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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O스포’ 입소문 탄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 “못다 한 숙제 같았죠” [IS인터뷰]

“제가 해오던 방식에 대한 매너리즘이 있었어요. 새롭게 전달하고 싶은데 영화를 너무 모르나 싶었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여다볼수록 1인칭 시점으로 다루는 게 맞나, 과연 개인적인 비극일 뿐인가 생각하게 됐어요.”독립영화계 젊은 거장 윤가은 감독이 새 영화 ‘세계의 주인’의 시작점을 이야기했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윤 감독은 ‘우리들’ ‘우리집’ 이후 6년 만의 신작 개봉에 대해 “스포일러 때문에 긴장한 상태였다. 해외 영화제서 먼저 공개했는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되고 무섭기도 하다”고 털어놨다.지난 22일 개봉한 ‘세계의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아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전작들과 달리, 주변인의 눈으로 한 청소년의 세계를 퍼즐처럼 맞춰가는 형식이다.윤 감독은 “성과 사랑을 경험하는 십대 청소년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가져왔다”며 “글을 쓰며 사실적인 경험들을 발견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폭력적 상황이 떠올랐다. 이를 어떻게 공존시킬지 고민하는 기간이 길었다”고 운을 뗐다.“못다 한 숙제 같은 이야기가 걸렸어요. 그러다가 이금희 작가님 소설 ‘유진과 유진’을 다시 읽으며 어떤 방식으로 한 사람을 바라볼지 가이드를 얻었죠. 과연 개인이 온전한 고통을 짊어지는 그 비극이, 개인적인 문제인가 싶었고요.”행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은 상흔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윤 감독은 “개인의 고통을 직접 묘사하기보단 세계가 그런 개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인식을 함께 다루는 게 중요했다”고 주안점을 밝혔다. “거창한 제목인데 제가 15년 전 영화 학교에서 맨 처음 썼던 시나리오에 붙였던 것이기도 해요. 그때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세계가 숨기려고 하는, 그러나 너무 많은 이 ‘사랑들’에 어울리는 것 같아 다시 꺼냈죠.” 알쏭달쏭한 주인의 ‘진실’을 모를수록 감동이 배가된다. 한국 영화 최초로 토론토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고, 중국 거장 지아장커 감독이 창립한 핑야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2관왕에 등극한 것도 이 까닭이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작품을 감상한 배우 박정민은 “엄청난 것이 나와버림”이라는 추천평으로 궁금증을 높였고, 개봉 후 관객들도 자발적으로 ‘노 스포일러’ 입소문을 내고 있다. 이에 윤 감독은 “손 잡아주시는 대상이 영화 자체라기보단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주인이’들에 대한 온기처럼 느껴진다”며 “많은 분들이 보시고 세상으로 나오는 문이 되면 좋겠다”고 감사를 표했다.윤 감독은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아장커 감독 등 세계 영화인의 응원과 총애를 받는 젊은 감독으로서 소신도 이야기했다. “선배 영화인들이 없던 것에서 창조하신 길을 그간은 후배로서 모방하고 변주하며 좇아온 거예요. 그분들이 남긴 좋은 것들을 그대로 계승하는 건 게으르단 생각이라 그 이상으로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들지, 무거운 숙제가 남았죠. (웃음).”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0.30 06:03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박정민 ‘샤라웃’ 감사…봉준호·지아장커와는 달라야” [인터뷰①]

윤가은 감독이 6년 만 신작 ‘세계의 주인’을 향한 세계 영화인의 찬사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윤가은 감독은 “흥행은 하고 싶지만 독립영화인에겐 마치 ‘세계 평화’ 같은 먼 꿈”이라며 “말도 안 되게 그런 ‘샤라웃’으로 도와주셔서 감지덕지한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세계의 주인’은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으로 현지에서 초청 상영을 가진 ‘얼굴’의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으로부터 추천평을 받았다. 이에 윤 감독은 “박정민 배우나 연상호 감독님이 작품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해주시는 건 저나 영화에 대한 칭찬보단 이 영화의 이야기나 테마에 대한 지지라고 느껴진다”며 “그래서 이전 같았으면 숨고 싶고, 부끄러웠을 텐데 그분들이 손 잡아주시는 대상이 영화 자체라기보단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주인이’들에 대한 온기처럼 느껴졌다. 그런 차원에서 흥행이라고 표현하긴 부끄럽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고, 세상으로 나오는 문이 되면 좋겠다”고 감사를 표했다.윤가은 감독은 전작 ‘우리들’ ‘우리집’부터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봉준호, 지아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 감독들의 애정 어린 응원을 받아왔다. 최근 ‘세계의 주인’은 지아장커 감독의 핑야오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수상 2관왕에 성공했다. 특히 그에게 따라붙는 ‘거장이 사랑한’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윤 감독은 “언제까지 묻어가야 하나. 그분들에겐 폐는 아닐까”라며 머리를 쥐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선배 영화인들께서 이룩하신 길은 완전 다르다. 없는 것에서 어떤 것을 창조하신 길을 후배 입장에서 모방하고 변주하면서 저는 좇아온 것”이라며 “이미 이룩한 업적들에서 새로운 걸 어떻게 만드는가 너무 큰 숙제가 남았다”고 털어놨다.이어 윤 감독은 “너무 어렵다. 영화 만드는 환경도 바뀌었고, 이미 새로운 것도 나와서다. 그래서 그분들을 생각할 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새로움을 찾았을지를 고민한다”며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려 한다. 좋은 것을 남기셨다고 그대로 계승하는 건 게으르단 생각이다. 이룩하신 이상으로 무언갈 해야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텐데 무거운 숙제가 남아 굉장한 압박감이 든다”고 웃었다.한편 ‘세계의 주인’은 인싸와 관종 사이,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22일 개봉.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0.20 11:26
영화

[30th BIFF]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부국제, 영화인들 축하 속 화려한 개막 [종합]

부산국제영화제가 국내외 영화인들의 뜨거운 축하 속 막을 올렸다.올해 제30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배우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게스트들의 레드카펫과 포토월 행사, 개막 선포 순으로 이어졌다.이 자리에는 이병헌을 비롯해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와 부산시청 관계자를 비롯해 배우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유지태, 하정우, 한효주, 정우, 김동욱, 심은경, 김유정,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한소희, 전종서, 고경표, 홍경, 김민하, 방민아, 이수혁, 로운, 신예은, 박소이, 유아, 블랙핑크 리사와 박찬욱 감독, 정지영 감독, 윤제균 감독, 추창민 감독, 임순례 감독, 변성현 감독, 나홍진 감독, 라희찬 감독, 이환 감독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배우 밀라 요보비치, 양가휘, 사카구치 켄타로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미야케 쇼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배우와 감독 등 해외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제 개최를 축하했다.이병헌의 인사로 문을 연 개막식은 까멜리아상 시상으로 연결됐다. 까멜리아상은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수상자로는 실비아 창이 호명됐다. 실비아 창은 지난 1973년 ‘용호금강’으로 데뷔한 후,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고 15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대만의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제작자다.실비아 창은 “고마운 상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큰 영광”이라며 “1972년 배우로 첫 작품을 했는데 그때부터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어려움들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은 사랑과 헌신의 상징 같다.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이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광수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박 시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했는데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는데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힘차게 출발을 알렸다.개막 선언 후에는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이 차례로 이어졌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이 받았다. 지난 1976년 김수용 감독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 감독은 그간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지 50년이다. 영화판에 있는 반세기 동안 나는 카메라 곁에 서 있었고, 그 카메라 뒤에는 나와 함께 수많은 밤을 지새워준 배우, 스태프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고맙게 지켜봐 준 관객들이 지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줬다”며 “모든 동료, 선후배를 대신해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검열과 억압 속, 개인의 자유와 존재를 조명해 온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써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품으며, 아시아 감독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내게 이 상을 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단히 감사하다. 첫 번째 영화제에 함께했고 이번에 3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제에 함께하게 돼 뜻깊고 영광”이라며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 영화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모든 수상이 끝난 뒤에는 이병헌이 올해 신설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심사위원은 총 7명으로, 나홍진 감독(심사위원장)을 필두로 배우 양가휘, 난디타 다스, 한효주와 마르지예 메쉬키니, 코고나다 감독,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프로듀서가 위촉됐다. 이들은 14편의 경쟁부문 초청작 중 5개 부문 수상작(자)을 선정하며, 결과는 26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이어 모습을 드러낸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30주년이란 역사적인 해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활기차고 품격 있고 풍요로운 영화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개막작을 소개했다.올해 개막작은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이 해고된 후,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30주년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손예진 역시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첫 상영인데 너무 떨리고 설렌다. 재미있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박 감독님 배우들이 퇴장하고 영화가 상영되면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64개국 241편의 작품이 초청됐으며, 이 중 90편이 월드 프리미어로, 9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7 20:57
영화

이미경 CJ 부회장, 美 명문대 연설서 기립박수 “겸허‧끈기‧배려 중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영화예술대학(USC School of Cinematic Arts, 이하 SCA) 2025 졸업식 연사로 나서 젊은 창작자들에게 ‘겸허(humility), 끈기(resilience), 배려(compassion)’라는 삶의 핵심 가치를 나누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Shrine Auditorium)에서 열린 이번 졸업식에서 이 부회장은 도나 랭글리(Donna Langley) NBC유니버설 엔터테인먼트·스튜디오 회장의 소개로 단상에 올랐다.랭글리 회장은 “드림웍스 공동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Jeffrey Katzenberg)는 ‘이 부회장이 없었으면 지금의 드림웍스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부회장을 “탁월한 안목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프로듀서이자,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는 커넥터(connector), 우리가 무엇을 듣고, 보고, 사랑하게 될지를 이끄는 비저너리 리더(visionary tastemaker)”라고 칭송했다.호명과 동시에 약 580명의 졸업생들은 뜨겁게 환호했고, 박수 갈채 속에 단상에 오른 이 부회장은 축하와 동시에 후배 크리에이터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며 “겸허는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며, 끈기는 어려울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 그리고 배려는 상대와 연대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학창시절, 美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DreamWorks SKG) 초기 투자,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일화 등을 소개하며 “수많은 위기와 도전의 순간 속에서 겸허는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 성장하고 배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1998년 한국에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열고 이후 15년간 190개 이상의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경험을 언급하며 “190개의 영화관을 열기까지 190개 이상의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외 진출은 물론 SCREENX, 4DX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끈기의 중요성을 전했다. 이어 20여 년 전,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그들의 예술성에 경외감을 느껴 그들을 지원하기로 결심했지만, '헤어질 결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설국열차', '기생충' 같은 걸작들이 나오기까지 수년간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했다"고 밝혔다.또 “이 감독들이 서로의 작품을 존경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후배 영화인들을 양성하는 모습에서 배려를 느꼈다”며 “배려란 결국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고통과 꿈도 함께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부회장은 “성공은 겸허 없이는 오만이 되고, 배려 없이는 공허함이 된다”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겸허한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고, 끈기를 갖고 헤쳐 나가되, 서로 배려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가치가 여러분에게 힘을 주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로 연설을 마무리해 깊은 감동을 남겼다.연설이 끝나자 오디토리움 1, 2층을 가득 채운 약 4,000명의 청중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현장에 함께한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 엘리자베스 데일리(Elizabeth M. Daley) SCA 학장, 도나 랭글리(Donna Langley) NBC유니버설 스튜디오 회장 역시 박수갈채를 보냈다.데일리 학장은 “이 부회장은 아티스트와 스토리텔러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다국적 영화 협업의 선구자”라며 “글로벌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끌어왔고, 그녀의 경력은 문화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성공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화 간의 교류와 연결을 이루려는 그녀의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이 부회장은 1995년 이재현 CJ 회장과 함께 드림웍스(DreamWorks SKG)에 전략적 투자를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해왔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문화보국의 이병철 선대회장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난 30년 동안 이 회장과 함께 CJ ENM을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성장시키고 한국 문화의 대중화와 글로벌화를 이끌어 왔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CJ ENM은 영화, 드라마, 예능, K-POP을 아우르는 K컬처를 전 세계에 주입하며 대한민국의 입지를 드높인 주역으로 인정받고 있다.특히 이 부회장은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패스트 라이브즈’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다수의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글로벌 영화 산업에 큰 족적을 남겼다.이 부회장은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의 필러상(Pillar Award)과 국제 에미상 공로상, 2023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 2024년 美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 Award), 2025년 美 엘리스 아일랜드 명예훈장(Ellis Island Medal of Honor) 등 국내외 유력 기관으로부터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화외교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차기작 ‘부고니아’ (한국 SF영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의 총괄 프로듀서와 프로듀서로 각각 참여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끝)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5.18 12:32
영화

돌아보는 2024 영화계: 절망편 [2024 연말결산]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극장 산업 침체기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 한 해도 극장가에는 다양한 변화가 시도됐다. 비수기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틈새시장을 노린 얼터너티브 콘텐츠의 강세가 도드라졌다. 반면 충무로를 대표하던 스타들이 연이은 구설에 올랐고 소중한 배우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던 2024년 영화계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2024년 영화계는 유독 사람으로 인한 실(失)이 많았다. ‘서울의 봄’으로 N번째 전성기를 맞은 정우성은 난데없는 혼외자 논란으로 이미지에 직격타를 맞았고,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으며 차기작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 이 외에도 김수미, 송재림이 마지막 영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등 다수의 비극이 영화계를 덮쳤다. ◇정우성, 결혼 건너뛰고 아빠 됐다올해 영화계를 가장 들썩인 이슈는 ‘정우성 혼외자 논란’이었다. 정우성은 지난 11월 모델 문가비 사이에 아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정우성의 여자 문제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비연예인 여자친구와 열애설이 불거지는가 하면, 또 다른 여성들과 찍은 사진, 동영상, SNS 메시지 등이 유출됐다. 정우성은 쏟아지는 비난 여론 속 한 시상식에 올라 “사랑과 기대를 보내준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들에게도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문가비와의 관계나 향후 결혼 계획, 기타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마약 혐의’ 유아인, 1심서 징역형 유아인의 마약 논란도 이어졌다. 유아인은 앞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 지인과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 등도 받는다. 올해 9월 1심 재판부는 유아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과 타인 명의 상습 수면제 매수 등은 유죄로, 대마 흡연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는 증거 부족에 따른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변론 절차는 앞선 24일 종결됐으며, 2심 선고는 이르면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유아인 주연의 영화 ‘하이파이브’, ‘승부’는 여전히 공개일을 잡지 못한 상태다. ◇김수미·송재림 유작 남기고 떠났다소중한 두 배우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김수미는 지난 10월 25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향년 7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당뇨 등 지병에 따른 고혈당 쇼크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송재림이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했다. 송재림은 11월 12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유작으로 영화를 한 편씩 남겼다. 김수미의 마지막 작품은 절친한 후배 신현준과 함께한 코미디 영화 ‘귀신경찰’, 송재림의 마지막 작품은 가상화폐 폭락 사건을 모티브로 한 ‘폭락’으로, 나란히 1월 극장가에 걸릴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배신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화제성, 대중성만 좇는 행보로 빈축을 샀다. 조금씩 OTT 시장에 품을 내주던 BIFF는 급기야 올해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선보이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문제는 ‘전,란’의 공개일이었다. ‘전,란’은 BIFF 폐막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 오픈됐고, BIFF는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BIFF의 이번 행보가 독립·예술영화 및 극장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자 홀드백 준수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온 영화인들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란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BIFF 측은 “대중성 확보”라는 자화자찬 속 막을 내렸다. ◇아닌 밤중에 계엄령 ‘등골 오싹’올해 영화계는 12.3 계엄 사태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해제로 국내 정세가 어수선해지면서 영화 산업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단순 홍보, 개봉 일정 변동 수준이 아니었다. 계엄 선포 다음 날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신작이 대거 걸렸지만, 전주 같은 날 대비 관객수가 무려 25.6%나 감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기대감이 컸던 영화계는 또 한 번 살 궁리 모색에 나서야 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7 05:50
영화

[29th BIFF] 류성희 미술감독 “여성 성공=우연? 10년간 장르 영화 하며 편견 돌파했죠” [종합]

“감사합니다. ‘한국 영화 멋있다’라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류성희 미술감독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까멜리아 상 첫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를 기념해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5일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첫 수상자가 된 것을 무한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영화 산업에는 다양한 분야서 전문 인력이 왕성히 활약하고 있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까멜리아 상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올해 신설된 상으로, 부산의 시화이자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꽃 동백꽃(까멜리아)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류 미술감독은 ‘올드보이’, ‘괴물’, ‘아가씨’ 등 다양한 한국 영화의 미학적 완성에 한 축을 담당했으며, 특히 프로덕션 디자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와 상징성을 다진 장인으로 이번 최초 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6년에는 영화 ‘아가씨’로 그해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 미술감독은 이날 한국에서 미술감독의 길을 걷게된 계기를 돌아봤다. 그는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아메리칸 영화연구소(AFI)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미국 현지 독립영화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사막에서 한 서부극을 촬영하면서다.“동경했던 서부 문화지만 여성이 대부분 서부영화 속 ‘콜걸’처럼 그려졌어요. 그 영화를 찍을 때 ‘내가 왜 여기 있지? 내게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서양인이 한 것을 답습하며 애쓰기보단 실패하더라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면서 내 시간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깨달았어요.”그는 ‘동방불패’와 같은 홍콩 영화를 들어 “여성도, 남성도 아닌 임청하 같은 분들이 나온다. 총 대신 무술 한걸음에 세계를 그리고, 역사를 만들고, 우주를 얘기하는 듯한 중성적인 웃음소리, 술 한 모금 마시며 상대를 대접하는 세계에 매료됐다”며 “그래서 한국은 아직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더라도 저 사막의 ‘판타지’를 꿈꾸고 싶다고, 모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한국에서 미술감독, 그것도 여성으로서 출발은 쉽지 않았다. 류 미술감독은 “당시 업계에는 창조적인 일,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여성은 예산이나 기술 측면에서 선입견이 있어서 제가 직업을 갖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멜로나 로맨스 작품이라면 함께 해보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수년의 기다림을 가진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류승완 감독이었다. 이후 그의 소개로 봉준호 감독, 박찬호 감독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기를 이끈 새 세대를 만나며 류 미술감독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이 산업에서 여성의 성공은 우연이라 여겨졌어요. 저는 그렇게 여겨지지 않기 위해 10년간은 장르 영화만 하겠다고 결심했죠.”누아르나 스릴러 등 장르물을 하며 업계의 선입견을 돌파해 온 그만의 철학을 묻자, 류 미술감독은 “아름다움과 추함이 무엇인지 답을 갖고 고집하는 게 아닌, 시대에 맞춰 열린 마음을 갖고 사람들과 함께 다시 질문을 던지고 서로 영감을 갖고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것”이라며 “선입견을 최대한 제거하고 새롭게 발견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저는 이 일을 ‘고고학적 판타지’라고 정의해요. 대본을 수차례 읽고 제가 느낀 감정과 미술 설계를 정리한 후에는 음악이든 책이든, 사진이든 방대한 양의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제 일이 역사학자가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 판타지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까멜리아 상은 다른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상이기도 하다. 류 미술감독은 “제 목표는 ‘탁월함’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언가 한 분야에서 탁월함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그 과정 중에 있기에 스스로 기대감도 있다”면서 “여성 영화인들이 성별을 떠나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잡고, 조금 더 박차를 가하면서 ‘탁월함’에 이르면 편견은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편견 자체에 부딪히면 힘에 부치니까 오히려 편견을 ‘문’으로 보면 어떨까요. 제가 장르 영화를 했던 건 그를 제 정체성으로 만들어서, 선입견을 돌파하는 문으로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부딪칠 벽보다는 문으로 만들 기회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번 수상으로 새 족적을 남긴 류 미술감독이 바라보는 다음은 어디일까. 그는 “판타지와 SF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SF 판타지는 쉽지 않다. 그런 시대와 문화를 온전히 구현하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산업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SF 판타지 멋있다’는 말 듣도록, 좋은 후배들도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상을 받을 때 쑥스러운 건 제가 개인 작가면 몰라도 영화는 많은 분과 함께 만드는, 협업이 본질이기 때문이에요. 그 점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저를 이야기할 때 ‘여성 미술 감독’이 아닌, ‘미술감독 류성희’라고 소개하는 겁니다. 그것이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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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영화인’ 한지일, BIFAN 레드카펫 등장…후배들 응원

배우 및 영화제작자 한지일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다. 4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집행위원장 신철)가 개막했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오후 6시부터 경기도 부천시 부천아트센터에서는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했다. 한지일은 이날 화이트 팬츠와 셔츠에 푸른 계열의 재킷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 1973년 영화 ‘바람아 구름아’로 배우로 데뷔한 한지일은 ‘도시로 간 처녀’, ‘길소뜸’, ‘아다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칠삭동이의 설중매’ 등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다. 1990년대엔 비디오영화 전문 회사 한시네타운을 설립, 300여 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영화감독 100인이 만든 100초 단편영화 100편’ 프로젝트 ‘그들의 이름은 영화인’, 부산영화인협회가 기획한 40분짜리 중편 영화 ‘미희’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사)한국영화배우협회 봉사위원장으로 후배 영화인들과 환경 정화 캠페인, 무료급식소 봉사 등을 이어가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한편 제28회 BIFAN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전 세계 49개국 255편(장편 112편·단편 99편·AI 15편·XR 29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개막작은 ‘러브 라이즈 블리딩’,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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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위대한 영화 선지자 김수용 감독 타계

젊은 관객들 대부분은 알지 못하겠지만 3일 타계한 고(故)김수용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이룬 업적은 심대하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창작욕과 창작력으로 후학들에게 귀감이 됐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108편을 만들었다. 비공식적으로 122편이라고 하는데 이건 이후 좀더 면밀하게 조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해서 1987년 5공 정권의 ‘허튼 소리’에 대한 검열 파동으로 사실상 은퇴하기까지 약 30년간 그는, 평균 1년에 3편 이상씩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본인 스스로도 그래서 ‘이건 기네스감’이라고 했지만 평소 그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는 않고 살았다. 오히려 ‘허튼 소리’ 이후 극도의 침잠 상태로 들어갔으며 1995년의 ‘사랑의 묵시록’과 1999년 ‘침향’을 끝으로 영화 연출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1929년생인 만큼 나이 70이면 영화감독으로서는 아직 활동이 가능한 나이였지만 혹독한 시대의 어둠이 그의 창작 욕구를 완전히 꺾어 버렸다.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들은 두가지 성격으로 구분된다. 그의 작품 경향, 혹은 김수용의 작가적 성향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것에서 기인하는데 한쪽으로는 문예영화를 만들었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사회적 시선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앞쪽 성격의 대표작은 ‘갯마을’과 ‘산불’ 그리고 ‘안개’다. ‘갯마을’은 오영수 작가의 단편을 토대로 만든 것이며 ‘산불’은 극작가 차범석의 희곡을, 안개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제목을 바꿔 만든 것이다. 모두 다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언론은 그에게 ‘문예영화’ 감독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문예영화란 말은 다소 고답적인 느낌을 준다. 김수용은 그보다 자신이 철저한 지식인이자 인문주의자임을 나타내려 했다. 60,70년대의 지식인은 책과 문학을 중요시 했고 김수용 역시 영화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학으로부터 그 상상력을 차용해 와야 한다고 믿었다. ‘갯마을’ 등은 그의 그러한 문학 애호의 토대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뒤쪽 성격의 영화들, 그러니까 사회파 영화들도 꽤 만들었는데 ‘저 하늘에도 슬픔이’나 ‘도시로 간 처녀’ 등이 그렇다. 두 작품 모두 도시의 음영, 빈민의 모습들을 담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다음의 이 작품에 사회적 시선이 담겨 있다고 믿지 않겠지만 1977년작 ‘야행’은 모더니즘의 신봉자로서 그 나름대로 독재 정권에 항거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야행’은 한 여인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으로 섹스신이 제법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연히 검열 당국의 탄압을 피해가지 못했으며 1973년에 만들어진 영화는 가위질과 수정, 타협을 거쳐 77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다. 모더니즘의 지식인으로서 개인의 자유란 가치를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신봉했던 김수용 감독은 박정희 정권의 닫힌 구조를 욕망의 섹스학으로 대항한 셈이다. 감독이 갖고 있는 표현의 무기는 때론 욕망과 섹스가 된다. 영화감독이 종종 야한 상상을 하는 이유는 그가 그런 취향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의 그런 감성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다. 1977년은 그런 시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야행’은 두고두고 재평가 돼야 할 작품이다.이만희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만추’에서 김혜자와 정동환이 기차길 옆 갈대밭에서 정사를 나누는 그 음욕의 분위기 역시 1981년을 향한 김수용식 격정의 심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김수용의 ‘만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던 셈인데 이 영화는 이후 김태용 감독이 현빈과 탕웨이를 데리고 세 번째로 리메이크하면서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김태용의 ‘만추’는 금기의 사슬에 묶인 남녀의 아쉬운 러브 스토리로 대체됐다. ‘만추’는 이만희와 함께 김수용의 작품으로 기억돼야 할 영화다.5일 오전 11시30분에 영화인장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많은, 기라성 같은 원로 중견 영화인들이 몰려 들었다. 배우 신영균이 구순의 노구를 이끌고 참석했으며 정지영 이장호 배창호 같은 후배 감독,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같은 후학(그는 김수용과 동시대 인물이었던 유현목의 제자이다), 장미희 강석우 같은 그가 길러낸 배우들이 함께 했다. 청주대 영화과의 제자들 중에는 조한철이 참석했다. 다행스럽게도 김수용 감독이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영화가 시대의 산물이며 또한 시대를 이어 가며 영속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오랜 제작자 황기성은 조사를 통해 저 하늘에서 신상옥 이만희 김기영 유현목 하길종 감독들을 다시 만나 즐겁게 파티 한번 하시라고 권했다. 그 이름들이 영화계의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다. 김수용의 영화 제목과 달리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영화 선지자들의 빛나는 영광이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12.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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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거장’ 故 김수용 감독, 영화인들 추모 속 영면 [종합]

한국 영화 거장 고(故) 김수용 감독이 영화인들의 추모 속 영면에 들었다.고 김수용 감독의 영결식이 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화인들이 꾸린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으며 유족과 영화인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은 배우 강석우의 진행하에 고인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정지영 장례위원장의 약력 소개를 비롯해 배우 신영균, 장미희, 김성수 감독 등의 추도사가 이어졌다.‘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포함해 고인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신영균은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 동갑내기처럼 지냈다. 열 작품 정도를 함께했다”며 “나보다 먼저 가니까 너무 안타깝다. 저세상에 가면 김수용 감독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다. 나는 죽어서도 영화배우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미희는 “이 자리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에게 감독님은 늘 커다란 산이었고, 우러러보던 어른이었고, 큰 스승이었다. 나는 감독님이 데뷔작을 만들었을 때 태어났다. ‘한국의 영화 거장’ 김수용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듣고 자란 세대”라며 “배우로서 지향점에 관해 감독님은 나의 멘토였다. 감독님이 보여준 봉사 정신은 내가 꽃과 꿀만 따는 배우가 아닌 단체에 기여하며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줬다”고 존경을 표했다.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감독님을 충무로에서 본 마지막 세대가 나인 것 같다. 난 유현목 감독님의 제자다. 지난 1988년 유현목 감독님의 분부로 김수용 감독님을 만나 온종일 긴 대화를 나누고 정리한 기억이 있다. 그때 감독님은 참 정정했다”고 회상했다.이어 “감독님의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투영했다. 삶의 피로, 외로움, 등뼈까지 아려오는 허기도 오롯이 담아냈다. 휘청이며 건너온 고달픈 세월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사해 관객에게 위로를 건넸다. 시대 영화가 해야 할 일을 김수용 감독님은 성실히 완수한 것”이라고 말했다.양윤호 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인과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그때 참 멋있고 유머가 많은 분이라고 느꼈다. 후배 영화인들은 감독님을 영원히 멋있고 유머가 있었던 존경스러운 감독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수용 감독은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지난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한 김수용 감독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비롯해 ‘갯마을’, ‘안개’, ‘산불’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1960년대 한국 영화를 이끌었다. 특히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196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며 당시 대만 등으로 수출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김수용 감독은 마지막 작품인 ‘침향’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지난 1967년 한 해에만 10편을 선보이기도 했다.1980년대부터는 대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지냈다.이날 오후 1시 발인이 엄수됐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1차), 모란공원(2차)으로 정해졌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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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수용 감독 오늘(5일) 발인… 영원히 하늘로

고(故) 김수용 감독이 영원히 하늘로 떠난다.고 김수용 감독의 발인이 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고 김수용 감독은 지난 1958년 영화 ‘공처가’로 데뷔, 이후 ‘저 하늘에도 슬픔이’, ‘갯마을’, ‘안개’, ‘산불’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인물로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영화인들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아들 김석화 씨를 비롯해 정지영 감독, 이장호 감독, 배우 안성기, 장미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권택 감독, 배우 김민희, 김혜자, 박근형, 손숙, 신영균, 엄앵란, 이순재 등이 장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뿐만 아니라 강대영, 강승아, 강우석, 김선아, 김성수, 김혜수, 류승완, 문성근, 문소리, 박찬욱, 봉준호, 송강호, 윤제균, 이병헌, 이성민, 이영애, 이정재, 이준익, 이창동, 이혜영, 전도연, 정준호, 정진영, 최민식, 한지일, 황정민 등 영화계 선후배들이 장례위원으로 함께했다.고인의 대표작인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196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손꼽힌다. 당시 대만 등으로 수출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을 정도다. 그는 감독으로 활동하는 약 40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1980년대부터는 대학교 교단에 섰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등도 역임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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