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시진 감독 “홍성흔과 한솥밥 먹을 수도 있었지”
"그런데 홍성흔과는 한솥밥을 먹을 수도 있었지."김시진 넥센 감독이 2007년 시즌 뒤 현대 유니콘스 처리 문제와 관련된 비화를 공개했다. 김 감독은 15일 목동구장 감독실에서 구단 내 전반기 MVP로 마무리 손승락을 꼽은 뒤 "오늘 상대인 롯데에서 가장 탐나는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대호·카림 가르시아 세 명을 데리고 있으면 점심을 걸러도 배가 부를 것"이라고 농담한 뒤 "사실 홍성흔과는 한 팀에서 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12월 27일 신상우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KT가 서울을 연고로 프로야구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KT는 그 오래 전부터 창단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듬해 1월 6일 김 감독은 차기 KT호의 감독으로 결정됐다. KT는 창단과 함께 통신업계 라이벌 SK를 겨냥해 프로야구단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구단 1년 예산은 삼성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잡혀 있었다. 김 감독은 "프리에이전트(FA) 선수 두 명, 120만 달러 짜리 외국인 선수을 보강하고 두산 홍성흔을 현금을 포함한 트레이드로 데려온다는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홍성흔은 '포수로 계속 뛰고 싶다'며 두산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상태였다. 그러나 KT의 프로야구 참여는 1월 8일 KBO 이사회가 서울 연고 구단인 LG와 두산의 주도로 "창단을 환영하지만 보다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월 11일 KT이사회는 프로야구단 창단을 공식 철회했다. 김 감독과 홍성흔이 한 팀에서 뛸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김 감독은 야인 신분이 됐고, 홍성흔은 한 해 더 두산에서 뛴 뒤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없지만 만일 제작과 함께 폐기 처분됐던 KT 유니폼이 실제 프로야구장에 등장했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홍성흔은 아직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 가끔 '감독님 밑에서 뛸 수도 있었다'며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2010.07.15 20:41