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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제훈 유해진 주연 ‘모럴해저드’ 감독, 시나리오 탈취 논란 휘말려

영화 ‘모럴해저드’ 최윤진 감독이 시나리오 탈취 의혹에 휘말렸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이번 사건을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라며 “악행을 고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최근 시나리오작가조합은 2018년 영화사 F 대표 최OO이 자신이 예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공모전에 김기용 작가가 단독으로 집필해서 제출한 ‘해인’ 트리트먼트를 보고 마음에 들어 접촉한 뒤 시나리오 작가 계약을 맺고 몇가지 설정을 바꾼 뒤 ‘심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고 “당신은 글재주가 없는 것 같다. 영화 말고 다른 업을 찾아보라”며 중도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알렸다.시나리오 작가 조합은 최OO이 윤색을 가한 자신 버전의 ‘심해’ 시나리오를 만들어 계약 해지 후 한국저작권협회에 자신을 ‘심해’ 시나리오 ‘단독 저작자’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작가조합은 최OO 버전의 ‘심해’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김기용 작가가 단독으로 집필했던 ‘해인’ 트리트먼트에서 몇 가지 설정을 바꾸어 완성한 것이므로 최OO 대표가 ‘심해’ 시나리오 단독 저작자가 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영화사꽃 최윤진 대표가 ‘모럴해저드’란 시나리오로 연출 계약을 ‘택시운전사’ 등을 제작한 더 램프와 체결한 이후에 불거졌다. 더 램프에서 최윤진 대표가 갖고 있던 ‘심해’ 공동제작 계약도 체결했기 때문이다. 최윤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모럴해저드’는 부도 위기에 처한 국내 1위 소주회사와 그 회사를 노리는 글로벌 투자회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제훈과 유해진이 주연을 맡아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촬영을 진행했다. 더 램프 측은 제작 과정에서 ‘모럴해저드’ 원안자를 확인하고, ‘심해’ 원안자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뒤 김기용 작가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대해 김기용 작가는 일간스포츠에 “더 램프에서 내가 쓴 초고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후 나도 살폈는데 사실상 내가 쓴 것에 윤색만 했더라. 그런데 최윤진 감독이 그 시나리오를 자신이 단독 저작자로 저작권 등록을 했다는 걸 그 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용 작가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시나리오작가조합에 문의했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시나리오작가조합은 각본 크레딧 2개 이상을 보유한 세명의 판정위원을 선발해 사안의 배경에 대해 일체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채 어떤 것이 누구의 버전인지 알 수 없도록 A작가, B작가로만 저자를 기재한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판단하게 했다. 세 명의 판정위원은 만장일치로 A작가가 95%를 창작했고, B작가의 창작 기여도는 고작 5%에 불과하다고 판정했다. A작가가 김기용 작가이고, B작가가 최윤진 감독이다.김병인 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신의 순서가 거의 동일하며 말만 바꾼 수준”이라며 “문해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누가 읽어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현재 후반 작업 중인 ‘모럴해저드’도 원안 논란이 진행 중이다. 당초 최윤진 감독은 박현우 작가에게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시나리오를 의뢰해 공동으로 ‘에너미’라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이후 최윤진 감독은 론스타 사건을 소재로 한 ‘블랙머니’가 개봉하자 소재를 진로소주와 글로벌 사모펀드의 대결로 바꿔 ‘모럴해저드’란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완성했다. 이후 이 시나리오로 더 램프와 연출 계약을 체결했다.이와 관련해 박현우 작가는 “2018년 영화사꽃과 계약을 맺고 ‘에너미’ 시나리오 2고를 완성했다”면서 “더 램프가 최윤진 감독과 ‘모럴해저드’ 시나리오 2고로 각본, 연출 계약을 맺었다고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느끼기에 ‘모럴해저드’ 2고는 제가 쓴 ‘에너미’ 초고, 2고가 소재가 바뀌었을 뿐 적극 활용되고 변주된 시나리오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박현우 작가는 “최윤진 감독이 ‘모럴해저드’가 ‘에너미’와 완전히 다른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저는 이런 아이템이 있으니 발전시켜볼 수 있겠냐고 제안을 받고 용역을 제공했고 원고료도 모두 받았다. 또한 2019년 8월에 작가 계약 해지 합의서를 썼으니 다른 부분들은 모두 개의치 않는다. 다만 크레딧 순서는 제가 주장한 대로 제 시나리오가 정말 활용되고 변주되고 취사선택 됐는지, 전문가들의 판단을 구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시나리오작가조합은 ‘모럴해저드’와 관련해 박현우 작가가 1각본, 최윤진 감독이 2각본이라고 판단했다. 일련의 일들에 대해 최윤진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김기용 작가와 ‘해인’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공동으로 트리트먼트를 작성했다”면서 “그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김기용 작가 버전 ‘심해’ 시나리오와 내 버전 ‘심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 원안을 김기용 작가에게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해인’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했고 그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기에 ‘심해’ 시나리오를 내 단독저작으로 등록한 게 전혀 문제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윤진 감독은 “이건 영화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최윤진 감독은 “시나리오는 누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누가 아이템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어떻게 산업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무조건 처음 썼다고 크레딧 1번으로 올라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다른 작가와 감독이 발전시켜서 투자, 캐스팅을 한다면 기여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진 감독은 “‘심해’는 공동저작물인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각자 썼으니 유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시나리오작가조합이 저를 작가가 아닌 제작사 대표로 보는 시각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윤진 감독은 “‘심해’ 저작권 문제를 영화인신문고에 접수했으나 김기용 작가가 민소 소송 진행 중이란 이유로 사건 조사 유보를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윤진 감독은 “‘모럴해저드’는 박현우 작가의 존재를 은폐하려 한 적이 없다. 크레딧은 영화가 완성된 뒤 최종 정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에너미’와 ‘모럴해저드’가 다른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기에 박현우 작가를 제일 배려한 건 크레딧에 공동각본으로 올리는 것일텐데 내가 1번, 박현우 작가가 2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최윤진 감독은 최근 시나리오작가조합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중단 요청의 건’으로 통고서를 보낸 상태다. 이 통고서에서 최윤진 감독 측은 “더 램프가 김기용과 접촉하면서 김기용의 원안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단독으로 별도의 영화 제작을 진행하고자 하는 상황으로 생각된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이는 힘없는 1인 제작사(영화사꽃)을 상대로 대형 제작사(더 램프)의 횡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더 램프 측은 “통고서에서 더 램프를 대형 제작사의 횡포로 칭했는데, 더 램프는 최윤진 본인의 각본도 아니고 최윤진의 단독저작물도 아니라고 판단되는 시나리오 ‘심해’를 각본료 1억(이중에서 4000만원 집행)에 공동제작지분 30%에 계약을 체결한 피해자”라면서 “‘모럴해저드’도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더 램프는 김기용 작가 편에 설 것을 명확히 하며 공동제작지분 30%를 최윤진이 대표로 있는 영화사꽃이 수취하지 못할 경우 그 지분은 영화진흥위원회에 위탁해 공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 램프 박은경 대표는 “‘심해’ 최초 계약 당시 최윤진 감독이 ‘해인’ 트리트먼트 저작권을 구매했고 본인이 초고부터 다 썼다고 주장해 계약을 했다”면서 “‘모럴해저드’도 단독 각본이라고 하여 연출을 맡긴 게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김기용 작가와 박현우 작가가 쓴 모든 시나리오를 다 읽었다. 두 사람 편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기용 작가는 최근 최윤진 감독을 ‘심해’ 저작자가 아닌데도 단독저작권자로 등록했다며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이에 서울종로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으나 저작권법 위반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기용 작가는 “경찰이 저작자와 저작권자 개념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18일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오는 27일까지인 터라 법원의 조속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또한 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공동으로 이에 대한 항의서를 서울종로경찰서에 전달했다. 김병인 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경찰이 저작자와 저작권자 개념 조차 혼동하고 있다”면서 “만일 이게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남이 쓴 걸 약간 윤색해서 자기 창작물이라고 주장해도 된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산업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인 대표는 “재정신청 결과에 따라 종로경찰서 담당 경찰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심해’와 ‘모럴해저드’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영화계에서 고질적으로 불거지는 시나리오 탈취 문제다. 영화를 다 찍은 제작사가 개봉을 앞두고 감독의 편이 아닌 작가들의 편에 서고, 이에 대해 감독이 대형제작사의 횡보라고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이기도 하다.최윤진 감독은 이 논란에 대해 “순리대로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고, 박은경 대표는 “모두가 본인이 한 만큼 대가와 명예를 가져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4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창조한 고 이우영 작가와 나란히 캐릭터의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렸던 세 사람에 대하여 저작자 등록 직권말소 처분을 확정했다. ‘검정고무신’ 캐릭터는 고 이우영 작가가 단독으로 창작한 것인데 후속으로 참여한 두 명의 작가와 제작자가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심해’와 ‘모럴해저드’ 논란이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될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순리대로 풀리게 될지, 한국영화계에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12.19 14:02
산업

[IS현장] 포스코 135일 만에 되찾은 용광로 열기, '아픔 잊고, 미래 잇다'

지난해 9월 6일 시간당 최대 500㎜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뿌린 태풍 힌남노로 인해 항상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포항제철소가 차갑게 식었다. 인근 냉천까지 범람하는 악재가 겹친 탓에 포스코는 창사 54년 만에 쇳물 생산까지 멈춰야 했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의 피해로 그야말로 참담했지만 140만명이 멈추지 않고 힘을 모아 다시 ‘기적의 불’을 밝혔다. 135일 만에 되찾은 1500도 용광로 열기 지난 23일 방문한 포항제철소는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 6일 참담했던 재해가 남긴 상흔이 말끔히 씻겨 내려갔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돌았다. 그렇지만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냉천범람 피해복구 사진전’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전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된 아픈 기억임에도 그날의 교훈은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는 타이틀처럼 135일의 기적이 포스코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부소장은 2022년 9월 6일부터 2023년 1월 20일까지 135일 만에 완전 정상 조업체제로 복구하기까지 힘겨웠던 여정을 소개했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을 했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철소 침수사태’였기에 더욱 참담한 여정이었다. 천시열 부소장은 “당시 힌남노 태풍으로 인한 냉천범람으로 620만t의 물이 동시에 유입됐다. 이는 여의도 2.1m 높이를 채우는 양”이라며 심각했던 상황을 전했다. 쓰나미가 몰려왔다고 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이기도 했다. 천 부소장은 “여의도 3배 크기의 포항제철소 전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135일간 직영과 협력사, 시공사, 군인 등 피해복구를 위해 총 140만명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참혹한 현장에서 피해복구를 주도했던 각 공장의 담당자들도 생생한 경험들을 공유했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장은 “최대 깊이가 4.5m까지 침수된 곳도 있었다. 조기에 대피를 안 했으면 인명 사고까지 날 수 있었다”며 “전기가 끊겨서 막막했던 시기였다. 복구하면서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삶의 터전’을 잃을 뻔했던 막막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이현철 열연부 2열연공장 파트장은 복구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잠시 후 마음을 달랜 그는 “2열연 공장이 가동한 지 99일째다. 다시 첫 제품을 나왔을 때 울컥했다”며 “가동되고 나서 하루 종일 울었고, 압연이 무사히 끝나고 마무리 공정인 ‘권취(극판을 두루마리 형태로 둥글게 감는 작업)’도 너무 잘 돼서 만세를 불렀다”고 기뻐했다. 2제강 공장으로 가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면 나오는 쇳물이 전로에 쏟아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300t의 쇳물이 전로에 담기는 장면을 50m 지척에서 멍하니 지켜보고 있으니 1500도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불멍’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이 공장을 지키고 있는 최주한 공장장은 침수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9월 6일 당일 오전 6시 30분 ‘공장장님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는 직원들의 얘기를 들었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쇳물이 굳으면 용광로가 죽게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골든타임이 5일이었다”며 “밤새도록 용광로 옆을 지키며 바람을 불어넣는 작업을 통해 골든타임을 넘기고도 135시간 만에 기적적인 첫 쇳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 전기차를 이용해 전기를 끌어 쓰는 등 당시 사용했던 기발한 조업 방법은 철강 학회에서 2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덧붙였다. ‘6-1-20’ 용광로 숫자의 비밀과 포스코 ‘비밀병기’ 제철소 내 가장 심각했던 침수 지역은 단연 2열연공장이었다. 이곳은 ‘제철소의 혈’로 불리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2열연공장에서는 포항제철소에서 연간 생산하는 양의 33%를 담당하는 핵심 공장이다. 제철소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압연라인인 이곳은 길이 420m나 되는 지하 8m의 공간이 모두 물에 잠겼다. 이에 복구 작업이 가장 늦게까지 이어진 곳이다. 여전히 기계와 파이프관 등의 도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서민교 2열연공장장은 “이곳은 100일 만에 제 모습을 찾았는데 지금처럼 복구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며 “현재는 20% 정도의 도장 작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하 공간의 물을 모두 빼내는 데만 4주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물을 다 걷어내고 나니 갯벌처럼 쌓인 흙만 30cm가 넘었다. 이 같은 흙은 다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했기에 또 2주의 시간이 추가됐다”며 “정말 재가동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열기를 통해 나온 슬리브는 처음에는 두께가 250㎜에 달한다. 이곳에서 7개 압연기를 거친 뒤에는 1.1㎜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이곳의 500m 거리의 작업 벨트를 통과한 뒤 권취기까지 완성되는 데는 5~6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500m 구간을 걷는 동안 1000도의 강한 열기가 뜨거운 연기와 함께 내내 얼굴에 와닿았다. 제2 용광로를 방문해서는 제철소의 비밀도 한 가지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용광로는 365일 불이 꺼지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주에 1번, 20시간 동안 멈추는 비밀이 있었다. 최명석 2고로 공장장은 ‘6-1-20’ 숫자의 비밀에 대해 “2고로에서는 700t의 쇳물을 3시간 동안 만들어지는 작업이 2교대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6주에 한 번은 고로도 쉬는 시간을 가진다”며 “20시간 동안 점검 및 수리를 이후 다시 용광로가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고로에서는 쇳물의 온도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안전 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쇳물 선로 위에 서자 용광로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최명석 공장장이 온도계를 갖다 대자 선로 밑에 흐르는 쇳물은 1442도를 가르켰다. 실로 아찔한 온도였다. 2고로는 스마트고로로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등대공장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을 뜻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한의사가 진맥을 하듯이 쇳물의 온도를 재고 조정했다면 2고로는 이런 작업들이 스마트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최 공장장은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용선의 품질이 2018년 도입 전 대비 63%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다시는 ‘9·6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다. 정문부터 3문까지 1.9km에 달하는 차수벽을 세우고 있다. 이는 오는 6월 완공될 예정이다.재해를 막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포스코의 ‘비밀병기’는 제철소 밖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체인지업 그라운드’다. 포스코는 포항에 ‘벤처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포스텍과 RIST 등 우수한 산학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래 유망분야의 창업 요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전무는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포스코보다 더 큰 미래를 꿈꾸는 기업이 나오기를 희망하며 산학연 협력을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28 06:56
산업

포스코, 3만명 투입 고로 정상화...광양제철소서 후공정 피해 최소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공장 침수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추석 연휴 기간 3만여명을 투입하며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4고로의 재가동을 시작했고,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2일 포스코와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포항제철소 침수지역의 배수율은 80%를 넘어섰다. 포스코와 경북소방본부 등은 추석 연휴에도 인력과 소방차, 대용량 방사포, 펌프 등을 동원해 침수된 지하시설물 배수에 힘을 쏟아왔다. 지하뿐만 아니라 지상에 쌓인 진흙과 쓰레기를 치우고 공장 주변도 정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지나갈 때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시간에 고로(용광로)를 포함해 전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이렇게 대비했음에도 태풍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공장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했다. 이로 인해 공장이 침수돼 포스코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곧바로 가동을 재개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제철소의 핵심 시설인 고로가 가동을 5일 이상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운영 중인 2∼4고로를 재가동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어 쇳물을 만드는 시설인 고로의 경우 말 그대로 높이가 높아서 침수 피해가 적었고, 휴풍(가동중단)에도 불구하고 용광로 특성상 온도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3고로를 정상 가동한 데 이어 12일 4고로를 가동했고 13일 2고로를 가동할 계획이다. 12일 포항 형산강변에서는 4고로에서 연기가 나와 가동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코는 앞으로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처리하기 위해 제강(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과 연주(쇳물로 사각 판 형태 쇳덩어리인 슬래브를 만드는 작업) 설비 복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전날 2제강 4전로와 3제강 1전로의 재가동을 시작했고, 이른 시일 내에 모든 제강 설비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주설비 이후 후공정을 맡을 공장은 아직 언제 가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슬래브를 롤 사이로 통과시켜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인 압연공정을 담당할 공장은 아직 침수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압연 공정을 거쳐야 슬래브가 강판이나 선재로 가공된다. 포스코는 우선 물을 빼낸 뒤 지하 시설물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생산 재개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본다. 포스코는 슬래브를 광양제철소로 옮겨 처리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측은 “연휴 기간동안 보내주신 국민들의 위로와 응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조속한 조업 정상화로 보답해 지역 및 국가경제에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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