB 타자들이 어퍼 스윙에 신경 쓰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아니다. 어퍼컷 스윙으로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에 대응할 수 없다. MLB 타자들도 간결한 임팩트에 집중한다. 그리고 백스핀을 걸기 유리한 스윙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어퍼컷 스윙을 하는 타자 중 좋은 선수는 내 기억엔 없다. 올려 쳐서는 절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임팩트 후 배트가 위로 올라가면 톱스핀(top spin)이 걸린다. 백스핀과 반대 개념인 톱스핀은 배트가 앞으로 나가면서 공의 윗부분을 때려 만들어진다. 투수가 던지는 커브가 이런 원리로 떨어진다. 톱스핀이 걸리면, 마치 탁구의 드라이브처럼 공이 점점 가라앉는다. 타자에게 좋을 리 없다.테드 윌리엄스가 이상적이라고 말한 스윙은 억지스러운 어퍼컷이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오버핸드 투수가 던져서 만들어지는 투구 각도만큼 약간(slight) 올려치는 게 아니다. 그러면 투구와 배트가 만나는 면적(윌리엄스는 임팩트 존이라고 표현했다)이 넓어진다.내 해답은 오치아이 스윙이다그러나 과연 이게 답일까. 물론 훌륭한 스윙인 건 틀림없지만, 저게 정답일까. ‘윌리엄스 스트로크’는 이론적으로 뛰어나다. 다만 타구에 스핀을 걸긴 어렵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윌리엄스의 스윙을 피칭에 비유하자면 무회전 볼 같다. 잘 맞은 타구는 배트와 15㎝ 이상 붙어 나간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배트의 중심과 공의 중심이 붙어 있다면(마치 팜볼처럼) 잘 맞은 것 같은 타구도 외야로 날아가서는 추진력을 잃게 된다. 투수는 패스트볼을 릴리스할 때 검지와 중지로 공을 꽉 눌러서 백스핀을 만든다. 타구도 그래야 한다. 그게 깎아 치기다. 배트로 공의 중심을 정확히 맞힌 뒤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백스핀을 만드는 것이다. 배트가 공의 아랫부분을 감싸 안아 올리는 느낌이다. 공을 때린 뒤 팔을 쭉 뻗는 동작, 즉 폴로스루 과정에서 회전력을 만드는 거다. 이 스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오치아이 히로미쓰(일본)의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은퇴 후 자신의 타격 비밀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는 ‘공의 아래를 파고들듯 때리라’고 말한다. 이 영상에서 본 오치아이의 페퍼 게임(pepper game, 가까이서 던진 공을 타자가 가볍게 치는 훈련)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보통 타자들은 정면의 그물을 보고 때리는데 그의 타구 각도는 평균 45도를 넘을 만큼 컸다.선수 시절 오치아이는 경쟁자들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이었다. 키가 1m77㎝로 그리 크지 않았고, 풀스윙도 하지 않았다. 툭 친 것 같은데 그의 타구는 쭉 뻗어 나갔다. 그는 일본에서 홈런·타점·타율왕을 5번씩 수상했다. 오치아이의 타격 비결이 ‘깎아 올려치기’였던 것이다.오치아이의 이론은 내가 찾은 답과 가장 가까웠다. 2007년부터 나는 타구에 회전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티배팅 때부터 이를 의식했다. 임팩트 때 오른손 타자가 배트를 쥔 오른손을 ‘잡아주는’ 느낌으로 공을 친다면 나이키 스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스윙을 만들기 위해 페퍼 게임을 할 때부터 노력했다. 지나치게 깎아 치는 바람에 타구가 백네트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기도 했다. 훈련 때 그렇게 극단적으로 깎아 쳐야 실전에서 유효한 타구 회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오치아이의 영상을 보고 “내가 찾은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며 안심했다. 무엇보다 나이키 스윙은 나와 맞는 타법이었다. 물론 그런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에 나오는 젊은 선수들도 오치아이처럼 치려다가 헛스윙을 연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복 훈련을 통해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나이키 스윙은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메커니즘이다.고교 시절 날 보고 “오치아이의 타격과 닮았다”고 말씀하신 분이 있었다. 당시에는 오치아이의 영상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백스핀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던 거다. 프로에 와서 슬럼프에 빠진 걸 계기로 나이키 스윙을 더 발전시켰다. 난 스윙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럴수록 더 강하게, 더 멀리 칠 수 있었다. 2007년 다시 홈런 20개 이상을 때려내고, 2008년 홈런왕(31개)에 올랐던 비결도 내 스윙을 완성한 덕분이었다. 내 전성기가 시작된 거다. 2009년 경기 중 뇌진탕 부상을 입기 전에는 내 스윙은 나름대로 완성 단계였다. 타석에서 어떤 투수의 공이라도 다 쳐낼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큰 부상을 당해 상승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면, 내 전성기가 더 길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30 07:30
프로야구

[포토]김성현, 이닝 마무리하는 플라이볼 처리

2022 KBO 포스트시즌 SSG랜더스와 키움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2일 오후 인천 SS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2회초 2사 3루 이지영의 내야 뜬공을 2루수 김성현이 직접 잡아내고 있다.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1.02/ 2022.11.02 19:05
메이저리그

[레인보우 리포트] 다가올 도루의 증가,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한동안 야구는 도루에서 멀어져갔다. 세이버 메트리션인 빌 제임스는 "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한다면 도루하지 말라"고 했다. 제임스뿐 아니라 세이버 메트리션들은 대부분 도루에 부정적이었다. 뛰다 아웃을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비하면 득점 기여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도하더라도 성공률을 따지라고 요구했다. 부상 위험도가 높은 것도 문제였다. 프로 구단 입장에서 도루는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였다. 장타의 증가는 메이저리그(MLB)와 도루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2015년 MLB에 타구 추적 시스템인 스탯캐스트가 도입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플라이볼 혁명’이 찾아왔다.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홈런을 쳐내고 더 많은 득점을 만들었다. 뒤 타자가 장타를 만들 수 있다면, 앞 타자가 2루를 훔쳐야 할 필요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루의 득점 가치가 낮아진 이유다. 플라이볼 혁명이 이뤄진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MLB의 기대 득점표를 살펴보면 도루 등 주자 진루의 손익 분기점은 제임스가 주장한 70%가 아닌 71.4%였다. 도루의 가치가 하락하고 도루 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MLB 사무국은 재밌는 시도를 준비 중이다. 2023년부터는 피치 클락이 도입되어 투수는 주자가 없는 경우엔 15초,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20초 안에 투구를 시작해야 한다. 또 변의 길이가 15인치(38.1㎝)인 정사각형 베이스를 18인치(45.72㎝)로 늘린다. 타석당 견제구 혹은 투수 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는 2번으로 제한된다. 이는 도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다. 피치 클락으로 인해 투수는 주자를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해졌다. 베이스 크기를 늘릴 시 각 루 간의 간격이 4.5인치(11.43㎝) 줄어들고 리드 폭이 늘며 베이스를 오버해서 슬라이딩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 견제 제한으로 인해 주자는 투수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루 장려가 정말로 도루 증가를 가져올까? 사무국은 위 제도를 2021년 마이너리그 각 레벨에 먼저 실험했다. 트리플A에서는 베이스 크기를 늘렸고 상위 싱글A에서는 투수가 투수 판을 밟은 채 견제구를 던질 수 없게 했으며 하위 싱글A에서는 타석당 견제구를 2개만 허용했다. 이어 올해 트리플A에서는 기존의 베이스 크기 확대, 견제 횟수 제한과 함께 피치 클락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2022년 트리플A 경기당 도루 횟수가 2021년 0.95개에서 1.18개로 증가했다. 도루 성공률 역시 75.62%에서 78.47%로 증가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트리플A 사례를 통해 내년 MLB에서 도루가 증가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도루 시도가 많아지고 성공도 많이 한다면 도루의 손익 분기점에 변화가 생길까? 가장 많은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상황은 주자 1루이다. 이 상황에서 가정해보자. 단순하게 1루에서 2루로의 도루가 늘어난다면 1루 상황에서의 기대 득점은 늘어날 것이다. 이때 두 상황의 기대 득점은 해당 상황에서 이닝이 끝날 때까지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득점을 말한다. 1루 주자가 2루로 이동해 주자 1루에서 득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해당 이닝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1루 도루의 손익분기점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자 1루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한 타석의 수가 늘어도 그 수치가 극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표를 통해 알 수 있듯, 도루 성공이 차지하는 타석의 비율은 크게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루 성공 이후 득점으로 이어진 타석만을 또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도루가 실질적으로 득점에 영향을 준 표본은 많지 않다. 즉 도루 증가는 손익분기점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루가 증가한다면 리그의 어떤 부분에 변화를 주목해야 할까. 공격팀 입장에서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면 도루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수비 팀이다. 도루가 많아지고 투수가 견제할 수 없다면 수비팀은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 후반 접전의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투수들도 견제 대신 슬라이드 스텝을 통한 시간 단축을 시도하겠지만,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포수가 견제를 하거나 피치 아웃을 이용한 주자 견제 활용 폭이 커질 수 있다. 투수와 달리 포수의 견제는 새 규정에서도 제한이 없다. 주자들이 과감한 리드와 적극적으로 도루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과감한 포수 견제와 피치 아웃도 이전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다만 이 부분을 좌우하는 건 포수의 송구 능력과 노련함이다. 위협적인 주자들이 줄어든 동안 묻혀왔던 강견 포수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겠다. 올해 포수 팝 타임(포수가 2루까지 송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 1위 J.T 리얼무토(필리델피아 필리스·1.82초)는 이미 현역 선수 중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여기에 2위 레네 핀토(탬파베이 레이스), 3위 호르헤 알파로(샌디에이고 파드리스), 4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탬파베이·이상 1.89초) 등은 향후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세기 이상 이어진 야구는 주기적으로 환경이 변해왔고, 선수들도 여기에 적응해왔다.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는 내년 MLB의 데이터는 야구계가 연구하기에 재밌는 자료가 될 것이다. 포수의 가치가 높아지고, 홈런에 치중했던 야구 말고도 빠르고 수비력을 갖춘 야구가 다시 주목받을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과를 거두는 팀이 나타난다면, 그들이 새로운 '트렌드 세터'가 될 수도 있다. 순재범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경상국립대학교 정보통계학과) 2022.10.26 09:00
프로야구

[IS 포커스] 타율 낮아도 삼진 늘어도... 추신수는 출루율만 본다

추신수(40·SSG 랜더스)의 올 시즌 타율은 0.266(33위·22일 기준)다. 그의 올해 연봉이 2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타율을 제외한 수치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 시즌 그의 출루율은 0.396(5위). 순출루율이 0.130으로 KBO리그 전체 1위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할 출루율을 향해 달리고 있다. 볼넷 68개, 타석당 볼넷 15.2%로 모두 1위를 기록한 덕분이다. 홈런은 14개(11위)이며 타석 당 홈런 비율(HR%)이 3.13%(18위)다. 은퇴 시즌 맹타를 휘두르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15%)와 비슷하다. 추신수의 타격은 정확히 TTO(Three True Outcomes)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TTO란 행운, 수비력과 무관하게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결정되는 세 가지 결과물(홈런·볼넷·삼진)을 의미한다. 타자는 삼진과 홈런과 볼넷에만 집중해도 득점을 최대화할 수 있고, 투수는 맞혀 잡기보다 삼진에 집중하면 실점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도 이어진다. 이 경우 1~3루타가 적더라도 홈런과 볼넷이 많다면 가치 있는 타자로 평가할 수 있다. 추신수는 이런 유형의 타자에 가깝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시절부터 타율이 다소 낮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내왔다. 그가 MLB에서 보낸 16시즌 중 3할 타율을 기록한 건 단 세 번(2008~2010)이었다. 2009년과 2010년은 정확히 3할이었다. 반면 추신수의 통산 출루율은 0.377에 이른다. 두 자릿수 홈런도 10번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다. 타자로 막 전향했을 때 시애틀 매리너스 루키 리그에서 좋은 지도자들을 만났다. 당시에는 타율을 중시하던 시기였지만, 코치님이 출루율에 중점을 두면서 가르치셨다"며 "안타를 친다고 출루율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출루만 한다면 똑같다. 야구는 출루해야 득점하는 경기다. 굳이 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타격 스타일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야구는 등가교환을 요구한다. 볼넷을 위해 공을 고르다 보면 루킹 삼진도 늘어난다. 홈런을 치기 위해 스윙을 크게 하면 헛스윙 삼진이 늘 수밖에 없다. 추신수 역시 삼진 85개(7위)를 기록 중이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뛸 때 조이 보토와 삼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진에 대한 생각에 확신을 얻었다. 땅볼이나 플라이볼을 쳐서 아웃되든, 헛스윙 삼진이나 루킹 삼진을 당해도 아웃은 하나다. 어떻게 아웃되더라도 타율은 똑같이 깎인다"며 "2013년 MLB 타자들의 리그 평균 성적을 찾아보면 2스트라이크 이후 평균 타율이 0.184에 불과했다. 또 타자들의 삼진 중 루킹 삼진은 30% 정도였다. 헛스윙 삼진당할 가능성이 작다면 2스트라이크 이후더라도 내 스트라이크존(S존)에 들어오지 않은 공을 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볼을 얻어내는 능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시절을 포함하면 20년 동안 미국 무대에 있었던 추신수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타자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과정도 몸으로 느꼈다. 추신수는 "MLB에서 마지막 3~4년 동안에는 선수들이 타율을 잘 보지 않게 됐다. 출루율과 OPS(출루율+장타율)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내가 감독이라면 타율이 높아도 출루율과 차이가 적은 선수보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더 신뢰할 것 같다. 순출루율 1할을 넘는 타자라면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볼넷과 홈런에 집중하면 타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타격'이 약해지는 건 아니다. 추신수는 타격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야구는 '내가 원하는 코스에 들어오는 공, 노리던 공을 쳤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종목이다. 내가 노리지 않은 공이라면 스트라이크여도 굳이 칠 필요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웠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추신수의 타격이 그랬다. 그는 이날 5타수 3안타(1홈런)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 중 2개가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홈런과 2루타였다. 특히 비거리 127.5m를 기록한 홈런의 경우 중계 화면에 찍힌 타구 속도가 시속 176.8㎞(MLB 기준 약 시속 110마일)에 달한 이른바 '하드 히트(Hard hit·타구 속도 95마일 이상)'였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8.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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