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포커스]'좋은 사람' 이승엽, 감독으로는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손꼽히는 스타다. 이름 앞에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일한 야구인이다. 은퇴 뒤에도 그의 이름값은 현역 선수·지도자에 밀리지 않았다. '지도자 이승엽'은 예상이 어렵다. 이승엽 감독은 2017시즌 선수 은퇴 뒤 현장(야구단)을 떠났다. KBO 홍보위원, 방송사 해설위원 그리고 장학재단 운영 등 한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야구를 지원했다. 선임설이 불거진 이틀 전부터 야구 커뮤니티는 그 자격을 두고 들끓었다. '프로 무대에서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이 바로 감독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화두였다. 두산 구단 또는 모기업은 '백지 이력' 논란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포츠인 특유의 비범한 기질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구단은 "이승엽 신임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결국 이 선택은 1년 뒤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선수 시절 이승엽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대명사였다. 선·후배나 지도자를 대하며 항상 예의를 중시했고, 사생활도 모범적이었다. 취재 영역에서 이승엽 감독에게 받은 인상도 '모범적이고 점잖다'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 은퇴 직후 나선 강연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 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국민적 사랑을 받은 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실제로 은퇴 뒤 언행은 선수 시절보다 유연해졌다. 후배들에겐 자상한 선배였다. 지난 2019년 2월, 당시 방송사 해설위원 자격으로 KT 위즈의 애리조나(투손) 캠프를 찾은 이승엽 감독이 몇몇 후배들의 기량과 성장 가능성, 현재 받고 있는 대우 등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후배 사랑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승엽 감독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선수 시절이나 은퇴 직후의 모습을 반영하면, '큰 형님 리더십'보다는 소통을 강조하는 '엄마 리더십'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예단할 수도 없다. 선수 시절에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사람을 대했고, 이를 벗어나는 이에겐 단호하고 냉정했다. 이제 팀의 명운을 쥔 자리에 있는 만큼 선수 시절 좋은 사람, 좋은 선배였던 모습을 감추려 할지도 모른다. 안희수 기자
2022.10.14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