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명품과 엮거나 깎아주거나…유니클로 등 일본 패션 회사의 한국 생존법
불매운동으로 고전하던 일본 패션·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 통하는 분위기다. 유니클로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협업으로 출시한 제품이 매번 대박을 터뜨리며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큰 폭의 상시 할인 정책으로 '노재팬' 후유증을 벗어나는 중이다. 유니클로는 지난 15일 일본 고가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은 일본 디자이너 아이자와 요스케가 만든 아웃도어 브랜드로, 겨울 패딩 가격이 300만원대에 달한다. 유니클로는 협업을 통해 가격을 10만원대로 낮췄다. 또 1인당 2점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의 협업 제품 중 상당수는 품절 됐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 앞에는 대기 줄도 늘어섰다. 그동안 유티클로는 르메르와 띠어리, JW 앤더슨, 질샌더 등과 협업한 상품을 선보여왔다. 명품 브랜드와 협업 제품은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부분 동이 났다. 수백만 원대의 고가 상품을 유니클로를 통해 10만~20만원 수준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A 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희소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면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등을 통해 사는 방법도 있는데, 배송비나 사이즈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줄을 서는 게 이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때문에 '강제 체질 개선'을 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노재팬' 열기가 거세지자 2년 동안 약 46개의 가두점을 접었다. 당시 180여 곳에 달했던 매장도 140여 곳까지 쪼그라들었다. 그중에는 명동·종로·홍대 등 유니클로의 '간판' 매장도 섞여 있었다. 유니클로는 동시에 온라인 스토어 사업은 강화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국내 뷰티·패션 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기 시작했다. 버티다가 벼랑 끝에 몰린 브랜드가 한두 곳이 아니다"라며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으로 한발 빨리 매장 철수 전략을 펼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나름대로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업이 존폐기로에 섰던 유니클로도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한국 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진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14일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실적 발표를 하면서 "유니클로 한국은 연간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고 보고했지만,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다만 패스트리테일링은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일본 패션·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은 지난 8월부터 상품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더 좋은 가격, 늘 좋은 가격'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그동안 무인양품에서 인기 있던 제품을 상시 할인해 주는 것이다. 할인 폭은 최대 63%에 달한다. 무인양품은 올 가을·겨울 시즌에도 다운이나 울 등 천연소재로 만든 의류 가격을 최대 40%까지 할인한다면서 홍보 중이다. 천연소재이지만 동물이나 지구를 생각한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제품이고 가격도 2만~3만원 대에 그쳐 인기가 많다는 후문이다. 패션 업체 관계자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은 글로벌 본사가 환경이나 기부 등 MZ세대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간다"며 "코로나19로 노재팬 경계가 흐려지면서 일본 기업이 한국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재기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10.1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