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주 실종녀 피의자 車서 나온 머리칼…사라진 부산 여성 것
부산에 사는 20대 여성이 전북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서 실종된 지 24일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경찰은 최근 전주에서 아내 지인인 30대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시체유기)로 검찰로 송치된 A씨(31·구속)의 승용차에서 실종자 머리카락이 나온 것을 바탕으로 연쇄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와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12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주에서 실종된 부산 여성 B씨(29)의 DNA와 일치하는 머리카락과 소지품이 강도살인 피의자 A씨의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B씨의 행방을 추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B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지난달 29일 부산진경찰서에 접수됐다. B씨 아버지는 "4월 15일부터 딸과 연락이 안 닿는다"고 했다. 부산진경찰서 측은 B씨가 지난달 18일 전주에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8일 전주 완산경찰서 측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B씨는 앞서 지난달 15일 부산 집에서 나와 누군가의 승용차를 타고 전라도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전주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달 18일 늦은 밤과 19일 이른 새벽 사이 전주 한옥마을 근처인 서학동 인근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남성을 A씨로 보고 있다. 당시 B씨가 탔던 차량이 A씨가 타고 다닌 '검은색 혼다'인 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A씨 차 안에서 나온 제3자의 머리카락 DNA와 B씨의 것이 일치해서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른바 랜덤채팅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옥신각신하고, A씨가 B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을 조르는 듯한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는 B씨가 차 밖으로 나가자 A씨가 강제로 뒷좌석에 태우는 모습도 담겼다고 한다. A씨는 해당 장소에서 50분가량 머문 뒤 임실 쪽으로 차를 몰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임실은 A씨가 앞서 한동네에 살며 '누나'라 부르던 C씨(34·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진안과 맞닿은 곳이다. A씨는 B씨를 만난 다음 날(4월 19일) '전주 30대 여성 실종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같은 달 21일 구속됐다. 경찰은 B씨의 실종 시점과 사라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B씨 실종 당시 A씨가 향한 임실 일대를 수색했지만, B씨를 찾지 못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8일 A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10시40분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C씨를 승용차에 태운 뒤 당일 오후 11시16분쯤 전주 효자공원묘지 부근 차 안에서 살해한 후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그는 이튿날 오후 6시17분쯤 C씨 시신을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 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C씨는 실종 9일 만인 지난달 23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 차량 트렁크에서는 C씨 혈흔과 삽 등이 발견됐다. 수천만원의 인터넷 도박 빚에 시달리던 A씨가 '돈을 빌려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C씨가 거절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A씨는 검찰 송치 이후에도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만 인정하고, 강도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2020.05.12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