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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4할 복귀' 강백호, 김태균 기록 넘어설까

깨질 듯 깨지지 않는다. 강백호(22·KT)는 여전히 '4할 타자'다. 강백호는 지난 주말 한화와의 대전 3연전에 모두 출전, 타율 0.667를 기록했다. 26일 2차전에서는 시즌 첫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뽐냈고, 27일 3차전에서는 볼넷 3개를 포함해 네 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대전 시리즈 직전까지 0.395였던 강백호의 타율은 0.402로 다시 올랐다. 지난 19일 수원 두산전 이후 7경기 만에 4할 타율을 회복했다. 타격 선두 체제는 여전히 강고하다. 이로써 강백호는 지난주까지 KT가 치른 67경기에 모두 출전, 4할 타율을 유지했다. 1994년 해태 이종범(104경기), 2012년 한화 김태균(89경기), 1982년 MBC 백인천(80경기), 2014년 SK 이재원(75경기), 1987년 삼성 장효조(71경기), 1999년 삼성 김한수(68경기)에 이어 강백호가 '최장 경기(팀 경기 수 기준) 4할 타율' 기록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2000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3위다. 강백호는 6월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0.378를 기록했다. 4할대 타율로 마친 4월(0.407), 5월(0.418)보다 기록이 다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타율 관리는 잘해내고 있다.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강백호는 6월에만 볼넷 22개를 얻어냈다.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월간 최다 볼넷 기록이다. 강백호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의 공을 많이 보기 시작했다. 볼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는 게 상대 배터리와 야수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봤고, 실전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다. 5월까지 4.22개였던 강백호의 타석당 투구 수는 6월 4.39개로 증가했다. 24일 수원 KIA전에서는 볼넷만 4개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강백호는 12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출루하며 타율 하락을 최소화했다. 시즌 타율도 4할 기준으로 1푼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3할대 타율로 다섯 차례 떨어졌지만, 여섯 차례 4할 타율을 회복했다. 57경기 연속 4할 타율을 유지했던 2014년 김문호(당시 롯데)와 2016년 이재원은 4할3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고공비행했다. 그러나 4할 타율이 깨진 뒤에는 급격히 타격감이 떨어졌다. 반면 2012년 김태균은 달랐다. 그는 팀의 57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4할 타율이 깨졌다. 그러나 이후 치른 14경기에서 꾸준히 3할8푼 이상의 타율을 유지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7월 17일 대전 삼성전에서 김태균은 4타수 3안타를 터뜨리며 4할 타율을 회복했다. 18일부터 치른 6경기에서 타율 0.227에 그치며 시즌 최저 타율(0.386)을 찍었지만, 다시 몰아치기에 성공하며 4할로 올라섰다. 김태균은 그렇게 역대 2위 기록(89경기)을 썼다. 강백호는 2012년 김태균과 흡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재원의 기록(75경기)은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태균마저 넘으면 강백호는 '21세기 최장 기간 4할 타자'가 된다. 변수는 있다. KBO리그는 7월 19일부터 도쿄올림픽 휴식기에 돌입한다. 그 전까지 KT는 18경기를 치른다. 강백호가 4할 타율을 유지해도 리그가 재개된 이후 김태균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대표팀 일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그 선수가 한국 야구 대표 기대주이기에 더 그렇다. 스물두 살 강백호가 기라성같은 대선배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안희수 기자 2021.06.3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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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IS]정훈, 절친노트로 다시 찾은 붙박이 선발

친구의 뒷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선배의 조언에 자신을 돌아봤다. 백업으로 밀렸던 정훈(34·롯데)이 주전 자리를 되찾은 배경이다. 정훈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18-9 대승을 이끌었다. 7회 말 두산 투수 고봉재로부터 데뷔 첫 만루 홈런을 쳤다. 5타점은 커리어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정훈은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도 연장 10회 초 결승타를 기록했다. 현재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정훈은 2013~16시즌 롯데의 주전 2루수였다. 2015시즌에는 타율 0.3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봉도 2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롯데가 외국인 내야수(앤디 번즈)를 영입한 2017시즌에는 자리를 잃었다. 그해 6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1루수와 중견수로 포지션을 전환하며 1군에서 버텼다. 그러나 2018~19시즌에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암흑기를 돌아본 정훈은 "2015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한 뒤, 야구가 계속 잘 될 줄 알았다. 주전에서 밀린 뒤에도 '그래도 내가 경기를 많이 뛴 선수니까, 기회가 다시 오겠지'라며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 머리로만 준비하고 몸은 누워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정훈이 마음가짐을 고쳐먹은 계기가 있다. 2019년 10월, 동기 김문호가 롯데에서 방출된 것. 김문호는 이듬해 1월 한화와 계약했지만, 2020시즌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정훈은 "친구가 다른 팀으로 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이제 난 팀이 키워줘야 하는 유망주가 더는 아니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먹었다"라고 전했다. 현실을 직시한 정훈은 친한 선배 이대호에게 조언을 구했다. 정훈은 "이전까지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더 태연하게 굴었다. 대호 형도 내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기다려준 것 같다. 2019년 겨울에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새삼 '왜 이대호라는 선수가 이토록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얻었다. '저런 선수도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뭐하는 건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2020년 정훈은 4시즌 만에 규정 타석을 채웠다. 타율(0.295)도 나쁘지 않았다. 올해도 1루수와 중견수를 병행하며 라입업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가 왼쪽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4번 타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훈은 "한동안 오더(선발 라인업)가 나오기 전까지는 출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올해 무조건 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느낌을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닥을 찍은 정훈이 다시 일어섰다. 부산=안희수 기자 2021.06.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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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타석 만에 안타' 강백호, 두 달 연속 '4할' 지켜낼까

강백호(22·KT)가 두 달 연속 '4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강백호는 4월 출전한 23경기에서 타율 0.407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주중 시리즈를 포함해 5월 14경기까지 타율 0.434를 기록했다. 시즌 4할(0.417) 타율을 지켰다. 그러나 지난 주말 한화와의 원정 3연전에서 주춤했다. 11타수 1안타·2볼넷. 그의 시즌 타율은 0.394로 떨어졌다. 21일 1차전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안타를 친 뒤 2·3차전은 무안타에 그쳤다. 올 시즌 처음으로 10타석 연속 침묵했다. 3차전에서는 1~4회 나선 세 타석에서 한화 이승관·배동현·김종수 세 투수를 상대했는데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타격 사이클 하강과 집중력 저하가 맞물렸다. 22일 2차전 3회 말 수비 2사 2루에서는 정은원의 평범한 땅볼에 포구 실책을 범했다. 그사이 2루 주자 박정현이 홈을 밟았다. 강백호는 지난 11일 수원 삼성에서도 3회 두 번이나 포구 실책을 범했다. 강백호는 지난주까지 KT가 치른 4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주 포지션 1루수뿐 아니라 종종 우익수로도 나섰다.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다. 20일 수원 두산전에서는 이강철 KT 감독이 올 시즌 처음으로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 경기가 우천으로 노게임이 되며 휴식할 시간을 벌었지만, 그의 타격감은 오히려 이후 3연전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KBO리그에서 지난 7시즌(2014~2020년) 동안 개막 후 두 달 연속 4할 타율을 유지한 타자는 2014시즌 이재원(SSG)과 2016시즌 김문호(당시 롯데)뿐이다. 이재원은 시즌 63번째 출전까지 한 번도 3할 타율로 떨어지지 않았고, 71번째 출전이었던 7월 7일 사직 롯데전을 마지막으로 4할 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문호도 4·5월 내내 4할 타율을 유지하다가 54번째 출전 경기에서 6타수 1안타에 그친 뒤 다시는 4할로 올라서지 못했다. 이재원은 포수를 맡느라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김문호는 몸쪽(좌타자) 빠른 공 승부에 약점을 드러냈다. 두 선수 모두 이전까지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러보지 못했다. 반면 강백호는 2018년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세 시즌(2018~2020년)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타격을 정립했다. 올 시즌은 투수 유형에 따라 타이밍을 조정하고, 공도 이전보다 길게 보는 변화를 시도할 만큼 노련해졌다. 앞서 4할 타율에 도전했던 두 타자보다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6일 수원 SSG 연장 10회 말에는 올 시즌 최다였던 12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을 깼다. 5-5 동점에서 선두 타자로 나서 우중간 2루타를 치며 끝내기 기회를 열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간판타자다운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 KBO리그 역대 4할 타자는 출범 원년(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이 유일하다. 그는 71경기에서 타율 0.412(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이종범(현 LG 2군 코치)이 데뷔 2년 차였던 1994시즌 타율(0.393)이 리그 역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4할 타율은 결국 깨질 가능성이 크지만, 꿈같은 목표를 향한 과정 자체가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는 강백호가 해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5.2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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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김문호→강백호, '4할 질주' 언제까지 이어질까

'40살' KBO리그 역사에 4할 타자는 딱 한 명뿐이다. 출범 원년(1982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전 롯데 감독). 71경기에 출전, 타율 0.412(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역대 통산 타율 1위(0.331) 故 장효조(전 삼성 2군 감독)가 1987년 0.387를 기록했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LG 코치)이 데뷔 2년 차였던 1994시즌에 타율 0.393를 기록했다. 2010년대 이후 한 시즌 최고 타율은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인 에릭 테임즈가 2015시즌에 기록한 0.381다. 2014시즌, 한 시즌 최다 안타(201개) 신기록을 세운 서건창(키움)도 시즌 타율은 0.370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백인천 전 감독의 기록도 경기 수(71경기)가 적었다는 이유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4할 타율은 넘지 못할 기록으로 여겨진다. 결과보다는 도전 과정이 더 주목받는다. 2021시즌도 개막 두 달째 4할 타율을 이어가고 있는 타자가 있다. KT 간판 강백호(22)다. 4월 출전한 23경기에서 0.407를 기록했고, 5월 15경기에서 0.429를 기록했다. 21일 현재 시즌 타율은 0.415이다. 5월 9일 NC전에서 0.395로 떨어졌다가, 11·12일 삼성전에서 안타 5개를 추가하며 다시 4할 타율을 회복했다. 13일 삼성전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다시 4할 아래로 떨어졌다가, 이후 5경기에서 안타 11개를 쳤다. 강백호는 2018시즌 신인왕이다.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29개)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는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데뷔 4년 차인 올해는 예년보다 더 정교한 타격 타이밍과 수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볼카운트마다 타격 지향점이 다르다. 4할 타율이 유지되는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강백호 레이스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0.400. 언젠가는 무너질 숫자로 여겨진다. 고공비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야구팬은 즐겁다. 앞서 개막 두 달 이상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선수들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16시즌 롯데 소속이었던 김문호가 꼽힌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30을 기록하며 주전 좌익수를 꿰찼고, 5월도 4할 타율을 유지했다. 한 번도 3할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김문호는 데뷔 10년 동안 외야 백업 요원이었다. '덕수고 천재 타자'로 불리며 인정받았던 잠재력이 드러나기 시작했기에 롯데 팬은 들끓었다. 낯선 이름이 타율 1위로 치고나서자, 리그에도 활력이 생겼다. 김문호의 질주는 6월부터 제동이 걸렸다. 6월 3일 NC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2016시즌 48번째 경기 만에 3할(0.399)대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 5경기 더 4할대를 유지하다가 11일 두산전에서 6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시즌 최저 타율(0.394)을 기록한 뒤 다시 앞자리를 바꾸지 못했다. 2014시즌은 SSG 이재원이 개막 초반을 달궜다. 4월 22경기에서 타율 0.463를 기록했고, 5월까지 소화한 46경기에서 0.429를 마크했다. 2006년 1차 지명 유망주였던 이재원은 타격은 뛰어났지만, 주 포지션(포수) 수비력을 인정받지 못해 이전까지 한 번도 10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박경완·정상호·조인성 등 쟁쟁한 선배 포수가 1군에 버티고 있기도 했다. 좌투수 상대 대타 요원이 그의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2014시즌 개막 초반, 포수 조인성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뒤 출전 기회가 늘었고, 그사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외국인 타자였던 루크 스캇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웠다. 이재원의 타율은 시즌 63번째 출전까지 4할 타율을 지켰다. 6월 27일 인천 LG전에서 0.397로 떨어졌지만, 7월 3일 NC 원정에서 3안타를 치며 다시 회복했다. 이후 3경기에서 13타수 5안타를 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타석 수 대비 안타 수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개인 71번째 경기를 끝으로 4할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재원은 소속팀의 75번째 경기까지 4할을 유지했다. 장효조(71경기·1987년)를 넘어섰고, 이종범(104경기·1994년)·김태균(89경기·2012년)·백인천(80경기·1982년)에 이어 역대 4위 기록을 남겼다. 김문호는 53경기였다. 김문호는 타율 0.325로 시즌을 마쳤다. 몸쪽(좌타자 기준) 빠른 공에 약점이 드러나며,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고전했다. 이재원은 자신이 원하던 안방을 차지했지만, 주전 포수 경험이 적다 보니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최종 기록은 0.337. 강백호가 3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이재원과 김문호가 같은 경기 수에서 남긴 타율(이재원 0.445·김문호 0.427)보다는 낮다. 그러나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던 두 선수에 비해 강백호는 경험이 많이 쌓인 시점이다. 자신의 타격이 정립됐다. 체력 저하가 가장 큰 포지션을 맡았던 이재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자리(1루수)에 나서고 있다. 강백호는 현재 타율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타점 욕심만 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백호의 이름 앞에 '4할 타자'라는 표현이 언제까지 붙을 수 있을까. 한국 야구 기대주의 질주에 야구팬은 즐겁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22 05:08
야구

코로나 여파…야구단 코치부터 베테랑까지 방출 러시

프로야구 가을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각 구단들은 발 빠르게 선수단을 정리하고 있다. 감독, 단장 등 수뇌부를 비롯해 오랫동안 함께 한 코칭 스태프와 프랜차이즈 선수까지 내보내고 있다. 이른바 '방출 러시'다. 올해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졌던 9위 SK 와이번스와 10위 한화 이글스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는 지난 6일 구단 창단 멤버였던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를 감독으로, 9일 류선규 운영 그룹장 겸 데이터분석 그룹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1, 2군 코치 10명과도 결별했다. 박경완 1군 수석코치와 이종운 2군 감독은 최근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구단은 1군 박재상 타격코치, 서한규 작전주루코치, 이지풍 컨디셔닝코치, 2군 김경태 투수코치, 최상덕 PDA 투수코치, 김필중 배터리 코치, 정수성 작전주루코치, 조문성 컨디셔닝 코치에겐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또 투수 박희수, 윤강민, 이재관, 내야수 채태인, 윤석민, 석호준, 박준영, 김성민, 외야수 김재현, 나세원 등 11명의 선수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 올해 최원호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한화는 아직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대신 지난 6일 1군 송진우 투수 코치, 이양기 타격 코치, 2군 김해님 투수 코치, 김성래 타격 코치, 채종국 수비 코치, 차일목 배터리 코치, 전형도 작전 코치, 육성군 장종훈 총괄, 재활군 구동우 코치, 정민태 투수 코치 등 10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도 대거 내보냈다. 지난달 23일 김문호 등 총 6명의 선수를 방출한 데 이어 5일엔 지난 시즌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주장 이용규에게 방출 통보했다. 30대 중반으로 그동안 한화를 이끈 베테랑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도 짐을 쌌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 모색, 새로운 강팀으로의 도약 실현을 위해 쇄신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래도 한화 구단의 전설로 불리는 송진우, 장종훈 코치를 비롯해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내보낸 것이 의외였다. SK와 한화가 상위권 도약을 위해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두산도 발 빠르게 선수단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8일 투수 권혁, 김승회, 전용훈, 전태준, 윤산흠, 포수 정상호, 지원근, 이승민, 내야수 안준, 신민철, 구장익, 외야수는 한주성, 최지원 등과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권혁과 김승회, 정상호는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NC 다이노스도 투수 홍성민, 박성민, 내야수 유영준, 송동욱, 외야수 박영빈, 노학준 등 2군 선수들을 정리했다. 이런 방출 러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도미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올해 관중이 급감하면서 구단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 시즌에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 각 구단이 시즌이 끝나면 연봉이 높은 고참과 코치들은 정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개 구단은 내년도 예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비는 줄어들 예정이다. 선수단의 규모는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연봉 총액을 줄여 경영난을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11.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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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양성우·김문호 방출...선수단 정리

한화가 선수단 정리를 시작했다. 김문호, 양성우 등 1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대상자로 포함됐다. 한화 구단은 23일 "KBO에 투수 송창현, 외야수 양성우와 김문호를 웨이버 공시 말소했다. 투수 조지훈과 김헌제, 외야수 김광명은 육성 말소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화는 시즌 내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며 차기 시즌 준비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시즌 종료 전부터 움직임이 시작됐다. 양성우는 2016~2017시즌 모두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그러나 2018시즌부터 출전 수가 줄었다. 올 시즌은 5경기에 그쳤다. 김문호는 롯데 소속이던 2016시즌 규정 타석을 채웠고, 3할 타율도 넘겼다. 그러나 2019시즌 종료 뒤 방출됐고, 한화에서 새 출발을 했지만 동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투수 송창현은 1군에서 통산 64경기에 나섰다. 3승 18패 평균자책점 5.24를 기록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0.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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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한화, 김문호·양성우·송창현 등 6명 방출

올 시즌 최하위를 확정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선수 6명을 방출했다. 한화는 23일 "KBO에 투수 송창현(31), 외야수 김문호(33), 외야수 양성우(31)의 웨이버 공시 말소와 투수 조지훈(26), 투수 김현제(23), 외야수 김광명(23)의 육성 말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창현은 2013시즌을 앞두고 장성호와 트레이드돼 롯데 자이언츠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그해 꾸준히 1군 경기에 출전하면서 2승 8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후 잦은 부상에 시달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올해는 1군 경기 기록이 없다. 김문호는 지난해 11월 롯데에서 방출된 뒤 한화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지만, 올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217, 홈런 2개, 5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때 한화 외야의 한 축을 담당했던 양성우도 올 시즌 5경기에서 타율 0.222를 기록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0.23 13:54
야구

구창모 각성·로하스 괴물 모드, 기록 쏟아진 2020 전반기

KBO 리그가 8월 1일까지 359경기를 치르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7월 셋째 주까지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지며 리그 흥미 향상에 기여했다. ◆ 2020 전반기를 빛낸 투수들 NC 구창모는 전반기 출장한 13경기에서 9승·무패·평균자책점(1.55)을 1위를 기록했다. 소속팀 NC의 선두 질주를 견인했다. 5월 한 달 동안 KBO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35이닝을 소화했다. 실점은2실점(2자책)뿐이었다. 평균자책점·탈삼진·승리·WHIP(이닝당 출루 허용) 등 여러 부문에서 리그 선두에 올랐다. 5월 MVP의 영예를 안았다. 유신고 동기인 KT 소형준과 삼성 허윤동은 나란히 KBO 리그 통산 29, 30번째 데뷔 첫 경기 선발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데뷔전 이후 등판한 두 번째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통산 4, 5번째 신인 데뷔전 이후 2연속 선발승을 기록했다. 삼성 오승환은 6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2013년 9월 24일 문학 SK전 이후 2,457일 만에 세이브를 달성하며 시즌 첫 세이브이자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한국 278, 미국 80, 일본 42)를 달성했다. 그리고 6월 26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KBO 리그 최초로 28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5경기 17세이브를 기록, 이 부문 1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키움 조상우는 6월 25일 잠실 LG와의 더블헤더 1, 2차전 모두 뒷문을 막으며 통산 37번째 더블헤더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LG 진해수는 600경기 출장과 더불어 전반기 13홀드를 기록했다. 두산 권혁, 삼성 안지만, 한화 차명주에 이어 역대 4번째 5년 연속 1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 2020 전반기를 빛낸 타자들 지난해 홈런왕 키움 박병호는 개인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7월 5일 수원 KT전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역대 14번째,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는 2010년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키움 주효상은 통산 첫 번째 2경기 연속 대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6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고척 롯데, SK전에서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 시원한 안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 현대 이숭용, 2016년 롯데 문규현, 2018년 삼성 박한이에이어 4번째 2경기 연속 끝내기를 기록했다. 한화 김태균은 역대 4번째이자 우타자 최초로 3500루타를 달성했다. 6월 6일 대전 NC전에서 3500루타를 기록했다. 달성 나이는 38세 27일. 종전 최연소 기록이었던 2007년 삼성 양준혁의 최연소 기록(38세 2개월 9일)도 약 3개월 앞당겼다. SK 최정은 최연소 3000루타와 함께 홈런 기록에도 한 획을 그었다. 7월 3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10호 홈런포를 쏘아 올린 최정은 장종훈(1998~2002, 빙그레·한화), 양준혁(1993~2007, 삼성·해태·LG·삼성)에 이어 역대 3번째 15년 연속 10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7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회와 7회 두 번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대 3번째 350홈런을 기록했다. 최근 352홈런으로 삼성 이승엽에 이어 통산 홈런 2위에 오른 최정은 현역 최다 홈런 타자로 우뚝 섰다. 부상에서 돌아와 시즌 처음이자 통산 16번째 끝내기 3루타를 기록한 NC 나성범을 비롯해 각 팀 간판타자들의 안타, 타점 기록 달성도 있었다. KIA 김선빈은 4경기 연속 3안타를 치며 통산 11번째 최다 연속경기 3안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키움 김혜성은 5월 30일 고척 KT전에서 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통산 26번째, 키움 선수로는 서건창에 이어 2번째다. 올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인 LG 김현수는 6년 연속 10홈런, NC 강진성은 5월 8일과 10일 창원 LG전에서 각각 2점 홈런과 우월 솔로 홈런을 날리며 역대 4번째 연타석 대타 홈런을 터뜨렸다. ◆ 전반기를 빛낸 외국인 선수들 문학에서 열린 한화와 SK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서폴드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개막전 완봉승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종전 2시간 11분이었던 역대 개막전 최단 시간 기록에서 5분 단축된 2시간 6분 만에 종료돼 신기록을 세웠다. 서폴드는 5월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012 LG 주키치, 2015 NC 해커가 남긴 1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제치고, 외국인 최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신기록도 달성했다. KIA 브룩스는 올 시즌 유일한 무사사구 완봉승과 함께 외국인 투수 데뷔전 이후 최다 연속이닝 무볼넷 신기록을 세웠다. 5월 6일 광주 키움전부터 23일 문학 SK전까지 21⅓이닝 동안 무볼넷을 기록하며 2011년 롯데 코리가 세운 20이닝보다 앞섰다. 외국인 타자 부문에서는 KT 로하스가 압도적이다. 로하스는 올 시즌 65경기 만에 100안타를 달성하며 2009년 박용택(LG), 2016년 김문호(롯데)와 함께 역대 2번째 최소경기 100안타를 달성했다. 5월 23일과 7월 21일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역대 3, 4번째 좌우 연타석 홈런을 연달아 기록했다. 전반기 스위치히터로 맹활약을 펼친 로하스는 KBO 6월 MVP와 함께 홈런·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 등 무려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T의 연승을 이끌었다. ◆ 그 밖의 주목받은 기록들 NC는 초반 무서운 기세를 몰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11경기 만에 최소경기 10승을 달성했다. 5월 26일에는 18경기 만에 15승을 거둬 역대 최소경기 신기록을 달성하고, 8월 1일 기준 70경기 45승 23패 2무(승률 0.662), 팀순위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KIA는 6월 10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안타 없이 5득점을 하며 경기 개시 후 무안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6월 30일 창원에서는 롯데와 NC가 연장 11회 접전을 펼치는 동안 각각 11명, 8명의 투수가 등판해 팀 투수 최다 출장과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7월 21일에는 5경기 중 3경기가 끝내기로 종료됐다. 특히 창원과 대전에서는 삼성 김윤수와 한화 김범수가 패전투수가 되며 KBO 리그 최초로 동일 일자 형제 투수 패전이 기록됐다. KIA 유민상과 KT 유원상은 5월 26일 수원에서 역대 2번째 상대 팀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감독 중에는 SK 염경엽 감독이 400승을 달성했다. NC 이동욱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도 KBO 리그 부임 2년 차에 나란히 100승 고지를 넘었다. 전체 일정의 약 49.9%인 359경기를 소화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는 별도의 올스타 휴식기 없이 오늘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에 들어간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8.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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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비하인드] "설마 100연패 하겠나"…최원호 대행이 밝힌 '엔트리 10명 교체'의 진짜 이유

"고참 선수들과 1대 1 면담을 하면서 '설마 100연패까지 하겠냐'고 했어요. 결과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과정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였습니다." 최원호(47) 한화 감독대행은 지난 8일 무거운 짐을 하나 넘겨 받았다. 한용덕 감독이 중도 퇴진하면서 사령탑이 공석이 된 한화는 퓨처스(2군) 감독으로 능력을 보여 준 최 감독대행에게 임시로 1군 지휘봉을 맡겼다. 말이 '임시'고 '감독대행'이지, 올 시즌을 아직 114경기나 남겨 놓은 시점이라 결코 쉽지 않은 임무다. 한화가 8일까지 14연패에 빠진 채 최하위로 떨어져 있어서 더 그렇다.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최 감독대행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한 감독과 결별해야 했던 구단의 뜻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대한 충실히 해내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감독대행으로서의 첫 행보로 파격적인 변화를 택했다. 투수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김이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외야수 최진행 김문호 등 1군 엔트리의 37%에 달하는 선수 10명의 현역 등록을 한꺼번에 말소했다. 대신 2군에서 투수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한결 박정현, 외야수 장운호 최인호 등의 유망주를 불러 올렸다. 선수단이 받아들이기에는 자칫 지나치게 급진적인 세대교체의 움직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대행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문책하거나 무리하게 무조건적인 세대교체를 강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 팀 분위기가 워낙 가라앉아 있으니 선수단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있고, 그동안 많이 지쳐 있던 선수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를 필요도 있다고 봤다"며 "팀에 합류해서 30세 이상 선수들과 1대 1 면담을 했다. '설마 100연패를 하겠냐. 다들 편하게 할 수 있게 코칭스태프도 분위기를 맞춰줄 테니 잘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2군으로 간 선수 10명은 대부분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다. 반면 새로 합류하는 유망주들 가운데는 1군 성적이 아예 없는 선수도 많다. 최 감독대행은 이 기회에 그들을 평가하기 위한 '스탯'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록이 없으면 선수를 자꾸 '스타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일이 좋은데 게임 때 못하는 선수들이 있고, 반대로 스타일은 그저 그렇지만 의외로 게임 때 잘하는 선수들도 있다"며 "2군에서도 코치들에게 올 시즌은 일단 폼을 많이 고치려 하지 말고 선수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게 놔둬보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스탯이 쌓이면 그걸 토대로 방향을 잡아줘야지, 눈으로 훈련하는 것만 봐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2군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들이 1군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망주들에게 앞으로 폭넓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못해도 무조건 젊은 선수를 쓴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최 감독대행은 "이렇게 주전들을 한꺼번에 내려 버리고 젊은 선수들로 채워서 팀이 운영될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이 잘하고 있었다면, 애초에 그 선수들이 2군에 가고 이렇게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가 올 이유도 없었다"며 "새로 온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기존 선수들보다 더 못한다면 다시 원래 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고, 반대로 그들이 잘한다면 (주전들을 밀어내고) 계속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는 프로다. 못하는 선수는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없고, 잘하는 선수는 경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원칙이다. 성적을 포기할 수 없는 프로야구단.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최약체팀. 지금 한화가 직면한 현실이자 딜레마다. 최 감독대행은 올 시즌 그 사이에서 현명한 시소게임을 해야 한다. 최 감독대행은 "원래 1군이라는 무대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과정에 대한 가치를 인정 못 받는 곳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선수들이 '과정에 충실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뒤 결과가 안 좋으면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야구를 한다고 다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선수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거듭 다짐했다. 부산=배영은 기자 2020.06.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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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1군 엔트리 37% 교체…'미래'를 찾아 나선 한화의 파격 행보

더 이상 '베테랑 우대'는 없다. 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하는 한화가 1군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한화는 8일 KBO에 투수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김이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외야수 최진행 김문호 등 현역 선수 10명의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대부분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다. 시즌 중 한 팀이 1군 선수 10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한화는 올 시즌 30게임을 치른 8일 현재 7승 23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승률은 고작 0.233. 1위 NC와 게임차가 16.5경기에 달하고, 9위 SK와도 3.5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무엇보다 최근 14연패에 빠져 역대 KBO 리그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경신했다. 확실한 분위기 쇄신과 목표 의식 재정비가 절실한 시기다. 계기도 찾아왔다. 지난 7일 대전 NC전이 끝난 뒤 3년째 팀을 이끌어 온 한용덕 한화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한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8년 한화를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팀의 하위권 추락을 막지 못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화는 유망주 육성을 위해 영입했던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잔여 시즌 1군 감독 대행으로 임명해 팀 리빌딩과 세대 교체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 첫 걸음이 1군 엔트리 대폭 조정이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혀 온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보냈다.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베테랑 타자 송광민(0.217)과 이성열(0.226)은 물론이고, 선발 투수로 6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7.48으로 부진한 장시환도 엔트리 제외 명단에 포함됐다. 나란히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불펜 안영명(7.59)과 이태양(7.27)도 2군행을 피하지 못했다. 젊은 선발 투수 김이환은 한 차례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군에서 컨디션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불러 올리기로 했다. 한화는 이들 대신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투수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한결 박정현, 외야수 장운호 최인호 등을 불러 올려 1군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 대행에게 1군 지휘봉을 맡긴 한화의 의도와 목표가 첫날부터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 감독 대행과 2군에서 호흡을 맞추던 코치들이 대부분 함께 1군으로 이동한 점도 이같은 방향성을 시사한다. 하루 전 1군에 등록된 정경배 타격코치가 수석코치 역할을 겸하면서 최 감독 대행을 보좌하고, 올 시즌 육성군에 있던 송진우 투수 코치가 1군에 복귀했다. 또 김기남 배터리 코치, 백승룡 수비코치, 추승우 작전코치, 김남형 1루 수비보조코치가 모두 함께 올라왔다. 불펜 코치와 타격 보조코치만 기존 1군 코치였던 박정진 코치와 정현석 코치가 그대로 맡는다. 반면 1군에 있던 차일목 배터리코치, 전형도 작전코치, 고동진 1루코치, 채종국 수비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고 김해님 투수코치와 마일영 불펜코치, 이양기 타격코치가 서산에 남는다. 최 감독 대행이 비워 놓은 2군 감독 자리는 전상렬 육성군 총괄코치가 맡는다. 한용덕 감독과 함께했던 장종훈 코치, 김성래 코치, 정민태 코치는 육성군에서 각각 총괄코치, 타격코치, 투수코치를 맡아 후방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한화 구단은 "감독대행 선임과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고 전력을 다시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화는 이미 순위표에서 뒤로 많이 처져 있고, 팀 사기도 끌어 올리지 못한 상태다. 1군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2군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도 알 수 없다. 작은 희망과 큰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한 감독이 사퇴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한용덕 감독님이 안 계신 상황을 빨리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자성해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지금 구단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단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단 한화는 2군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에게 남은 시즌 지휘봉을 맡기고, 1군 엔트리의 약 37%에 달하는 인원을 2군의 유망주들로 교체하면서 강력한 변화의 의지를 내비쳤다. 더 이상 '고인 물'로 남아 있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한화는 이제 팀의 '미래'를 찾는 일에 집중한다. 배영은 기자 2020.06.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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