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패션 기업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18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경쟁사인 LF와 한섬은 패션 산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삼성물산 패션 부분은 홀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표 바뀌고, 브랜드 안 되고…'이중고' 삼성물산 패션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8년 매출 1조759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0.6%, 24.2% 감소한 수치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 3위 SPA 브랜드를 목표로 2012년 출발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진두지휘한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에잇세컨즈는 도심 곳곳에 비교적 큰 규모의 가두점을 내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매출이 1800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6년째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중소기업인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이 2018년 매출 2000억원에 이어 흑자까지 달성하면서 에잇세컨즈의 콧대를 꺾었다. 중국 시장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3년 동안 에잇세컨즈 중국법인 누적 손실액은 261억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중국 상하이에 냈던 11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삼성물산은 패션부문 성과가 신통치 않자 브랜드를 정리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 설립한 '네추럴나인'의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접기로 결정했다. 노나곤은 론칭 첫해인 2014년에 영업 손실 16억38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전 사장이 지난해 말을 끝으로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패션 브랜드 인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수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이 인수하기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 또 유통관리비가 높은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함께 떠안을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올해는 온라인 몰에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매장은 국내 유통 트렌드에 맞게 늘리겠다"고 자구안을 밝혔다.
최대 매출 올린 한섬, LF는 '미소'
한섬과 LF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달리 준수한 성적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해 2017년보다 67.3% 증가한 9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5.7% 늘어난 1조2992억원으로 한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과감한 브랜드 구조 조정과 안정적인 유통망을 거느린 효과다. 한섬은 최근 수년 동안 지미추·끌로에 등 9개 브랜드를 정리했다. 재고가 줄어들면서 매출 원가가 하락했고, 매장도 감소해 지급 수수료가 줄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그사이 확실한 소비자층을 거느린 대표 브랜드 ‘시스템’ ‘타임’ ‘마인’에 집중하면서 브랜드별로 1000억~2000억원 수준의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2012년 한섬을 인수한 현대백화점 역시 유통 채널의 기반이 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이 2018년 부진한 매출을 개선하기 위해 적자 브랜드를 대거 정리하면서 영업 효율을 개선했다"며 "2018년 한섬의 매출 성장률은 2~3%대로 무난했다"고 분석했다.
닥스·헤지스·마에스트로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LF는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LF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LF의 지난해 매출은 1조7120억원, 영업이익은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 6.9%, 영업이익 18.2% 늘어난 수치다.
LF는 지난 5년 동안 본업인 패션 외에도 식품·유통 기업을 인수해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K뷰티' 붐을 타고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고, 국내 3위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 자산신탁을 1898억원에 인수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F의 패션 브랜드 사업은 오랜 기간 실적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식음료·외식 관련 매출과 인수 합병으로 해답을 찾아 나가고 있어 과거에 비해 분기 실적의 계절 변동이 사라지고 있다"며 "LF의 식품 사업 관련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식음료 사업과 패션 브랜드 사업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