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울고, 리모델링에 웃고…2021년 사상 최대 실적 낸 대형 건설사
현대건설 본사 전경. 현대건설 제공 대형 건설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작성하며 2021년을 마무리 짓게 됐다. 현대건설은 정비사업에서 창사 후 첫 '5조 클럽'에 가입했고, GS건설도 6년 만에 수주잔고 5조원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등도 모처럼 호실적을 내며 분위기가 밝다. 업계는 대형 건설사들의 선전 이유로 리모델링 시장을 꼽는다. 정부 규제에 막혀 대규모 정비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수주도 막히자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꺼렸던 중·소 규모 정비사업에도 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6일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며 올해 정비사업 부분 누적 수주액을 5조2741억원으로 늘렸다. 현대건설이 정비사업 부분에서 5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후 처음이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3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 자리를 확정 짓는 데 성공했다. 막판 뒷심이 무섭다. 현대건설은 이달 들어 서울 서초 잠원동아 리모델링 등 6개 사업지에서 총 1조7928억원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오는 31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잠원 갤럭시1차아파트 리모델링과 대치 비취타운 가로주택까지 수주에 성공할 경우 12월 한 달 동안 2조원대를 쓸어담게 된다. . GS건설도 부지런히 현대건설의 뒤를 쫓고 있다. GS건설은 26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과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 수주에 성공하면서 현대건설과 함께 정비사업 수주액 5조원 문턱을 넘었다. GS건설은 이달 1일까지만 해도 도시정비 수주액 3조5420억원으로 업계 3위에 그쳤다. 그러나 12월의 끝자락에 정비사업을 잇달아 따내면서 총 5조1436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에 이어 업계 2위다. 포스코건설도 축제 분위기다. 포스코건설은 대형 건설사가 파고들지 않았던 리모델링 분야를 꾸준하게 특화하면서 29일까지 총 4조213억원을 수주했다. 이로써 포스코건설은 창사 후 처음으로 4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정비사업 부분 수주고 기준 업계 3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총 15곳에서 3조8992억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 4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경기 용인 수지 현대 리모델링 등을 확보했다. 대우건설 역시 정비사업 부분 수주잔고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대형 건설사의 선전 비결은 중·소규모 정비사업 덕이다. . 정부는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각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사업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해외건설 수주액은 244억1539만 달러(28조9600억원)로 전년 동기 307억8416만 달러 대비 21%가량 줄었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리모델링 등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면서 줄어든 수주 잔고를 채우기 시작했다. 리모델링과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이 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추진하는 조합도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건설사의 리모델링 수주가 급증했다. 이제 리모델링이나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일종의 틈새 사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수주액은 일종의 자존심이다. 건설사들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12.3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