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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IS리포트] 신세계 뽀아레·한섬 오에라, 초고가 화장품 들고 VIP 대전 '활활'

현대백화점그룹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나란히 선보인 초고가 화장품 '오에라'와 '뽀아레'가 백화점 VIP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손바닥만 한 세럼 하나에 30만~120만원에 달하는 고가 화장품이니만큼 백화점에서 연 수천만 원 이상 사용하는 고객을 상대로 집중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모두 모기업이 백화점을 유통망으로 보유하고 있어서 이 같은 전략이 곧잘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큰손 모셔라 31일 업계에 따르면 '타임' '시스템' 등 유명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하는 한섬은 지난 2021년 8월 자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다. 오에라는 스위스 현지의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 협업해 개발한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이 주 종목이다. '크로노 엘릭서'라는 독자 성분을 담고 있는 만큼 제품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한섬의 설명이다.그만큼 비싸다. 오에라의 보급 라인 제품 가격은 20만~5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최상위 라인인 '시그니처 프레스티지'는 40~50㎖ 가량의 크림과 세럼이 120만원대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섬보다 약 5개월 빨리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선보였다. 뽀아레는 2015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해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의 DNA를 이식했다. 최상위 럭셔리브랜드인 만큼 패키지와 디자인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 패키지는 골드톤과 가죽을 재현한 듯한 독특한 질감을 입혔다. 당연히 비싸다. 라인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40~50㎖ 세럼 한 개에 22만~72만원 가량이다. 국내 시장에서 오에라나 뽀아레같은 초고가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층은 한정적이다. 양사가 모두 백화점 VIP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이유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에라 론칭 이후 한섬과 백화점 VIP 고객 대상 프리미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자사 브랜드나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VIP 고객 초청 행사시 브랜드와 협업해 고객 체험형 행사를 진행하고 전문 피부 테라피스트가 제공하는 유료 스킨케어 서비스 행사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뽀아레를 알리기 위해 톱 모델 전지현을 뮤즈로 발탁했다. 모델료만 1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뽀아레의 고급 이미지를 위해 감수했다. 지난 8월 VIP사이에 인기가 많은 굵직한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에 뽀아레 대표 상품도 전시했다. 프리즈 서울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각별히 챙기는 행사로 그룹 내 뽀아레를 향한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큰손들을 향한 구애가 빛을 보고 있다는 자평이다. 한섬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에서 판매된 오에라 매출 중 백화점 VIP 고객 매출 비중이 91.6%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공시에 따르면 뽀아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1.7% 늘어나며 전체 매출 개선을 이끌었다. 백화점 VIP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 이상까지 고객의 연간 소비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각 백화점은 자체 정책에 따라 3~6개 등급으로 특별한 고객들을 나눈 뒤 라운지 이용권, 발레 파킹 서비스, 제품을 구매할 때 안내를 맡는 1대 1 쇼퍼 서비스, 구매 금액 내 10~20%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모두 무료 서비스이지만 VIP가 백화점에서 지출하는 액수가 워낙 클뿐더러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백화점에서는 이들을 관리하는 데 정성을 쏟는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VIP는 보통 1년에 수억 원가량을 쇼핑으로 지출하는 큰손으로 특별한 서비스와 관리를 받는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VIP들은 친목을 위해 백화점 갤러리 등에서 그림 감상 등을 하고 라운지로 내려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경우가 있다"며 "VIP가 돌아갈 때 쇼핑을 즐기고 가는데 이때가 백화점으로서는 명품이나 값비싼 보석, 고가의 화장품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막오른 경쟁 오에라와 뽀아레가 출시된 시기에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마스크 착용으로 화장품 시장 자체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신세계인터셔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38억원, 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52.5% 감소했다. 한섬도 매출 3457억원 영업이익 5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3%, 78.8% 줄었다.하지만 같은 기간 화장품 사업은 비교적 선전했다. 특히 한섬의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한섬라이프앤이 상반기 매출 23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가량 올랐다. 양사는 화장품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큰 매력적인 분야로 보고 마케팅 전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섬은 올해 오에라의 제품 라인업과 유통망을 확대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을 공략한다. 미백크림·선크림 등 오에라 신제품을 차례로 선보이고, 남성 고객을 위한 옴므 라인과 럭셔리 제품 라인업도 확대한다. 현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 전국 백화점에 포진한 매장에 이어 갤러리아 광교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더현대 서울, 더현대 대구 등으로 매장도 늘린다. 해외도 공략한다. 기존 패션 상품을 수출 중인 프랑스·캐나다 등 20여 개국 패션·유통업체 60여 곳을 중심으로 오에라를 판매할 방침이다.뽀아레도 고삐를 쥔다. 프랑스 및 미국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전국 각지 신세계백화점에 매장을 신설하고 있다. 화장품은 원가율이 20~30% 수준으로 마진율이 높은 종목 중 하나다. 화장품 가격이 비쌀수록 마진도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오에라와 뽀아레처럼 스킨케어 브랜드는 일단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브랜드로 잘 바꾸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초고가 화장품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한섬 측은 "오에라 신제품을 지속 선보일 계획으로 패션을 넘어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뷰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고객 충성도와 마진율이 높은 품목"이라며 "양사가 초고가 화장품 띄우기에 열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11.01 07:01
산업

희비 갈린 2022년 패션·뷰티 업계…토끼해는 모두 웃을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패션·뷰티 업계는 2022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면서 호황기를 맞이했다. 반면 뷰티업계는 중국의 봉쇄 정책과 면세점 수요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쓴맛을 봤다. 올해 국내 패션·뷰티 업계를 돌아보고, 다가올 '검은 토끼의 해'를 살펴본다. 날개 단 패션업계 올해 패션가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던' 해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골프웨어나 '원마일웨어(집에서 1마일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가 잘 팔렸고, 엔데믹 이후에는 '집콕' 수요가 외출복을 장만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 지출을 마음껏 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의류와 잡화 품목에 아낌없이 보복 소비를 한 덕도 봤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지난 3분기 1년 전보다 70.6% 증가한 2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도 25.6% 증가한 471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수입상품 및 온라인 호조세, SPA 부문 개선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삼성물산이 4분기에도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2조원대 매출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3분기 매출은 21% 늘어난 2455억원으로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증권가는 코오롱FnC가 올해 연간 매출액이 1조2250억원~1조2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690억~783억원으로 81.6%~106%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F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4010억원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기간 1조1236억원으로 전년보다 8.8% 늘었다. 수입 럭셔리 브랜드와 자체 패션 브랜드의 수요가 지속하며, 견고한 실적을 이어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도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 매출은 3414억원, 영업이익은 326억원으로 각 15%, 2.5% 증가했다. 여성 캐릭터와 남성복, 라이선스, 수입 편집숍까지 고르게 잘 팔렸다는 설명이다. 유통가도 패션 부문만큼은 선전했다. CJ온스타일이 최근 올해 TV홈쇼핑 히트상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패션 브랜드가 차지했다. 상위 10개 패션 브랜드의 총 주문량은 약 1000만건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수치다. GS샵 역시 패션 의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상위 10개 브랜드의 TV홈쇼핑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패션 브랜드 제품이 절반을 넘는 6곳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엔데믹 영향에 더해 전통적 성수기인 연말에 강추위가 몰아오면서 패션업계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마냥 밝지만 않다. 최근 고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부터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어 다들 재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글픈 뷰티업계 K뷰티 업계에 2022년은 잊고 싶은 해였다. 코로나19 직후부터 시작된 중국의 봉쇄령 속에 하늘길까지 막히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하면서 화장을 하려는 수요도 줄었다. 비슷한 콘셉트의 중국산 저가 화장품의 공세 속에 K뷰티의 위세도 한풀 꺾였다. 한국 화장품의 간판 LG생활건강(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아모레)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 LG생건은 지난 3분기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1901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이 부진했다.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1% 감소해 7892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676억원으로 같은 기간 68.6% 줄었다. 홈·데일리 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한 5873억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561억원에 그쳤다. 아모레는 올 3분기 1조 218억원의 매출과 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5.9%, 영업이익 36.2% 감소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전체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949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사업은 면세 채널 부진의 영향으로 18.6% 하락한 5871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해외 사업 역시 중국 소비 둔화의 여파로 12.8% 감소한 33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위안거리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성장의 폭이 작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모레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기타 아시아 시장에서는 약 20%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북미 시장은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97% 성장했다. 생존기로에 선 중소 화장품 브랜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가까스로 흑자를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뷰티 브랜드 '미샤'와 '어퓨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이블씨엔씨는 3분기 매출 약 5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약 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억원가량 증가했다. 에이블씨엔씨가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흑자를 함께 기록한 건 2019년 4분기에 이어 11분기 만이다. 토니모리는 3분기 영업이익을 약 6억원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흑자 전환했다. 11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양사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원가율을 개선한 덕에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최악의 해를 보낸 K뷰티 업계가 내년에는 사뭇 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깊은 바닥을 쳤기 때문에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립스틱이나 립틴트 같은 색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 중국의 강력한 봉쇄령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였다"며 "새해에는 중국 봉쇄가 해제될 가능성이 크고, 4분기부터 이어진 비용 효율화 노력의 성과로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이 더 바닥이 있을까 싶을 만큼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2023년 시작이 편안하다"며 "아모레는 2021년 연말 발생했던 운영 비용이 올 4분기에 절반으로 감소하고 동시에 매출은 올 2~3분기보다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26 08:18
경제

'중국인이 스위스산 한국 화장품을 왜?'…패션 강자 한섬의 도전 통할까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이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한다. 크림 한 병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할 정도로 초고가 럭셔리 화장품을 지향한다. 업계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화장품업에 도전하는 한섬의 성공 여부에 관심 기울이고 있다. 한섬의 용감한 도전 한섬은 27일 오에라를 정식으로 선보인다. 이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마련된 오에라의 1호 매장도 문을 연다. 한섬이 패션 외 다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오에라는 'Zero'와 'Era(시대)'의 합성어다. 치우치지 않는 피부 균형점에 도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오에라를 만드는 데 유명 연구진이 참여했고,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 협업했다. 오에라의 로션·스킨·세럼·크림 등은 전량 스위스에서 생산된다. 스킨케어 제품의 평균 가격은 20만~50만원대고, 비싼 제품은 120만원에 소비자 가격이 책정됐다. 한섬 측은 "우리가 가진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그대로 접목할 방침이다. 향후 리빙·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국내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명가로 발돋움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섬의 열정은 좋으나, 뷰티 업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포화 상태…비슷한 제품 차고 넘쳐 오에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과 함께 중국 시장을 잡아야 한다. LG생활건강의 '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 등 성공한 브랜드는 모두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한섬 역시 연내 중국 법인 '한섬상해'를 통해 현지에 오에라를 론칭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산 화장품은 2000년대 중반 브랜드숍의 폭발적 성장과 K 컬쳐의 확산으로 승승장구했다. K뷰티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유행은 아시아권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중국 뷰티 기업의 추격과 주문자위탁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의 보편화 등으로 한국 화장품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면세점 매출도 바닥권이다. 오에라와 비슷한 콘셉트의 럭셔리 화장품도 차고 넘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대기업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단독 화장품 브랜드 '시예누'를 론칭했다. 유통사와 화장품 제조사가 개발 단계부터 협업해 뷰티 단독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면세업계 최초였다. 시예누는 한섬의 오에라처럼 초고가 럭셔리 화장품이다. 시예누의 '타임브레이스 앰플'은 55만원, '타임브레이스 세럼'은 38만원에 달한다. 101만원 짜리 ‘타임브레이스 럭셔리 3종 리미티드 세트’는 구매 시 사파이어 1캐럿 목걸이를 주는 행사도 열었다. 기획 단계부터 중국인 소비자를 겨냥해 브랜드명과 기능까지 맞췄다. 그러나 시예누는 론칭 2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한국인만의 특별한 개성이 담긴 제품이다. 시예누는 그런 부분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인, 스위스산 한국 화장품 살까 한섬 측은 오에라의 기술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제품 전량이 스위스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여러 명품 화장품 디자인을 담당하는 미국 모조사와 손잡고 용기에도 신경썼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중국에도 스위스 브랜드 화장품이 이미 들어와 있다. 굳이 스위스제를 한국에 여행와서 비싼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 오에라와 비슷한 초럭셔리를 추구하는 화장품도 많다. 시예누 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뽀아레'와 '스위스퍼펙션'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스위스퍼펙션은 스위스 왕실 화장품을 표방하고, 일부 기술력도 스위스 연구소에서 차용했다. 오에라만의 특장점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LG생활건강의 후가 중국에서 반응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한방 성분이 담겼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후는 한국 궁중에서 사용했던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콘셉트와 한국적 미가 담긴 아름다운 용기 디자인 등이 결합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후'는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산 럭셔리 화장품이다. 이어 김 교수는 "이미 중국의 뷰티 기업들이 한국 화장품 연구원 상당수를 빼간 상황이다. 어지간한 화장품은 만드는 레시피도 다 갖고 있다"며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콘셉트와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8.26 07:00
경제

신세계·롯데와 차별화된 현대백화점, '정중동' 경영 눈길

최근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맞물려 현대백화점그룹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앞다퉈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동안 나 홀로 관망세를 보여서다. 현대는 일찌감치 이베이 인수 가능성에 선을 긋는 대신 '전문몰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효율과 안정을 중시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나홀로 인수전 불참…전문몰에 집중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의 가장 큰 화두는 이베이코리아였다. 오랜 기간 국내 유통시장을 주름잡아온 신세계와 롯데 '두 거대 공룡' 중 누가 국내 이커머스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를 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3조4400억원을 써낸 신세계의 이마트가 롯데에 완승했다. 롯데는 즉각 인수전 패배를 인정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로써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해 신세계 온라인 부문인 SSG닷컴(쓱닷컴)의 거래액은 약 4조원, 시장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서 연간 거래액은 24조원, 시장점유율은 15%까지 늘어나 쿠팡을 제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업체 거래액은 네이버가 27조원, 쿠팡이 22조원, 이베이코리아가 20조원이다. 이번 인수전의 결과와 별도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또 다른 '유통 공룡' 현대의 행보다. 일찌감치 인수전에는 관심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이 심화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현대는 여의도에 초대형 오프라인 점포 '더현대서울'을 개점시키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더현대서울은 지난 2월 오픈과 동시에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하루 매출 100억원을 찍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안에 실내 공원과 인공 폭포를 선보이는 등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혁신적인 매장 구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 특유의 뚝심 경영 업계에서는 현대의 이번 인수전 불참은 정지선 회장 특유의 '정중동'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선안정 후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초기부터 효율과 안정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최근에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속도전에도 편승하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정 회장이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한섬(4200억원), 리바트(500억원) 등을 인수한 이후 2016년 SK 패션사업부(3000억원), 2018년 한화L&C(3666억원) 등 5000억원 미만의 기업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SK그룹의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1205억원)를 샀고, 한섬을 통해 클린젠코스메슈티칼(100억원)도 인수했다. 복지몰 이지웰(1250억원)도 손에 넣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1000억원대 안팎의 작고 알찬 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대형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대신 그룹 포트폴리오에 알맞은 기업을 물색해 인수하는 방식이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는 대형마트는 제외한 것도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다른 유통기업과 달리 대형마트 실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실적이 증명…향후 이커머스는 과제 정 회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나름의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PASSION(열정)비전- 2020'을 선포하며 2020년까지 실적을 크게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7조8000억원이던 매출을 20조원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현실이 됐다.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부문에서 총 20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회장은 올 초에는 2030년까지 매출을 4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비전 2030'을 내놨다.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로 구성한 3대 핵심사업에, 뷰티·헬스케어·친환경 사업 등을 더해 덩치도 키우고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SSG닷컴, 롯데온과 같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각자 판매 채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이커머스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수의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신세계가 거액의 자금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유 역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생리를 잘 알고 있어서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아마존, 중국은 알리바바, 일본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 등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대의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3조5000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24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현대의 정중동 경영이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며 "현대는 사업 구조상 대형마트나 할인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 확장이 어려운 만큼 향후 대형 M&A에 뛰어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6.28 07:00
연예

[멋스토리] 써브웨이부터 BTS까지…패션·뷰티 업계의 미친 콜라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패션∙뷰티 업계가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브랜드의 발전과 전략적 차원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글로벌 디자이너 등과의 협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수년 사이 먹거리나 게임 크리에이터, 슈퍼스타가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에 활력을 주고 고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차원에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만큼 뻔하지 않고 신선하지만, 소비자의 니즈가 있는 상대와 협업을 자유롭게 진행하는 것이 업계의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콜라보 장인'으로 떠오른 휠라∙커버낫 휠라와 커버낫은 최근 10~20대 사이에 가장 콜라보레이션을 잘하는 브랜드로 통한다. '콜라보 장인'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반짝이는 협업물이 적지 않다. 휠라는 최근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 합작물인 '휠라X써브웨이콜라보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주목 받았다. 티셔츠 한가운데에 투박하게 써브웨이 로고만 새겨 넣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인 휠라는 써브웨이의 대표 메뉴인 '이탈리안 B.M.T' 메뉴를 그래픽으로 구현한 디자인을 티셔츠 앞판, 등판에 삽입했다. 여기에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 철자를 찍어서 위트를 더했다. 심플한 디자인에 써브웨이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과 초록색을 입히면서 발랄하지만 개성 있는 스타일이 완성됐다. 휠라 관계자는 "써브웨이와 휠라는 1020 세대의 지지를 얻는 브랜드다. 두 브랜드가 함께 의기투합하면 특별하고 신선한 협업 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의류 외에도 슈즈, 액세서리까지 구성해 다양하게 패션에 포인트를 줄 수 있도록 했다. 휠라만 협업으로 바쁜 건 아니다. 써브웨이는 휠라와 콜라보레이션을 기념해 17일까지 대구에서 론칭 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연결했다. 휠라는 물론 써브웨이에도 협업이 활력이 된다는 뜻이다. 휠라는 2017년 이후 눈에 띄는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당시만해도 드물었던 식음료 분야와 패션의 만남으로 꼽혔던 '펩시' '메로나'와의 합작은 휠라의 콜라보레이션 역량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협업의 범위도 무한대로 늘렸다. 휠라는 2018년 들어 게임업체 펍지와 손잡고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아이템과 실제 장면 등을 독특하면서도 재치 있게 접목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게임에서 쓰이는 방탄 헬멧 '뚝배기'를 모티브로 한 '3뚝 리니어 반팔 티셔츠', 최후의 생존자를 위한 승리의 메시지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에서 영감을 얻은 '치킨 디너 반팔 티셔츠' 등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빛났다. 게임 속 탄피를 보관하는 슈터스 백도 실제 아이템으로 구현하면서 게이머의 '잇 아이템'이 됐다. 게임을 향한 휠라의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휠라는 같은 해 유명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과 협업한 '휠라 X 우왁굳 콜라보 에디션'도 잇따라 선보였다. 이 에디션은 팬들이 전날부터 협업물을 사겠다면서 '밤샘 노숙'까지 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인파가 지나치게 많이 몰려들자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휠라와 백화점 측이 대기공간을 마련할 정도였다. 휠라는 약 300인분의 햄버거를 식사로 제공하는 등 팬들의 열기와 참여에 보답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인 '커버낫'도 콜라보레이션 분야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커버낫은 경쟁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2018년에는 피트니스 브랜드인 리복과 합작물을 내놨다. 각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개성, 감각을 뭉쳐 새로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시도였다. 커버낫은 이른바 길거리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세계적 인지도가 있는 리복이 커버낫의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이는 커버낫의 콜라보레이션 실력과 효과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했다. 팬덤 노리자…BTS∙왕대륙이 참여한 제품도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유통되는 고급 패션∙뷰티 브랜드도 콜라보레이션에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기업인 한섬의 남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방탄소년단과 협업해 만든 ‘시스템・시스템옴므 BTS’ 1차 캡슐 컬렉션을 오는 27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캡슐 컬렉션은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그래픽 디테일과 사물(오브제) 등을 시스템・시스템옴므만의 유니크한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해 의상에 적용한 게 특징이다. 한섬 관계자는 "시스템・시스템옴므와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각기 다른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문화를 창조해 왔다"며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서는 ‘유일함과 멋’이라는 테마로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의상에 멋스럽게 녹였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최근 전속 모델 왕대륙과 협업한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폼키스마크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올 초 중국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왕대륙을 제품 모델로 발탁한 비디비치는 이번 에디션에 왕대륙이 직접 비디비치 립스틱을 바르고 찍은 키스 자국과 사인까지 새겼다. BTS와 왕대륙은 상상을 뛰어넘는 몸값을 자랑한다. 특히 BTS는 멤버 한 사람 당 10억원 대를 넘나드는 모델료를 자랑한다는 후문이다. 모델이 갖는 비중과 인지도, 막대한 팬덤 등이 결합한 결과다. 기업은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슈퍼스타와 합작한다는 건 그만큼 얻을 부분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한섬의 시스템·시스템 옴므는 BTS와 협업물 출시를 발표하자마자 폭주하는 문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에 퍼진 팬들이 구매를 위해 발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제품 출시 전이지만 시스템 트위터 계정에 올라간 티저영상은 컬렉션 발표 이틀 만에 조회 수가 37만3000건까지 치솟았다는 전언이다. 한섬 유튜브와 시스템 인스타그램에서 조회 수도 각각 9만9000건, 6만4000건에 달했다. 한섬 측은 "티저광고 조회 수가 수십만건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 직접 제품 구입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비디비치는 왕대륙의 인지도를 매출과 직결하는 쪽으로 전략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티몰 내수몰에서 선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론칭 기념 프로모션용 물량이 완판했다. 왕대륙이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협업 제품 출시 소식을 직접 홍보에 나서고 있어서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는 전언이다. 협업? 홍보∙새 이미지 효과 탁월 업계는 앞으로도 뻔하지 않은 콜라보레이션 시도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휠라 관계자는 "대형 스타가 아닌 특정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매출 자체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전체 비중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휠라의 협업은 매출 외형 자체 보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효과'에 주목해서 이뤄진다. 이 관계자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 자체로 홍보가 되고 고객 서비스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면 의외성이 어우러지면서, 브랜드 이미지나 디자인이 정체되는 것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하슬러 배경일 상무는 "요즘 단순히 옷을 사는 게 아니라 옷을 사는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라서 아트 협업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고객들에게 소비의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5.18 07:00
경제

창사 첫 화장품 사업 뛰어드는 한섬...기대 반 우려 반

'마인' '타임' '시스템' 등 유명 여성복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기업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 한섬이 패션을 제외한 다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33년 만에 이뤄진 한섬의 새로운 시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화장품 시장 진출이 성장 한계를 돌파하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어서다. 한섬, 화장품 업계 진출 선언…요동치는 주식시장 한섬은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이었다. 한섬은 이날 오후 한때 주가가 전일 대비 14.52%나 상승하면서 2만7500원대를 훌쩍 넘었다. 개별 종목에 이상 급등락 현상이 발생할 경우 거래를 중지시키는 ‘변동성 완화장치(VI)’까지 발동됐으나 한섬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섬은 이날 2만7600원에 장을 마치며 끝까지 개인과 기관의 관심을 받았다. 한섬의 갑작스러운 급등은 오전에 발표한 화장품 사업 진출 때문이었다. 한섬의 모기업 현대백화점은 11일 고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컬(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뷰티 업계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한섬은 이를 통해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클린젠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린피부과와 신약 개발 기업인 프로젠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미백∙주름∙탄력 등에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섬은 클린젠의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화장품과 의약품을 접목한 효과가 있는 코스메슈티컬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화장품 선택한 한섬 업계는 한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을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으로 봤다. 한섬은 국내에서도 가장 견실한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기업으로 통한다. 마인과 타임, 시스템은 국내 여성복 브랜드 중 '명품'으로 통한다. 깔끔하고 도시적이지만,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두꺼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실적도 준수하다. 코로나19에도 1분기에 매출 2715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1%, 11.5% 감소한 수치이지만, 주요 유통망이 백화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투자 업계는 최근 수년 동안 꾸준하게 한섬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주문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패션 사업 외에도 매출 폭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섬은 이 돌파구를 화장품에서 찾고 있다. 한섬 측은 이날 "패션과 화장품 사업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 능력과 고도의 제품생산 노하우 등 핵심 경쟁 요소가 비슷하다"며 "그동안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역량을 활용할 수 있고, 모기업이 기존 백화점과 면세점 등 핵심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서 시너지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만 키울 수 있어"…업계 경고 그러나 업계는 한섬의 섣부른 화장품 사업 진출이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패션 기업 중 화장품으로 돈을 번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다수의 패션 대기업은 화장품에 손을 대고 있다. 패션기업 LF는 2018년 남성화장품 '헤지스 맨 쿨'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출범했다. 특히 LF는 주력 의류 브랜드 중 하나인 '헤지스'의 이미지에 편승한 헤지스 맨 쿨에 승부를 걸었다,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LF몰과 롯데 본점, 신세계 강남점 등 주요 백화점의 헤지스 남성 매장 내 샵인샵 형태로 입점시키며 가진 유통망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약 2년이 흐른 2020년에도 헤지스 맨 쿨의 인지도와 성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패션 전문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지난해 사이언스 스킨케어 화장품 '엠퀴리'를 론칭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서 탈락하는 등 고전 중이다. 패션 기업 중 화장품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정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프랑스 약국 화장품 브랜드 '가란시아'와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연작'까지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초·색조·더마·향수까지 다양한 화장품 라인업을 갖춘 종합 기업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성과도 내고 있다. 화장품 매출은 2016년 321억원에서 2018년 2477억원으로 7.7배 증가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실적을 내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디비치는 신세계그룹의 막강한 면세점 유통망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여타 다른 패션 기업과는 출발점부터 다른 부분이 있다"며 "비디비치도 2015년을 넘겨서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야심 차게 론칭한 연작은 아직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섬의 모기업인 현대백화점도 백화점과 면세점 등 핵심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패션사업으로 쌓아온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하면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1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은 매년 10% 이상 신장하는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 마켓이지만 아직 코스메슈티컬을 대표할 만한 국내 브랜드는 없다"며 이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5.12 07:00
경제

화장품 뛰어드는 '한섬' 내년 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클린젠)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11일 밝혔다. 여성복 1위 업체인 한섬이 패션 외 다른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섬은 화장품 사업 진출로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한섬은 클린피부과, 프로젠이 개발한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 등을 활용해 내년 초 첫 스킨케어(피부관리)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프로젠이 보유한 피부 재생 특허 물질인 '슈퍼EGF'(Super EGF)로 고급 스킨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향후 색조 화장품과 향수로 제품군을 확대한다고 한섬은 전했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이 패션사업으로 쌓아온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할 경우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하다"라면서 "1조 5천억원 규모 국내 고급 스킨케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5.11 10:43
경제

"우리 브랜드 헤쳐 모여!"…패션·뷰티 기업, 복합 매장으로 승부수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이 흩어져 있던 브랜드를 한데 모으는 '복합 매장'을 잇달아 선보인다. 최근 K뷰티·패션 업계가 과열 경쟁 시대에 접어들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잘되는 브랜드와 묶어 팔겠다는 의도다. 매장을 카페화하거나 '셀피족(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찍는 사람들)'을 위한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용 공간으로 탈바꿈해 매출 시너지를 노리는 브랜드도 부쩍 늘고 있다. "우리 브랜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탑승동 두 곳에 국내 최초 화장품 편집 숍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블리블리·에그·멀블리스·디피씨·아비브 등 40여 개 국내 중소 브랜드를 모아 기존 면세점과는 차별화된 K뷰티 브랜드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한국 중소·중견 브랜드를 인천공항에 처음으로 유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그러나 업계는 이번 편집 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시코르'와 '스톤브릭'의 입점을 꼽는다. 시코르와 스톤브릭은 신세계그룹과 이마트가 각각 2016년과 지난달 론칭한 뷰티 브랜드다. 사실상 신생이고 인지도가 낮은 이 두 브랜드는 계열사인 신세계면세점을 통해 단번에 인천국제공항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입소문이 난 타사 브랜드와 같은 공간에 묶이면서 판로 확대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노리게 됐다. 이는 신세계그룹만의 현상이 아니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대형 화장품 그룹인 엘카코리아는 지난주 롯데백화점 안산점에 '에스티로더'와 '크리니크' '아베다' '랩 시리즈'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 모은 복합 매장 '뷰티 허브'를 열었다. 기존 백화점 매장에서는 따로 구역을 나눠 매장을 구성했지만, 뷰티 허브는 모든 브랜드를 한곳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에스티로더를 사러 온 고객이 아베다 등 비교적 매출 규모가 적은 브랜드까지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패션 전문 기업 한섬도 오는 5월 롯데백화점 중동점에 '한섬 복합관'을 열 예정이다. 명품에 버금가는 고가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타임은 물론이고 마인과 오브제·더캐시미어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섬과 엘카코리아는 이런 형태의 복합관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브랜드를 키우고 매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백화점 역시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한꺼번에 유치할 수 있어 복합 매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람부터 모으자…매장을 카페·스튜디오화하기도 매장을 SNS '핫 스폿'으로 만들거나 카페 등 문화가 결합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단 사람이 모이게 해 침체한 분위기를 띄우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원 브랜드 숍 '바닐라코'는 지난 6개월 동안 서울과 부산 등 12개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4개 가두 매장을 폐점했다. 대신 서울 신촌점이나 홍대스타점 등 상징적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소비자들이 SNS 인증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으로 바꿨다. 바닐라코 대구 동성로점 매장은 보랏빛 은은한 조명으로 분위기를 낸 '미러룸'과 그네 모양의 포토 존·유니콘 목마 등을 비치해 젊은 세대가 방문해 SNS에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진 핫 플레이스'로 꾸몄다. 바닐라코 측은 "20~30대 여성 소비자들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메이크업하며 놀 수 있는 공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시각적 매력을 강조해 '셀피' 등의 배경 장소로 쓰일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지향한다"고 전했다.매장 내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꾼 브랜드도 있다. 삼성물산패션 부문은 지난해 12월 직수입을 전개한 프랑스 디자이너 '메종키츠네' 브랜드 매장을 신사동 가로수길에 약 100평 규모로 열어 패션·음악·카페를 결합한 복합 매장으로 바꿨다. 이곳 1층에는 파리와 도쿄에 이어 카페 '키츠네'를 오픈했다. 삼성물산패션 측은 "매장 내 카페 키츠네를 복합 구성해 가로수길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코오롱FnC도 지난 2년 동안 서울 경리단길·용산 에피그램 패션 브랜드 매장에 '올모스트홈 카페'를 오픈했다. 코오롱FnC 측은 "패션 매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옷을 보며 쇼핑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당 하나의 브랜드만 입점하는 것은 사실상 끝나 간다고 봐야 한다. 유통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고, 온라인 소비 시대에 접어들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여러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으거나 이를 문화 공간과 겸하는 것은 사람들을 모이게 해 소비를 유도하려는 당연한 노력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3.26 07:00
연예

[멋Story]'정수기표' '의류표' '마트표' 화장품이 넘치는 시대…승자는 결국 유통망

K뷰티가 르네상스를 넘어 '과열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화장품이 돈이 된다는 뉴스가 날아들면서 마트·정수기 업체·의류 회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뷰티 업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화장품전문가들은 컨셉트와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 시장에 진입하면 손해만 보고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품력과 마케팅은 물론이고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도태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이 돈이 된다고? 너 나 할 것 없이 '화장품'에 풍덩 "한섬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최근 뷰티 업계는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화장품 시장 진출 소식에 술렁였다. 1987년 설립된 여성 의류 기업 한섬은 지난달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 목적에 신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타임' '시스템' 등 히트 브랜드를 거느린 데다 오직 옷 분야에만 몰두해 쏠쏠한 수익을 내 온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가 들썩이자 한섬은 화장품 사업 목적 추가 이유를 "상표권 보호 및 라이프 스타일 상품 보강"이라고 밝혔다. "이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서 수입 화장품을 일부 유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을 위해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그러나 시장은 한섬이 패션 업계 경쟁자인 신세계 인터내셔날과 LF의 행보를 의식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본다. 의류를 생산하고 유통해 온 주요 경쟁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손을 뻗고 매출이 올라가자 한섬도 '막차'를 탔다는 것이다.비단 의류 기업만이 아니다. 정수기 렌털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이른바 '물기업'도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인 지 오래다. 코웨이는 2010년 안티 에이징 전문 화장품 '리엔케이'를 출시했다. 당시 리엔케이 모델이 연예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고현정이었을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리엔케이 라인 중 '빛크림'은 홈쇼핑에서 집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대중에 이름을 각인했다.정수기로 유명한 청호나이스 역시 코웨이와 비슷한 시기에 화장품 시장에 상륙했다. 계열사 청호나이스뷰티는 '나이스휘' '퓨어미' '휘엔느' 등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주류 기업 국순당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당시 국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화장품군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운영한 지는 5년가량 됐다. 시제품용으로 마스크 팩은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국순당의 롤모델은 사케 양조장에서 시작된 일본 명품 화장품 브랜드 SK-II다.마트도 K뷰티 중심부로 진입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을 론칭하고 색조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조립 완구인 레고처럼 블록 모양의 화장품을 '팔레트'에 붙였다가 뗄 수 있다. 스톤브릭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레고 컨셉트로 만든 립스틱이 여러 개 조립된 사진, 아이섀도 제품이 짝을 이룬 사진 등 4장의 사진을 올려 신상품 출시를 예고했다.이마트 측은 "고부가 가치 산업인 화장품 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홍대에 '안테나 숍'을 낸 이마트는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뒤 해외에도 판로를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문구 기업 모닝글로리, 인삼 식품 기업 KGC인삼공사, 제약 회사 유한양행, 영·유아 교육 기업 한솔교육도 화장품을 개발했거나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휘청거리는 K뷰티…고개 드는 화장품 산업 '거품론' 돈이 된다 싶으면 다 뛰어들다 보니 화장품 회사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등록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수는 1만1834곳에 달한다. 5년 전 829곳보다 10배가량 늘었다.경쟁이 과열되자 정작 화장품을 팔아서 큰 수익을 낸 기업은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화장품 시장 진출 10여 년째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뷰티가 대표적이다. 코웨이는 2014년 800억대를 기록한 매출이 2017년 700억원 수준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청호 역시 2016년 기준 300억원대 매출에서 답보 중이다. 두 기업은 방문판매와 주부 타깃에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장품 사업 진출도 '이들을 타깃으로 화장품을 출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시작됐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코웨이는 방문판매와 홈쇼핑 확대, 청호나이스뷰티는 온라인 매장 및 해외 진출을 활로로 모색하고 있다.인천시는 2014년 인천 화장품 업체 공동 브랜드 '어울'을 론칭했지만, 중국발 '사드 후폭풍'에 흔들리면서 오는 5월부터 민간에 브랜드를 넘기기로 했다. 현재 위탁 체계에서는 상품 기획, 연구 개발, 마케팅·유통으로 이어지는 협력 체계가 부족하고 제조사 역할도 운영사에 납품하는 것에 한정돼 있어 판매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천시의 판단이다.브랜드 숍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K뷰티의 교두보였던 브랜드 숍은 사실상 구조 조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미 1세대 로드 숍 중 하나인 스킨푸드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등 주요 로드 숍 브랜드는 몸집을 줄이고 있다. 2016년 말 4834개에 달했던 브랜드 숍은 이듬해 4775개로 3.2% 감소했다. 지난해 들어서 로드 숍 감소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다.토니모리 가맹점 100여 곳은 지난 7일 하루 동안 동맹 휴업에 돌입하고, 서울 서초구 토니모리 본사 앞에서 '상생안 수용 촉구 대회'를 진행했다. 점주들은 '마진율 정상화'와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방안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브랜드 숍은 이미 6년 전부터 내수 침체에 시달렸다. 그나마 지갑을 열어 줬던 중국인들의 수요가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뷰티 트렌드는 '어느 브랜드의 아이섀도' '모 브랜드의 립스틱' 등으로 세분화하는 추세였는데 로드 숍 브랜드는 자사 제품으로만 구색을 갖추면서 매장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한 브랜드 숍은 매월 특정 기간 동안 50% 또는 '1+1' 등 행사로 대폭 할인하는 날에만 매출을 올리는 악순환에 빠졌다.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숍은 2~3년 전부터 이미 포화 상태였다. 사드로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케팅과 제품력은 기본…성패 관건은 결국 '유통망' 이제 K뷰티 업계에서 '괜찮은 제품 하나'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이디어·마케팅·제품력·공격적 투자는 물론이고 유통망을 고루 갖춰야만 과열 경쟁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국내에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벤처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4년 화장품 업체의 대표자가 제조판매관리자를 겸할 수 있게 하면서 화장품 1인 기업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필러를 맞은 듯 통통한 입술을 표현하는 립' '쨍한 발색감의 아이섀도' 등 신세대 니즈에 맞는 기상천외한 제품이 넘쳐 난다.이들에게 제품 생산은 고민거리가 아니다. 한국은 화장품 구성 원료와 기술력을 조달할 수 있는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시장이 잘 갖춰져 있다.실제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ODM 업체를 등에 업은 중소 브랜드가 깜짝 '히트'를 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온라인 구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힘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중소 브랜드의 마케팅력과 국내 ODM 업체의 기술력이 상부상조하며 성장하고 있다.VT코스메틱·JM솔루션·에이프릴스킨·미미박스·투쿨포스쿨·3CE·TS샴푸 등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브랜드가 눈에 띄는 매출을 올렸다.화장품 성공의 관건은 사실상 유통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면세점과 백화점 등 주요 유통 경로를 장악한 기업이 화장품 브랜드까지 거느려야 빨리, 크게 성공한다는 것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 인터내셔날이 지난해 10월 론칭한 '연작'이 단적인 예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초기 단계부터 관여했다고 알려진 연작은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특히 연작은 면세점 진출 첫 달부터 대박 조짐을 보인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연작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정식 입점한 2월 2일부터 28일까지 누적 매출 9억8000만원을 돌파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는 면세점에 정식 입점한 지 한 달 만에 거둔 성과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확대, 해외 진출을 통해 2020년까지 연작의 브랜드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여세를 몰아 코스메틱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한 뒤 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웠다. 비디비치는 현재 신세계 인터내셔날 매출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대표 제품인 '스킨 일루미네이션'의 중국 판매량은 2018년 들어 전년과 비교해 8배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판권을 인수했다.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도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웨이크메이크에 힘을 싣고 있다. 웨이크메이크는 웨이크의 생동감 있는 컬러의 색조 라인이 강점으로 10~20대층에서 선호도가 상승 중이다. 2015년 7월에 출시된 뒤 연평균 70%를 웃도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9월 말 대만 '코스메드' 플래그십 입점을 시작으로 20여 개 매장의 정규 매대로 판매 망을 확대하면서 대만 뷰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해외에 낸 올리브영 매장은 지지부진하지만 웨이크메이크는 연착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웬만한 동네에는 한 개씩 자리 잡은 올리브영 덕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클리오나 3CE·브랜드 숍 등 비슷한 수준의 화장품은 차고 넘친다. 웨이크메이크가 잘 되는 중요한 이유는 역시 유통 매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3.11 07:00
경제

한섬·LF 웃었는데…홀로 영업이익 떨어진 삼성물산 패션, 왜?

국내 '빅3' 패션 기업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18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경쟁사인 LF와 한섬은 패션 산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삼성물산 패션 부분은 홀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표 바뀌고, 브랜드 안 되고…'이중고' 삼성물산 패션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8년 매출 1조759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0.6%, 24.2% 감소한 수치다.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 3위 SPA 브랜드를 목표로 2012년 출발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진두지휘한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에잇세컨즈는 도심 곳곳에 비교적 큰 규모의 가두점을 내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매출이 1800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6년째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중소기업인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이 2018년 매출 2000억원에 이어 흑자까지 달성하면서 에잇세컨즈의 콧대를 꺾었다. 중국 시장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3년 동안 에잇세컨즈 중국법인 누적 손실액은 261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중국 상하이에 냈던 11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삼성물산은 패션부문 성과가 신통치 않자 브랜드를 정리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 설립한 '네추럴나인'의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접기로 결정했다. 노나곤은 론칭 첫해인 2014년에 영업 손실 16억38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전 사장이 지난해 말을 끝으로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패션 브랜드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수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이 인수하기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 또 유통관리비가 높은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함께 떠안을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이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올해는 온라인 몰에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매장은 국내 유통 트렌드에 맞게 늘리겠다"고 자구안을 밝혔다. 최대 매출 올린 한섬, LF는 '미소' 한섬과 LF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달리 준수한 성적을 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해 2017년보다 67.3% 증가한 9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5.7% 늘어난 1조2992억원으로 한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과감한 브랜드 구조 조정과 안정적인 유통망을 거느린 효과다. 한섬은 최근 수년 동안 지미추·끌로에 등 9개 브랜드를 정리했다. 재고가 줄어들면서 매출 원가가 하락했고, 매장도 감소해 지급 수수료가 줄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그사이 확실한 소비자층을 거느린 대표 브랜드 ‘시스템’ ‘타임’ ‘마인’에 집중하면서 브랜드별로 1000억~2000억원 수준의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2012년 한섬을 인수한 현대백화점 역시 유통 채널의 기반이 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이 2018년 부진한 매출을 개선하기 위해 적자 브랜드를 대거 정리하면서 영업 효율을 개선했다"며 "2018년 한섬의 매출 성장률은 2~3%대로 무난했다"고 분석했다.닥스·헤지스·마에스트로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LF는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LF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LF의 지난해 매출은 1조7120억원,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 6.9%, 영업이익 18.2% 늘어난 수치다.LF는 지난 5년 동안 본업인 패션 외에도 식품·유통 기업을 인수해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K뷰티' 붐을 타고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고, 국내 3위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 자산신탁을 1898억원에 인수했다.박현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F의 패션 브랜드 사업은 오랜 기간 실적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식음료·외식 관련 매출과 인수 합병으로 해답을 찾아 나가고 있어 과거에 비해 분기 실적의 계절 변동이 사라지고 있다"며 "LF의 식품 사업 관련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식음료 사업과 패션 브랜드 사업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2019.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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