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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의선 현대차, 3세 승계 마무리·다음 세대 준비 과제 산적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2020년 총수에 오르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승계 마무리 작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국내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오히려 다음 세대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발 못 뗀 다음 세대, 3세 승계 마무리에 중점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의 장녀 희진 씨가 오는 27일 서울 강북의 한 교회에서 결혼한다. 현대가와 대우가의 결합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예비 신랑은 바로 김덕중 전 교육부장관의 손자다. 김 전 장관은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자의 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라 구체적 일정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들은 누구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4세 승계는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1996년생인 진희 씨는 현대차그룹에서 전혀 일해본 적이 없고, 유학 중에 만난 예비 신랑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 창철 씨는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세들은 현대차그룹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정의선 회장의 3세 승계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할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건재하고 투명하게 승계 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라 4세 승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총수로 경영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비중이 여전히 높다. 현대차 주식의 경우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분율이 5.33%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현대차그룹 주가가 폭락하자 주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지분율이 2.62%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21.43%를 가진 현대모비스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가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모비스 역시 정몽구 명예회장이 7.17%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정 회장의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당분간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및 증여가 이뤄져야만 3세 승계가 마무리될 것이다. 아마 정몽구 명예회장이 살아있을 때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11.7%나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10조원 가치로 평가되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불발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실탄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정의선 회장은 경영 승계 과제 외에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 가득하다. 특히 현대차 노조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현대차 생산 노조와 사무직 노조 모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산 노조는 미국 공장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공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즉각 반기를 드는 등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또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 경영진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직 노조는 인센티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미래 먹거리 겨냥 국내외 투자 가속 현대차는 산업 전환기를 맞아 대대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시대’ 전환의 중대한 시점에서 국내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까지 국내 63조원, 해외 13조2000억원 등 76조원의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는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 3사는 미래 모빌리티 중심의 신규 사업뿐만 아니라 활발한 고객 수요가 유지되는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병행한다. 또 이번 투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 및 수출 확대,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성장 및 활성화, 국내 신성장 산업 동력 확보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를 위해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서는 PBV(목적기반차량)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여기에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시설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한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국내 최초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공장이 들어선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 및 모델 등을 개발한다. 또한 로보틱스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서 사업화하기 위한 본격 실증 사업에 나선다.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된다.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들의 상품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 제품 라인업도 최적화한다. 모비스는 내연기관 차량에 적용되는 부품 품질 향상에 지속해서 집중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에서 총 105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먼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거점 투자에 55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어 2025년까지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대해 "우리의 첫 전기차 전용 생산 시설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의 새로운 공장에서 미국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로보틱스와 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AI 등의 분야에 50억 달러의 투자가 투입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고객에게 더 좋은 편의성과 안전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10 07:00
생활/문화

넥슨, 작년 매출 3조원 불발…올해 다수 신작으로 재도전

넥슨이 지난해 매출 3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재작년에 국내 게임사 중 첫 3조 클럽에 입성했으나 1년 만에 역성장한 것이다. 다만 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넥슨은 작년에 매출 2조8530억원(엔화 2745억엔), 영업이익 9516억원(915억엔)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2020년 대비 각각 6%와 18% 감소한 것이다. 2020년 모바일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데 따른 기저효과와 신작 부재 영향으로 보인다. 순이익은 1조1943억원(1149억엔)으로 전년보다 104% 증가했다. 가상화폐와 주식·펀드 투자 등으로 성과를 낸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는 매출 5639억원(543억엔), 영업이익 309억원(30억엔)으로 각각 2020년 동기 대비 18%와 81% 감소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2286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넥슨 측은 “신작 '블루 아카이브' 흥행과 '서든어택', '피파온라인4' 등 대표 지식재산권(IP)의 견조한 성과를 바탕으로 작년 4분기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망치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넥슨(일본법인)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는 “2021년은 주요 라이브 게임들의 꾸준한 흥행 속에서 대형 신규 IP 개발에 전사 역량을 집중했던 한 해였다”며 “2022년 자사 최고의 기대작들을 출시하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넥슨은 오는 3월 24일 올해 최대 기대작인 2D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정식 출시한다. 또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아크 레이더스’, ‘HIT2’, ‘DNF 듀얼’, ‘마비노기 모바일’ 등 다수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2.02.08 17:58
경제

SK이노의 벼랑 끝 전술…'미국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 꺼내

결국 벼랑 끝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이 공개적으로 ‘미국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를 꺼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유예해달라는 청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미국 내 배터리 제품의 수입·판매 10년 금지를 받은 SK이노베이션은 청원을 통해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재앙적이다. SK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해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SK는 내달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을 앞두고 ‘공익’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 청원에서도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로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프로젝트로 창출되는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지난달 10일 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결정 후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접촉하고 있고 통상교섭본부장 출신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인맥을 통해 미국 정치권과 교류하며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지아주의 주지사 브라이언 캠프와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거부권을 요청하며 SK 편에서 지원 사격을 벌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6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26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캠프 주시사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규모에 해당한다면 반기고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정치적 공세에 LG에너지솔루션도 조지아주에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 포기’ 카드까지 내세우는 등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지만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파트너인 포드와 폭스바겐에 수입 금지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조치를 내린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과 포드 전기트럭에 유예조치가 내려졌지만 설비투자에서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지아 공장 건설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며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ITC의 결정은 SK의 파트너들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거부권 불발에도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합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송비용만 계속해서 들어갈 뿐 영업비밀 침해의 결과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즉시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3.28 14:58
경제

[권오용의 G플레이] 넥슨 이정헌의 초봉 5000만원 ‘초격차 임금’ 왜?

이정헌 넥슨 대표가 통 큰 결단을 했다. 코로나19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원 임금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국내 최고 수준 연봉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다. 넥슨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 전략과 우수 인재 확보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체계를 대폭 상향 개편한다고 1일 밝혔다. 이에 올해부터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크게 상향 적용한다. 넥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의 2020년 대졸 신입 사무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347만원임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고 말했다. 넥슨은 또 직원의 2021년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전사 평균 인상률은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3%로, 연차가 낮을수록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받게 된다. 성과에 대한 보상 지급 기조도 바꾼다. 큰 성과를 낸 조직과 개인에게는 그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은 2018년 이후 중단된 신입 및 경력직 공채도 올 상반기에 재개할 계획이다. 넥슨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년 전 매각 추진 때만 해도 인적·물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각이 불발된 이후 이정헌 대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경영 목표로 내걸고 다시 비상에 나섰다. 이번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불확실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초격차의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넥슨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 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임금 인상 결정은 이정헌 대표의 결단"이라며 "이 대표는 넥슨을 초격차 글로벌 게임사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3년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는 재임 기간에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모바일' '바람의나라:연' 등 신작 성공에 국내 게임사 최초 연간 매출 3조원 돌파를 앞두는 등의 성과로 연임 가능성이 높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1.02.02 07:00
경제

[제약 CEO] ‘글로벌 혈액제제 공룡’ 꿈꾸는 젊은 CEO 허은철…이번엔 미국 문 여나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규모는 23조원(2018년 기준)이다. 세계 12위 수준의 시장 규모다. 이에 반해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GC녹십자가 이 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다. 청주 오창과 중국, 캐나다 공장(가동 준비 중)을 합쳐 270만L의 혈장처리 능력을 갖춘 녹십자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올라서며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선제적 투자·적극 공략…백신·혈액제제 독보적 기업 우뚝 2017년 녹십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녹십자는 최초라는 도전과 최고라는 신뢰로 건강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인류가 꿈꾸는 건강한 삶’을 목표로 도전과 노력을 늦추지 않았다.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에 의해 시작됐고, 그의 둘째 아들인 허영섭 선대회장이 회사를 성장시켰다. 선제적인 설비 투자와 적극적인 공략이 세를 키우는데 주효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혈액제제를 생산했고, 유로키나제도 최초로 만들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혈장에서 단백질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낸 뒤 만드는 작업이라서 고순도 기술을 요한다. 혈액제제는 선천적 면역결핍질환·백혈병·혈우병·화상 등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그리고 약 50% 국내 백신 생산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모두 선제적인 시설 투자가 없으면 생산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녹십자는 과감히 투자해 성과를 내며 인간의 건강한 삶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보편적 의료 복지 증진을 위해 힘쓴 녹십자는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다. 허영섭 선대회장은 “누구나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약기업을 넘어 생명 존중과 헌신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을 이끄는 건강산업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녹십자를 키웠다. 허은철 대표는 이런 아버지의 신념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녹십자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2015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가 된 그는 50주년에 맞춰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 실현을 준비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화를 위해 야심차게 발을 내디딘 허 대표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이 될 순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준도 분명했다. 그는 “글로벌이란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다면 매출 규모는 물론이고 매출 구성도 확 달라질 것”이라며 장밋빛 ‘글로벌 녹십자’ 전략을 밝혔다. 2018년 글로벌화를 겨냥해 녹십자에서 GC녹십자로 새 출발했다. GC녹십자는 2014년 독감 백신 누적생산 1억 도즈를 돌파했다. 그리고 그해 제약업계 최초로 2억 달러 수출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는 등 글로벌 녹십자의 초석을 닦았다. 2015년부터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계속 찍고 있으며, 2019년에는 1조3697억원을 기록했다. 좀처럼 안 열리는 미국, 글로벌화 최대 난제 허 대표는 2015년 북미 시장을 겨냥해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제약업계 최초 북미 현지 바이오 공장 설립이었다. 준공 및 투자 비용만 2000억원이 들어갔다. 2017년 캐나다 공장이 준공됐는데 계획대로라면 미국 시장 진출도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시고 있다. 녹십자는 2016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혈액제제 품목(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허가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미션을 완수하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혈액제제와 백신 등 필수 의약품 국산화에 주력해온 녹십자는 세계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지 않은 셈이다. 혈액제제는 녹십자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면역결핍 치료제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과 알부민으로 중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GC차이나를 1995년에 설립했고, 혈액제제 시장 점유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조시설에 약 150억원을 투자해 혈장 처리량 30만L 공장 규모로 업그레이드했다. 허 대표는 계속해서 허가가 불발되자 북미 진출을 위한 전략도 새로 세웠다. GC녹십자는IVIG-SN 10% 제품에 대한 미국 허가를 올해 연말에 신청할 계획이다. 당초 허가를 준비 중이었던 5% 제품은 10% 제품의 미국 허가 신청 이후에 한다는 시나리오다. 10% 제품이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4조 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시장성이 큰 제품부터 허가를 준비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2019년 범미보건기구(PAHO)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403억원 규모의 독감백신 수주를 끌어내며 6년째 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지금까지 GC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수출한 국가만 해도 전 세계 45개국에 달한다. 또 희귀진환 치료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경우 지난해 1월 캔브리지에 수출 계약을 했다. 9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중화권에서는 아직 허가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헌터라제의 경우 희귀질환이라 연간 인당 2억~3억원의 구매 비용이 드는 치료제다.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도 중국에서 허가 신청을 내고 기다리고 있다. 허 대표는 “GC녹십자가 추구하는 기업정신의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목적을 감당해야 한다”며 정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혈액제제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셀트리온처럼 설비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하고 있어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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