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금 아니면 언제 야구 '국뽕'에 취해보나...예상보다 잘 먹히는 K볼
미국 야구 팬들이 KBO리그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 KBO리그 중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한국 야구팬들은 미국 야구팬들에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야구팬들이 KBO리그를 꽤 좋아했다. 이제 케이볼(K-ball) 시대다. ━ 야구 경기에 목마른 미국 야구팬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불투명해지면서, 야구에 목말랐던 미국 야구팬들이 KBO리그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KBO리그 수준을 따지지 않고, 현재 펼쳐지고 있는 야구 경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하고 있다. 정말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야후스포츠, CBS스포츠, ESPN 등 미국 주요 스포츠 매체부터 보스턴 헤럴드,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뉴욕 포스트 등 지역 매체까지 KBO리그를 소개하기 바쁘다. KBO리그 10개 팀에 대해 낱낱이 분석하고, 주요 선수까지 소개했다. KBO리그의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담아놓은 매체도 있다. ━ KBO리그 10개팀 중 어느 팀 좋아할까 미국 야구팬들은 한국 야구팬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KBO리그 팀 중 팬이 되고 싶은 팀을 선택했다. 한국 야구팬들은 보통 자신과 같은 고향이나 사는 지역을 연고로 한 팀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연고지와 무관한 미국 야구팬들은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응원하는 MLB팀과 유니폼 색이 같아서' '내가 사는 지역 약자가 팀 이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팬이 됐다. 뉴저지주 세어빌에 사는 존 비버로스는 KT 위즈 팬이 됐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이것은 100% 실수가 될 수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KT 위즈의 젊은 유망주들에게 나의 KBO 팬덤을 맹세한다. KT는 매년 향상돼 지난 시즌 71승 2무 71패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강백호는 분명 괴물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다른 미국 팬은 트위터에 "순전히 마스코트로 순위를 매긴다면 두산 베어스가 단연 우승후보"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약자인 NC와 같다는 이유로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겠다는 글들도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노스캐롤라이나주엔 MLB 연고 팀이 없다. 대신 마이너리그 AAA엔 더럼을 연고지로 한 불스(탬파베이 산하)가 있다. 불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NC의 팬이 되겠다고 했다. NC 팀도 "운명"이라고 응원을 환영했다. ━ 미국 야구팬 "배트플립 보고 싶어요" 미국 팬들이 집중하는 건 경기력 자체보다는 색다른 한국 야구 문화 쪽이다. 대표적인 게 배트플립(bat flip)이다. 한국에선 보통 '빠던(빠따 던지기,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이라고 부르는 동작이다. 미국에선 투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배트플립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자유롭게 하다 보니 배트플립을 보기 위해 KBO리그를 시청하는 미국 야구팬도 많다. ━ 야구장 광고 신기…광고 효과 쑥쑥 한국 야구장에는 배너 광고가 많다. 포수 뒤 광고판이 중계 카메라에 제일 많이 잡힌다. 뜬공 수비를 할 때나 홈런이 날아갈 때 외야 광고판도 종종 비친다. 지난 5일 ESPN에 중계된 삼성-NC 경기에서는 외야에 장식된 개그맨 김준현의 피자광고가 주목받았다. 트위터, 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MLB가 경기를 재개할 때 이 한국 피자 광고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늦은 시간 KBO를 보면서 제일 최고였던 장면 중 하나는 '피자 가이'이었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KBO리그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모기업이 있다. 그래서 팀 이름에 기업명이 들어간다. 그래서 미국의 한 팬은 "한국팀들이 연고지명 대신 기업명을 구단 이름으로 사용하는 게 흥미롭다"며 "몇 년 후에 펼쳐질 맥도널드 양키스와 아마존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기대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 LG, KIA 등 글로벌 기업을 아는 미국 야구팬들은 KBO리그에 친숙함을 느꼈다. "난 삼성 TV와 LG 세탁기를 쓰는데 어디를 응원해야 하나.", "기아차를 타니까 KIA를 응원해야지." 등의 글들이 SNS에 올라왔다. 이번 KBO리그의 미국 중계는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선 돈 안 들이고 글로벌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다. ━ 한국 팬은 ESPN 중계로 영어 공부 한국 야구팬들은 한국 중계보다 ESPN 중계를 일부러 찾아서 보고 있다. 영어 공부에 좋다는 반응이다. 또 홈런이나 적시타가 나왔을 때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중계해 더 객관적인 해설이라 일부러 본다는 팬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국 중계진들의 선수 이름 발음이란다. 스페인어에서는 j가 h로 발음되는데, 한국 선수 이름 부르기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두산 오재일(Oh Jaei) 같은 경우는 '헤일 오'라고 발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05.07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