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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빠지면 실점? 토트넘의 딜레마

손흥민(28) 교체 후 실점, 그리고 무승부 혹은 패배. 토트넘이 징크스에 사로잡혔다. 손흥민의 교체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승점을 빼앗기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28일(한국시각)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과의 15라운드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 4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졌다. 12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1-1 무)을 시작으로 13라운드 리버풀전(1-2 패), 14라운드 레스터 시티전(0-2 패), 그리고 울버햄프턴전까지 2무 2패에 그쳤다. 이 기간 승점 2점을 추가하는 데 그친 토트넘은 5위(승점 27, 7승 5무 3패)까지 밀려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는 동안 토트넘이 실점한 패턴이다. 토트넘은 무승부로 끝난 크리스털 팰리스전과 울버햄프턴전 모두 1-0으로 앞서다가 각각 후반 36분과 후반 41분 동점 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리버풀전에선 1-1로 팽팽히 맞서다가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결승 골을 얻어맞고 패했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후반 막판 실점을 내주며 승점을 놓쳤다. 스포츠 통계업체 '오타'의 분석에 따르면, 올 시즌 토트넘이 치른 정규리그 15경기 중 이런 식으로 후반 35분 이후 실점하면서 승점을 날린 경기가 5차례나 된다. 이렇게 놓친 승점이 총 9점이다. 이 승점만 제대로 챙겼다면 토트넘은 리버풀(승점 32)을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라있을 것이다. 여기에 '손흥민 딜레마'가 있다. 올 시즌 토트넘이 치른 15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한 그는 6차례 풀타임으로 뛰었고, 9번 교체됐다. 문제는 손흥민이 교체된 뒤 실점하는 경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3라운드 뉴캐슬전에선 전반전이 끝난 뒤 손흥민이 부상으로 교체됐는데, 토트넘은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추가 시간 동점 골을 허용했다. 5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도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멀티 골로 3-0으로 앞섰다가 후반 35분 손흥민이 교체된 뒤 3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3-3 무승부에 그쳤다. 13라운드 리버풀전도 패턴이 비슷했다. 손흥민의 동점 골로 1-1을 유지하다 그가 나간 뒤 결승 골을 내줬다. 이번 울버햄프턴전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5차전 LASK린츠(오스트리아)와 경기 역시 손흥민의 역전 골로 2-1 리드를 지키다가, 그가 후반 37분 교체된 뒤 2분 만에 동점 골을 내줬다. 이후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손흥민이 교체된 뒤 토트넘이 골을 내주는 경기가 반복되자 '손흥민 교체=실점'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리그 15경기에 출전해 11골 4도움(시즌 14골 7도움)을 기록 중인 '에이스' 손흥민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골 결정력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손흥민은 토트넘식 역습 축구의 핵심이다. 그가 빠지면 상대 팀은 부담을 덜고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보통 손흥민과 교체되는 선수는 2선 공격수들이다. 올 시즌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해리 케인 콤비에 비하면 위력이 떨어진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리버풀전의 경우 코너킥 상황이었던 만큼 손흥민의 교체가 원인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손흥민이 교체된 뒤 위협적인 존재가 사라진 만큼 상대가 공격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리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토트넘을 이끄는 조제 모리뉴 감독의 스타일에 있다. 울버햄프턴전 패배 이후 모리뉴 감독은 전반 중반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토트넘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것에 대해 "깊게 수비한 것은 내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1분 만에 한 골을 넣고 남은 89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좌절되다. 우리는 야망이 부족했다"며 "분명히 하프타임에 내가 지시를 내렸는데도 나아지지 않은 것은, 그저 선수들이 잘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그는 "선수 탓을 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모리뉴 감독의 축구가 수비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모리뉴 감독의 축구는 승점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최후방을 강화하는 교체가 많다 보니 수비적으로 바뀐다.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실점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울버햄프턴전만 해도 모리뉴 감독의 철학, 전술에 공격진들이 자신들의 장점인 슈팅을 시도하지 못하고 마무리한 경기다. 전체적인 틀에서 지지 않고 실점 없는 경기, 공수 밸런스를 앞세워 안정적으로 승점을 쌓길 바라는 감독이기 때문에 손흥민의 공격 파괴력도 확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 교체 후 실점' 패턴이 고착되면 징크스로 이어질 수 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손흥민 교체 후 실점했다는 건 결과론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징크스가 생기면 팀 내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용재·김희선 기자 2020.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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