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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카지노’ 이동휘 “양정팔 죽었어야, 지나가다 돌 안 맞으면 다행”
tvN ‘응답하라 1988’(2015) 류동룡은 잊어라. 배우 이동휘가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디즈니+ ‘카지노’ 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동휘는 극 중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양정팔에 대해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캐릭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초반의 양정팔은 차무식 옆에서 ‘이 정도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차무식이 자기에게만 중요한 얘기를 안 해준다고 느끼게 되죠. 양정팔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왜 안 맡겨주지?’ 생각하면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꾸리고 싶었을 거예요.”
이동휘는 양정팔에 대해 “욕망이 자기 그릇보다 넘치는데도 컨트롤이 안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을 잘 녹이고 싶었다”면서도 “양정팔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려워 연기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동휘는 “지나가다 돌 안 맞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찍었다. 지금도 조심스럽게 다닌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양정팔은 나쁜 사람에 가깝죠. 채무가 있으면 갚아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잖아요. 갚지는 않고 계속해서 돈을 빌리려면 감정이 없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제 주위에도 있었는데 손절하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을 연상하면서 양정팔을 연기했어요. 나중에 차무식이 따귀를 때리면서 진심 어린 걱정을 하는데 실제로도 눈물이 나더라고요.”‘카지노’는 약 2개월간 필리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때라 밖을 돌아다니지 못하고 호텔에만 갇혀있었다. 그 덕에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방에 모여서 다음 장면에 대해 회의를 하거나 혼자 대본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동휘는 ‘카지노’가 지금까지 찍은 작품들 중 가장 밀도 있게 작업했던 작품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중에서도 대선배 최민식과의 만남은 배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언급했다.“최민식 선배는 전설적인 배우죠.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도 어렵고 존재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현장에 한 시간 일찍 오시기 때문에 배우들이 지각이란 걸 안 하게 되더라고요. 선배는 첫 촬영부터 부드럽게 현장을 이끌어가셨어요. 돈 주고도 받을 수 없는 수업이었죠.”
양정팔은 ‘카지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동휘는 구제불능인 양정팔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선 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윤성 감독님, 최민식 선배와 고민해서 낸 결말”이라고 설명했다.“악착같이 버티던 사람의 허무한 결말에 모든 제작진이 동의했어요. 또 결말을 누가 맺을지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죠. 그러다 최민식 선배가 ‘차무식이 가장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는 사실 ‘카지노’에서 양정팔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돈에 미쳐있는 악인이 된 상황인데 마지막을 가져갔잖아요.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죠.”이동휘는 ‘카지노’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모든 분들의 관심을 사기엔 한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최근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예상치 못하게 ‘카지노’의 인기를 실감했다.“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 주변 분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일 때문에 두바이에 가게 됐는데 비행기에서 아저씨들이 핸드폰으로 ‘카지노’를 보는 걸 보게 됐어요. 정말 예상하지 못했죠(웃음). 예전에 제가 지나갈 때는 사람들이 항상 ‘도롱뇽 왔다’고 했는데 이제는 ‘정팔이 왔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이동휘는 ‘카지노’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살짝 드러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상상은 마음대로 해볼 수 있지 않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양정팔이 끝까지 살아 있는 결말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최종회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만약 시즌4, 5, 6까지 나온다면 마지막에 죽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죠(웃음). 사실 이런 결말이 흔치는 않잖아요. 차무식이 살아있어야 다음 시즌에 대해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요. 저희도 여러 차례 선배를 설득했어요. 그래도 씁쓸하고 잔상에 남는 결말을 원하신 것 같아요.”이동휘에게 ‘카지노’ 같은 작품은 처음이다. ‘응답하라 1988’의 이미지가 깊게 박힌 탓인지 코미디 장르의 대본만 많이 들어왔다. 이동휘는 누아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 특성상 데뷔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카지노’를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앞서 잘됐던 캐릭터와 비슷한 대본만 들어오는 게 업계의 현실이에요. 저도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은데 녹록지 않아서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어요. ‘극한직업’ 전에는 1년 정도 연기 활동을 안 했고 ‘놀면 뭐하니’ 전에도 1년 반 정도 작품을 안 하거나 독립 영화에 주로 출연했었어요. 그때 생각지도 못하게 열에 한, 두 분 정도가 기회를 주셨고 덕분에 ‘카지노’나 ‘범죄도시’ 같은 작품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동휘는 배우라는 직업은 계속해서 틀을 깨고 도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안주하는 순간 배우 인생은 끝이며 노력이 있어야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시작하는 단계에 와있을 뿐이라고 전했다.“최선을 다하고 몸을 잘 던지는 배우라고 기억된다면 그것만한 행복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모든 분들이 납득할 만한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3.29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