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변비가 뚫린 거 같아 너무 시원" 스스로 한심했던 박찬호, 3안타로 불운 씻다 [IS 피플]
'불운'했던 박찬호(30·KIA 타이거즈)가 결정적인 순간 웃었다.박찬호는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 1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멀티히트, 그것도 3안타를 해냈다. 팀은 3-4로 뒤진 9회 말 1사 만루에서 나성범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박찬호는 "그동안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이 정도로 심했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늘이 이러나 싶더라. 오늘을 계기로 변비가 뚫린 거 같아 너무 시원했다"라고 말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찬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가 0.182에 불과했다. BABIP는 홈런이나, 삼진, 볼넷을 제외하고 페어 지역에 떨어진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의미한다. 보통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거나 주력 좋은 타자들의 BABIP가 높다.
그런데 BABIP에는 '운'도 작용한다. 좋은 타구를 날려도 호수비에 걸리면 BABIP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BABIP는 규정타석 최하위인 박병호(삼성 라이온즈·0.184)보다 더 낮고 지난해 기록한 0.324와도 차이가 컸다. 그만큼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기 일쑤였다.주중 KT와의 2차전에선 1루와 3루수 향한 두 번의 타구가 모두 호수비에 걸리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경기 뒤 아내와 집에서 '미니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박찬호는 "7도짜리 술이었는데 얼음에 희석해서 먹었다. 리프레시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거 같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마음을 다잡을 효과는 17일 경기 3안타로 이어졌다. 특히 3-4로 뒤진 9회 말 1사 1루에서 2루수를 살짝 넘어 외야까지 흐르는 행운의 안타를 때려냈다. 앞선 '불운'을 잊게 한 장면이었는데 그는 "바가지 안타가 나올 때 너무 행복했다. 야구가 너무 어려운 거 같다. 오늘은 KIA가 이기라고 하늘이 정해준 거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이날 박찬호는 3회 말 무사 1,2루에서 맥없이 물러났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3구째 커터를 힘껏 때렸으나 결과는 2루수 플라이. 그는 "두 번째 타석에 찬스가 걸렸는데 내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혼자 겁먹고 타석에 소극적으로 들어간다는 거 자체가 한심하더라. 그래서 세 번째 타석에선 그냥 하나, 둘, 셋하고 (배트를) 돌려버리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그게 좋은 타구로 나왔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첫 두 타석 범타로 아웃된 박찬호는 5회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세 타석 연속 안타를 뽑아냈다.박찬호는 액션이 큰 선수다. 그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으니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무기력하게 패하지 말자, 분함을 표출하고 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개인과 팀 성적의 하락이 맞물리면서 부담이 커졌다. 박찬호는 "항상 4월에 안 좋았으니까 (개인 성적은)올라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팀 순위가 안 좋은데 내가 이렇게 있고 다 같이 못 치는데 내가 이렇게 있다는 게 힘들더라"며 "팀 순위가 더 처지면 올라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았다"라고 강조했다.
16일 KT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으나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박찬호는 "경기 끝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내 스윙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공을 골라낸다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에 그게 긍정적이었다"며 "오늘까지 (안타가) 안 나오면 땅을 파겠다 싶었는데 좋다"라고 흡족해했다.광주=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4.1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