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이영표 강원FC 대표, "스포츠의 가치 알아주셨으면..." [IS인터뷰]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는 하나원큐K리그1 2022에서 팀을 파이널A(상위 6개팀)로 이끄는 성과를 냈다. 과거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최용수(49) 강원 감독과의 호흡도 ‘찰떡’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이었던 이영표 대표가 지난 28일 일간스포츠 53주년 사진전 전시관인 서울 중구 KG타워를 찾았다. 그는 2002년 6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한 후 그라운드 위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이때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나 보다. 피부 트러블이 많이 보인다”며 웃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영표 대표는 ‘2002년의 영웅’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 결과를 족집게처럼 예측했던 냉철한 해설위원 이미지도 있다. 현재의 이영표가 K리그 구단의 최고경영자로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세세하게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강원 대표로 부임했다. 강원은 2020시즌 K리그1 7위를 기록한 팀이다. 그에게 “주로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이영표가 K리그 팀을 운영하면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고 물었다. 이영표 대표는 “그런 건 없었다. K리그 상황이 유럽과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표로 일하면서 몸이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강원에 오기 전 다른 곳으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예산이나 구조적인 부분, 특별한 간섭을 받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원으로 왔다. 내가 이 팀을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원은 2021시즌 11위에 그쳤다. 강등 위기까지 몰렸지만, 시즌 중 부임한 최용수 감독이 극적인 1부 생존 드라마를 썼다. 이영표 대표는 “팀 성적이 안 좋았던 그 순간은, 대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영표 대표가 지난해 강원에 최용수 감독을 영입한 건 올 시즌 파이널A라는 작은 성공을 거두는 기반이 됐다. 최용수 감독은 “오랜 신뢰 관계를 유지해 온 이영표 대표가 보여준 비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부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올해 강원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강원은 지난해 이영표 대표 부임 후 2021년 동안 7개의 신규 스폰서를 유치했는데, 2022년 신규 스폰서는 10개사로 늘어났다. 대부분이 유명 기업이다. 이영표 대표의 브랜드를 활용한 부분이 컸다. 강원 구단의 유니폼 등 상품 매출은 올해 8월까지를 기준으로 지난해 동일 기간 대비 91% 늘었다. 지난 시즌 대비 유료관중은 45% 증가했다. 이영표 대표는 이처럼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성과보다 ‘장기 투자’를 더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K리그1에서 우리 팀만 일부 선수들을 K4리그에 참여시켰다. 거기에서 경험을 쌓은 양현준이 올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영표 대표는 더 큰 그림을 이야기했다. 그는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 강원 유스 아카데미를 만드는 걸 기획하고 있다. 우리 성적이 좋으면 팬이 늘겠지만, 그렇게 유입된 팬은 성적이 떨어지면 떠날 수 있다. 북극성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별이 되어야 명문 클럽 아닌가. 한 시즌 반짝 빛나다가 떨어지는 별똥별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작업에 대해 이영표 대표는 ‘씨를 뿌린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배우고, 선수들과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 ‘축구 재미있네, 한 번 봐 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 강원FC부터 기억하게 된다. 지금 춘천부터 시작하지만, 앞으로 10~20년 걸리는 일이다. 향후에 성적과 상관없이 1만~2만 명의 팬이 생기는 건 이렇게 씨를 뿌리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강원과 같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K리그의 시도민구단에 대해 ‘왜 세금으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영표 대표는 “스포츠의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온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대한민국 축구 선수 총 147명이 해외에 나가서 1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 기간 어떤 스포츠도 1조 이상 벌지 못했다. 축구는 산업이다”라고 했다. 또 “미국의 논문 중에 프로 스포츠팀을 가진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이혼율이 25%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 있다. 스포츠팀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가족과 소통할 수 있어 이혼율이 낮아진다는 거다. 스포츠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거기서 탈피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그런 스포츠에 들어가는 돈에 대해 단순히 ‘비용’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영표 대표는 “우리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2002년을 생각해보자. 2002년 월드컵의 가치는 성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정치적인 갈등, 계급의 대립도 축구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나. 이게 스포츠의 가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은경 기자
2022.09.30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