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상대하는 방식 터득한 것 같다" 불붙은 푸이그
'쿠바 악동'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가 확 달라졌다. 푸이그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위기의 남자'였다. 시즌 첫 41경기 타율이 0.196(153타수 30안타)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56명의 타자 중 타율 55위. 장타율(0.314)과 출루율(0.297)을 합한 OPS도 0.611로 좋지 않았다. 기대했던 홈런도 가물에 콩 나듯 터졌다.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32홈런을 기록한 거포. LA 다저스에서 뛴 2017년에는 28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34타석 무홈런'으로 마치더니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푸이그의 RC/27이 3.40(5월 19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10.93) 닉 마티니(NC 다이노스·7.09)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타이거즈·6.39)를 비롯한 다른 외국인 타자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컸다. 공격 지표가 바닥을 찍으면서 '퇴출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푸이그는 지난달 20일 반등했다.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 5경기 만에 안타를 때려냈다. 이튿날 경기에선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당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좀 더 편하게 치라"는 의미로 그의 타순을 8번으로 조정했는데 푸이그는 7경기 만에 홈런으로 화답했다. 이어 26일 LG 트윈스,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각각 '2안타 4타점'을 몰아쳤다. 푸이그는 지난 2일 4번 타순에 복귀, 바로 3안타를 때려냈다. 7일 KT 위즈전에선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홍원기 감독은 푸이그에 대해 "아직 타격감이 완벽하게 올라왔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크게 향상했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0.180→0.381)과 왼손 투수 상대 타율(0.176→0.300)이 모두 올랐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적응'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강병식 코치는 "푸이그가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 타자들은 국내 투수들의 투구 유형과 궤적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푸이그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여러 번 경기하다 보니 투수의 특징과 상대하는 방식을 터득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푸이그는 코칭스태프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배터 박스에 서 있는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콧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은 국내 코치의 조언을 주의 깊게 듣지 않지만, 푸이그는 아니었다. 타순도 4번에서 2번, 8번까지 계속 바뀌었지만 군말하지 않았다. 푸이그의 약점은 바깥쪽 코스의 변화구다. 투수들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5월 20일 이후에는 달라졌다. 강병식 코치는 "투수들이 어떻게 상대하는지 파악하다 보니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도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6.08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