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잠수교 장악에 이어 소음 뒷풀이까지...루이비통·구찌 '민폐도 명품급'
'루이비통'과 '구찌'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서 패션쇼를 열면서 시민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K컬처의 파워가 커지자 한국을 아시아의 중심지로 여기고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톱스타를 동원해 화려한 쇼만 기획하고 브랜드 홍보에만 바쁠 뿐, 정작 한국인을 생각한 행보는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찌는 지난 16일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 근정전에서 2024년 크루즈 컬렉션을 공개하는 패션쇼를 열었다. 한국 전통의 미와 어우러진 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구찌는 쇼가 끝난 뒤 인근에서 새벽까지 소음과 화려한 불빛이 동원된 뒤풀이를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구찌의 뒤풀이와 관련해 들어온 신고만 50건 이상이었다. 구찌는 논란이 커지자 일부 언론 매체에 "패션쇼 종료 후 진행된 애프터 파티로 인해 발생한 소음 등 주민들이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한 줄짜리 입장을 냈다. 명품 브랜드의 민폐 사례는 더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 4월에는 한강 잠수교의 교통을 통제하고 패션쇼를 열었다. 잠수교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멋진 연출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요 도심 다리를 하루 동안 통제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때마침 근로자의 날 연휴와 맞물리면서 잠수교 북단부터 남단, 용산과 서초 간 이동이 통제돼 시민의 불편이 컸다. 패션가 관계자는 "최근 한류가 아시아권을 넘어 글로벌 전역에 번지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가 앰버서더부터 패션쇼까지 K컬처와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애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가장 많은 돈을 안기는 나라 중 하나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를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를 1인당 지출액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4000원)다. 중국의 55달러(약 6만8000원)의 약 5.9배이고 미국의 280달러(약 34만8000원)보다도 45달러(약 5만6000원) 더 많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가 돈을 쓸어가는 배경으로 한국 연예인을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명품업체들이 유명 인사를 활용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거의 모든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고 했다.반면 이들 브랜드가 한국을 위해 쓰는 돈은 짜다. 루이비통코리아, 샤넬코리아,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 5개 해외 명품 브랜드가 제출한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 브랜드의 기부금 총액은 15억932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샤넬(10억1584만원)'과 '에르메스(5억6117만원)'가 대부분 기부한 것이었다. 이번 민폐의 주인공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구찌는 국내에서 기부금을 한 푼도 안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연예인이 동원해 홍보하고 이들이 SNS로 과시욕을 부추기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패션쇼는 명품이었는데 뒤풀이는 싸구려였다"며 "진정성있는 사과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5.19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