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감독 대행을 맡게 될 최원호 퓨처스 감독. 사진=한화 제공 더 이상 '베테랑 우대'는 없다. 최원호(47) 감독대행 체제로 새출발하는 한화가 1군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한화는 8일 KBO에 투수 장시환 이태양 안영명 김이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송광민 이성열 김회성, 외야수 최진행 김문호 등 현역 선수 10명의 등록 말소를 요청했다. 대부분 올 시즌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다. 시즌 중 한 팀이 1군 선수 10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한화는 올 시즌 30게임을 치른 8일 현재 7승 23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승률은 고작 0.233. 1위 NC와 게임차가 16.5경기에 달하고, 9위 SK와도 3.5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무엇보다 최근 14연패에 빠져 역대 KBO 리그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경신했다. 확실한 분위기 쇄신과 목표 의식 재정비가 절실한 시기다.
계기도 찾아왔다. 지난 7일 대전 NC전이 끝난 뒤 3년째 팀을 이끌어 온 한용덕 한화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한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8년 한화를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팀의 하위권 추락을 막지 못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화는 유망주 육성을 위해 영입했던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잔여 시즌 1군 감독 대행으로 임명해 팀 리빌딩과 세대 교체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군에서 제외된 송광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성열·장시환·안영명·이태양. IS포토 그 첫 걸음이 1군 엔트리 대폭 조정이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혀 온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2군으로 보냈다.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베테랑 타자 송광민(0.217)과 이성열(0.226)은 물론이고, 선발 투수로 6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7.48으로 부진한 장시환도 엔트리 제외 명단에 포함됐다.
나란히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불펜 안영명(7.59)과 이태양(7.27)도 2군행을 피하지 못했다. 젊은 선발 투수 김이환은 한 차례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군에서 컨디션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불러 올리기로 했다.
한화는 이들 대신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투수 윤호솔 문동욱 황영국 강재민,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한결 박정현, 외야수 장운호 최인호 등을 불러 올려 1군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최 감독 대행에게 1군 지휘봉을 맡긴 한화의 의도와 목표가 첫날부터 확고하게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 감독 대행과 2군에서 호흡을 맞추던 코치들이 대부분 함께 1군으로 이동한 점도 이같은 방향성을 시사한다.
하루 전 1군에 등록된 정경배 타격코치가 수석코치 역할을 겸하면서 최 감독 대행을 보좌하고, 올 시즌 육성군에 있던 송진우 투수 코치가 1군에 복귀했다. 또 김기남 배터리 코치, 백승룡 수비코치, 추승우 작전코치, 김남형 1루 수비보조코치가 모두 함께 올라왔다. 불펜 코치와 타격 보조코치만 기존 1군 코치였던 박정진 코치와 정현석 코치가 그대로 맡는다.
반면 1군에 있던 차일목 배터리코치, 전형도 작전코치, 고동진 1루코치, 채종국 수비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고 김해님 투수코치와 마일영 불펜코치, 이양기 타격코치가 서산에 남는다. 최 감독 대행이 비워 놓은 2군 감독 자리는 전상렬 육성군 총괄코치가 맡는다. 한용덕 감독과 함께했던 장종훈 코치, 김성래 코치, 정민태 코치는 육성군에서 각각 총괄코치, 타격코치, 투수코치를 맡아 후방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한화 구단은 "감독대행 선임과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고 전력을 다시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화는 이미 순위표에서 뒤로 많이 처져 있고, 팀 사기도 끌어 올리지 못한 상태다. 1군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2군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도 알 수 없다. 작은 희망과 큰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한 감독이 사퇴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한용덕 감독님이 안 계신 상황을 빨리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자성해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지금 구단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단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단 한화는 2군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에게 남은 시즌 지휘봉을 맡기고, 1군 엔트리의 약 37%에 달하는 인원을 2군의 유망주들로 교체하면서 강력한 변화의 의지를 내비쳤다. 더 이상 '고인 물'로 남아 있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